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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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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한마디로 현대 러시아의 비극이며 공산주의 소련의 치부인 강제노동 수용소 생활을 배경으로 한 인간존중의 절규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가벼운 유머와 간결한 문체 등 작품전체의 밑바닥을 흐르는 강인한 저항 정신이 자유세계 지식인들의 뜨거운 지지와 공감을 받아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는 정치적 의의가 크게 두드러지고 있다. 스탈린 생전에 거의 질식상태에 놓여 있던 소련의 작가들이 스탈린 사후 숨을 다시 내쉬면서, 현실의 모순과 부정을 묘사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참으로 오랫동안 짓눌려 왔던 소련 민중의 인간회복이었다. 그러나 철의 장막에 해빙의 시지는 오지 않았다. 그것은 오직 해빙의 무드에 그치고 만 것이었다. 소련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체제는 스탈린 사후에도 변질될 수는 없었다.

    따라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그러한 근본적으로 해빙이 될 수 없는 소련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 체제는 모든 인간성의 발로까지도 당과 인민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미명 아래, 소련민중에게 새로운 운명의 굴레를 씌워놓고 있는 것이었다. 이 새로운 숙명의 고발, 이것이 이 작품이 지닌 정치적 의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는 정치적 의의 못지 않게 높은 예술성이 있다. 솔제니친은 역사적 죄악의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를 올바르게 파헤치면서, 과거라는 어둠 속에 감추어져 잊혀지고 있는 소련 사회의 병적인 현상을 일종의 다큐멘트적인 수법으로 고발하는 한편, 그러한 상황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차원높은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본문중에서

    세니카는 재미있는 놈이다. 배우처럼 한 손을 가슴에 대고 고개를 끄덕해 보인다. 귀머거리가 하는 짓이라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반장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처녀 일행은 여섯 명이었는데 객실(칸막이 좌석) 하나를 차지하고 있더군. 레닌그라드의 여학생들이라나. 실습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는 거야. 탁자 위에는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것도 보이고, 옷걸이에는 레인코트가 걸려 있고, 트렁크에는 깨끗한 커버가 씌워 있고…. 말하자면 세상의 쓴맛이라는 걸 모르고 행복한 인생 역정을 달리고 있는 아가씨들이었지.

    처녀들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불쑥 '당신의 좌석은?' 하고 묻더군. 나는 솔직하게 사과했지. 아가씨, 당신들은 지금 삶의 열차를 타고 있지만, 나는 죽음의 열차를 타고 있소……."

    실내는 조용했다. 난로에서 불이 타오르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처음에는 모두들 깜짝 놀라서 두려워하기도 하고, 저희들끼리 소곤소곤 의논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외투를 뒤집어씌워 맨 위층 침대에 나를 숨겨 주었어. 덕택에 노보시비르스크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지……. 이건 다름 이야기지만, 후에 그 처녀들 중의 하나를 패초라 강(북부 러시아) 근처에서 만나 그때의 은혜를 갚을 수 있었어. 삼십오년, 키로프 암살사건에 관련된 숙청 때 체포되어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걸 내가 양재부(洋裁部)에 배치시켜 주었거든."

    "이젠 모르타르를 반죽할까요?" 파블로가 낮은 소리로 반장에게 물었다. 그러나 반장은 듣지 못한 모용이었다.

    "나는 밤중에 담을 넘어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날이 새기 전에 어린 동생놈을 데리고 다시 집을 떠나 따뜻한 지방, 즉 프룬제(중앙아시아, 키르기스 공화국의 수도, 역자 주)로 갔지. 며칠을 굶어 가며 프룬제까지 갔는데, 거기서 아스팔트용 가마솥을 싸고 앉아 있는 부랑자들을 만났어. 나도 그들 틈에 끼여 앉아서 이렇게 부탁했지. '여러분, 이애는 내 동생인데 당신들이 이놈을 교육시킬 수 없겠소?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란 말이오.' 그들은 흔쾌히 내 동생을 맡아 주더군. 나도 차라리 그때 그 친구들과 어울려 버렸으면 좋았을 거라고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하지……."

    "동생은 그 후 만나 보았나요?" 중령이 물었다.

    추린은 크게 하품을 했다.

    "음, 한번도 못 만났어." 또 한 번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나서 추린은 이렇게 말했다. "뭐 괜스리 서글퍼질 건 없어! 여기 '테츠'에서도 이렇게 얼마든지 살 수 있잖나. 그건 그렇고 모르타르를 이기는 패는 곧 일을 시작하게. 신호를 기다릴 것도 없어."

    작업반이란 이런 것이다. 높은 양반들의 명령이라면 작업 시간 중에도 죄수들은 좀처럼 일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반장이 명령이라면 휴식 시간에라도 모두들 군소리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반장이야말로 그들을 먹여 살리는 가장(家長)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반장 추린은 절대로 쓸데없는 고생을 시키는 일은 없다.

    작업개시 신호가 울린 다음에 모르타르를 이기기 시작하면, 그 동안 블록공들이 잠시 쉬게 마련이다.

    슈호프는 휴우 한숨을 쉬며 옷을 털고 일어났다.

    "벽 위의 얼음이나 거둬 낼까."

    얼음을 걷기 위한 자귀와 빗자루, 블록을 쌓는 데 필요한 망치와 수준기(水準器), 가늠줄과 수직추(垂直錘)를 손에 들고 갔다.

    혈색이 좋은 키르가스가 슈호프 쪽을 보며 인상을 쓴다.

    반장이 아무 명령도 내리지 않는데 무엇 때문에 서두르는 거냐?

    키르가스가 얼굴을 찌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반에 할당되는 식량에는 관심도 없다. 이 대머리 에스토니아 인에게는 자기에게 배급되는 빵이 200그램이건 그 이하이건 그런 데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고향에서 보내오는 식량 소포만으로도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키르가스는 슈호프를 따라 일어났다. 알고 있는 것이다. 자기 한 사람 때문에 반 전체의 작업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여보게, 바냐, 함께 가세!" 하고 슈호프를 불러 세운다.
    (/ pp.97~99)

    저자소개

    알렉산드르 이자에비치 솔제니친(Aleksandr Isaevich Solzhenitsi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18.12.11~2008.08.03
    출생지 러시아
    출간도서 11종
    판매수 9,133권

    러시아.소련의 작가. 1918년 카프카스의 키슬로보드스크시에서 태어나 로스토프 대학에서 물리와 수학을 전공하였다. 처녀작인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이후 사회주의 사회에 현존하는 모순과 비인도성을 고발하는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정식으로 계승, 20세기의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작품들을 계속해서 쓰고 있다.
    [마트료나의 집][프레체토프카 역에서 생긴 일][공공을 위하여는][자바르 카리타]등 4편의 단편과[연옥속에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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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한 후 모스크바 뿌쉬킨 대학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뻬쩨르부르그 국립대학에서 박사과정 수학중이다. 저서로는 [러시아 생활 가이드(안정범과 공저, 동아일보사)]가 있고, 역서로는 [다락이 있는 집(체홉 단편집, 소담)] [사랑의 문법(부닌 단편집, 소담)] [아쏠과 그레이(알렉산드르 그린, 소담)] [도난당한 꿈(마리니나, 중앙M&B)] [일곱 번째 희생자(마리니나, 문학세계사)] [코(고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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