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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아버지의 아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 책은 예술이나 정치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사람들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부자 관계, 또는 아버지와 아들 각자의 생애를 전기적 관점에서 조명한 것으로 숙명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치열한 관계를 7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그려내면서 올바른 부자 관계에 대한 고찰을 이끌어내고 있다. 각 글 앞머리에 간결한 내용 요약을 붙이고, 역사 읽기 코너를 마련하여 텍스트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구성했다.

1. 위대한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
'존경과 우정, 그리고 반항과 불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가장 밝은 면과 가장 어두운 면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아들들에게서 아버지는 마치 땅 속 깊이 박혀 자신을 지탱해주는 뿌리이자 동시에 넘어서야 하는 삶의 과제이기도 하다. 반면 아버지들에게서 아들은 일생의 숙제이다.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투사하고 싶으며 때로는 아들 스스로 경험할 기회를 주지 않고 아버지의 이루지 못한 소망이라는 짐을 아들에게 떠맡기기도 한다. 과연 바람직하고 성공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란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위대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모차르트, 괴테, 멘델스존, 빌헬름, 비스마르크, 리프크네히트, 토마스만 등 대부분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들의 부자(父子) 관계를 전기(傳記)적 관점에서 조명한 것이다. 그들의 생애에서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이들 이야기 속에는 혁명과 반동, 개혁과 반개혁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리고 각자 자신들의 일을 향한 열정 속에서 숙명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치열한 관계와 삶이 여실히 나타나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당대 현실에서 성공한 사람이 그것을 대물림하는 데 성공하기 어렵고, 현실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바른 신념을 추구한 사람이 대물림에서 성공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우리 시대의 아버지와 아들은 어떤 모습인지, 새로운 관계맺기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2. 7개의 전기적 초상화
▶ 희생형:모차르트와 아버지 "무한한 사랑이 가져온 갈등"
아들의 위대성에 길을 열어준 경우이다. 아들의 천재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자신의 경력을 접고 아들의 교육에만 헌신적으로전념했다. 그러나 결국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아들과의 관계에서 실패했다. 성장한 아들을 놓아 보내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 아들의 독립과 성숙을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 아들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했기 때문이다.

▶ 종속형:괴테와 아들 "위대한 아버지 밑의 비극적 그늘"
인류역사상 희귀한 천재이며 누구보다도 인간성을 깊이 탐구했던 괴테 같은 인물도 아버지 노릇에서는 완전한 통찰력을 보이지 못했다. 아들에 대한 지배욕을 버리고 아들의 참된 행복을 위해 뒤로 물러서는 아버지 노릇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하게 하는 이야기이다.

▶ 그림자형:아브라함 멘델스존 바르톨디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이름을 잃다"
유명한 아버지와 더욱 유명한 아들 사이에 낀 아브라함 멘델스존은 자신의 존재와 자신의 세대가 두 세대 사이에서 종적을 잃고 스러졌다는 느낌을 가졌다. 그러나 이 집안은 두 번에 걸쳐 각기 거의 이상적인 세대교체에 성공한다. 아울러 이 이야기는 아버지와 아들의 문제에 앞서 도이치 사회의 제도적 억압에 직면한 유대인 집안의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으로 읽힌다.

▶ 권력형:빌헬름 1세. 프리드리히 3세. 빌헬름 2세 "황제와 아들, 그 권력관계의 이면"
강성 군국주의자인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낀 프리드리히 3세는 묘하게도 입헌군주제의 신봉자였다. 아버지 황제에게 심한 견제를 당하고 그의 아들은 저항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이상과 권력 사이에서 겨우 99일 동안 황제 자리에 있었던 비운의 황태자를 통해 본 도이치 제국의 3대에 걸친 황제 일가의 이야기이다.

▶ 순종형:비스마르크와 아들 "평생을 강한 아버지 아래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반드시 아버지로서도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비스마르크 부자 관계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위대한 아버지의 그늘에 가린 아들은 자기 위에 드리운 아버지의 그림자를 뛰어넘기가 매우 어려웠다. 아들의 삶 전체를 자신의 보조적 위치에 고정시켰을 때, 비스마르크는 스스로 원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아들의 생명 일부를 파괴했다.

▶ 독립형:빌헬름 리프크네히트와 카를 리프크네히트 "스스로 빛을 발하는 태양"
아버지와 아들이 각기 도이칠란트를 대표하는 두 진보정당인 사회민주당과 공산당의 창설자이다. 공정한 휴머니즘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버지와 아들에게 공통된 이상이었다. 당대 현실에서 승리하거나 권력을 얻지는 못했지만 아버지의 이념은 가장 훌륭하게 아들에 의해 계승되었다.

▶ 파멸형:토마스 만과 클라우스 만 "아버지의 숨겨진 욕망을 실행한 아들"
토마스 만 일가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몰락하고 있던 계층, 붕괴하는 한 가족의 풍경을 전해준다. 자살과 동성애로 특징지워지는 퇴폐의 모습이다. 그러나 토마스 만 소설의 위대성을 아는 사람은 이 붕괴의 장면 위로 우뚝 솟아오른 그의 예술적 형성력에 대해 반추해 볼 기회를 얻는다.

3. 18세기에서 현대에 이르는 도이치 역사읽기
일곱편의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공히 18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모순과 문제를 잔뜩 안은 채 격변하던 도이치 사회를 살았다. 그들의 개인적 삶은 자기들의 시대의 문제와 뒤엉켜 있다. 따라서 여기에는 유럽 대륙의 한복판이 있으며, 유럽 역사에서도 흥미진진한 도이치 역사의 면면들이 등장한다. 그 때문에 이 책은 위대한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와 함께 역사의 흐름 읽기라는 두 줄기 방향을 잡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의 배경에는 프랑스 혁명(1789), 신성 로마 제국의 붕괴(1806), 혁명(1848), 비스마르크의 독일통일(1871),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으로 이어지는 도이치 역사가 흐르고 있다. 이 책에 주로 등장하는 역사적 배경은 신성 로마 제국의 붕괴와 도이치 제국의 성립으로 요약되는 파란만장한 19세기의 역사이다. 특히 멘델스존, 황제, 비스마르크, 리프크네히트 집안의 이야기를 연결하면 베를린을 중심으로 제정(帝政) 시대 도이치 사회에 대해서 어떤 역사책에서도 보기 힘든 흥미롭고 입체적인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옮긴이의 글에서

4. 우리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맺기
우리 시대의 아버지와 아들은 어떤 모습일까. 아들에 대한 애정을 권위로 교묘하게 감추어야 했던 아버지와 부정을 신뢰하면서도 부담스러운 아들들. 아직은 전통적인 가부장주의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반적인 사회 이행과 함께 ‘신세대’라고 하는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다는 것이고 가정이나 사회, 국가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자기 자신의 삶과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아버지의 가치관과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과연 바람직하고 성공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란 어떤 것일까?를 되묻게 된다.
옮긴이는 서문에서 17~18세기 유럽에 등장한 계몽주의 사상은 새로운 새대교체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책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는 성숙의 문제이다. 아버지 쪽에서 보면 자애로은 아버지(부모) 노릇이고 자녀의 입장에서는 '미성숙을 끝내기'가 된다. 합쳐보면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성숙하고 독립된 인격체로 자라도록 보살피는 것이다. 성년이 된 자녀는 부모와 대등한 인격체로서 부모의 곁을 떠나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부모와 자녀 양쪽이 성숙한 태도로 이 과정을 잘 밟아나간다면 민주적 수평질서의 기본 모델이 된다."

. 무한한 사랑이 가져온 갈등 -모차르트와 아버지- ...15

. 위대한 아버지 밑의 비극적 그늘 -괴테와 아들- ...61

.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이름을 잃다 -아브라함 멘델스존 바르톨디- ...127

. 황제와 아들, 그 권력관계의 이면 -빌헬름 1세·프리드리히 3세·빌헬름 2세- ...175

. 평생을 강한 아버지 아래서 -비스마르크와 아들- ...235

. 스스로 빛을 발하는 태양 -빌헬름 리프크네히트와 카를 리프크네히트- ...279

. 아버지의 숨겨진 욕망을 실행한 아들 -토마스 만과 클라우스 만- ...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