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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각 지역별 매력을 파악할 수 있다.

재치있는 농담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속설 중에 여자의 나이를 세계 나라들에 비유한 표현이 있는데, 10대의 여자는 아프리카 대륙, 20대의 여자는 아메리카 대륙, 30대의 여자는 일본, 40대의 여자는 프랑스, 50대의 여자는 독일, 60대의 여자는 영국이라고 한다. 왜? "영국은 모든 영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국에 대해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는가. '영국'하면 으레 여왕님, 영국 왕실 이야기, 의장대 사열, 곰털 모자 병사, 셰익스피어, 이튼스쿨,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등이 아닐까? 이 책은 한 마디로 영국생활 체험기이다. 퀸스 잉글리시(Queens Engilsh) 붐으로 영국 조기유학, 어학연수, 학부유학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영국왕실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기심과 동경도 여전하다.

영국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비롯하여 교육제도, 영어와 미어의 차이, 살면서 소소히 부딪히는 각종 문제들, 그에 대한 정보 등 보통의 여행기와는 차별적으로 사람냄새 폴폴 나는 따끈한 체험 수기들이 상세하고도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10년을 영국에서 살고 있는 저자는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좋든 나쁘든 이 생활의 기억을 전할 수 있는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 글을 적어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단다. 영국에서 사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한국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시골에서 늘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살면서 움직이는 시간의 한 자락을 잘라 전해주고 있는 이 책의 이야기들은 감칠맛을 내며 우리에게 안겨든다.

1. 영국의 퀸스 잉글리시 이야기
요즘 많은 부모들이 '정통 영어', '고급영어'를 배우게 하려고 자식들을 영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소위 퀸스 잉글리시가 미국식 영어보다는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영어(English English, 혹은 British English) 와 미어(American English)가 따로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온통 미어만 배우기 때문이다. 시험도 미어, 듣기도 미어, 방송도 미어 일색이다 보니 영국 영어에 대한 이상스러운 환상도 생긴다. 영국 영어에서 'a'는 언제나 '아'로, 'i'는 '아이'로, 'o'는 '오'로 발음된다. 영국에서 1년 정도 있다가 한국에 온 저자의 둘째 아들에게 유치원 선생님이 사과를 들고 영어로 물어 보자, 아이는 자랑스럽게 '아플'이라고 대답했다.

곧이은 선생님의 지적, '자, 선생님을 따라해 보세요. 애플!' 갑자기 아이의 발성 교정 과정이 시작되었다. 영국 영어에도 잉글리시 잉글리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스코티시 잉글리시, 웰시 잉글리시, 아이리쉬 잉글리시가 있다. 곳곳에서 나타나는 영어와 미어의 차이를 보며 우리는 퀸스 잉글리시에서 가졌던 환상에서 깨어나게 된다.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작가 버나드 쇼는 언제쯤 영어가 세계어가 되겠느냐는 질문에 "미국인들이 영어를 쓰지 않는 날"이라고 했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어땠는가? 미래를 바꿀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이겠는가라는 질문에 "북미인들이 영어를 쓴다는 사실이다"고 했다.

2. 영국의 왕실 이야기
영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환상 중에서 왕실에 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다. 영국에서 왕족은 푸른 피(blue blood)라는 별명이 따른다. 한 마디로 '피가 다르다'는 것이다. 영국인들한테 왕족 이야기를 물으면 오히려 더 어색해 하며 대답을 못한다. 그저 '잘 모른다'고만 한다. 아니면 '글쎄, 늘 그렇지'라는 식으로든가. 영국 왕실에 얽힌 이야기, 특히 왕자들의 결혼 이야기가 재미있게 펼쳐져 있다. 영국에서 귀족은 1066년 노르만 공이 브리튼 섬을 정복한 이래 천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손 대대로 토지와 작위를 계속 물려 받으면서 놀고먹는 계층이다. 열심히 벌어서 성실히 산다는 걸 최고의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로서는 상상이 잘 안 되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다. '미국의 병은 폭력, 유럽의 병은 섹스, 영국의 병은 계급'이라는 말이 있다. 영국에서 '계급'이라는 단어가 갖는 심각성과 파장을 생각하면 결코 과장도, 심한 말도 아니다. 왕과 귀족들이 사회의 최정점으로 절대로 변하지 않는 자리와 재산을 보존하고 있으며, 귀족들의 서열의 패턴을 따라 세밀한 계층의 사닥다리를 이루고 있다.

3.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이튼 이야기
영국하면 우리한테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이튼 학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대학도 안 나오고 보모 노릇을 하던 여자가 황태자비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조금 의아하게 여겨졌을 수도 있다. 영국의 왕족들은 대학을 거의 안 나왔다. '다이아나는 대학도 안 나왔으니 챨스와 대화 수준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이아나뿐만이 아니다. 지금 챨스의 공공연한 애인이라고 드러난 카밀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대학을 안 나온 것이 아니고 가지 않았을 뿐이다. 영국의 귀족들은 거의가 가정에서 가정교사에게서 배우는 것이 대부분이고 유럽의 유명한 교양학교에 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왕족들이 안 가는 대학이래도 영국에서 '옥스브리지'라고 불리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는 우리들에게 또 다른 설레임을 주는 유명한 대학들이다. 그 학교들은 시험지로 사람을 고르지 않는다. 시험지 외의 것이 많이 작용하고 면접을 통해서 가능성과 잠재력을 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기준은 우리처럼 '객관적'이지도 않고 '변별력'을 중시하지도 않는다. 한 마디로 미래의 제목으로 자랄 '잠재력'이 있어야 한다. 허나 여기에서도 뿌리 깊이 박힌 계급의식은 어쩔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 저자는 얘기해 주고 있다. 그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의 매력, 영국의 티문화, 음식 이야기, 영국에서 한국식 이름의 표기법, 설탕과 소금, 물과 기름 이야기, 영국에서 집 구하던 얘기 등 이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영국 생활 이야기들이 눈에 보듯 환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펼쳐져 있다.

1부 우리가 서쪽으로 간 사연
1. 영국에서 나를 소개하자면
2. 우리가 철학적이지 못한 까닭

2부 남 사는 이야기
1. 그곳에 화성인이 있다.
2. '대학을 안 나왔다고'
3. 나는 '고드'가 싫어요.
4. '영국은 없다'
5. 영국의 매력

3부 남들 틈에 우리 사는 이야기
1. 영국에 사는 설움
2. 3인조 사건
3. '저 푸른 초원 위에 하얀 집'
4. 여행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