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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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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인숙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01년 02월 10일
  • 쪽수 : 32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898281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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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김인숙 소설집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출간>

김인숙의 신작 소설집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제45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개교기념일」을 포함, 근자에 발표한 중·단편 여덟 작품이 실려 있다. 김인숙의 소설은 그 진폭이 넓다. 신춘문예 당선작 「상실의 계절」(1983)은 육체에 대한 욕망과 좌절을 대담한 감수성으로 포착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하지만 80년대 후반에 나온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함께 걷는 길』 등은 초기 작품활동과는 상당한 거리를 보이며 민중적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학 속에 끌여들였다. 90년대로 넘어서면서 그의 소설은 이른바 후일담 소설의 색채를 띠기도 했지만, 여성적 정체성에 국한되지 않는 폭넓은 시야로 다양한 실존적 위기 국면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러한 진폭과 자기 갱신에는 섬세한 심리 묘사와 소설의 이야기성을 적절히 결합시키는 신뢰할 만한 작가적 재능이 뒷받침되어 있다. 여기에, 세대적 자리까지 포함한 자기 정체성의 질문이 끊임없이 탐구되면서 김인숙의 소설은 매번 괄목할 지점에서 독자들과 만나왔다. 이번 소설집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에서 일층 깊어진 작가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소외와 욕망 그리고 죽음의 삼중주>

소설집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에서 쉬임 없이 반복되는 문장은 ||^아무도 아닌 사람||^, ||^한 번도 존재해본 적이 없는 사람||^, 그래서 ||^언제나 몸이 되고 싶은 사람||^, 그 까닭 모를 ||^아무것도 아님||^과 같은 것들이다. 소외와 좌절되는 욕망, 그리고 유일한 진실처럼 보이는 죽음 앞에서의 무력함. 그 결과로 나타나는 무료함, 존재 증명을 해 보일 길 없는 삶에 대한 회의, 이것은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지닌 내면의 풍경이다. 문학평론가 변지연씨는 김인숙씨의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이런 사람들은 "모두가 희미해진 자기 정체성을 문제 삼는 한 가지 초상의 다양한 변주들"이라고 지적했다.

"작가가 이번 소설들에서 부단히 묘사해 보이는 것은, 이혼을 꿈꾸는 부부나 이미 이혼을 결행한 남녀들, 그리고 목표와 열정을 상실한 소시민적 삶을 자조하는 이들의 모습이다. 그 양상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가 희미해진 자기 정체성을 문제 삼는 한 가지 초상의 다양한 변주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체성 상실의 근본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이 소설집에서 이것은 자주 ||^소통의 부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소설집이 성취해내고 있는 가장 빛나는 부분은, 서사들 대부분이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단순한 성의 이분법을 넘어서 누구나의 삶에 깃들인 쓸쓸한 징후들을 포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는 그리 성공하지 못한 30대 후반의 영화감독이 자신의 친구와 아내의 죽음을 지켜보며 자기 안에 깊은 응시의 시선을 던지게 되는 내용이다. 암 선고를 받아 죽음으로 내몰리던 친구 기태는 죽음의 실체를 마주 보며 두려움을 쫓기 위해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달라고 한다. 일면 잔인해 보이는 친구의 청을 받아들이자 이번엔 아내의 암 선고를 받는 주인공 영모. 다른 남자의 애인이기도 했던 아내가 죽음의 순간까지도 놓지 않는 브라스밴드의 환영(幻影)을 추적해가다가 오히려 자기 앞에 놓인 삶의 빛과 일순 마주하게 된다. 삶과 죽음의 강렬한 대비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물 위에서」는 ||^모든 관계는 어차피 불통(不通)||^이라는 생각을 품고 사는 20대 여성 지은이 혼란스런 자신의 욕망을 수문(水門)의 풍경에 기대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단절, 불통의 관계에 대한 절망감은 자신의 욕망과의 적나라한 대면을 통해 소통 혹은 존재감의 회복으로 나아간다. 「길」은 구조조정으로 퇴직 당한 은행원의 상처와 희망을 그린 작품이다. 일찍이 누이에게 얹혀사는 매형의 무능한 모습에 진저리치며 안전한 소시민이 되는 길을 택했던 주인공은 실직과 아내와의 불화로 심한 삶의 회의에 빠진다. 한때의 꿈과 열망으로부터 버림받아 "삶은, 소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위와 견딤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는 비관적 인생관에 도달한 주인공은 매형의 여자와의 만남을 통해, 그녀의 삶을 통해 상처의 구체화로 재확인되는 생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칼에 찔린 자국」에는 8년을 시간강사로 전전하다 어렵게 얻은 국립대학 교수의 직위를 자신의 유일한 존재 증명서로 믿어온 사내가 등장한다. 5남매의 장남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며 두 아이의 아버지인 이 사내는 오로지 ||^훌륭한 사람||^ 혹은 ||^교수||^가 되어야 한다는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오다 어느 날 돌연 사건을 겪는다. 그는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마담을 칼로 찌른 살인미수 용의자로 몰린다. 진범은 잡히고 오해는 풀리지만 그는 마담을 찌른 사람이 자기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심한 정체성 상실의 상황에 빠져버린다. "성실한 자기 보존의 노력이 어느 지점에서 새로운 파탄과 길잃음으로 이어지고 마는 현대인의 안타까운 초상"(정홍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바위 위에 눕다」는 맹렬한 속도 경쟁에 소모된 카피라이터를 화자로 하고 있다. 자신과 같이 깊은 실연의 아픔을 지닌 남자와 결혼을 하고, 점점 설 자리가 좁아지는 직장을 그만둔 여자는 남편의 해외근무처에 동행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철저히 단절된 그녀에게 남편은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창(窓)"이지만, ||^창||^이 ||^벽||^이 될 때가 더 많은 상황에서 여자의 소외감은 깊어지기만 한다. 어디를 돌아보아도 피투성이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어쩌면 그들보다 더 피투성이일지도 모르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여자가 그리워하는 것은, 전생의 기억처럼 아득하기만 한 "삶이 펄떡이는 생선 몸통의 은빛 비늘처럼 찬란하고 비리던 때, 그것만이 전부였던 때"이다. 그 기억으로 용서하고, 결국은 그 기억으로 삶은 견딜 수 있는 것이었다. 「개교기념일」의 수는 합의 이혼을 위해 법정에 서기로 한 날 사고로 남편을 잃고 결국 이혼도 하지 못한 채 친정으로 쫓겨온 여자다. 이혼녀를 원했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미망인이 되어버린 그녀는, 남편이 죽던 날 이미 생의 모든 계획이 일그러져버리고 자신의 존재감마저 상실해버렸다. 이웃 컴퓨터 수리점에는 또다른 상처를 품고 사는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여자가 맡긴 컴퓨터를 수리하다가 그녀의 일기를 훔쳐보게 된다. "나는 사라졌어." 끊임없이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는, 새로운 몸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술래에게」는 어린 시절 "술래의 발짝 소리를 숨죽여 들으면서 느끼던 가슴 짜릿한 고통" 혹은 그 고통이 주던 행복을 다시는 맛보지 못하리라는 예감을 안고 사는 여성의 일상을 그린 소설이다. "너 심심하지. 사는 게 심심해 죽겠지. 너?"라는 남편의 말에 그녀는 속으로 답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삶의 깊숙한 곳에 촌충처럼 들이박힌 무료함의 발톱을 빼낼 수가 없다"고. 자기 망실에 빠진 주부의 내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어느 해의 봄날」은 "살아 있음에 대한…… 그 강렬하고도 뻐근한 충동……"을 그리워하는 무명작가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기대로 한 번도 자신의 욕망을 제대로 실현해보지 못한 채, 아버지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으로 결혼을 선택한 주인공. 아이를 낳지 못해 또다시 좌절을 맛본 그녀는 시험관 수정을 통해 결국 아이를 갖게 된다. 죽음을 대면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존재 증명을 해 보일 길 없는 삶(모두의)에 대한 비의를 새삼 깨닫게 된다.

목차

1.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2. 물 위에서
3. 길
4. 칼에 찔린 자국
5. 바위 위에 눕다
6. 개교기념일
7. 술래에게
8. 어느 해의 봄날

해설 | 정홍수 - 상처와 공생하는 수문의 꿈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파출소에서 밤을 지샌 후, 매형의 병원으로 찾아갔을 때 중환자실의 면회시간은 아직 시작되기 전이었으나 그 사이 낯이 익은 간호사에게 잠깐 얼굴만 보고 가겠노라고 사정을 해서 매형을 면회할 수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오그라붙어가고 있는 매형의 얼굴은, 이제 산 사람의 것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시 의식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매형의 이마 위에 가만히 손을 내려놓았다. 파출소에서 나오자마자 곧바로 터미널로 가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아무 말도 없이 떠난다는 것도 그랬고, 그렇다고 여자를 만나 작별인사를 하기도 싫어서 매형을 찾아온 길이었다. 그러면서도 매형이 깨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었고, 차라리 그런 쪽이 훨씬 나으리라고도 생각했었다. 어차피 살아서는 다시 못 볼 매형일지도 몰랐다. 내가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를 타기도 전에 덜컥 숨을 놓아버릴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그의 깨어 있는 얼굴을 본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그러나 내 손이 어떻게 그의 잠을 깨웠는가.

(길 | P.132-133)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33종
판매수 16,858권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1983년 조선일보에 「상실의 계절」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유리 구두』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자서전』 『안녕, 엘레나』 『단 하루의 영원한 밤』, 장편소설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 『먼 길』 『그늘, 깊은 곳』 『꽃의 기억』 『우연』 『봉지』 『소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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