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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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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소설가 김영하의 영화산문집 [굴비 낚시]가 도서출판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사실 영화를 업으로 하는 평론가나 감독, 배우들이 쓴 책들 말고 영화라는 장르에 매혹된 사람들의 영화이야기 하면 우선 떠오르는 몇 가지 상투적인 것들이 있다. ||^내 인생의 영화||^ 혹은 추억의 명화||^라는 이름 아래 모인 몇 편의 영화를 가지고서 그 영화에 대한 해설과,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간 곁들여지는 감상, 아니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글이라는 점을 과신해서인지 글에 대한 자의식이 희박한 함량 미달의 글들... [굴비 낚시]는 이러한 위험들을 가뿐하게 넘어선 자리에 위치해 있다. ||^한때는 조기였으며 모두 똑같은 태양 아래 말려졌으나||^ 다루어지는 방식이나 손질에 따라 값이 천차만별인 굴비처럼, 똑같은 영화를 말하더라도 누가 얘기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영화산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영하는 현재 문단과 일반 독자들 모두에게 가장 주목받고 있는 소설가 중의 한 사람이다. 실제로 국내 주요 출판사 편집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출판인들은 21세기 한국문학을이끌어나갈 차세대 작가로 소설가 김영하를 가장 많이 꼽았다. 1995년에 데뷔한 그는 두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장편소설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감수성과 특유의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를 이미 선보인 바 있다. [굴비 낚시]에서 보여지는 경쾌하고 자유로운 상상력은 글에 탄력을 부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낡은 사고방식과 단단하게 굳어버린 고정관념을 흔들어놓는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어느새 독자들은 중력이 지배하는 일상에서 조금은 여유있고 새로운 시각으로 주변의 사물들과 사람들을 바라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 수정아 사랑해 - 오! 수정
    2. 인터뷰 감식법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3. 새마을 운동이여 안녕 - 쉘 위 댄스
    4. 사랑이라는 이름의 버그 - 러브레터
    5. 아름다운 잡탕들 - 매트릭스
    6. 동문서답 - 주유소 습격사건
    7. 셰익스피어가 내게 속삭이기를 - 셰익스피어 인 러브
    8. 아, 신창원 - 쇼생크 탈출
    9. 미학적 마조히즘 - 아메리칸 뷰티
    10. 내 마음의 신파 - 시네마 천국
    11. 아날로그의 망령 - 토이스토리 2
    12. 사랑은 불안의 부산물? - 걸 온 더 브릿지
    13. 평소에 잘하자? - 유 턴
    14. 바퀴와 포르노에 관한 명상 - 부기 나이트
    15. 내 친구 오이디푸스 - 애널라이즈 디스
    16. 축제가 좋아 - 그때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 백치
    17. 베트남과 망각에 대한 농담 한마디 - 동사서독
    18. 서정의 정치학 - 대부 2

    본문중에서

    셰익스피어는 평생, 자신이 쓴 작품이 이렇게 수백 년 동안 이렇게 수없이 리메이크되며 고전으로 남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죽었다. 그는 그저 자기 극장에 사람들이 개떼같이 몰려오기만을 기대하며 작품을 썼고 단 한번도 자기 손으로 자기 작품을 출판하지 않았다. 왜? 출판하면 다른 극장에서 베껴먹을 것이었으므로. 그는 철저히 비밀을 지켰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 손에 전해진 그의작품들은 그의 작품에 출였했던 배우들이 대사를 열심히 외워서 다른 극단에 팔아먹는 바람에 알려진 것들이다. 영화에도 언급되었지만 그때의 작가란 광대와 그리 다를 바 없는 신분이었고 그러니 그가 오늘날의 이 영광을 예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쩌면 그는 우리 시대의 김수현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방송작가는 아무리 잘 써봐야 이문열이나 조정래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걸 김수현이 원통하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다. 또한 그가 자신의 방송대본이 다음 세기에도, 또 그 다음 세기에도 읽혀질 거라고, 공연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역시 셰익스피어처럼, 자신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그렇게 소비되는 것만으로 만족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김수현을 셰익스피어의 반열에 올려놓자는 건 아니다. 그저, 작품의 운명이란 누구도 모른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평생 그 시대 관객의 입맛에 맞는,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장르적 관습||^에 충실한 작품을 썼다. 그가 무슨 기괴한 컬트적 스토리를 양산해낸 건 결코 아니다. 김수현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않는 재벌의 이야기를 쓰듯이 셰익스피어는 왕과 왕비, 귀족, 장군, 그리고 유태인 상인에 대해 썼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벌어지는 애욕과 질투, 사랑 그리고 그 파멸에 대해 그렸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뭐 별다른가. 이룰 수 없는 사랑, 아, 그들의 가문은 그들의 결합을 허용하지 않고, 할 수 없이 짱구를 굴린 그들은 죽은 척하다가 결국 다 죽고 만다는, 아,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바로 그 이야기 아닌가. [햄릿]은 별건가. 아버지는 죽고 엄마는 재혼을 하고, 그런데 알고 보니 새아버지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 아, 이자식을 죽여야 하는데, 힘은 없고 어쩌란 말이냐, 인생이여! 날더러 살란 말이냐, 죽으란 말이냐, 이런 이야기들은 지금도 수많은 TV드라마와 영화가 반복재생하고 있는 바로 그 신파적 이야기들이며 셰익스피어가 어느 날 갑자기 벼락을 맞아 창안해낸 게 아니다.

    히치콕 역시 뭐 별다른 얘기를 쓴 건 아니다. 그는(우리의 임권책처럼) 제작자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주기 위해 1년에 많으면 다섯편까지도 찍어댔다. 그것은 당시에 유행하던 스파이 나오는 첩보극이거나 스릴러였지만, 진정한 천재들은 그런 장르적 영화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모두가 다 가는 길에서 앞서가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나는 가끔, 불행한 천재의 길을 자청해서 가겠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예술영화나 독립영화(그 차이가 먼지는 잘 모르겠지만)를 하겠다는 사람들, 소수의 인간들이나 후대의 인류를 위해 작품을 쓰겠다는 소설가 지망생들. 고백하건대 물론 나도 한때 그런 유혹에 빠져든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 그건 용기가 아니라 비겁이다. 자신의 시대를 보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울고 웃기는 작품을, 쓰고 만들라. 그것이 바로 세익스피어가, 스탕달이, 히치콕이, D.H.로렌스가, 한때 통속작가로 불리었던 그들이 우리에게 속삭여주는 바다. 그러니 제발, 도망가지 말자.

    저자소개

    김영하(Young Ha Kim)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8.11.11~
    출생지 경북 고령
    출간도서 36종
    판매수 136,900권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집 『오직 두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 산문집 삼부작 『보다』 『말하다』 『읽다』 등이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 문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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