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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잿빛 동독 사회를 소설에 담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음울한 동독 사회를 조명한 볼프강 힐비히의 소설 《나》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구동독의 몇몇 작가들이 국가 안전부의 스파이로 밝혀진 실제 사건이 최초로 문학화되었다. 작가로, 스파이로 이중생활을 하면서 그 어디에서도 ||^나||^를 찾지 못하는 주인공 M. W.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나》에서는 누군가가 엿보고 있다는, 아니 누군가를 감시해야 한다는 당시 동독 사람들의 강박관념과 불안, 초조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저자 힐비히는 이 작품을 통해 실제 사건과 정치적, 심리적인 현실을 신비한 은유로 바꾸는 독자적인 언어 능력과 상상력으로 비평계의 찬사를 받았다.


2.《나》에는 ||^나||^가 없다
축축한 어둠이 깔린 지하 계단,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 코를 찌르는 악취, 방울방울 떨어져내리는 폐수. 소설《나》에는 빛도 공기도 없는 지하 세계의 아우라로 가득하다. 힐비히는 작가들이 구동독 국가 안전부의 스파이였다는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에서,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사회에서 작가마저 국가 권력에 종속되고 말았음을 폭로하고, 정신과 권력의 복잡한 관계를 탐색한다. 여러 가지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의 밑그림 위에 지상과 지하 세계,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몽환적 세계가 그려지는《나》에서는 일반적인 소설 구성이 파괴되어 있다. 주인공이 맴도는 베를린의 실제 장소들은 주인공의 꿈과 겹쳐지면서 현실성을 잃게 되고, 편집증적으로 계속해서 묘사되는 구체적인 장소에서는 숨막힐 듯한 동독의 세계가 재현된다. 소설의 시간은 1961년 8월 13일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시점에 멈춰 있고, 폐허 같은 삶에 고여 있는 시간은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때로는 과거로, 때로는 현재로 흐른다. 주인공의 이름조차 M. W., W, C로 바뀌고 서술 주체도 나에서 그로 C에서 W로 끊임없이 바뀐다. 주인공은 몇 가지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 카멜레온처럼 여러 가지 ||^나||^를 연기하는, 그렇기 때문에 정체성이 없는 인물이다. 이로써 힐비히는 작가이자 스파이라는 분열된 삶을 사는 주인공의 정체성 혼란을 적나라하게 말하고자 했다. 결국《나》에는 ||^나||^가 없다.


3.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감시한다
슈타지Stasi란 국가 안전부 또는 구동독의 비밀경찰의 약칭이다. 동독 국가 안전부의 목적은 예외없이 모든 사람을 협력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방식으로 체재를 유지해나가려고 했다. 통독 후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당시 1,600만 명의 동독 인구 중 24만 명 정도가 슈타지로 활동하거나 슈타지에 협력했다. 이는 당시 동독 사회가 얼마나 불신과 불안에 휩싸여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놀라운 수치다. 특히 동독 국가 안전부는 작가들을 포섭해 국가 안전부의 비밀요원, 즉 슈타지로 감시 활동을 시켰다고 한다. 이것이 이른바 슈타지 사건이다.《나》에서는 이와 같은 직접적인 시대사적 사건과 작가의 문학적 통찰이 놀랄 만큼 훌륭하게 결합되어 있고, 그 어떤 작품보다도 당시 동독 시민의 삶의 감정이 입체적이고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4. 나, M. W. 또는 캄버트
음습한 베를린 지하에서 하루하루의 일상을 시작하는 한 남자. M. W. 또는 캄버트라 불리는 그는 작가이자 국가 안전부에 소속된 비밀요원으로, 항상 ||^리더||^라는 작가를 감시하고 있다. 단 한 번도 자신의 작품을 출간한 적이 없고 또 출간하기를 거부하는 리더. M. W.는 리더의 작품이 국가에 적대적이고 부정적임을 증명하기 위해 낭독회 장소로, 지하철 정거장으로 쉬지 않고 리더를 따라다니고, 리더의 집을, 그의 생활을 엿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리더를 감시하는 자신의 임무가 헛된 것이라는 생각이 커진다. 누군가를 감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던 그는 현실 감각을 잃어버린 채 마치 카프카의《성》의 주인공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맨다. 그는 자신이 "가상현실, 가상적 결론만이 존재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며 진정한 인간 관계가 "부재"하는 사회는 주인공에게 오로지 가상이라는 느낌을 줄 뿐이다. 소설의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감시하는 자와 감시당하는 자의 관계가 역전되는 절묘한 반전이다. M. W.는 자신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왔던 리더에게 자신 역시 감시당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아무것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동독 사회의 슈타지 세계가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목차

1. 사건

2. 지하조직에서의 추억

3. 정치 선전

저자소개

볼프강 힐비히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10000
출생지 모히젤비츠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글쓰는 노동자의 삶, 소외된 느낌, 정체성 혼란 등의 주제를 항상 놀라운 상상력과 언어 능력으로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볼프강 힐비히. 1941년 갈색 탄광 지역 모이젤비츠에서 태어난 힐비히는 그 자신이 노동자와 작가라는 이중의 삶을 살았다. 그는 공구 제작자, 조립공, 금속공 보조라는, 문학과 전혀 상관없는 이력을 거쳤고, 1970년에서 1980년 사이에는 난방 기술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의 첫번째 시가 호평을 받아 프랑스어와 영어로 번역되었을 때도, 모이젤비츠 사람들은 그를 성공한 복서로만 알고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힐비히는 여러 직업을 가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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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학교 초빙 교수를 지냈으며, 2010년 유영학술재단에서 수여하는 유영번역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천국과 지옥의 이혼》, 위대한 2인자 시리즈 《아론》, 《실라》, 《아모스》(이상 홍성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프랑켄슈타인》, 《수전 손택의 말》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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