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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정의 장편소설 『달을 품은 여인』. 평범한 삶을 살던 그녀, 송주아. 어느 날 동화 같은 전설 속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갑작스레 찾아와 그녀를 달로 데려온 황제, 룬 때문에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렸다. 두려움과 야속함에 거부하다가도 그에게 점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는 주아. 룬의 어린아이 같은 일면과 다정함, 아픈 과거의 편린에 점차 마음을 열지만 별안간 발생한 전대미문의 인어족 살해 사건에 휘말리고 마는데…….

-오랜 옛날, 달에서 월아인이 내려왔어요. 그들은 자신이 가져온 씨앗에서 태어난 아이의 쉰다섯 번째 여인을 달로 돌려보내 달라 부탁하고 돌아갔어요. 지금도 월아인들은 그 여인이 달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평범한 삶을 살던 그녀, 송주아
어느 날 동화 같은 전설 속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갑작스레 찾아와 그녀를 달로 데려온 황제, 룬 때문에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뒤바뀌어 버렸다.

“넌 나의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이렇게 정해져 있던 것.
피하려 하지 마라.”

두려움과 야속함에 거부하다가도 그에게 점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는 주아
룬의 어린아이 같은 일면과 다정함, 아픈 과거의 편린에 점차 마음을 열지만
별안간 발생한 전대미문의 인어족 살해 사건에 휘말리고 마는데……

“너는 달을 품어라. 나는 너를 품으며 살 테니.”
사무치도록 아프고 아름다운, 그들의 Fantastic Love Story

달을 품은 여인

프롤로그 ? 달은 기다립니다
은발의 남자
낯선 곳
인어족 上
가시리 꽃
인어족 下
두 개의 달은 공존할 수 없다
붉은 고야새는 울지 않는다
달의 아이, 약속의 땅
외전 1. 밤 나비가 날아들어―
외전 2. 겨울 숲에 꽃이 피어

“거기 누구 있어요?”
용기 내어 내뱉은 말이었건만,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동시에 코끝을 간질이는 향냄새가 머리를 아찔하게 만들었다. 서서히 고개를 돌리던 주아는 어디엔가 시선을 멈추고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소리를 지르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향한 곳은 어두운 방구석이었다. 어둠으로 그을린 그곳에는 누군가 오도카니 서 있었다. 바닥까지 흘러내린 긴 은발의 반절이 반짝이며 빛을 낸다. 그가 입은 옷 역시도 머리색과 같았는데, 꼭 사극에 나오는 옷 같았다. 그는 주아의 눈과 마주하는 순간, 매서운 눈매를 길게 휘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고 검은 눈동자에 금방이라도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누, 누구세요?”
“짐의 목소리를 들어 놓고도 누구냐 묻는 건 무례하지 않느냐.”
익숙한 목소리와 말투. 한참이나 남자의 음성을 곱씹던 주아의 얼굴이 사색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곧 얼굴을 세차게 흔들었다.
“서, 설마! 아냐, 아니지. 그건 미신인데? 저기요, 왜 함부로 남의 방에!”
“남이라니. 너무하는구나. 내, 기별이 없어 너를 이리 직접 데리러 왔거늘.”
자신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사내의 눈빛에 온몸이 굳어졌다. 앞으로 걸음을 내디디고 싶지만, 저에게 다가오는 발걸음으로 인해 뒷걸음질만 칠 뿐이었다. 벽을 짚은 두 팔이 단단하게 굳어지다 못해 바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 들어온 걸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들어올 만한 상황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떤 공포 영화를 본다 한들 지금보다 무섭지 않을 것이다. 말을 않던 사내는 주아를 향해 잰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주아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쪽 팔을 벽에 짚은 뒤, 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빤히 그녀를 응시하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그려진다. 꽤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구슬로 볼 때보다 더 아름답구나.”
“치, 치워요. 당신 누구예요?”
주아의 목소리가 두려움에 잠식 된 채 덜덜 떨려 왔다. 입술을 꽉 깨문 것이 꽤 긴장한 것을 알려 주었다. 그러나 깊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누구냐 되묻는 그녀의 행동에 사내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은색의 머리칼이 양옆으로 흔들리며 또다시 향냄새가 짙어졌다.
꽤 커다란 웃음소리 탓에 곧 부모님이 달려올 것이라 확신했다. 제발 구해 줘. 연신 속으로만 그 말을 삼키며 방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누구라도 들어오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한 건가.”
그의 미간이 살짝 좁아지며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흠,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더니 다시금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번뜩이는 흑요석 안으로 주아의 두려움이 비친다.
“모, 몰라요, 나는. 다 큰 처녀 방에서 좀 나가 줄래요?”
“오냐, 나가 주긴 할 것이다. 물론 내 너와 함께 갈 것이지만 말이다.”
씩 웃음을 지은 남자는 주아의 손목을 거칠게 붙들었다. 좁아진 미간에 그의 기분이 그려져 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뽀얗게 빛을 냈다. 하얗게 질린 걸까, 아니면 원래 피부가 하얀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주아는 세차게 머리를 흔든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이 치한 같은 남자에게 붙잡혀 있다는 것뿐!
“놓으라니까요?”
“짐은 앙칼진 여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그쪽! 처음 본 사람한테 자기소개는 기본이다, 이거 안 배웠어요?”
그녀의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남자의 몸이 주춤하더니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한참 동안이나 밤하늘을 닮은 눈동자로 주아를 노려보다 어깨를 으쓱인다.
재미있는 여자였다.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온다. 데려가도 심심하지는 않겠어. 중얼거리던 남자가 손가락을 들어 주아의 머리를 쓸어 올렸다. 보드라운 갈색 머리칼이 손가락 사이를 간지럽혔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소개를 해 본 적이 없다.”
“왕따예요?”

(중략)

살갗을 간질이는 보드라운 시트의 촉감과, 코를 찌르는 향긋한 냄새가 빨리 일어나라 재촉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쁜 꿈을 꾼 거구나. 몇 번이나 몸을 뒤척거리며 흐뭇하게 웃음을 지었다. 역시 현실이 아니었어.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히 열린다.
그 안에 갇혀 있던 검은 눈동자가 여기저기를 굴러다니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 뜨지 못한 눈꺼풀을 단번에 치켜뜬다.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곳도, 익숙하게 잠을 청하던 곳도 아니었다.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얼굴을 휘감았다. 그녀가 살던 곳의 현재 계절은 매우 더운 여름. 건조하다거나 차가운 공기가 존재할 리 없다.
“진짜, 정말 꿈이 아니었던 거야?”
오한을 느낀 작은 몸이 전율을 일으킨다. 정말 내가 달이라는 곳으로 온 건가?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닥쳐오니, 머릿속으로 수많은 영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