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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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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983년 등단 이래 꾸준히 문제작을 발표해온 김인숙(金仁淑)이 5년 만에 신작소설집 『그 여자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이십년이 넘는 작품활동을 통해 시대적 고민과 내면적 성찰이 오롯이 결합하는 드문 예를 보여준 바 있는 김인숙은 이 책에서 한 세대의 열정과 환멸을 개인의 꿈과 좌절에 겹쳐놓으며, 사랑과 꿈이 사라진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문체로 묻는다. 최근 이상문학상, 이수문학상을 수상하며 한층 깊어진 김인숙 소설의 변모를 만날 수 있다.

수록작 8편은 1980년대에 이십대를 보낸 여성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한 「그 여자의 자서전」 「숨은 샘」 「바다와 나비」, 현실에서 낙오하고 실연의 상처로 방황하는 남자을 내세운 「감옥의 뜰」 「밤의 고속도로」, 경제적 곤란 등으로 삶의 위기에 놓인 주변부 여성을 그린「모텔 알프스」 「빨간 풍선」 등이다. 이중 특히 「바다와 나비」(200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감옥의 뜰」(2005년 이수문학상 수상작)은 작가의 중국 체류 경험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슬픔과 환멸 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지를 발견하는 인물을 생생한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묘사로 그려냈다.

표제작 「그 여자의 자서전」은 어느 졸부의 자서전을 대필하게 된 여성작가 ‘나’의 이야기다. 거금의 원고료 제안에 술술 써나가던 자서전은 졸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기여’ 대목에서 막힌다. 잊었던 청춘시절의 사랑과 꿈을 떠올리며 나는 수치스러운 현실에 우울해한다. 그런 내게 금전적 도움을 청하는 오빠의 전화가 걸려온다. 선량하고 고지식하게 살아온 탓에 자주 곤란을 겪는 오빠를 연민하며, 나는 작가를 꿈꾸던 어린시절의 아름다운 꿈과 재회한다. 다시 만난 자리에서 졸부는 자기의 진심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 토로하며 눈물을 보인다. 나는 오빠와 졸부와 자신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누구나 자기만의 고통과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숨은 샘」의 ‘나’는 17년 만에 우연히 한 대학친구를 만난다. 그는 가난한 형편 탓에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며 데모 한번 못하고 공부에 모든 것을 걸던 학생이었고,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만, 인생의 ‘해피엔딩’을 꿈꾸는 순진한 청년이었다. 사소한 계기로 그의 진심을 알게 된 나는 점점 그에게 끌리고, 그를 이해하는 유일한 친구가 됐다. 그는 고시를 포기하고 대학을 중퇴한 후 직장에 들어갔고, 한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완전히 잊혔지만, 어느날 공기업 파업 현장을 담은 뉴스 화면에 등장했다. 얼마 후 해고를 당한 그는 보험외판원이 되어 나타나 다시 친구들 입에 오르내린다. 나는 기억 속 순수했던 그가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고 믿으며, 그의 해피엔딩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바다와 나비」는 현실의 벽 앞에서 실의에 빠진 남편과 헤어지고 중국으로 건너온 ‘나’의 이야기다. 중국행이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 둘러댔지만 실상 남편의 자학을 지켜보며 삶의 의미를 잃어서였다. 나는 어머니의 식당에서 일하는 조선족 여자의 딸 채금에게 돈을 전해주어야 한다. 그들은 한국행 비자를 얻기 위해 위장결혼을 계획할 만큼 궁지에 몰려 있다. 나는 채금의 집을 방문해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 신산스러운 인생사를 듣는다.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다치던 참혹한 현실을 보고 난 뒤 시력을 잃었다는 그의 이야기는 곧 남편과 내가 보낸 환멸의 시간과 겹쳐진다. 채금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 다시 찾은 그녀의 집에서 나는 절망 속에서도 안간힘을 다하는 생의 의지를 본다.

「감옥의 뜰」의 주인공 규상은 「바다와 나비」의 ‘나’처럼 현실도피로 중국에 와 관광가이드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도박과 약물로 인생을 탕진한다. 규상은 비슷한 처지의 여자 화선을 만나 잠시 같이 지내며 위안을 얻지만, 그녀가 병에 걸려 한국으로 돌아간 얼마 후 그녀의 전남편에게서 부음 전화를 받는다. 규상은 그 소식을 들은 날도 한국 관광객들을 접대해야 한다. 유흥을 위한 장소로 변한 유적지로, 관광의 주목적인 단란주점으로 손님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규상은 화선의 기억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다음날 손님을 보내고 규상은 화선의 물건을 정리하며 그녀가 남기고 간 것이 그의 생에 유일하게 편안한 기억이었음을 떠올린다.

이 외에도 심야 트럭운전사를 주인공으로, 실연의 상처로부터 기억과 정체성의 의미를 묻는 「밤의 고속도로」, 러브호텔의 청소부로 일하며 전신불수가 된 남편과 육체를 넘어선 합일을 꿈꾸는 「모텔 알프스」 등 슬픔과 환멸 속에서 자기 회복과 구원의 빛을 희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김인숙 특유의 세련되고 매끄러운 문체와 능숙한 터치로 그려냈다.

목차

그 여자의 자서전

숨은 샘

바다와 나비

감옥의 뜰

밤의 고속도로

짧은 여행

모텔 알프스

빨간 풍선



해설 | 차미령

작가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33종
판매수 16,858권

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1983년 조선일보에 「상실의 계절」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유리 구두』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자서전』 『안녕, 엘레나』 『단 하루의 영원한 밤』, 장편소설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 『먼 길』 『그늘, 깊은 곳』 『꽃의 기억』 『우연』 『봉지』 『소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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