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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폭력의 가해자의 삶을 그리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베트남 리포트’와 18세기 네덜란드 식민주의자들의 아프리카 원정을 배경으로 한 ‘야코부스 쿳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베트남 리포트’는 베트남 전쟁 당시 군사 전문가로 활동한 유진 돈이 베트남인들을 위한 ‘뉴 라이프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겪는 내적 갈등을 그렸다. 유진 돈은 기존의 군사 전략과 군 수뇌부를 싸잡아 비난하면서 신화를 근간으로 한 자신만의 군사 전략 리포트를 제출한다. 그러자 돈의 상사인 쿳시는 “아방가르드적인 글”이라며 그를 프로젝트에서 제외시킨다. 유진 돈은 자신을 외면하는 직장 동료들, 리포트를 쓰면서 자신을 괴롭혔던 베트남의 현실, 그리고 불행한 가정생활을 벗어나고자 아들을 데리고 한적한 시골 모텔로 숨어든다. 그러나 그는 이미 심한 압박감과 정신분열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아내와 경찰들이 그를 찾아왔을 때 그는 아들을 칼로 찌른다. 결국 유진 돈은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만다.
‘야코부스 쿳시의 이야기’는 18세기 네덜란드 이주민인 야코부스 쿳시가 코끼리 사냥을 위해 그의 노예 호텐토트들과 아프리카 남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일들을 그렸다. 야코부스는 그레이트 나마콰 지역에서 병을 얻어 나마콰족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는 철저한 식민주의자로 나마콰족을 야만인이라 경멸한다. 그는 자신에게 장난을 거는 아이의 귀를 물어뜯어버려 나마콰족으로부터 추방을 당한다. 그는 이미 나마콰족에 융화된 그의 하인들이 그를 따라가려 하지 않자 후일을 기약하며 충복 클라버만 데리고 떠난다. 야코부스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병든 클라버를 버린다. 홀로 집으로 돌아간 그는 원정대를 결성해 다시 나마콰 지역으로 돌아가 원주민을 몰살하고 자신을 배신한 하인들도 모두 죽여 버린다.

죄의식을 위한 변명

이 시대적 배경이 다른 두 이야기는 J. M. 쿳시가 주장한 식민주의, 후기 식민주의, 신新식민주의 카테고리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융합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식민주의의 비판이나 피해자의 처절한 상황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끌어간다는 것이다.
유진 돈은 폭력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베트남 전쟁의 승리를 위한 전략을 짠다. 야코부스 쿳시는 아프리카 원정의 당위성, 야만인을 다루는 방법 등을 상세히 기술한다. 그런데 자신을 정당화하는 그 논리라는 것이 비논리적이다. 유진 돈은 베트남 침략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우리가 잡으려고 하는 것마다 우리의 손가락 사이를 연기처럼 빠져나간 이래로 존재하지 않았고, 우리가 껴안았던 모든 것이 시들어버린 이래로 결국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두려웠다. 우리는 누군가가 이러한 현실 탐사에 움츠리지 않고 당당히 맞서주기를 빌면서 무기를 움켜쥐고 베트남 해안에 상륙했다. 우리는 이렇게 소리쳤다. 만약 당신들이 스스로를 입증한다면, 당신들은 우리도 입증할 거야. 우리는 끝없이 당신들을 사랑하고 당신들에게 많은 선물을 줄 거야.

야코부스는 자신을 배신한 하인들을 죽이기 전에 자신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편다.

우리는 하느님한테 우리에게 잘 대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분이 우리를 잊지 않는 것뿐이다. 우리 중에 보상과 처벌의 위대한 체계에 우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이 순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새가 떨어지는 걸 보고 주님이 하신 말씀에서 위안을 찾기 바란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새 같은 미물이라도 나는 잊지 않겠노라. 야생의 탐험가로서 나는 늘 내 자신을 복음주의자로 생각해왔고, 참새도 신의 뜻이 없이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복음을 야만인들에게 전파하려 했다. 믿음을 가져라. 안심해라. 너희들도 참새처럼 잊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자기정당화는 그들의 내면에 혼란을 야기해온 죄의식을 위한 변명일 뿐이다. 야코부스는 자신이 수행한 살인을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동포와 나라를 위한 희생이었다고 주장한다. 유진 돈은, 죄의식은 열등하며 백해무익한 것이라 말하면서도 그 자신이 내내 그 죄의식을 견뎌야 했음을 고백한다.

나는 삶을 믿는다. 나는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내던지고, 미국의 아이들이 죄의식에 감염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죄의식은 악마의 독이다. 나는 예전에 악마 같은 죄의식이 내 혈관 속에서 낄낄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도서관에 앉아 있곤 했다. 나는 점령당했다. 나는 내가 아니었고,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죄의식은 텔레비전 케이블을 통해서 우리의 집으로 침입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적의에 찬 시선으로 우리를 노려보는 그 짐승의 의안義眼을 의식하며 식사를 했다. 좋은 음식은 우리들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썩은 웅덩이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한 고통을 견디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그러나 전쟁은 멈출 줄 모르고, 폭력은 끊임없이 자기복제를 시도하며 세대를 이어간다. 결코 죽지 않으리라.
미국의 이라크 점령, 아프리카의 내전, 이스라엘과 파키스탄 분쟁 등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수많은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 가해자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논리로 전쟁에,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J. M. 쿳시는 ‘야코부스 쿳시의 이야기’에서 야코부스 쿳시를 자신의 조상으로 설정했다. 아프리카 이주민의 후손인 자신의 뿌리를 인정하고, 그 학살이 자신의 조상에 의해 일어난 일일 수도 있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폭력이 세대를 넘어서는 순간, 그 다음 세대들은 그만큼의 죄의식을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한다. 유진 돈의 폭력이 자신의 아들에게 돌아가듯이, 야코부스 쿳시의 학살이 그의 아들 가족의 몰살로 이어지듯이 결국 폭력은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든 돌아오게 되어 있다고 J. M. 쿳시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목차

베트남 프로젝트
야코부스 쿳시의 이야기
옮긴이의 글

본문중에서

나는 삶을 믿는다. 나는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내던지고, 미국의 아이들이 죄의식에 감염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죄의식은 악마의 독이다. 나는 예전에 악마 같은 죄의식이 내 혈관 속에서 낄낄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도서관에 앉아 있곤 했다. 나는 점령당했다. 나는 내가 아니었고, 그것을 견딜 수 없었다. 죄의식은 텔레비전 케이블을 통해서 우리의 집으로 침입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두컴컴한 구석에서 적의에 찬 시선으로 우리를 노려보는 그 짐승의 의안을 의식하며 식사를 했다. 좋은 음식은 우리들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썩은 웅덩이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한 고통을 견디는 건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J.M. 쿳시(John Maxwell Coetze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0.02.09~
출생지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4,378권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태어났다. 케이프타운대학을 졸업하고 1965년 미국으로 건너가 텍사스주립대학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8년부터 약 3년 동안 뉴욕주립대학에서 영문학을 강의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존스홉킨스, 하버드, 스탠퍼드, 시카고 대학에서도 강의했다. 1972년 고국으로 돌아가 케이프타운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1년 정년퇴임했다.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해 애들레이드대학에서 문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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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전북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클래리언대학교와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각각 영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H. B. 이어하트재단, 케이프타운대학학술재단, 풀브라이트재단의 펠로 및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해외파견 교수를 역임했으며, 케이프타운대학과 워싱턴대학에서 객원교수로 있었다. <유영번역상> <전숙희문학상> <한국영어영문학회 학술상> <생명의신비상> <전북대학교 학술상> <전북대학교 수업상>을 수상했다.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문학평론가이고, 2020년 현재 전북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철의 시대』 『피의 꽃잎』 『연을 쫓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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