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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화가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시각적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세계 안내서. 다수의 작품 사진을 수록하고, 스페인 내란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분출된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갈등을 배경으로, 화가 달리의 복잡한 개성과 작품의 풍성한 다양성을 분석했다.

달리, 그 "섬뜩한" 진정성

미술사를 가르치는 사람다운 차근함에다 현대 미술에 관한 비판적 통찰을 겸비한 저자는 지나치게 드러나 있어 오히려 보이지 않았던 인간-예술가 달리의 전 면목을 적절한 조명 아래서 보여준다. 지나치게 강한 빛으로 필요한 어둠을 모두 밝히는 우를 범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자료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직접적인 설명을 자제하면서 사려 깊게 우리를 안내한다.

이 책을 두고 "역사적 사실과 자전적 사실을 적절히 배치해 달리의 삶을 썩 읽을 만한 이야기로 응축해놓고 있다"는 카디널 교수의 평은 단순한 품앗이식 축사가 아니다. 달리 자신이 만들어낸 지나친 날조와 과장에 대한 "양식 있는 접근"을 통해 저자는 "신화와 환상 또한 문화사의 일부임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객관적으로 옳고 타당한 것에 대한 추적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렇게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예의 그 섬뜩한 진정성의 정체가 의외로 보편성에 근거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달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기억 못하는 사람은 드물다. "보는 이의 잠재의식에 직접 호소하는 특별한 표현 방식"을 체화해낸, "태어날 때부터 그리는 법을 알았"으면서도 말년의 몇 년을 제외하고는 "아침 8시면 어김없이 붓을 잡았"던 이 오만하면서도 성실한 천재의 예술에는, 편집증적이라고 간단히 치부해버릴 수만은 없는 진정성이 엿보인다.

달리의 작품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가려놓고도 가린 손가락을 벌리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데, 그것이 달리 그림의 엽기적 성향 때문만은 아니다. 그 "섬뜩한" 진정성을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가로지르며 풀어냄으로써, "모더니즘의 성실성에 대해 꼭 필요했던 의혹을 제기한 이 인물"을 타당한 이해 없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우리로 하여금 지금 왜 달리가 중요한지 돌아보게 하는 데 이 책의 의미가 있다.

1. 가짜 기억과 진짜 열정/카탈루냐에서의 성장 ...9
2. "백색 작업실"의 현대 화가들/미술학도 시절 ...39
3. 눈부신 즐거움/파리에 도착하다 ...85
4. 체계화된 혼란 /초현실주의 시대 ...133
5. 원자 시대에서의 삶/달리와 미국 ...195
6. 명사의 제복을 입고/달리와 세계 ...247
7. 스펙터클과 환각/달리 미술관 ...295
8. 당혼스런 천재의 집요함/달리의 재평가 ...319

. 용어해설 ...334
. 주요인물 소개 ...336
. 주요연표 ...339
. 지도 ...343
. 권장도서 ...344
. 찾아보기 ...346
. 달리의 작품 및 저서 목록 ...348
. 감사의 말 ...350
. 옮긴이의 말 ...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