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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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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라벤더 향기는 전체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 “라벤더 향기”는 작가의 전언이 가장 깊이 있게 형상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안정된 가정, 일에 빠진 남편 아래층 남자와의 불륜 등 일쑤 상투적일 수도 있는 소설적 구도는 심야의 뺑소니 사고를 계기로 가차없는 삶의 진상을 향해 달려간다 그 진상이란 불륜이라는 껍질속에 숨겨진 허무하고 텅빈 사랑의 실체에 다름아니다.

불륜이라고 하는 일탈의 욕망속에 일상이 은폐시키고 있는 삶의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일탈에 깃들인 미망을 함께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 일탈의 진정성을 드러낼수 없다는 것을 이 작품은 냉정하게 포착하고 있다 머릿속에 그리는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낯선 남자와의 정열적인 사랑관계 역시 눈속임으로 더럽혀져 있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 더러움을 깨친 눈으로 일상의 더딘 삶을 돌이키게 만드는 힘이 이 작품에는 있다 그러고 보면 서하진 소설에 무슨 편견처럼 붙어있는 “불륜테마”가 기실은 하나의 냉정한 방법론이었음이 드러나는 셈이며 이것만으로도 이번 소설집의 문학적 의의는 튼실한 것이라 하겠다

“모델하우스”나 “개양귀비”는 가정이라는 미망에 대한 서하진씨의 해부학이다 어린 시절 가족의 흩어짐으로 상처받은 주인공에게 따뜻하고 안정된 결혼생활, 평상의 가정은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얻고 싶은 소중한 공간이었다. 남편의 첫여자로 인해 힘겹게 이루어낸 가정을 포기해야만 하는 주인공에게 남는 현실은 단지 “모델하우스”뿐이다

“개양귀비”에 등장하는 시어머니 역시 신혼 초부터 밖으로만 돌던 남편 시아버지에게 빼았긴 아이들 등으로 해서 삶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꽃을 가꾸며 살아간다. 그녀에게 가족 혹은 가정이란 무엇이었을까? “불륜의 방식”에는 제목에서 드러났듯이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지닌체 불륜의 사랑을 감행하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불륜은 일상의 건조함을 견디는 방법이거나 자학의 방법으로 나타나는데 작가는 불륜의 심각성을 조롱하며 삶의 한편에 그 마땅한 자리를 마련해 주고자 하는 듯하다

목차

-- 라벤더 향기
-- 모델하우스
-- 기차가 지나는 마을
-- 불륜의 방식
-- 개양귀비
--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자
-- 회전문
-- 무월의 시간
-- 종소리
-- 저만치 누군가가 보이네
백지연 - 삶의 모욕을 견디는 불온한 사랑
작가후기

본문중에서

불륜의 방식
선생님 같은 분이 동참해 주셔야지요 안그래요?
현관안으로 들이민 한 발이 완강했지만 여자의 말투는 지극히 상냥했다. 일요일 아침 잠결에 들은 초인종 소리에 응답을 한 순간 부녀회장이라는 말에 선뜻 문을 연 그 순간 휴일의 평온은 여지없이 깨어졌다. 부녀회라는 것이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모임이 아닐까 싶을 만큼 여자는 끈질겼다. 예의바르고 친절하게 단호하고 절제된 어조로 여자는 내가 동참해야만 하는 이유를 또 설명했다 하나님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예배를 열중한 사이 조잡한 유인물을 디밀며 또다른 하나님을 이야기하는 수상쩍은 종교의 전도사처럼 여자의 얼굴에 알수없는 열기가 가득했다.

저기 … 실은 오늘 일직이에요 곧 학교에 가봐야 되거든요
여자의 얼굴에 낭패감이 꽂혔다. 일직이라는 휴식의 기대를 통째로 삼키는 그 괴물이 바야흐로 휴일의 안식을 되찾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슬그머니 문 밖으로 발을 빼며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여자의 등뒤로 문을 닫으려는 찰나 여자가 아참 하며 문을 부여잡았다
나중에 연판장 돌릴 때 사인이라도 해줘요 이따가 진정서 한부 갖다 드릴게 이상한 부분이 없나 점검도 해주시고
그럼요 그쯤은 당연히 협조해야죠 어려운 일을 맡으셔서 고생 많으세요

여자를 보내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인들 못할까 나는 한껏 친절해졌다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까지 덧붙힌후 문을 닫고 막 방으로 한걸은 떼려는 순간 저기 선생님 하고 여자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심호흡을 두번하고 눈곱 낀 눈 가득 웃음을 띠고 문을 열었다
이거 흔들면서 구호 외칠거거든요 출근하시는길에 들러보기라도 해주세요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11.09~
출생지 경북 영천
출간도서 14종
판매수 2,375권

1960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고, 경희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월간 '현대문학' 신인상에 단편 '그림자 외출'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책 읽어주는 남자](1996), [사랑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1998), [라벤더 향기](2000)가 있다. 인천 재능대학 문예창작과를 거쳐 현재 경희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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