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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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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딸의 몸과 아내의 마음 모두를 지키는 것
그것이 아버지인 내게 주어진 사명이다.”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
★히로스에 료코 주연 영화 〈비밀〉 원작

‘무관의 제왕’이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격을 한 단계 올린 전설의 작품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행복한 가정을 송두리째 빼앗긴 평범한 가장 스기타 헤이스케.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한 버스 사고에서 딸 모나미가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딸의 몸에 들어 있는 것은 사고에서 사망한 줄 알았던 아내의 영혼이다.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는 현실을 숨기고 아버지와 딸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두 사람이지만 일상을 이어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내야 하는 아내 나오코와 세 사람의 소중한 가정을 지키고픈 남편 스기타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풀기 힘든 숙제로 남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1998년 작품, 『비밀』이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되었다. 이름이 장르 그 자체로 평가받는 작가, 대중 소설가로서 이미 독보적 위치에 오른 히가시노 게이고이지만 『비밀』이전 그의 별명이 ‘무관의 제왕’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는 많지 않다. 데뷔 이후부터 큰 인기를 얻었지만 한계를 지적받고 번번이 문학상 수상의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작가는 정면 돌파를 선언하고 1년 넘게 원고 집필에만 몰두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스스로 작가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밝힌 이 책 『비밀』이다. 출간 후 독자와 평단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며 ‘무관의 제왕’이라는 불명예를 벗었고, 소설은 이듬해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오랫동안 사랑받은 작품이자 작가의 커리어에 한 획을 그은 대표작인 만큼, 소미미디어에서는 게이고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양윤옥 번역가를 통해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책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믿음, 그리고 사랑이 가득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녹나무의 파수꾼』의 독자라면 재미와 감동을 함께 추구하는 작가의 원점이 『비밀』에 있음을 금세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신이 던진 미스터리, 인간의 균형추로 꿰맞추다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느끼는 든든하고 따뜻한 사랑

아내의 영혼에 딸의 몸, 겉으로 보기엔 두 사람이지만 셋이 함께인 스키타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딸을 아내로 대해야 할지 아내를 딸로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아버지의 모습은 슬픈 한편 웃음을 자아낸다. 이상한 형태로나마 아내와 딸 모두 곁에 남은 스기타는 버스 사고를 낸 당사자 가족과 피해자 가족을 챙기기 시작한다. 그 여정에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비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비로소 완성된다. 사고를 내고 죽은 탓에 유족들의 모든 원망과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버스 기사의 가족, 느닷없는 사고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난 후 살기 위해 악착같이 보상금 협상을 해야 하는 유족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와 이웃의 복잡한 시선까지…… 히가시노 게이고는 절대 악도 절대 선의 개입도 없는 신의 변덕, 일상을 덮친 ‘재해’ 앞에서 인간이 인간으로 남기 위해 견뎌야 할 것, 죄와 벌의 균형, 참는 것과 용서하는 것의 차이 등 무거운 주제들을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한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삶도 가족과 함께라면 아버지에게는 가능하다.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스기타의 모습은 든든하고 따뜻한 사랑 그 자체이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양윤옥 번역가는 “『비밀』은 단지 신기하고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가슴 뭉클한 가족 소설이자 신이 던진 부조리한 문제를 인간이 인간다운 방법으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쓰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그러면서 『비밀』이 인간의 마음을 써내고자 고심한 작가의 터닝포인트라는 의견, 진정한 출세작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동의한다고 밝힌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어렵게 독자들과 다시 만나게 된 만큼, 과거의 게이고와 지금의 게이고를 잇는 다리로 오래 남길 바란다는 말로 후기를 마무리했다.

목차

비밀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예감 같은 것 따위, 하나도 없었다.
그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오전 8시 정각에 집에 돌아온 스기타 헤이스케는 3평짜리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텔레비전부터 켰다. 하지만 그건 어제 스모대회의 결과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마흔이 된 헤이스케는 지금까지의 39년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평범하고 온화한 하루가 될 게 틀림없다고 믿었다. 아니, 믿는다기보다 그건 이미 그에게는 기정사실이었다. 피라미드보다 더 움직이기 힘든 사실이었다.
그래서 텔레비전 채널을 맞추면서도 화면에 자신이 소스라치게 놀랄 뉴스가 나오리라는 건 상상조차 못했고. 설령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사건이 일어나도 그건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_본문 7쪽

하지만 모나미는 곧바로 입을 열지 않고 지그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 눈빛을 보면서 헤이스케는 퍼뜩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이상한 눈빛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모나미답지 않다. 아니, 그보다 어린애답지 않은 눈빛이다. 단지 어딘지 반가운 마음도 드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이런 눈빛이었는데…….
“여보, 내가 하는 얘기…… 믿어줄 거야?” 모나미가 물었다.
“그럼, 믿고말고. 모나미가 하는 말이라면 아빠는 뭐든 다 믿어.” 딸을 향해 웃음을 건네면서 헤이스케는 말했다.
그리고 말한 뒤에 의문을 느꼈다. 여보, 라고?
_본문 40쪽

모나미는 그의 얼굴을 빤히 지켜보면서 말했다. “나, 모나미 아니야.”
“뭐라고?” 헤이스케는 웃음을 지은 그대로 얼굴 근육이 정지했다.
“모나미 아니야. 모르겠어?”
이번에는 얼굴 근육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래도 헤이스케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하하하. 깨어나자마자 아빠를 놀려먹어? 하하하. 하하하하.”
“농담하는 게 아니야. 정말로 나, 모나미 아니야. 당신이라면 알잖아. 나야, 나. 나오코야.”
_본문 41쪽

헤이스케는 보상금 따위는 얼마가 됐든 상관없었다. 아니, 물론 받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액수도 많은 편이 당연히 좋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시간과 노력을 들일 마음은 나지 않았다. 그런 것보다 여전히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것에 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운전기사가 과로 상태에서 운전 실수를 한 것 같다, 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한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왜 굳이 그런 과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는가, 라는 점이 여전히 애매하기만 하다. 돈을 좀 더 많이 벌기 위해서? 물론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돈을 그렇게 많이 벌고 싶었던 것인가. 호사스럽게 살고 싶었기 때문인가. 빚이 있었기 때문인가. 따로 여자가 있었기 때문인가. 도박에 빠졌기 때문인가. 헤이스케는 그것까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까지 명명백백히 밝혀진 뒤에야 비로소 자신에게 떨어진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_본문 172쪽
“글쎄 끝까지 들어봐. 내년이면 중학교 진학이라고 생각했을 때 바로 사립중학교가 떠오른 건 예전부터 그쪽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전혀 달라. 왜냐면 실제로 중학교에 가는 건 모나미가 아니라 나잖아.
나는 또 다른 이유에서 역시 사립중학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야.”
“또 다른 이유라니, 뭔데.”
“간단해.” 나오코는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한쪽 다리를 엑스자로 엇갈렸다. “공부가 하고 싶어.”
“뭐?” 헤이스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혀 예상도 못한 말이었다. 놀란 끝에 웃음이 터졌다. 그는 웃었다. 웃으면서 책상다리를 틀고 앉았다. “진짜야? 초등학생 문제를 술술 풀었다고 도쿄대 합격하는 건 아닙니다요.”
하지만 나오코의 얼굴은 흔들림이 없었다. 무표정하게 선언하듯이 말했다.
“나,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는 건데.”
차가운 목소리였다. 생김새가 어린애라서 더더욱 차갑게 느껴졌다. 헤이스케의 웃음기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내가 이렇게 되고 벌써 석 달이 지났어. 당신은 지금 내가 어떤 느낌일 거 같아? 혼자 끙끙 고민하면서, 왜 이렇게 됐는지 한탄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_본문 188-189쪽

이런 장면을 어느 영화에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일 뿐, 지금 이 상황을 헤이스케의 마음속에 숨은 또 다른 인격이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헤이스케의 눈에는 나오코와 소마의 모습밖에 잡히지 않았다. 아마 그들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둘 다 꼼짝도 하지 않고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중년 남자의 얼굴을 응시하고 있었다.
헤이스케는 멈춰 섰다. 세 사람의 위치가 거의 정삼각형을 그려냈다.
“아빠.”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나오코였다. “어떻게…….”
다양한 의문이 담긴 ‘어떻게’였다.
_본문 407쪽

저자소개

히가시노 게이고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80204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쿠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보상, 1999년 『비밀』로 제5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숙명』『백야행』『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다』『살인의 문』『편지』『흑소(黑笑) 소설』『독소(毒笑) 소설』『방황하는 칼』 등 다수의 저서를 낸 베스트셀러 작가로 일본 미스터리계의 제일인자이며, 미스터리라는 틀로 묶을 수 없을 만큼 폭넓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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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전문번역가. 히라노 게이치로 '일식'의 번역으로, 2005년에 일본 고단샤講談社가 수여하는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슬픈 이상(李箱)','그리운 여성 모습','글로 만나는 아이세상' 등의 책을 썼다. 그동안 번역한 책으로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장송', '센티멘털',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 마루야마 겐지의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칼에 지다',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장미 도둑' 그외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약지의 표본',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붉은 손가락', '남쪽으로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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