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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중 문화에서 여성의 성을 어떻게 논하고 있으며 한국 중산층 여성들의 운동과 몸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했다. 또한 성 산업 유입 경험을 통해 본 십대 여성의 성과 정체성을 비롯해 아들 선호 이데올로기, 낙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지배적 담론 등을 자세하게 서술했다. 인류학과 여성주의를 연구한 저자가 여성의 몸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해 서술한 책.

[연합뉴스]
2007/02/20

이영자씨의 다이어트 사건과 청소년 매매춘 등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진지한 여성 관련 책들을 꾸준히 내고 있는 '또 하나의 문화'가 「여성의 몸, 몸의 문화정치학」을 출간했다.
저자 김은실 교수(이화여대 여성학과)는 80년대 초 농촌에서 여성들의 피임과 출산에 관한 경험을 연구했던 것이 계기가 돼 '여성의 몸이 여성 문제의 시작'이라는 인식을 갖고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썼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을 '문화권력의 각축장'으로 정의하고 ▲10대 여성의 성과 정체성 ▲한국 여성의 출산문화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과 대중문화 ▲낙태에 관한 한국 사회의 담론 ▲국가와 여성의 출산력 등과 같은 무게있는 이슈들을 연결해 다뤘다.
실린 글들은 지난 96년부터 저자가 쓴 논문이나 기고문들을 재정리한 것들로 현장 취재기록과 영화를 동원, 당시의 사회적 논쟁거리들을 해부해 놓아 주제의 밀도에 비해서는 어렵지 않게 읽힌다.
어느덧 우리 사회의 핵심 이슈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여성의 몸이라는 주제를 제반 관련 주제들과 함께 연동시켜 좌표를 설정해 놓은 점이 돋보인다.
- 김형근 기자 ( 2001-07-05 )

최근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개그우먼 이영자 다이어트 사건, 늘어나는 청소년 매매춘(원조 교제) 등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교환 가치를 지닌,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또한 날로 심각해지는 남녀 성비 불균형 현상이나 성형 미인 제조 등은 첨단 의료 기술이 여성의 몸을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여성학자 김은실 교수(이화여대 여성학과)는 [여성의 몸, 몸의 문화 정치학]에서 여성의 몸은 "문화가 각인된 장", "문화 권력의 각축장"임을 여러 가지 현장 연구 작업들을 통해 밝히고 있다. 그는 1980년대 초 농촌 여성들의 피임과 출산 경험을 연구하면서 여성 문제의 시작은 여성들의 몸에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떻게 몸이 여성이 되는 물질적 토대로서 작동하는가, 그리고 특정 문화와 특정 사회 관계 속에 존재하는 몸은 어떻게 인식되는가, 또 몸과 관련된 제도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몸에 관한 사회나 문화의 권력은 누가, 어떻게 획득하는가?

이 문제를 화두로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의료 인류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후, 여성학자이자 의료 인류학자로서 그는 몸의 정치를 구현하는 많은 남녀들을 만나면서, 몸이 정의 가능한, 쌈박하게 파악 가능한 실체가 아니라 다양한 권력들의 격전장이라고 파악하기에 이른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사회 관계에 종속되어 있지만 동시에 주체적으로 몸을 경험한다.

주체성을 생산하는 행위자로서의 여성에게 관심이 옮아가면서 김교수는 삶과 경험이 "부가된" 여성의 몸에 대한 연구에서 삶과 경험이 "체현된" 몸으로서의 여성에 대한 연구로 확대해 간다. 결국 한국 사회에서 몸 연구자로서 김은실 교수가 지금까지 해온 것은 구체적인 현장에서 여성의 몸을 둘러싼 권력 관계를 끊임없이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본문 내용
1장 「몸의 경험과 느낌을 중시하는 새로운 사회를 구상하며」는 구체적인 여자들의 몸의 경험을 드러내고 그것에 기반한 삶의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을 정의하는 방식을 바꿔 나가는 실천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2장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의 재현과 대중 문화」는 한국의 대중 문화에서 여성의 성이 재현되는 방식은 텍스트 내에서 새롭게 구성되기보다 텍스트 밖 사회의 성별 체계에 의존한다는 것을 드러냈다.

3장 「여성의 건강/ 몸 관리와 육체 이미지의 소비 문화」는 한국의 중산층 여성들의 운동과 몸, 여성성에 대한 관념이 헬스 운동을 하는 현장에서 이들의 자아를 어떻게 구성해 내는가를 연구했다.

4장 「성산업 유입 경험을 통해 본 십대 여성의 성과 정체성」은 성 산업에 유입되었던 십대 여성들의 삶의 조건과 그들이 몸/성을 자원으로 사용하는 경험들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살펴본 글이다.

5장 「한국 여성의 출산 문화」는 출산과 관련된 어떠한 사회적 실천들이 중산층 여성들의 몸을 둘러싸고 이루어지는지를 드러낸다.

6장 「"아들 낳기"와 여성 주체성」은 여성들이 왜 아들 선호 이데올로기를 수행하는지, 어떠한 사회적, 담론적 환경이 아들 선호를 가능하게 하는지를 질문한다.

7장 「낙태에 관한 한국 사회의 담론과 여성의 삶」은 낙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지배 담론과 여성의 일상적 삶의 현실을 관련시키면서 한국 사회에서 낙태에 관한 질문은 어떻게 제기되어야 하는가를 연구했다.

8장 「국가와 여성의 출산력」은 여성의 재생산 능력이 어떻게 국가의 근대화 프로젝트인 가족 계획 사업으로 통합되는가 그리고 그것의 몸의 정치학은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다.

Ⅰ. 한국사회의 성별 체계와 여성의 이미지
1. 몸의 경험과 느낌을 중시하는 새로운 사회를 구상하며 ...19
2.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의 재현과 대중문화 ...43
3. 여성의 건강/몸 관리와 육체 이미지의 소비문화 ...82

Ⅱ. 여성의 몸/몸. 정체성
4. 성산업 유입 경험을 통해 본 십대 여성의 성과 정체성 ...157
5. 한국 여성의 출산문화 ...224
6. 아들 낳기와 여성 주체성 ...259

Ⅲ. 여성의 재생산과 국가
7. 낙태에 관한 한국사회의 담론과 여성의 삶 ...285
8. 국가와 여성의 출산력 ...311

▣ 책을 펴내며

나의 페미니즘과 (여성) 몸과의 만남

여자로서 말하는 것이 여자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자는 아직도 정의되지 않았다. ― 루스 이리가라이
누가 생명을 창조하는가?… 가부장제 역사는 몸의 창조 능력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상징 (말씀) 능력에 종속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 거다 러너

현재 몸이 구성되고 경험되는 방식에 있어 우리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한 종류의 "몸"의 종말과 다른 종류의 "몸"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 한 종류란 생명 과학의 경험적인 규칙에 종속되는 고정된 물질적인 실체로 간주되는 몸으로… 이제 확인이 시작된 또다른 몸은 몸 자체가 완전히 문제적인 관념이라는 데에 기반하는, 더 이상 자연의 사실로서 간주될 수 없는 역사를 갖는 몸이다.― 에밀리 마틴

몸은 내가 페미니즘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할 때 갖게 된 화두였다. 1980년대 초 석사를 마치고 농촌에서 여성들의 피임과 출산에 관한 경험을 연구하면서 나는 여성의 몸이 여성 문제의 시작임을 깨달았다. 당시 나는 한 의과 대학의 연구원으로 가족 계획 사업이 한국 여성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가에 대한 평가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1960년대 가족 계획 사업이 실시된 이후 20여 년 만에 여성의 출산율은 6.0에서 1.6으로 감소했다. 한국의 가족 계획 사업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인정되고 있었다.

이 연구를 하면서 나는 처음으로 나이든 여성들의 성과 재생산의 생애사를 듣게 되었다. 당시 다양한 연령의 기혼 여성들의 생애사를 들으면서 여자의 인생은 몸에 갇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여성의 성에 대한 사회 문화적 통제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여성들이 겪는 계속되는 임신과 낙태, 피임, 혹은 불임, 또 폐경과 함께 나타나는 여성됨의 상실과 몸의 노화 등, 모든 기혼 여성들의 삶의 기억과 흔적들 그리고 사회 관계들은 모두 그들의 몸의 경험으로 설명되고 있었다. 여성은 몸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고, 몸이 겪는 다양한 경험으로 세상을 알게 된다. 몸의 경험이 여성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여성은 태어나는 순간 딸로, 남성을 만나는 순간 여자로 그리고 애를 낳는 순간 어머니가 되고, 좋은 여자 / 나쁜 여자, 이쁜 여자 / 미운 여자, 젊은 여자 / 늙은 여자, 아가씨 / 아줌마 등이 되는데, 이러한 분류는 모두 몸의 경험에 기반한다. 물론 이것은 몸의 형태나 몸의 느낌 등에 의한 분류가 아니다. 특정 경험에 의미를 부가하여 특정 방식으로 분류하는 지배 / 남성적 기준에 의해서이다.

농촌 여성들을 연구하면서 나는 여성들의 사회적 역사적 삶은 20세기 후반에도 여전히 여성 생물학에 갇혀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농촌 기혼 여성들의 삶의 경험은 당시 내가 읽었던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왜 파이어스톤이 여성 생식에 대한 기술적 개입을 통한 성의 변증법을 주장하는지를 나름으로 이해하게 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근대화 프로젝트와 가족 계획 프로그램에서 대상 집단이면서 하나의 지표로 간주되고 있는 여성들을 중심에 놓고 근대화 프로젝
트와 가족 계획 사업에 대해 질문해 보기 시작했다. 나는 여성의 출산율을 통제하는 국가의 가족 계획 사업을 여성의 몸 / 성의 근대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게 여성이 피임 기술을 사용하여 자신의 몸을 계획, 통제하는 (한국 사회에서의) 근대적 경험을 구축하는 과정이자, 이전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성의 몸이 국가 / 사회와 접합되는 계기이며, 재생산과 분리된 여성의 성이 독립적으로 담론의 대상이 되어 가는 것 등을 의미했다.

1980년대 초반에 했던 기혼 여성에 관한 현지 조사 경험은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이해를 몸과 권력이라는 것으로 몰고 갔다. 정치적 민주화와 자본주의적 계급 문제가 강한 사회 운동의 축을 이루고 있던 당시에 여성 해방도 이러한 정치 경제적 틀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압력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치 경제적 불평등 제도보다 그것이 토대하고 있는 가부장제 문화에 여성 억압과 종속의 기원이 있다고 주장하는 여성 해방론은 한국 사회의 실정에 맞지 않다거나, 중산층 여성 / 지식인 의식으로 비판되고 있었다. [또 하나의 문화]에 있었던 나의 선생님은 농촌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 낙태 등을 현지 조사한 후에 "순진한" 내가 급진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나를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