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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의 문학과 인간을 그려낸 책. 고은 시인이 1971년 '세대'지에 <1950년대>라는 제목으로 1년 동안 열렬한 반응을 받으며 연재하였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 전쟁세대 또는 전후세대로 불리는 1950년대의 문단의 온갖 활극과 고난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전쟁과 죽음, 페허, 절망, 그리고 실존의 세대를 전해줄 뿐만 아니라 전쟁과 인간과 작가와 진정한 문학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해 준다. 특히 1950년대 작가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고, 작가의 본질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 전쟁세대 또는 전후세대의 문단과 문학에 대한 고전 《1950년대》 《1950년대-그 폐허의 문학과 인간》(향연, 2005)는 고은 시인이 1971년 《세대世代》지에 “1950년대”라는 제목(부제는“나의 고향은 폐허였다”)으로 1년 동안 열렬한 반응을 받으며 연재하였던 것이다. 이것이 1973년에 첫 출간되었고, 이후 폐허 서울의 연대를 그린 후반부가 덧붙여져 발간되었던 것을 이번에 재발행한 것이다. 《1950년대》는 전쟁세대 또는 전후세대로 불리는 1950년대의 문단과 문학을 그리고 있다. 1950년대 문단의 온갖 활극과 고난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책은 “임진란 이후 민족 최대의 비극이라 할 수 있는” 6?25전쟁에 압도되어 상황에 대한 예각화된 작가적 분석이 부재한 가운데 전쟁의 “증인으로서 휴머니즘과 가짜 실존주의, 엉터리 주지주의에 의해서 어느 세대보다 맹렬하고 공허하게 자아의 세대를 만들기 시작했”던 1950년대의 좌절과 슬픔을 담고 있다.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시인의 날카로운 직관과 대서사시와 같은 도도한 문장으로 씌어진 《1950년대》는 한국 문단사의 생생하고 소중한 기록일 뿐만 아니라 전쟁과 인간과 작가와 진정한 문학의 의미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해주는 ‘한국문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과 인간과 문학 그리고 작가 1950년대의 문학은 어느 시대에도 없던 절규와 비통한 자아의식으로 접근되었고,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인간에 대한 본능적인 옹호와 관심으로 인해 많은 문학 지망자를 배출하였다. 어느 곳에서나 시를 말하고 인간을 열렬하게 노래함으로써 문학적 시간으로 채워졌지만, 그들의 문학은 언어의 극한적 허무를 몰랐고 문학의 절대적 비력非力을 겪지 않음으로써 단지 문학 표면의 행위로만 만족하는 상태였다. 따라서 일단 문학 안에서 예술적 형성이 불가능했고 그들의 문학은 그들의 체험보다 공허한 것이 되었다. 결국 한국의 작가란 시대의 비극에 대해서 아무런 몫도 맡을 수 없고 어떤 일부분의 몫도 차지할 자격이 없는, “전쟁의 이름으로 모든 방종과 퇴폐와 신음이 관용되고 자학적인 열정이 심미적 객관화를 저해한 양상”을 가지며 술과 제스처가 거의 전부였던 실격 계급이었던 것이다.(요약 인용) 《1950년대》에는 작가의 본질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많다. 특히 세계대전 시 장 리샤르 블록 등 프랑스 지식인(작가)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1950년대들을 여러 경우로 살펴보고 있다. 필자의 작가론 몇 가지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피난문단에서는 그런 시대를 대상代償할 작가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파멸할 줄 몰랐다. 그들은 파멸을 통해서만 그들의 예술의 가능성이 기대되는 시대라는 것을 그 시대에 살면서 아무런 관계도 시대에 부여하지 못하고 지나가버린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은 독재를 낳게 되고 지식인의 경우 그런 무서운 무관심은 전혀 치료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 현상이 정치와 개인, 정치와 문학의 문제를 꾸준히 일으키고 있을 때 그것에 대한 지식인의 입장이 생기는 것이다.” “…적어도 작가라면 어떤 상태에 대해서도 작가로서 살아야 할 지속적인 내연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 전쟁이 승리와 전진으로 발전할 때 작가는 그렇게 희망했던 승리에 대해서도 어떤 자괴적 자아 발견이 있어야 했다. 그 승리를 작가의 어떤 자기부정 안에 흡수할 만한 힘을 보임으로써 작가가 된다. 작가는 현실을 사랑하는 일을 현실을 미워하는 일과 함께 꾀해야 하고 그 현실에 언제나 자아를 투영시켜야 한다.” “작가는 어떤 행위도 의식을 떠날 수 없는 부자유에 의해서 작가의 책임이 발생한다. 작가가 예술보다 도덕 쪽에 소속되는 유일한 일은 어떤 시대에 대한 고독인 것이다. 이 고독이 결락되었을 때 그는 작가가 아니라 대중이 되고 창녀가 된다.” “작가는 어떤 힘에도 의존하지 않고 저 자신의 힘에 의해서 무력해지는 인간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작가란 한 시대의 행복을 누리지 않고 그것을 고뇌의 심부로서 찾아야 한다. 이런 탐색은 결코 행복한 상태의 반대로서만 가능하며 어떤 고난의 지하 형식을 반드시 전제한다. 그것은 작가에게 유일한 작가가 되게 하는 사명이자 또한 당연한 작가 일반의 의무인 것이다.” ■ 1950년대 문단의 체험적 문학 보고서 《1950년대》에는 전쟁 가운데에서 남행 피난을 역행한 신동문의 순정적 사연, 서정주?이한직?조지훈의 남행과 한강폭파 그리고 서정주의 정신이상, 인공 치하의 서울에서 전설적인 은신생활을 한 화가 박고석, 유탄을 맞아 우발적인 참사를 당하는 김영랑, 사형을 받고 시체로 실려가던 중 기적적으로 재생한 김팔봉, 김동환의 납북을 겪으며 서울에서 고달픈 잔류생활을 했던 최정희의 운명, 에덴 다방에서 시작된 오상순의 다방철학과 다방포교, 김수영의 거제도 포로수용소 생활과 탈출, 폐허에서의 심야 절규, 부산의 한 찻집에서 바흐를 들으며 음독자살한 시인 전봉래, 정찬영과 윤영준의 전쟁 속의 비련, 민족적 비극의 한가운데서 인간 옹호의 행동을 보인 구상과 선우휘의 문학적 무용담, 결국 첫사랑을 잃은 한 월남시인으로 귀착하기까지 한반도 곳곳을 피로써 기록한 극적인 생애를 산 이경남, 자살을 가장한 음악적 정치 도피의 박용구, 자기해체적 자학과 순정의 화가 이중섭, 황색의 방랑구걸 기인 천상병, 도저한 자만심과 원생적 반정으로 일관한 김관식 등등 1950년대에 걸쳐지는 거의 모든 작가들의 장면들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상징화해서 스케치되어 있다. 바라크에서 책을 읽고 다방에서 글을 쓴 피난문단, 군가를 짓고 전선을 순회하는 종군작가들, 죽거나 지하에 숨거나 머슴으로 은신하거나 납북되거나 인민재판에 회부되거나 북한에 동조한 잔류작가들, 전쟁 또는 전후의 동인지 활동, 명동에서 싸구려 술을 마시고 종3에서 싸구려 여자를 찾으며 폐허의 절망에 몸을 던진 1950년대 작가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전쟁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아아 1950년대
전쟁은 그들의 운명을 만들었다
전후의 우울
남하 그리고 고독한 북상
시인이 한강을 건너갈 때
그 행렬은 어디로 가는가
한 프랑스인의 저항
그러나 작가는 민간인이었다
슬픈 군가 "양양한 앞길에..."
최후의 남하열차
한 여류작가의 잔류생활
전쟁이 일으킨 자기반란
북한시대의 자취
엑서더스 90일
방황하는 예술인
그 황량한 날의 임시수도
전쟁은 무엇을 서술하는가
도강파의 사디즘과 마조히즘
젊은 형제시인의 비극
모든 병사는 문학청년이었다
6ㆍ25는 코리아! 코리아!를
청천강변의 체험
북한으로 끌려간 군상
북한과 거제도 사이의 사신
호남평야의 정적
누가 총살하고 누가 총살당하는가
1950년대의 주제 '전쟁과 비련'
폐허와 진실
전선의 휴머니즘
1950년대의 반신상
1ㆍ4후퇴의 빙하시대
행동 그리고 정열
1ㆍ4후퇴 이상 없다
그들의 역사 언어
그리고 도강파의 부상
부산의 원주민들
대구 그리고 이중섭의 순수
6ㆍ25는 한국사의 극점이다
한 정신은 시대를 헤매었다
바라크 연감
전쟁은 남자들의 얼굴을 그린다
전후작가의 그늘진 동작
그들이 만든 회색인
너와 나의 원형
전전파의 멜로드라마
한 시인의 현해탄 파란
도쿄에서 6ㆍ25를 바라보다
맥아더 체제의 전시사회
1950년대의 비극론
어떤 실존주의 작가의 체험
나에게 술을 부어라
제1차 저항의 풍경
김성한의 정물화
'후반기'의 데카메론
별을 보던 시대는 행복했다
이 상처가 내 이름이다
문리대 문학 그룹의 제스처
작가는 걸인인가
대구의 종군문단
그들의 12열차
폐허, 그 폐허의 논리
그들은 이방인인가
상황과 상황문학
퇴폐의 궤적
실존주의 시대

1950년대는 누구 하나라도, 병역을 기피해서 미국 유학을 떠난 자에게도 그 참호의 비극, 그 피에 젖은 포항전투와 향로봉의 비극으로부터 주부(呪符)를 떼지 못하는 것처럼 벗어날 수 없다. 1950년대란 바로 전쟁이 만들고 전쟁이 버린 고아의 시대인 것이다. 역사가 인간을 버리고 예술 자체가 인간을 버린 유기의 시대인 것이다. 그러므로 1950년대의 문학은 한국문학에서 마이너스의 운명을 감수하고 “아아 공허한 시대여!”라는 썩은 영탄을 읊조리게 하는 것이다. (24쪽) 전쟁은 자연만큼 인간에게 체념을 길러준다. 자연은 오랜 시간을 걸려서 생기는 체념의 세계지만 그러나 전쟁은 갑작스럽게 체념을 엄습케 한다. 그럴 경우 이제까지의 생활과 불행에 대한 배신행위로서 전쟁을 받아들이게 되는 급성의 전쟁 찬성, 전쟁의 과장된 허용의 위험도 초래한다. (90쪽) 작가는 어떤 행위도 의식을 떠날 수 없는 부자유에 의해서 작가의 책임이 발생한다. 작가가 예술보다 도덕 쪽에 소속되는 유일한 일은 어떤 시대에 대한 고독인 것이다. 이 고독이 결락되었을 때 그는 작가가 아니라 대중이 되고 창녀가 된다. (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