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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이중주 (등불아래의소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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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1세기 원년의 문학적 화두 ||^문학의 운명, 문학의 죽음||^이 동시다발적으로 말하여지는 시대에, 문학적 자유로움을 빌어 색다른 두 개성의 작가를 한 권의 텍스트에서 함께 읽어낼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의 대척점에서 박상우 하성란 2인의 소설 「눈물의 이중주」가 세상에 선보여진다.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감싸안는 작품 세계를 심화시켜온 작가 박상우, 깊은 성찰과 인간에으 다뜻한 응시를 담아낸 섬세 묘사의 작가 하성란. 「눈물의 이중주」는 우리 문학을 이끄는 이 두 개성의 작가가 동일한 한 테마 아래 자신만의 개성적인 패기만만한 글 쓰기를 선보이는 2인의 소설 앤솔러지이다. 주제와 관련된 언급에 앞서, 동일한 한 주제를 2인의 남녀 작가가 각기 다른 개성으로풀어내 한 권의 앤솔러지 형태로 엮는 일은 우리의 문학사상 처음 있는 흥미로운 일. 먼저 이 책의 출간 과정을 되짚어 소개하자면, 몇 차례 회동을 통해 공통된 테마를 결정하고, 두 작가가 새로운 집필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8월 중순의 늦여름. 당시 결정된 2인의 작가의 공동 앤솔러지의 주제어는 ||^눈물||^이었다. 색다른 개성과 변별적 문학세계를 지닌 두 남녀 작가가 우리 문학사최초로 시도하는 앤솔러지 출간의 의미를 넘어, 이 책은 ||^눈물은 단절된 세상의 문을 여는 최초의 언어||^라는 강렬한 메시지와 함께 개성 있는 두 작가의 문학적 진로를 예감케 하는 묵직한 두편의 작품만으로도 적잖은 흥미를 끈다. 이 책 「눈물의 이중주」에 수록된 작품은 박상우의 경장편소설 「매미는 이제 이곳에 살지 않는다」와 하성란의 경장편소설 「여름방학」두 편. 작가 박상우는 「매미는 이제 이곳에 살지 않는다」에서 자신의 문학적 계보를 잇는 존재론적 소설 묘사의 한 전형을, 작가 하성란은 「여름방학」에서 리얼리즘적 전통의 계보를 잇는 글 쓰기의 한 저형적인 방식을 보여준다.

"지난 몇 년 동안 나의 뇌리에 각인돼 있던 불가해한 몇 개의 이미지, 상호 연관성이 일체 없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내밀하게 연결돼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끝끝내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들던 우주적 실루엣 같은 것. …소설의 얼개를 확정하지 않고 다만 몇 개의 이미지만으로 소설을 뜨개질한다는 것, 내게는 신선한 경험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작가의 말 | 박상우)

"어느 시절엔가 나도 소리 없는 총 하나를 가지고 싶었다. 이세상에 그런 총은 없었고 대신 이를 악물었다. 그래서 튼튼한 턱을 가지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대 그 길고 지루했던 터널을 아무 탈 없이 지나왔다는 것이 내게는 크나큰 행운이었다." (작가의 말 | 하성란)

박상우의 「매미는 이제 이곳에 살지 않는다」는 생의 의미를 눈물·울음·생명·소멸·폭우·실종 등의 이미지들과 관련지어 풀어낸, 묵직한 존재론적인 주제를 내재한 작품. 주인공 나는 실종된 형과 그의 애인 마린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과 존재성에의 그 깨달음의 진로를 찾아 나선다.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겉으로는 드러내놓고 맘껏 울지 못하는 존재들, 인간은 모두 속으로 울어야 하는 매미들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악스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의 사라짐, 늦여름내 쏟아 붓던 빗줄기, 삶의 방향성을 상실한 주변의 인물들, 11세기경 짐바브웨의 석조 유적지에서 만들어진 돌조각 짐바브웨 버드, 그것이 만들어지던 시대의 원시 생명력의 공간, 사라져간 존재들의 따뜻한 온기에 대한 느낌…, 그 실상과 허상이 혼재하는 세계를 떠올리던 순간 주인공의 뺨을 타고 흐르던 눈물의 의미를 통해 작가는 삶의 단절감과 존재성,그연원에의 탐구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여 주고 있다. 하성란의 「여름방학」은 이제 막 세상에의 눈뜸과 그 질서에 편입되어 가는 10대 후반 주인공들의 인식을 통해 세상의 굴곡과 단층의 현상들을 정밀한 그림처럼 묘사해낸 작품. 아이를 낳고 요양원에 갇힌 고등학교 2학년생 명희, 같은 학년 길거리 농구팀의 민선 영미 소현, 무작정 명희를 만나러 가는 여행길, 이들의 가방을 훔친 한 소년으 무연한 죽음, 여행길의한 숙소에서 만난 또래 나이의 진아, 진아를 겁탈하려다 오히려 이들 여고생들에게 K5 권총을 잃고 뒤를 쫓는 사복형사 신명수, 거듭 거절되고 마는 명희의 면회, 요양원의 높다란 담장과 작열하는 한여름의 태양, 민선 영미 소현 진아의 동행길과 단절된 세상의 반응. 「여름방학」은 줄거리 내내 이들 등장인물간의 내면에 뒤얽힌 복잡다단한 심리묘사와 함께 ||^침은 끈끈한 실을 턱에 달고 운동화 등으로 떨어졌다.||^ ||^불다 못해 저 혼자 흘러나온 젖이 명희가 입은 면 가운에 두 개의 점을 만들어놓았다.||^ ||^왠일인지 그 순간 배낭을 훔쳐 달아난 남자아이의 박자가 맞지 않는 노랫소리가 떠올랐다.||^ 등등 작가 하성란만의 도드라진정밀묘사, 긴장을 풀 수 없는 긴박한 상황묘사, 그리고 생의 실체를 끌어안는 작가의 온기 가득한 메시지 속으로 이끌어낸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서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에 이르기까지 오직 문학만이 제공해줄 수 있는 독특하고도 소중한 심미적 경험을 고도로 압축된, 그리고 엄격하게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해온 작가 박상우. 일상에 대한 정밀하고 깔끔한 묘사,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생의 훈훈한 온기를 담는 소설 미학의 작가 하성란. 이 책 「눈물의 이중주」는 삶에 대한 진한 감동과 성찰, 그리고 짙은 존재론적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진중한 울림과 함께, 두 작가의 개성 짙은 색다른 영역의 소설 읽기, 동일한 테마를 탁월한 솜씨로 각기 변주해내고 있는 우리 시대 젊은 작가들의 깊이 있는 문학세계 속으로 이끌어낸다. 하늘연못 ||^등불 아래의 소설||^ 시리즈 첫째 권. 이후 이 시리즈는 우리 문학의 소설적 전통을 잇고 있는 젊은 작가 윤대녕 성석제 김영하 조경란 배수아 한강 등의 신작 경장편소설들과, 우리 문화의 전방 후방에서 도시적 정서와 영상의 미학을 바탕으로 기존 형식의 글쓰기와는 다른 독특한 개성을발산하는 젊은 작가들의 문제작들이 출간 소개될 예정이다.

▶ 저자 소개

박상우 | 1957년 경기 광주에서 태어났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마쳤다. 1988년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서 「독산동 천사의 詩」「호텔 캘리포니아」「청춘의 동쪽」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궤적을 이루며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감싸안은 작품 세계를 심화시켜 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고, 2000년 소설집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를 출간함으로써 새로운 문학적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하성란 |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마쳤다. 1996년 단편소설 「풀」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곰팡이꽃」으로 제30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고, 2000년 「기쁘다 구주 오셨네」로 제33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루빈의 술잔」「옆집 여자」,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삿뽀로 여인숙」을 출간했고, 깊은 성찰과 인간에의 따뜻한 응시를 담아낸섬세한 문체의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목차

박상우 | 매미는 이제 이곳에 살지 않는다
하성란 | 여름방학

본문중에서

7월 무더운 어느 날, 특급 열차가 서지 않는 간이 역사의 공중 변소로 한 소년이 들어섰다. 왼쪽 다리를 절고 있었는데 발목이 부러질 정도의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다. 평소 30분이면 충분할 거리가 오늘은 두 시간 넘게 걸렸다. 걸어오는 동안 햇빛을 피할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양어깨에 나눠 짊어진 배낭 세 개의 무게도 만만치 않았다. 하루 종일 햇빛에 달았을 슬레이트 변소 안에 후끈한 열기와 썩는 내가 고여 있었다. 비위가 상해 바닥에 침을 뱉었다. 침은 끈끈한 실을 턱에 달고 운동화 등으로 떨어졌다. 여섯 개의 문 가운데 출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궜다. 오줌 버캐가 누렇게 낀 변기에서 악취가 났다. 소년은 노래를 불렀다. 꼬옻 피이는 동배액 서엄에 보옴이 와왔거언만… 세 개의 지갑에서 꺼낸 지폐와 동전을 챙겨 청바지 뒷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러고는 학생증에 붙어 있는 명함판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별을 매겼다. 김영미 별 두 개, 이민선 별 없음, 민소현 별 다섯. 민소현이라는 여자애의 사진에 입을 맞추었다.

오늘은 수입이 짭짤했다. 물론 발목만 다치지 않았다면 더더욱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예쁘게 접힌 은행잎만한 꽃무늬 팬티가 끌려올라왔을 때는 키득대면서 그곳에 얼굴을 묻고 세차게 부벼댔다. 세탁 비누 냄새가 좋았다. 팬티로 지답을 돌돌 말아 오물이 넘치는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소지품은 많지 않았다. 카메라나 워크맨 같은 게 나와주면 금상첨화겠지만 현금보다는 성가셨다. 입술 연고는 쌀쌀해질 가을을 대비해 챙겨 넣었다. 배낭 밑바닥에서 개봉된 편지 봉투가 손에 잡혔다. 버릴까 하다 궁금증이일었다. 밖은 아직 무더웠고 계집애들은 편지에 어떤 이야길 쓸까 호기심도 생겼다. 6월 23일자 소인이 박혀 있었는데 잉크가 번져 우체국 이름은 알아볼 수 없었다. 수취인은 김영미, 발신인은 최명희였다.

(여름방학 | P.125-127)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7.07.02~
출생지 경기도 광주
출간도서 26종
판매수 2,124권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스러지지 않는 빛」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9년 중편소설 「내 마음의 옥탑방」으로 제2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고 2009년 소설집 『인형의 마을』로 제12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사랑보다 낯선』 『독산동 천사의 시』 『인형의 마을』 등이, 장편소설로 『호텔 캘리포니아』 『가시면류관 초상』 『비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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