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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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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강창래
  • 출판사 : 알마
  • 발행 : 2013년 12월 06일
  • 쪽수 : 37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543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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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오류와 소문 위에 쌓아올린 동서양의 고전 목록들

    어떤 사람도 책 세계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다. 그런 모호한 상황에서 책에 대한 그럴듯한 ‘소문’들이 횡행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책의 정신]은 이 같은 인간의 한계에서 비롯된 소문들을 근본적으로 성찰해나간다. ‘진실’과 한데 뒤섞여 마치 오래된 지혜인 양, 전통인 양 세대를 거듭해 전승되어온 ‘불멸의 고전’이 그 대상이다. 저자는 오늘날 엄선된 동서양의 고전 목록이 실은 오류와 소문 위에 쌓아올린, 곧 무너질 수밖에 없는 바벨탑과 같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프랑스대혁명에 영향을 미친 책으로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아닌 포르노소설에 가까운 [신 엘로이즈]를 꼽는가 하면(첫 번째 이야기 ‘포르노소설과 프랑스대혁명’), 과학 분야의 단골 고전인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심지어 갈릴레오도 다 읽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한다(두 번째 이야기 ‘아무도 읽지 않은 책’). 또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위대한’ 저작에 대해 문헌학적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그 내용에 스며 있는 계급주의와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강하게 공박한다(세 번째 이야기 ‘고전을 리모델링해드립니다’). 저자의 시야는 근대로도 향하는데, ‘본성과 양육’ 그리고 ‘책의 학살’이라는 관점 아래 20세기의 고전을 뒤집어본다(네 번째 이야기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다섯 번째 이야기 ‘책의 학살, 그 전통의 폭발’).

    출판사 서평

    "책에 먹히지 말고, 책을 먹어라"
    책과 세계에 관한 다섯 가지 이야기

    고전에 대한 전복적 상상력을 펼치다

    인간은 지식을 욕망한다. 하지만 ‘지식의 보고寶庫’라는 책에만 한정해놓고 보더라도, 그 욕망은 충족하기 매우 난감하다.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에서 묘사했듯이, 도서관의 서가는 무한한 무질서가 끝도 없이 반복되는 미로와 같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책이자 하나인 책’을 읽게 된다면 바벨의 도서관 사서처럼 신과 유사해지겠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다. 오히려 보통의 사서, 보통의 사람들은 수많은 책들 앞에서 곧 절망스러운 고백을 하게 된다. "하버드대학교의 와이드너도서관에 처음 일하러 갔을 때 나는 곧 첫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다름이 아니라 책을 읽으려고 했던 것이다."(매튜 배틀스,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말하자면 이 책은 전복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저자는 어떤 이들에게는 매우 불경스럽게 느껴질 만큼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만큼 유혹적이고 자유분방하며 새로운 정열로 독자를 이끈다. 본래 ‘책의 정신’이란 그런 것이라는 듯이.

    ‘책에 관한 책’, 혹은 가장 진보한 독서 가이드
    [책의 정신]은 대단히 ‘야심 찬’ 기획의 산물이다. 그것이 다루는 시공간의 넓이만 봐도 그렇다. 공간적으로 동서양을 아우르는 것은 물론, 시간적으로는 고대와 중세를 거쳐 근대와 현대에까지 이른다. 놀라운 것은 이토록 드넓은 책 세계의 시공간을 ‘불과’ 400쪽 가까운 분량에 두루 담아냈다는 점이다. 아무리 저자의 말처럼 "이 세상 모든 책 하나하나가 다 하나의 편견이"이라고 하더라도, 수천 년의 시공간을 책 한 권에 담아낼 정도의 편견이라면 충분히 최소화한 편견이 아닐까.
    저자가 이같이 넓은 조망 속에서 책에 대해 성찰하는 이유는 ‘메타북’이라는 단어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책의 정신]은 일종의 메타북으로서, "책이란 무엇인가,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무엇인가, 그리고 책에 담긴 내용인 ‘생각’의 정체는 무엇인가를 다룬다"(11쪽). 말하자면 ‘책의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하나의 ‘독서 가이드’로서 기능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이 제시하는 다섯 가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세상의 3600만 종 책을 비춰볼 수 있는 믿음직한 가이드라인 또는 권장도서목록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소문으로 구성된 기존의 권장목록과는 다르다. 말하자면 바벨의 도서관이 무너진 터에 솟아난 새로운 목록이라 할 수 있다. 단적으로 이 책 말미의 ‘참고문헌’은 여타 도서의 참고문헌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보통의 의미에서 참고문헌인 동시에, 메타북 목록이자 오늘날의 권장도서목록이기도 하다. 사실 저자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고전 목록의 이데올로기성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일류대학의 입학시험에 필요한 것으로 지정"하여 "전체주의자인 소크라테스를 읽게 만들면 민주주의자인 페리클레스나 솔론을 읽을 시간과 여유가 줄어들고, 엘리트주의자인 공자를 읽게 하면 평화주의자이며 하층민의 대변자였던 묵자를 읽을 시간과 여유가 없"(177쪽)어지기 때문이다. 즉 주류 사회 이데올로기가 대학 입시라는 기제를 통하여 고전 목록으로 구체화되는 상황인 것이다. [책의 정신]은 이를 타파해내는 기준을 제시하는 ‘책에 관한 책’, 혹은 오늘날 가장 진보한 독서 가이드다.

    당신의 달콤한 독서를 위하여
    저자는 한국사회의 ‘독서운동열풍’이 ‘독서열풍’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독서란 본래 ‘즐거운’ 행위이며, 그것은 억지로 조장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독서의 즐거움을 위한 장치들이 여럿 마련되어 있다.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풍부한 도판이다. 흔히 볼 수 없는 이미지 자료들이 각 장에 고루 배치되어 있다. 특히 도판에 딸린 해설을 주목할 만하다. 도판이 가능한 한 절제되어 있는 데 반해, 캡션은 장황하리만치 길다. 이는 도판 페이지만을 보는 것만으로도 책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구성으로서, 웹 게시물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호소하기 위한 장치다.
    사실 본문 또한 웹상의 독자를 의식하여 작성되었다. 이 책의 글 일부는 강창래 작가의 페이스북에서 연재된 바 있다. 잘 알려져 있듯, 글은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쓰였는가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진다.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에서 연재되었다는 것은 이 책이 그만큼 웹 독자 친화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람들이 책은 안 읽어도 웹과 모바일을 통해 무언가는 계속 읽고 있는 현실에서, 소통을 위한 매우 근본적인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2005년 이래 저자가 전국 곳곳의 도서관에서 사서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수많은 강연에서 교감과 피드백을 거친 ‘검증된’ 내용인 것이다. 비록 외양상 ‘-습니다’ 체는 취하지 않았을지라도, 어휘나 문장, 그리고 거시적인 글의 흐름에서 입말의 영향을 뚜렷이 느낄 수 있다. 주제가 묵직하고 거대할수록 쉽고 친근한 어투는 미덕인 법이다. 거대하고 드넓은 책의 세계를 안내하는 ‘달콤한’ 목소리, 어쩌면 이 책은 바벨의 도서관 순례자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모든 책이자 하나인 책’의 먼 잔상일지도 모른다.

    추천사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박학과 깊은 통찰이 감탄스럽다.
    - 이어령 / 중앙일보 상임고문

    고전에 대한 우상숭배를 반대한다. 아마 이 책의 독자는 교과서를 집어던져버릴 것이다.
    - 이택광 / 철학자

    책장을 여는 순간, 깊고 넓은 책 세상으로의 도약과 지성의 거침없는 모험이 펼쳐진다.
    - 로쟈 / 인터넷 서평꾼

    이 책에 담긴 저자의 독서법은 진지한 독자들의 모범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 변정수 / 출판평론가

    우리는 문득, 책 읽기의 앎과 좋아함과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하고 깨닫게 된다.
    - 안찬수 / 시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

    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알지 못하는 책과 책 읽기에 대한 새로운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 이용훈 / 도서관문화비평가, 서울도서관장

    우리도 이만한 서적사가를 두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자부심을 느꼈다.
    - 한기호 /출판평론가

    목차

    첫 번째 이야기: 포르노소설과 프랑스대혁명
    1. 포르노소설이 프랑스대혁명을 일으켰다고?
    2. 포르노그래피는 19세기 발명품
    3. 국가권력은 왜 포르노그래피를 부정하는가

    두 번째 이야기: 아무도 읽지 않은 책
    1. ‘아무도 읽지 않은 책’에서 과학혁명이 시작되다
    2. 갈릴레오의 의미
    3. 아이작 뉴턴의 죄

    세 번째 이야기: 고전을 리모델링해드립니다
    1. 소크라테스의 문제
    2. 시대의 지배구조와 타협하며 살아남은 고전들
    3. 소크라테스는 왜 변명을 했을까?
    4. 너무나 싱거운 [논어]

    네 번째 이야기 :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1. 너무나 정치적인 ‘본성과 양육’의 과학
    2. 여성으로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3. 머니와 다이아몬드
    4. 거꾸로 읽는 ‘본성과 양육’의 역사1- 진화생물학에 대한 비판적 이해
    5. 거꾸로 읽는 ‘본성과 양육’의 역사2- 우생학이 일으킨 끔찍한 인종학살
    6. 거꾸로 읽는 ‘본성과 양육’의 역사3- 우생학에서 사회생물학, 유전공학으로
    7. 거꾸로 읽는 ‘본성과 양육’의 역사4- 행동주의 심리학의 우울한 시작
    8. 거꾸로 읽는 ‘본성과 양육’의 역사5- 불가능한 행동주의 심리학
    9. 거꾸로 읽는 ‘본성과 양육’의 역사6- 사랑의 본성과 준비된 학습

    다섯 번째 이야기 : 책의 학살, 그 전통의 폭발
    고대로부터의 전통|세상에 책만큼 기묘한 상품이 또 있을까?|[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도서관은 책의 감옥이기도 하다

    본문중에서

    책이 재미있다는 증거는 현실에서도 발견된다. 2012년 한국에서는 [레미제라블]이 뮤지컬 공연과 영화로 대단히 큰 성공을 거뒀다. 그 공연과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소설 [레미제라블]을 읽었다. 올해 5월에도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인 [위대한 개츠비]가 영화로 상영된 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런 종류의 예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만일 영화나 공연이 책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 그것으로 충분했다면, 그들은 왜 다시 책을 읽고 싶었을까? 단순히 책이 더 재미있다고 말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분명 다른 종류의 재미가 있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p.6)

    우리 모두가 절실히 찾고 있는 ‘좋은 책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사람들은 좋은 책이라고 하면 대개 고전을 들먹이고, 고전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온갖 비평을 이겨내고 살아남아서 널리 애독되는, 시대를 초월한 걸작." 그러나 이 말은 믿을 게 못된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온갖 비평을 이겨냈다는 것부터 사실이 아니다. 비판을 숨기거나 비판에서 비껴가게 만들었던 것들 역시 고전 목록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p.16)

    그의 연구에 따르면 프랑스대혁명 이전의 금지된 베스트셀러에는 세 종류의 책이 있었다. 정치적 중상비방문, SF, 포르노소설. 이 세 종류의 책은 오늘날에도 그리 격이 높은 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위대한 고전이라 알려진 작품들, 그러니까 그 유명한 계몽사상가들의 저작물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18세기의 가장 위대한 정치논문이자 프랑스대혁명의 성서라고 할 수 있는"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나기까지 거의 읽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그래도 여전히 루소는 프랑스대혁명을 일으키는 데 대단한 역할을 한 저자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에밀]이나 [사회계약론]이 아니라 한 세기를 풍미했던 연애소설 [신 엘로이즈]에서 나온 것이었다. ... 앞서 이야기했듯, 놀라운 것은 오늘날 우리에게 ‘위대한 고전’으로 알려진 책들은 그 목록에 없다는 사실이다. 더 놀랍고 재미있는 것은 그 유명한 계몽사상가들 역시 포르노소설이나 그에 버금가는 작품을 썼다는 것이다!
    ( '들어가는 말' 중에서/ p.19)

    영국은 18세기에 들어 발달하기 시작한 포르노그래피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존 클리랜드(John Cleland, 1709~1789)의 [패니 힐Fanny Hill](1749) 같은 작품이다. 그들이 내세운 미풍양속이라는 명분은 허울 좋은 것이었을 뿐, 사실은 노동자들을 노동에 집중하도록 만들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에는 프랑스대혁명 이전에 만들어진 포르노그래피도 다량 수입되어 영역본이 판매되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금지된 이유는 어쩌면 프랑스대혁명 이전에 포르노그래피가 보여준 사회·정치적 비판 도구로서의 강력한 힘을 두려워했던 것인지 모른다.
    ( '첫 번째 이야기: 포르노 소설과 프랑스대혁명 - 포르노그래피는 19세기 발명품' 중에서/ p.75)

    당시 사람들은 오늘날처럼 포르노그래피와 진지한 정치논문을 구별하지 않았고, 모두 계몽사상을 퍼뜨리는 ‘철학서’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계몽사상은 17세기에 상층 계급의 남성들이 인습적 도덕과 전통적 종교에 반기를 들면서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런 방식’으로 18세기에 들어서 장인계층과 중하계층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프랑스대혁명은 영국의 명예혁명(1688)이나 미국의 독립혁명(1776)과 달리 민중의 참여로 성공할 수 있었다. 왕의 군사들은 시위대를 향한 발포명령을 거부했고, 바스티유감옥은 시민군의 힘에 의해 쉽게 무너졌으며,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기거하던 베르사유궁전은 파리의 생선장수였던 억센 여자들에 의해 함락당했다.
    ( '첫 번째 이야기: 포르노 소설과 프랑스대혁명 - 국가권력은 왜 포르노그래피를 부정하는가' 중에서/ p.82)

    이 소설에서 디라그 신부와 에라디스 양이 ‘천사들을 만나는 이야기’는 적나라하기는 하지만 앞부분에서 잠깐 하고 넘어가는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는다. 이 소설의 ‘개혁성’은 여자들 역시 섹스를 즐기는 것이 조금도 죄스러운 일이 아니며, 심지어 남자들은 상대 여자가 임신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논점으로 등장한다는 데 있다. 게다가 테레즈는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단호히 거부하고 자신의 성행위 결정권을 당당하게 행사한다. 현실에서는 여전히 남편의 권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소설에서만큼은 절대적으로 평등한 모습을 보였다. 그것이 바로 섹스를 통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다.
    ( '첫 번째 이야기: 포르노 소설과 프랑스대혁명 - 국가권력은 왜 포르노그래피를 부정하는가' 중에서/ p.90)

    여기서 정말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설적인 표현과 관련해서 가장 적절한 비교 대상은 잔인한 전쟁영화나 범죄영화, 장르소설 같은 거예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엄청나게 잔인하고 아주 자세하게 표현해도 괜찮고 사람을 사랑하는 행위는 그렇게 하면 왜 안 되는 걸까요? 하나는 죽이는 행위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살리는 행위에 대한 것이잖아요. 포르노그래피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역사적 사실까지 있는데 말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왜 이렇게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첫 번째 이야기: 포르노 소설과 프랑스대혁명 - 국가권력은 왜 포르노그래피를 부정하는가' 중에서/ p.97)

    그렇다고 갈릴레오가 그와 달리 ‘제대로’ 실험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자유낙하운동에 대한 이론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보자. 그는 긴 널빤지에 홈을 파고, 그 홈을 따라 청동으로 만든 공을 굴려 소요 시간을 쟀다. 갈릴레오는 "100번 가까이 반복된 그 실험을 통해" 낙하 시간이 자신의 법칙에 들어맞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학사가인 버나드 코헨(I. Bernard Cohen, 1914~2003)에 따르면, 갈릴레오가 얻은 결과는 사전에 그가 얼마나 확실한 결론을 내리고 있었는지를 보여줄 뿐이다. 왜냐하면 당시의 기술로 볼 때 그렇게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실험환경을 만들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갈릴레오와 동시대 과학자였던 르페르 메르센은 비슷한 실험을 해보았지만, 그 결과치의 차이가 너무 커서 갈릴레오가 내놓은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 '두 번째 이야기: 아무도 읽지 않은 책 - 갈릴레오의 의미' 중에서/ p.140)

    뉴턴은 서른한 살에 왕립협회에 처음으로 빛의 성질에 관한 논문을 제출했는데, 그로 인해 8년 동안 고통스러운 논쟁에 휘말렸던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이론이 당연히 실험으로 쉽게 증명되는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주류 이론에 대한 급진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졌고, 엄청난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심지어 뉴턴을 몰상식하다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그후 뉴턴은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지 않으려 했고, 웬만하면 비밀로 묻어두고 연구에만 몰두했다. 메모를 암호로 쓰기도 했는데, 그 암호를 풀기 위한 열쇠는 따로 메모해두었다. ... 대단한 전문가들만이 읽어낼 수 있도록 책을 어렵게 쓴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프린키피아]를 읽은 ‘한 줌도 안 되는’ 전문가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역학"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보통 사람들은 책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런 찬사를 믿고 받아들였을 뿐이다.
    ( '두 번째 이야기: 아무도 읽지 않은 책 - 아이작 뉴턴의 죄' 중에서/ p.145)

    서양철학사를 들여다보면 ‘소크라테스의 문제Socratic problem’라는 말이 종종 등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거의 대부분 플라톤(BC 427~BC 347)의 작품들을 통해 전해진 것이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한 것을 마치 생중계하듯 썼지만, 사실은 논픽션이 아니라 철학적 픽션이다. 쓴 시기로 봐도 논픽션으로 보기는 어렵다. 플라톤은 스무 살의 한창 나이에 예순세 살의 소크라테스를 만났고,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재판을 받고 사형당한 뒤, 그러고도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대화편들을 쓰기 시작했다. 백보 양보해서 논픽션이라고 해도 픽션이 아주 많이 가미된 논픽션이라고 봐야 한다.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는 모든 대화편이 기억에만 의존해서 쓰였기 때문이다. 비디오도 녹음기도, 심지어 메모해둘 종이도 없던 시절에 무슨 수로 ‘있었던 그대로’를 쓴단 말인가? ... 그런데 [논어]에도 똑같은 문제가 있다. [논어] 역시 공자가 쓴 글이 아니다. 공자가 죽은 뒤 제자들이 썼다. 언제 누가 쓴 것인지도 알 수 없다. ... 독자 여러분은 내가 고려 말 누군가의 어록을 마음대로 편집해서 내놓는다면 얼마나 믿겠는가. 더욱이 공자는 기원전의 인물이다. 최초의 [논어]는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상상하기 힘들 만큼 원시적인 수준이었던 세월을 700년이나 지난 뒤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게 정말 공자의 어록일까?
    ( '세 번째 이야기: 고전을 리모델링해드립니다.- 시대의 지배구조와 타협하며 살아남은 고전들' 중에서/ pp.169~171)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민주주의를 무척이나 싫어했고, 그런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 또한 그는 스파르타를 이상적인 국가로 생각했다. 이 때문에 민주정을 회복한 아테네 시민들에게 소크라테스는 대단히 위험한 인물로 보였을 것이다. 더구나 소크라테스는 민중을 경멸했다. ... 소크라테스는 민중들을 목자가 필요한 양떼라고 생각했다. 그 목자는 "다스리는 방법을 아는" 철학자여야 하며,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사상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생각은 이처럼 끔찍했다.
    ( '세 번째 이야기: 고전을 리모델링해드립니다.- 소크라테스는 왜 변명을 했을까?' 중에서/ p.190)

    그런데 진화심리학은 여자들이 금발미녀가 되려고 하는 이유까지 생식과 관련된 진화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남자들이 금발미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황인종이나 흑인종에게는 좀 어처구니없는 설명이다. 한국인 남자들에게 금발미녀를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 그러나 남녀 모두가 파란색 눈을 가진 이성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설명에 이르러서는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진화심리학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살면서 만들어진 마음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 이후에 아시아로 이동한 황인종에게도 금발여자나 파란색 눈을 가진 이성이 더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가? 또 진화심리학은 아름다움이나 매력의 기준까지도 모두 생식과 관련시켜 설명한다. ... 이런 진화심리학에 대해 스티븐 제이 굴드는 비판적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적응 가설들을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이유로 적절한 검증도 거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네 번째 이야기: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 거꾸로 읽는 ‘본성과 양육’의 역사1_진화생물학에 대한 비판적 이해' 중에서/ p.260)

    오늘날 마치 우생학적인 범죄가 아돌프 히틀러처럼 몇몇 정신 나간 인물에 의해서만 저질러진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그게 아니라 그 당시의 보편적 정서였다는 것. ... 당시는 자본주의로 인해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면서 새로운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생겨났고, 그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과학적 이론이 필요했다. ... 우생학은 지배층에게 그런 문제들을 완벽하게 해결해줄 과학으로 보였던 것 같다. 사회적 약자를 적응하지 못해서 도태되는 집단으로 규정하면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우생학은 당시 지배층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거의 모든 지식인에게 ‘과학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 결과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별 대단한 저항 없이 단종법이 만들어졌고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강제로 불임시술을 받아야 했다.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유럽의 경우 오늘날 가장 인간적인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 단종법이 일찍이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나치를 빼면 ‘열등한 인간’을 가장 많이 단종시킨 국가는 스웨덴이었다. 미국에서는 골칫거리인 사회적 약자들을 안락사하는 방법으로 대량 학살할 필요가 있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 '네 번째 이야기: 객관성의 칼날에 상처 입은 인간에 대한 오해 - 거꾸로 읽는 ‘본성과 양육’의 역사2_우생학이 일으킨 끔찍한 인종학살' 중에서/ pp.273~276)

    고대의 왕들도 도서관에서 통치를 위한 지식을 얻었을 것이다. 통치라는 것도 ‘인간에 대한 것’이니 인간과 영혼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도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들도 현존하는 체제를 합리화하고 영구화하기위한 구성 요소로서 기능했다. 그것이 이집트 파라오 시대의 도서관이 모두 사라진 이유다. "파라오 시대의 도서관이 단 하나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이유는 일단 건립자의 영광이 시들어버리면 도서관 역시 존재 이유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체제가 바뀔 때마다 도서관은 파괴 의례를 치러야 했다. ... 아톤 신전과 왕궁에 있던 두루마리는 삽시간에 소멸되었다. 당시에 이미 ‘나의 적이 가진 책은 곧 나의 적’이라는 생각이 진리로 통했던 것이다".
    ( '다섯 번째 이야기: 책의 학살, 그 전통의 폭발' 중에서/ pp.338~339)

    희귀본들은 이런 곳에서 필요할 때 읽히기 위해 보관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마치 누군가가 면회하러 오기 전에는 외부와의 접촉이 끊어진 감옥에 갇힌 죄수와 같다. 그보다는 느슨한 감옥일지 모르지만 도서관도 책들의 감옥이다. 수백만 권의 책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에는 한 번도 ‘면회’에 나가본 적이 없는 수많은 책들이 있다. 그 책들의 마지막 모습은 어쩌면 홍수에 잠겨 못쓰게 되거나, 화재의 제물이 되거나, 그것도 아니면 세월과 함께 스러져버릴지 모른다.
    ( '다섯 번째 이야기: 책의 학살, 그 전통의 폭발' 중에서/ p.362)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5종
    판매수 8,993권

    오랫동안 출판 편집기획자로 일했고 인문학 저술과 강의를 하고 있다. 1995년 전문가 투표를 거쳐 ‘한국 최고의 대중문화 기획자(출판 부문)’로 선정된 바 있고, 2014년 한국출판평론 대상을 수상했다. [책의 정신]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유쾌한 창조] [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 등을 쓰고 올리버 색스의 [편두통]을 옮겼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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