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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선을 넘는다 : 나와 당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11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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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오후
  • 출판사 : 사우
  • 발행 : 2020년 02월 27일
  • 쪽수 : 28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7332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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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시선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아나키스트’ 오후의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11개의 시선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의 저자 오후의 신작. ‘아나키스트’를 자처하는 저자가 지향하는 삶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가 말하는 아나키즘이란 ‘지배와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저자는 빈부 격차가 극심하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모두가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나키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아나키즘의 개념을 정리하고 소개하지 않는다. 아나키즘이란 이념이 아니라 삶과 태도의 문제다. 그래서 함께 영화를 본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모르지만, 영화에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삶이 있다.
    저자는 영화를 일화로 삼아 세상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의 원인을 드러내고, 이제 다른 상상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기득권층이 만들어낸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선 안에 있지 않다.

    저자는 아나키스트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준다.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인간의 편견을 드러내는 시선은 예리하다. 진실을 위해 선을 넘고, 불행에 빠진 이들과 연대하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없이 따뜻하다. 저자가 보여주는 11개의 시선을 통해 불의에 저항하고 존엄성을 지켜내는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사람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모든 관념과 제도에 정공법으로 저항하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 오찬호 / 사회학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

    권위에 휘둘리지 않는 존엄한 삶을 위해
    지금 여기 우리에게 필요한 아나키즘을 말하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의 저자 오후가 신간을 출간했다. 새 책 [주인공은 선을 넘는다]는 ‘아나키스트’를 자처하는 저자가 지향하는 삶과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아나키즘이라고 하면 흔히 ‘무정부주의’를 떠올린다. 하지만 아나키즘과 무정부주의는 다른 개념이다. 저자가 말하는 아나키즘이란 ‘지배와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저자는 빈부 격차가 극심하고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모두가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나키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새로운 세대는 기존 사회에 환멸을 느끼지만, 규칙 밖으로 벗어나려 하지는 않는다. ‘소확행’은 소소하고 확실하지만 어디까지나 사회가 인정한 작은 행복만을 추구하며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 윗세대 역시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이며, 노인 자살률은 우주 최고이다.
    우리는 모두가 비난하지만, 누구도 바꾸려 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회는 출구를 잃었고, 전체를 강조하는 사상들은 오히려 사회를 원자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지금 여기 우리에게는 아나키즘이 필요하다.”

    이 책은 아나키즘의 개념을 정리하고 소개하지 않는다. 아나키즘이란 이념이 아니라 삶과 태도의 문제다. 그래서 함께 영화를 보고 난 뒤 굴복하지 않는 존엄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모르지만, 영화에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삶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영화를 일화로 삼아 세상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저자가 소환하는 영화 중에는 유명한 영화도 있고, ‘영화 덕후’만이 알 수 있는 희귀한 영화도 있다. 저자는 전복적인 영화 읽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의 원인을 드러내고, 이제 다른 상상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기득권층이 만들어낸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선 안에 있지 않다.

    “시선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모두가 비난하지만, 누구도 바꾸려 하지 않는 시대를 바라보는
    아나키스트의 예리하고도 따뜻한 11개의 시선

    우리 사회의 계급 격차는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다. 부모의 재산은 물론이고 학력과 일자리까지 대물림된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차별과 배제가 심해지고 있다. 정직원은 비정규직을, 인서울 대학생은 지방대생을, 아파트 주민은 경비원을 차별한다.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10개 단어로는 모자라는 서열의 세계만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흑인 천재 여성들의 분투와 성공을 그린 영화 <히든 피겨스>를 보자. 소수자가 차별을 이겨내고 성공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사랑받는 주제다. 저자는 이 영화에서 ‘개천에서 난 용’ 스토리가 유포하는 보수적인 세계관을 폭로한다.
    “개천 용의 성공을 인정해주는 이는 누구인가? 바로 권력자다. 그들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강자의 인정을 받아야만 소수자가 능력을 인정받고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 그게 이 감동적인 영화의 한심한 세계관이다. 실제로 이따금 개천에서 난 용이 등장하기에 우리는 이 사회의 시스템이 건강하다고 착각하고, 체계는 더 공고화된다.”
    경제 성장이 멈추면서 용이 되는 숫자는 줄어들고, 그럴수록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치열해진 경쟁이 우리 사회의 계급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승자는 승리에 대한 보상을 원한다. 그래서 작은 권력이라도 얻으면 그걸 못 부려서 안달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정의와 공정함에 대한 강박에 시달린다. 누군가 규칙을 어기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다. 일례로 KTX 승무원들이 부당해고에 맞서 싸울 때 일부 시민들은 “비정규직 승무원들이 공짜로 정규직이 되려고 한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공정한 입사시험이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볼일이 급한 사람들이 화장실을 서로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화장실을 누가 먼저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 우리 사회의 ‘정의’인 셈이다.
    저자는 서로가 생각하는 정의의 개념을 두고 싸울 일이 아니라 정의를 외칠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쟁이 공정하면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의심해보자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경쟁과 정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탁월한 글을 만날 수 있다.

    좀비 영화 <서울역>은 우리 사회의 착취 구조와 암울한 현실을 그려낸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자는 암호화폐에 대해 이야기한다. 암호화폐가 탄생한 배경, 국가가 암호화폐를 억제하려는 이유, 암호화폐가 변화시킬 미래까지 한 줄로 꿰어서 보여준다. 복잡한 이야기를 명쾌하게 정리해내는 저자의 필력 덕분에 화폐의 역사부터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 암호화폐가 던지는 경고까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2008년 이후 전 세계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자본주의 시스템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순진하게 느껴진다. 미국 경기가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고 하는데, 시민들은 여전히 집을 잃고 떠돌고 있다. 빈부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각국 정부는 현 상태를 유지하기에도 버거워 보인다. 침체기에 빠진 자본주의는 다시 세계를 전쟁의 위험으로 밀어 넣고 있다. 암호화폐의 등장이 우리에게 던진 경고는 명확하다.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다 잡아먹힐 거라는 거다.”
    암호화폐는 단순히 투기성 자산이라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자본의 힘은 이미 국가 권력의 통제를 벗어났다. 암호화폐는 세상을 더 암울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머리를 굴릴 시간이다. 이 세상이 ‘매드맥스’가 되는 것을 막으려면 말이다. 이 책이 논의의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마나나의 가출>은 소련 붕괴 때 만들어진 신생국 조지아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무난한 가정생활을 하는 중년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와 가족들과 한 발 떨어져서 혼자 살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가족들과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단지 혼자 조용하게 보내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저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의 한계를 지적한다.
    현재의 ‘간접 민주주의’는 부유하고 적극적인 사람들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직접 민주주의’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간단히 말해 정치인을 추첨으로 뽑자는 것이다. 추첨제를 어떻게 시행하면 좋을지, 추첨제로 뽑힌 정치인은 선거로 뽑힌 정치인과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 이들을 견제할 방법은 무엇인지, 요모조모 따져가며 저자는 추첨제를 열성적으로 ‘판매’한다. 추첨제에 대해 들어본 사람도 있고, 금시초문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서 구매 욕구가 생기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공무원도 추첨제로 뽑자고 제안한다. 수많은 청년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년간 자신과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사회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다들 대안이 없다며 안타까워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운전면허 시험처럼 기본 테스트만 거친 지원자 중에서 제비뽑기로 공무원을 뽑자고 제안한다. 이 제안 역시 의미 있고 타당해서 ‘구매자’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아나키스트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분야와 공간과 시대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인간의 편견을 드러내는 시선은 예리하다. 진실을 위해 선을 넘고, 불행에 빠진 이들과 연대하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없이 따뜻하다. 저자가 보여주는 11개의 시선을 통해 독자는 불의에 저항하고 존엄을 지켜내는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영화 속에 숨겨진 다양한 사회의 결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차갑고도 따뜻하게’ 서술하는 재주가 대단하다. 경계를 만들어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인간의 편견에는 냉정하고, 그 선을 넘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은 뭉클하다.
    사람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모든 관념과 제도에 정공법으로 저항하는 아나키스트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 오찬호 / 사회학자,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

    목차

    프롤로그

    01 주인공은 깨어 있다 • <제럴드의 게임>
    02 정의를 외치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 <히든 피겨스>
    03 히스토리가 아닌 해프닝 •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04 역할 놀이를 끝낼 때 • <해적: 바다로 간 산적>
    05 우리는 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가 • <미세스 팡>
    06 돈에 의한 자유, 돈으로부터의 자유 • <서울역>
    07 큰 슬픔에 꼭 큰 위로가 필요한 건 아니다 • <땐뽀걸즈>
    08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 <필로미나의 기적>
    09 선거가 끝나면 노예가 된다 • <마나나의 가출>
    10 법을 어기는 비범한 정신 • <카르텔 랜드>
    11 포기하지 않는 용기 • <소공녀>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실제로 개천에서 난 용이 등장하기에 사람들은 시스템이 건강하다고 착각하고, 체계는 더 공고화된다. 기득권층은 옆자리에 얼굴마담 자리 하나를 마련해두고, 수많은 사람에게 말한다. “당신들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

    모두가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우리는 리더가(비록 부패했을지라도) 능력이 있어서 그 자리에 올랐다고 믿는다. 때문에 소수자라도 능력만 있으면, 노력만 하면, 언젠가는 사회가 알아봐 줄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체제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 권력자의 눈에 들기 위해 모두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을 쌓는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느끼는 불안과 피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가해자인 남성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합리적인 척 군다고 해보라. 얼마나 재수가 없겠는가. 가끔은 들어주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분노에 찬 여성들의 말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말꼬리를 잡으며 비난하지는 말자. 그게 가해자가 취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그런 의미에서 재수 없게 떠든 걸 사과드린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건 누가 화장실을 차지할지 각자의 정의관을 내세워 치고받고 싸우는 게 아니라, 화장실을 부수고 칸을 늘리는 것이다. 정의를 외치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정의를 외쳐서는 기존 가치를 바꾸지 못한다. 경쟁 체제만이 강화될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의가 아니라 정의를 외칠 필요가 없는 사회다.

    냉정하게 말해 혁명은 낡은 권력 집단을 몰아내고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혁명의 본질을 몰랐을까? 자신들의 열망이 기득권에 의해 변질될지 몰랐을까?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금 이 순간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판 모르는 이들과 연대한 그 순간만은, 참이 거짓을 이기고 진실이 승리한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아도, 설혹 결과가 나쁘더라도, 그 순간만은 역사의 주인이 된다. 그 순간은 찰나지만 영원하다. 아무리 혁명이 단순한 권력의 교체라 해도 혁명을 겪을수록 세상이 조금씩이나마 좋아지는 이유는 이 영원한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순간을 경험한 사람을 함부로 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알렉산더는 무엇을 위해 일생을 전쟁에 바쳤을까? 그가 바란 건 무엇이었을까?
    그는 어린 시절 신화 속에 등장하는 영웅의 삶에 심취해 있었다.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은 지금 기준으로는 결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늘 강한 적과 싸우기 위해 모험을 떠나고, 자신보다 강한 상대 앞에서 장렬하게 죽음을 맞았다. 알렉산더가 바란 건 넓은 영토가 아니었다. 그는 강한 적을 쓰러뜨리고, 계속 더 강한 적을 찾고, 언젠가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 쓰러질 계획이었다. 시가 되고 노래가 되어 영원히 기억되는 영웅이 되고 싶었다. 어린 시절 들었던 신화 속 주인공처럼.
    우리는 알렉산더를 불굴의 영웅이자,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사람이라고 배운다. 그런데 그는 정말 인생을 개척한 사람일까? 어쩌면 단순한 역할 놀이에 심취했던 어린아이는 아닐까?

    조선업의 침체는 한 개인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대학을 가지 않는 학생에 대한 편견은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불행 속에서도 사람이 살아간다. 바뀔 수 없는 큰 불행 속에도 행복이 있고, 인생이 있다. 불행을 겪었다고 해서 그들의 삶이 앞으로도 불행하다 단정할 필요는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이 영화의 선생님처럼 삶의 행복을 가르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개인차는 있지만(매우 크지만), 삶은 누구나 힘들다. 하지만 힘든 삶에 꼭 큰 의의나 큰 위로가 필요한 건 아니다.

    나는 비종교인이긴 하지만 무신론자는 아니다. 세상 만물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신이라고 표현했지만, 꼭 신이라기보다는 ‘함부로 해선 안 될 어떤 것’이 있다고 믿는다. 세상 만물은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모든 존재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미물이라도 파괴하면 하나의 우주가 파괴된다고 믿는다. 나도 당연히 하나의 우주를 가지고 있고, 그래서 나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이 생각에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 있을 거 같지도 않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이 믿음에는 우열이 없다. 권력이 없다.

    그리스의 700여 개 공직 중 600여 자리가 제비뽑기로 선발됐다. 임기는 1년이었고, 한번 공직을 맡은 사람은 다시는 공직에 오를 수 없었다. 아테네는 현대 국가보다 인구가 많지 않아서 서른 살 이상 남성 중 절반은 죽기 전에 한 번씩은 관직을 맡았다. 모든 시민이 참여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닌 일은 추첨에 뽑힌 공직자들이 알아서 처리했다. 그들은 시민의 관리를 받았으며, 능력이 모자라거나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파면당하기도 했다.

    후보 전원이 부유하고, 자녀 전원이 평균 이상의 교육을 받았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선거가 민주적이고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제도라면, 이는 상당히 불균형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부유층을 20퍼센트라고 본다면, 후보 5명 중 1명, 많아야 2명 정도만이 부유해야 이치에 맞다. 그런데도 과연 이들이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선거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는 얼핏 공평해 보인다. 누구든 출마할 수 있고, 누구든 투표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선거는 늘 상류층이 독점했다. 이 정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 선거제도 자체가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까지 선거는 민주적인 결과를 낳지 않았다.

    추첨으로 뽑힌 이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료를 검토한 뒤,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것이다. 단순히 대중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의도라면 여론조사로도 충분하다. 추첨으로 대표자를 뽑아 많은 월급을 주면서 국회의원으로 일하게 하는 방식은 단순히 여론을 쫓아가는 것과 다르다. 마키아벨리가 말했듯이, 그들에게 군주가 받을 만한 충분한 조언을 제공하면 그들은 군주보다 나은 선택을 할 것이다.

    법을 만드는 일의 핵심은 전문지식이 아니라 시민의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서민의 입장에서’ 같은 표현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국민과 서민이 차고 넘치는데, 왜 우리는 기득권자들을 앉혀다 놓고 서민 코스프레를 강요하는 걸까? 물론 그 사람이 정의롭고 훌륭한 사람이라 진심으로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는 서민이 아니고, 서민만큼 서민을 이해할 수도 없다. 상류층은 상류층을 대변하면 그만이다. 왜 버스비도 모르는 사람에게 국밥을 먹이려고 하는가.
    ( '본문'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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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3종
    판매수 1,080권

    왼손잡이로 태어났지만, 어른들의 압력에 굴복해 오른손을 쓰며 자랐다. 덕분에 지금은 남들이 한 손으로 하는 일을 두 손을 써야 겨우 할 수 있다. 언어보다 수학을 잘했지만, 예술을 좋아해 문과를 선택했다. 왜 예술이 문과로 묶이는지 아직도 이해는 안 되지만, 덕분에 지금은 문과든 이과든 예체능이든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서른 이전에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서른 이후에는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은데 살기 위해 아무 일이나 한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라는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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