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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최인훈 화두에 대한 철학적 담론>으로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문학평론집. 비교적 형식적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장편소설에 대한 주체의 양상을 살피고 그것들이 타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구체적으로 조명했다.

작가의 말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이 되던 30대 후반의 어느 날, 더 이상 문학에 대한 열정을 포기 할 수 없어 나이 45세까지 목숨을 걸어보겠다고 작정하던 그 어떤 시간이 생각난다. 그리고는 무작정 인도로 배낭 여행을 떠났다. 길고도 긴 고행 속에서, 내 유년 시절 60년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 가난한 땅 인도의 풍경 속에서, 내 내부로 들어오는 어떤 불꽃을 느꼈다.

여한이 없게 살고 싶었고, 그 불꽃을 정신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바라나시의 '강가'에 몸을 담갔다. 나의 인생은 그 여행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 같다. 그 이전에도 소설과 철학에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그때만큼 절박하지는 않았다. 알지도 못하는 책들을 열심히 읽고 능력의 부족을 느끼면서도 항상 최선을 다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는 지금 45세가 되었다. 그 부족한 결실이 이 평론집을 엮게 된 것이다.

이 평론집은 비교적 형식적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장편소설들에 대한 평론을 한데 묶은 것이다. 그런 작품들에 나타난 주체의 양상을 살피면서, 그것들이 형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물론 주체의 변화 과정을 살폈고, 그것들이 타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로 형식이 변한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나는 세계를 인식한 내용이 형식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데올로기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없이는 아무리 형식적 실험을 해도 새로운 형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국 담론의 체계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탈이데올로기'를 위한 몸부림이다. 그리고 그런 몸부림이 있을 때라야만 '문학적 향유'도 가능한 것이다. 기존의 담론의 장 혹은 담론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결국 이데올로기에 농락당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의 내면성에 숨거나 그 속에서 이데올로기와 맞설 수 있는 형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에세이적 글쓰기, 아포리즘, 종합 장르적 글쓰기 등에는 저항적 요서가 담겨 있다. 바르트가 말하는 '희열의 텍스트' 혹은 '쓸 수 있는 텍스트'가 이에 속한다. 그리고 그런 노력 없이 '문학적 향유'란 있을 수 없다.

여기에 묶고자 하는 것은 주로 근년에 발표된 소설 비평을 택했으나, 오영수의 에세이적 경향의 작품들에서 생태학적 전망을 보고자 했고, 최인훈의 ≪서유기≫에서 새로운 담론을 만들기 위한 주체의 몸부림을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이인성, 최윤, 구효서 등의 작품을 통해서 최근의 작가들의 문제의식을 읽고자 했다. 또한 <탈이데올로기와 문학적 향유><소설의 언어에 내재한 생태학적 지평><탈구조주의와 대중문학> 등을 통해서 문학의 위기 시대에 어떤 활로를 뚫을 수 있을까 모색해 보았다. 이는 타자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주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1부
-탈이데올로기와 문학적 향유 ...15
-소설의 언어에 내재한 생태학적 지평 ...41
-탈구조주의와 대중문학 ...67
-새로운 리얼리즘. 그 숨겨진 무의식의 현실 ...89

제2부
-주체를 찾아가는 긴 여정 ...109
-허구와 현실 사이의 존재론적 성찰 ...139
-기다림과 삶의 서사학 ...173
-조작된 역사. 그 언어의 겹구조 ...191
-디지털시대의 개방성과 소설의 미래 ...221

제3부
-불행한 성. 주체의 테러리즘 ...253
-일상을 떠도는 주체의 고뇌 ...285
-관계의 늪에서 유목민적 주체의 세계로 ...301
-에세이 형식에 나타난 생태학적 상상력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