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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문순태의 정년 퇴임 기념 산문집. 고향에 대한 사랑과 애착을 드러내고 있으며,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고 있는 저자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저자는 어려운 시대를 겪어낸 아버지로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선생님으로서 현대인들이 잊고 있는 것들, 정신없이 살다가 놓쳐 버리는 것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들, 시시하다고 여긴 것들을 주워 고리타분하거나 식상하지 않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재구성해낸다.

저자는 전쟁을 체험한 세대로서, 우리 민족이 서로가 서로를 모함하고 죽이는 죄를 범하였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시간이 흘러도 결코 변하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도 일깨우고 있으며, 다수의 가치에 사라져가는 소수의 가치들도 지켜야함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수두룩하게 쏟아지는 사람들을 보며, 시골의 버스 정류장을 생각해내고, 기다리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되짚어보기도 한다. 또한 정해진 시간도 없이, 정해진 약속도 없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정을 나누던 우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현대인들에게 인간의 관계와 교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주고 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세상에 감추어진 색깔들을
하나하나 벗겨 가는 일이 아닌가……


이룸출판사에서 《타오르는 강》의 저자 소설가 문순태의 산문집 《꿈》이 출간되었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후진을 양성해온 문순태는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정년퇴임을 하게 된다. 산문집《꿈》과 같이 소설집 《울타리》도 출간을 하게 되었는데 이는 문순태의 정년퇴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문순태는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해 온 10년 동안에 20여 명의 소설가를 배출하기도 했다.

그의 산문집《꿈》은 《사랑하지 않는 죄》, 《그늘 속에서도 풀꽃은 핀다》에 이어, 그의 세 번째 산문집이다. 이번 산문집은 그의 고향에 대한 사랑과 애착과 함께, 과거를 회상하며 어려웠던 시대를 견뎌 냈던 우리 민족의 모습을 그렸을 뿐 아니라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성하는 마음과 시각을 보여 준다.

전쟁을 체험한 세대인 그는 그 비극을 통해 우리 민족이 서로를 모함하고 죽이는 죄를 범했고, 그 때문에 생명에 대한 존엄성과 사랑을 회복하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 과거와 현재가 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내비친다. ‘달라진다’는 것에 대한 그만의 해석도 눈여겨볼 만하다. ‘달라진다’는 것을 새로운 변화를 뜻하는 말인 줄로만 알고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 요즘 세대에게 결코 변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해 작가는 한마디를 한다.

어려운 시대를 겪어 낸 어른으로서, 그리고 현재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선생님 또는 아버지로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해석은 결코 고리타분하거나 식상한 시선이 아니다. 우리가 잊고 있는 것들, 정신없이 살다가 놓쳐 버리는 것들을 주워 우리에게 다시 새로운 눈을 볼 수 있게끔 한다. 중요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시시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은 모든 현상의 근본이 되고, 뼈대를 이루는 생각과 정신에 대한 그의 시선은 날카롭다.

자기만의 시선 없이 사물을 보는 현재 세대는 이 산문집의 글들이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다. 컴퓨터 키보드에 익숙한 손과 눈으로 사는 이들에게 만년필의 의미는 어떨까. 한때는 생계수단이기도 했던 그의 만년필에 대한 그만의 철학은 어찌 보면 온전히 개인적인 것만이 아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수두룩하게 쏟아지는 인파를 보며 작가는 시골길의 한적한 버스 정류장을 생각한다. 하루에 한두 번이나 올까 말까한 버스를 기다리며 ‘기다리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되짚어 보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모임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며 손쉽게 연락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그는 시골의 우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해진 시간도 없이, 정해진 약속도 없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정을 나누던 우물에 대한 각별한 애정 역시 너무나 쉽게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인간의 관계와 교유에 대해 잠깐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준다.

그는 이 세상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수많은 색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것은 이 세상의 감추어진 색깔들을 하나씩 드러내는 일이라는 사명감을 가진 작가는 지금 세상이 따르는 가치에 의해 덮여 있는, 다수에 의해 감추어지고 사라져 가는 소수의 가치들이 어쩌면 더 빛날 수 있고 영롱한 것이며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문순태 세 번째 산문집 《꿈》의 출간으로 세상에 어둑어둑한 곳이 밝아지고 더 넓어지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 세상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을 심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순태는 이번 정년을 맞아 산문집《꿈》과 소설집 《울타리》외에, 광주대학교 문창과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문순태 교수 정년기념 문집 간행 위원회’를 만들어, 문순태의 소설 세계를 조명하는 《고향과 한의 미학》(태학사)도 발간했다. 문순태는 정년을 맞아 고향인 전남 담양군 남면 만월리(일명 쌩오지) 무등산 뒷자락 깊은 골짜기에 아담한 집필실을 마련했다. 그는 앞으로 고향으로 돌아가 이곳에 은거하면서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창비.1987년 7권까지 나옴) 3권 분량을 더 써서 10권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1. 살며 느끼며
오래된 만년필 / 꽃은 죽은 넋이 세상에 나온 것 / 장모님의 새 옷 / 꿈 / 희망 / 똑같아지는 인생 / 인생 정류장 /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 갈무리 / 사랑의 무기 / 세상의 빛깔 / 사랑은 기도의 꽃 / 내 인생의 등불 / 가정은 '사랑의 숲' / 목화다래가 먹고 싶은 이유 / 핸들만 잡으면 고향으로 달리고 싶다 / 열 달 동안 걸어온 노인 / 똥개 복실이의 죽음 / 인간적인 세상을 꿈꾸며 / 쌀밥 한 그릇의 우정 / 20일간의 동행 / 사투리로 유명해진 농부 / 갖고 싶은 것, 주고 싶은 것 / 주는 사랑이 더 아름답다 / 미치게 그리운 '유년의 바다' / 꽃을 먹고 살던 때가 그립다

2. 아름다운 기억의 시간들
복사꽃 필 때 똥을 푸다 / 배추 잎에 똥 싸 먹다 / 고무줄 새총과 참새 사냥 / s누나, b오빠 / 콩 볶아 먹는 날 / 마을 축제와 신파극 / 우물에 대한 추억 / 사랑손님들 / 복토 훔치기 / 파나마모자의 죽음 / 메모리장 주고받기 / "단자 왔소" / 마을마다 서당이 있었다 / 머슴날 / 된장에 땡감 찍어 먹다 / 방이 없어 땅굴 파고 살았다 / 알몸으로 기우제 / 모래로 양치질하다 / 빈대 타작, 이 타작 / 털메기 신고 학교 가다 / 마을에는 어른이 있었다

3. 세상 밖으로 난 창
아이덴티티 카드 / 정서 불감증 사회 / 그래도 교실은 희망이다 / 기자의 피 / 부끄러운 봄 / 월드컵과 정치 / 배 터져 죽겠다고? / 절제된 사랑과 효 /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 변해서는 안 될 것들

4. 나의 삶, 나의 문학
작가는 정년이 없다 / 나는 왜 소설가인가 / 나는 왜 실험을 거부하는가 / 내 인생을 바꿔 놓은 이 소설 / 삶 속에서 소설을 찾자 /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