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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제1회 폴라리스 선정작품집(윤주미 커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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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여기 SF계의 신성이 되기 위해
쏘아 올려진 일곱 개의 작은 별이 있습니다

SF어워드 대상 수상작가 4인과 함께한 아작×안전가옥
2019 제1회 폴라리스 SF 창작 워크숍 선정작품집!

2019년 상반기, 아작과 안전가옥의 콜라보레이션이 있었습니다. 바로 단편 SF 창작 워크숍 ‘폴라리스’입니다. 단행본을 출간한 정도의 프로작가가 아닌 분들은 이 워크숍에 모두 지원할 수 있었고, 실제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분들이 도전했습니다. 이미 온라인에 몇몇 작품을 발표해서 이름을 알린 분도 계셨고, 영화를 만드는 분도 계셨고, 진짜로 ‘사이언스’ 업계에 있다가 오신 분도 계셨고, 청소년이나 어린이를 위한 창작 연습을 해 오신 분들도 계셨지만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단편소설을 완성해보지 못한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이 단편집은 그 성과를 추려 담았습니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의 성향은 실로 다양합니다. 한국의 현실을 절묘하게 담은 사회 비판적인 작품도 있고, 철학적인 두려움을 점잖은 코스믹 호러풍으로 옮긴 작품도 있고, 슈퍼히어로물의 클리셰에 도전한 작품도 있고, 황금기 SF 단편을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한 작품도 있습니다. 코미디와 드라마, 스릴러, 우화 등 그 장르도 모두 다릅니다.

여기, SF계의 신성이 되기 위해 쏘아 올려진 일곱 개의 작은 별들이 있습니다. 어서 오셔서 가능성을 발견해주시고 응원해주십시오. 이미 유명한, 검증받은 작품들 사이에서 “내가 그 친구는 예전부터 알아봤어”라고 자랑할 기회는 매우 적습니다. 지금 바로, 누구보다 먼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누가 한국 SF계의 붙박이별, 북극성이 될지 누가 또 알겠습니까.

★ 주의: 일곱 권의 <2019 제1회 폴라리스 선정작품집>의 본문 내용은 모두 똑같고, 표지만 다른 판본입니다. 각각의 판본에는 초판 한정으로 저자 친필 사인이 담겨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2019년 상반기, 아작과 안전가옥의 콜라보레이션이 있었습니다. 바로 단편 SF 창작 워크숍 ‘폴라리스’입니다. 단행본을 출간한 정도의 프로작가가 아닌 분들은 이 워크숍에 모두 지원할 수 있었고, 실제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분들이 도전했습니다. 이미 온라인에 몇몇 작품을 발표해서 이름을 알린 분도 계셨고, 영화를 만드는 분도 계셨고, 진짜로 ‘사이언스’ 업계에 있다가 오신 분도 계셨고, 청소년이나 어린이를 위한 창작 연습을 해 오신 분들도 계셨지만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단편소설을 완성해보지 못한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창작 경험도, 인생 경력도 제각각인 여러 사람이 내보인 결과물들은 당연히 서로 다른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죠. 이 단편집은 그 성과를 추려 담았습니다.

이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더 즐거웠을 겁니다. SF어워드 대상 수상 작가들로만 꾸려진 네 명의 멘토들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고, 창작에서 누군가와 함께 논의하면서 작품을 개선해나가는 일이 얼마나 커다란 기회인지도 알 수 있었을 테니까요. 실제로 합평회와 멘토링을 통해 부분들이 여기에 실린 최종 작품이 되었고, 그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큽니다. 창작에 왕도는 없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더 좋게 만드는 작업은 가능하죠. 구성원들끼리의 합평과 멘토의 조언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한 결과물들은 그 아이디어는 둘째치고서라도 하나의 이야기로서 잘 다듬어졌습니다.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과 작품 속에 그것을 녹여내는 방법, 사건을 키우고 해결하는 방식 등을 개선하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그 과정을 공유할 수는 없지만, 이 최종 결과물들이 잘 다듬어졌다는 점은 금방 확인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의 성향은 실로 다양합니다. 한국의 현실을 절묘하게 담은 사회 비판적인 작품도 있고, 철학적인 두려움을 점잖은 코스믹 호러풍으로 옮긴 작품도 있고, 슈퍼히어로물의 클리셰에 도전한 작품도 있고, 황금기 SF 단편을 떠올리게 하는 클래식한 작품도 있습니다. 코미디와 드라마, 스릴러, 우화 등 그 장르도 모두 다릅니다. 각자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그토록 다양했던 거죠. 폴라리스 워크숍은 이렇게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다양한 욕망을 다듬어 말끔한 이야기로 만들어 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작품을 완성하는 것만큼 큰 동기 부여는 없죠. 사실 하나의 단편을 완성하고 나서 다시 그 작품을 검토하고 고쳐 쓰는 일은 매우 힘듭니다.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몇 배의 심적인 고통이 수반되죠. 멘토, 그리고 동료 멘티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지 않을까요. 그래서 워크숍을 하는 거고요. 그런 면에서 폴라리스 워크숍은 성공적이었다고 평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기, SF계의 신성이 되기 위해 쏘아 올려진 일곱 개의 작은 별들이 있습니다. 어서 오셔서 가능성을 발견해주시고 응원해주십시오. 이미 유명한, 검증받은 작품들 사이에서 “내가 그 친구는 예전부터 알아봤어”라고 자랑할 기회는 매우 적습니다. 지금 바로, 누구보다 먼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누가 한국 SF계의 붙박이별, 북극성이 될지 누가 또 알겠습니까.

<위대한 체조>, 백승화
우주의 종말은 어떻게 올까요. 이 우주가 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몸풀기 체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게 실행되는 순간 목적을 다 하고 ‘끝난다’면 어떨까요? 그런데, 그렇다면 그 목적을 설계한 존재들은 누구일까요? 그리고 왜 그런 목적을 설정했을까요? 다중우주에 관한 코믹하고도 어딘가 쓸쓸한 판타지 단편. 말끔합니다.

<너무 똑똑한 돼지들의 도시>, 지현상
인류의 우주 탐사대는 우주 탐험 중에 문명을 이룬 종족이 사는 행성을 발견했습니다. 돼지와 닮은 종족이었죠. 문제는 그들이 인간과 닮은 종족을 식량 중 하나로 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축으로요. 탐사대는 격렬한 논쟁을 벌입니다. 학살당하는 인간형 종족을 구해야 하는가? 어느 쪽이 윤리적인 판단인가?

<열두 시간>, 윤주미
나노 로봇을 삽입해 인간의 뇌 기능을 활성화하고 그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똑똑해지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는 SF가 자주 사용해 온 소재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 소재를 둘러싼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한국 학계 특유(?)의 씁쓸한 분위기가 잘 재현돼 있습니다. 실제로 학계에 오래 몸담았던 저자가 선보이는 리얼리티가 돋보입니다.

<우리의 오리와 그를 찾는 모험>, 손소남
아마도 이 단편집에서 가장 ‘문학적’으로 시작하는 작품일 겁니다. 인상적인 프롤로그가 지나면 환생한 존재를 찾아내는 과학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 기술에 목을 맸던 권력자가 인간이 아닌 오리로 태어났음을 알게 됩니다. ‘인간이었던 오리’에 관한 수많은 제도적 논의는 둘째치고, 만약 환생에 뜻이 있다면, 이건 다 무슨 뜻으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우리들의 영웅, 브이!>, 이규락
슈퍼히어로에 관한 고찰을 담은 작품. 이 장르의 클리셰를 여러 개 가져와 보여준 다음 그걸 비틀어 보여줍니다. 요즘은 그런 전개도 많지 않냐고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단편은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묘한 부분에서 끝맺습니다. 어쩌면 이게 단편소설의 재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짧지만 여운이 남죠.

<사이보그 동물 사육제>, 김유경
위험한 바이러스를 가진 보균체들을 없애려고 동물들을 다수 절멸시킨 미래. 하지만 동물 산업은 돈이 되기 때문에 그 자리를 사이보그 동물들이 대신합니다. 이 사이보그 동물 중 하나인 세 발 달린 까마귀는 개조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까마귀는 한 인간 소년에게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알게 되고, 그를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죽어가는 동물을 사랑할 줄 아는 소년이었습니다….

<0을 위하여>, 신지현
우주선과 승무원의 의식을 연결시키는 기술, 우주선 내부에서 벌어지는 살인…. 최근 한국에 출간된 SF 신작들의 아이디어가 고루 혼재돼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재료들을 섞어 탄생한 결과물은 또 다르네요. 철학적인 두려움과 미지에 대한 공포가 하나가 되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이 작품처럼 진행되고 끝났으면 아주 좋았을 것 같습니다. 우아한 마무리.

[추천의 글]
당신이 아직 소설을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해 두 달은 짧고도 짧은 시간이다. 직장이나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면 더욱 짧다.
글쓰기에는 모든 단계에 고비가 있다. 처음에 괜찮은 구상을 해야 하고, 이것으로 말이 되는 줄거리를 만들어야 하며, 그 줄거리가 소설의 구조를 갖추어야 하고, 전개에 일관성과 논리가 있어야 하고, 묘사를 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훌륭한 소설을 쓰는 것은 나중 일이고, 소설의 형태를 갖추기도 어렵다.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이 두 달 만에 출간 가능한 소설을 썼다면 하나의 기적을 이룬 셈이다. 그리고 다들 그 기적을 이루어내 주었다.
- 김보영, SF 작가

작가들이 쓴 작법서가 많이 쏟아지지만,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있는 정해진 공식 따위는 없습니다. 진짜입니다. 작법서를 쓸 수준에 이른 작가는 오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자신만의 습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을 뿐입니다. 말하자면 훌륭한 작가의 숫자만큼 훌륭한 소설을 쓰는 방식이 존재하는 거겠지요. 그런데 이런 습관들은 작가 스스로 말하지 않는 이상 알려지는 법이 없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습관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래서 폴라리스 워크숍의 가장 큰 의의는 멘토 작가의 습관을 멘티 작가님들이 바로 곁에서 관찰하고 참고할 수 있었던 점이 아닐까 합니다. 한 작가의 작업 습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으니까요
- 김주영, SF 작가

‘폴라리스 워크숍’은 조금 먼저 시작한 작가가 SF를 창작하고픈 예비 작가와 소통하고, 그를 격려하고, 그의 소중한 이야기가 더 아름다워지도록 조언하는 활동이다.
워크숍에 함께 한 사람들은, 비록 멘토와 멘티라는 호칭으로 구분은 되었으나, 상상과 가능성이 중심인 이야기를 다듬어 내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다.
- 김창규, SF 작가

이 폴라리스 워크숍은 무척이나 반갑고도 또 기쁜 기획이었습니다. 판을 형성하고 확장하기 위해 어떻게 다양성을 확보하고 동력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계획을 세울 때 이러한 멘토링 프로그램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만 할 테니까요. 그리고 이곳에 모인 멘티님들은 이 야망으로 가득한 기획에 걸맞게도 하나같지가 않고 자신만의 영역에 대한 확신과 그를 달성하기 위한 열정을 갖고 계셨습니다.

[추천사]
작년 가을, 아작에서 전화를 받고 “창작 강의…….”라는 서두를 듣자마자 나는 거절할 말을 궁리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제대로 창작 강연을 해본 것은 한 번뿐이었고, 지금까지도 두 번뿐이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즐기지 않고, 대부분의 강연제의에서 도망치며 창작 강의는 그중에서도 가장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분야다. 작가란 각자 다른 곳에서 출발해서 각자 다른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일괄적으로 가르치고 또 배우는가. 물론 창작 교육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또 많은 사람에게 도움도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약간 삐딱하게 그리 생각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기획은 강연이 아니라 워크숍이며, 네 명의 작가가 소수의 인원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멘토링을 하는 기획이라는 말에 마음이 동했다. 그러면 각기 다른 길을 가는 작가들을 방해하지 않고, 그 사람 개개인에 맞추어 보조해줄 수 있을 듯했다.
SF 창작 워크숍에 대한 논의는 이전에도 간혹 있었다. SF 공모전은 최근 의미 있게 늘어나고 있지만, 결국 공모전은 완성된 작가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일이다. 경력사원 같은 신입사원을 바라는 회사와 좀 비슷한 점이 있다. 그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가도 있기는 하겠지만, 소수라는 걸 생각하면, 슬슬 선발에만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양성이 필요한 때가 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일괄이 아니라 개별인 편이 좋을 것이다. 글 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 다르고 필요한 것이 다르다.
예전에 한 작법서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바둑을 배우려면 기초와 기보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바둑 기사가 되려면 그 기보를 잊고 자기만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기초를 모르고 시작할 수는 없다. 그리고 배우고 잊어야 한다. 창작도 그와 같다고 한다.

소설은 사실 은근히 사람들이 쉽게 넘보는 분야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말을 할 수 있으므로 소설도 쓸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이 훈련 없이 작곡가나 화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건만,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숨겨왔던 재능이 꽃을 피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뒤 첫 소설의 완성과 함께 넷플릭스와 영화사에서 다투어 연락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 생각은 창작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첫 소설에서 넷플릭스는커녕 주변 사람과 출판사까지도 시큰둥하면 단박에 소설 쓰기를 중단한다. 그때 “나를 알아주는 시대가 아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행복한 인생일 수는 있으나 좋은 소설이 나오기는 어렵다.
나는 글쓰기에 막대한 시간을 쓰지 않은 사람이 좋은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어떤 작가는 첫 소설부터 두각을 나타냈다고? 그 사람은 아마도 글을 배우기 전부터, 말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만들며 놀았을 것이다. 창작이 그의 놀이며 취미였을 것이다. 그것을 재능이라고 부른다면 불러도 좋을 것이다.
재능은 믿지 않으면서도, 적어도 스토리텔링 분야에서는 나는 한 가지 종류의 재능은 믿는 편이다. 스토리텔링이란 《세상에 존재한 적도 없고 내가 체험한 적도 없는 세계가 문장 단위로 일관성이 있으며, 수십 페이지, 때로는 수천, 수만 페이지에 걸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어찌나 일관성이 있는지 독자들이 그 세계가 존재한다고까지 믿어 의심치 않을 만큼. 더불어 《세상에 존재한 적도 없으며 나와 성격도 가치관도 체험도 인생도, 때로는 갖고 있는 지식마저 완전히 다른 인물이 문장 단위로 일관성 있게 행동해야 한다.》 그런 인물이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 상호작용을 하는데 어찌나 일관성이 있는지 독자들이 그 인물들이 실제 존재한다고까지 믿어 의심치 않아야 한다.
나는 이 ‘가상의 세계와 인물의 일관성’을 만들어내는 일이 지능이나 배움으로 가능한 일로 보지 않는다. 몇 가지 요소만 상호작용해도 복잡성이 기하급수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삼체문제(세 개의 물체 간의 상호작용과 움직임을 다루는 문제)만 해도 아직 인류가 풀지 못한 수수께끼다. 그런데 창작자는 이 고도의 수학적 수수께끼를 본능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 작업을 숨 쉬듯 한다. 어떤 사람들은 힘겨운 노력과 퇴고 끝에 한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사람들은 설령 칼럼이나 비소설을 훌륭하게 써낸다 해도 창작으로 넘어오지 못한다.
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세상에서 가장 못 쓰는 작가들이라 해도 저 ‘상상의 일관성’을 만드는 능력은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창작자라면 누구나 가진 재능이기에 창작자들조차도 이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기도 하다.
그러니 일단 당신이 가장 형편없는 창작이라도 할 수 있다면 일단 기본적인 재능을 갖춘 것이다. 다음은 들인 시간의 문제다. 물론 막대한 시간을 썼다 해서 들인 만큼의 보상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일이 또한 창작이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인생을 이 보장 없는 일에 낭비하기로 결심한 사람만이 작가가 되리라는 것이다.

당신이 아직 소설을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소설 한 편을 쓰기 위해 두 달은 짧고도 짧은 시간이다. 직장이나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면 더욱 짧다.
글쓰기에는 모든 단계에 고비가 있다. 처음에 괜찮은 구상을 해야 하고, 이것으로 말이 되는 줄거리를 만들어야 하며, 그 줄거리가 소설의 구조를 갖추어야 하고, 전개에 일관성과 논리가 있어야 하고, 묘사를 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훌륭한 소설을 쓰는 것은 나중 일이고, 소설의 형태를 갖추기도 어렵다.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이 두 달 만에 출간 가능한 소설을 썼다면 하나의 기적을 이룬 셈이다.
그리고 다들 그 기적을 이루어내 주었다. 나는 누구의 작품이 출간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때까지 같이 갔다고 생각한다. 선정되신 분들은 당연히 모두 축하드리고, 선정되지 않은 분들의 작품들도 내게는 다 좋았다.
지현상 작가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성취를 이룬 작가였기에 크게 도울 점이 없었다. 오히려 보조사회자로 워크숍 내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윤주미 작가는 시놉시스에서부터 소설 구조까지 내내 여러 번 뒤집었다. 나는 시간이 한정된 워크숍에서 좋은 전략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결국 윤작가는 열정적으로 고친 끝에 가장 훌륭한 버전을 찾아내었다. 속단하지 말고 작가마다 다양한 전략이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사실 무엇보다 내가 즐거웠을 때는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이 잘 썼을 때보다도, 훌륭한 작품이 나왔을 때보다도, 기본기가 거의 없었던 작가가 폭풍처럼 성장하여 하나의 소설을 완성했을 때였다. 그때만큼 기쁠 때가 없었다.
일단 소설 하나를 완성했다면 앞으로 몇 개든 더 만들 수 있다. 멈추지 말고 이 일에 인생을 낭비하기를 바란다. 건필을 기원한다.
- 김보영

2019년과 함께 폴라리스 워크숍이 시작되었을 때는 겨울이었습니다.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고생보다 서울의 추위를 더 걱정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늦여름 더위 속에서 추천사를 쓰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믿음직하고 좋은 분들이 함께한다는 점 때문에 폴라리스 워크숍에 멘토 작가로 참여하겠다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만, 그 후에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제일 걱정했던 부분은 이제 막 창작을 시작하는 멘티 작가들이 가진 글쓰기의 즐거움을 빼앗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학생의 욕심과 선생이 만났을 때 그려지는 그림이, 입시학원이라는 아주 한국적인 그림이었거든요. 워크숍이라는 시스템이 경쟁에 익숙한 한국의 창작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꽤 의문이었습니다.
또 다른 고민은 합평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막 창작을 시작하던 시기에 참여했던 합평을 돌아보면 좋은 기억도 많지만 부끄러운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상대의 작품을 비평한답시고 열심히 내뱉었지만, 상대 작가에겐 상처를 남겼던 적이 많았어요. 물론 저도 상대의 반격에 상처를 입고서야 깨달았지요. 돌아보면 서로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창작 경험이 아직 적었던 우리에게는 필요했던 것은 어설픈 비평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써 내려 간 글에 대한 지지와 격려였는데 말이죠. 그런 어리석음을 멘티 작가들이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면서 합평에 대한 몇 가지 규칙을 제시하고 당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멘티 작가님 배정은 멘토 작가들의 사전 모임에서 정해졌습니다. 우수한 시놉시스를 낸 멘티 작가를 서로 데려가려는 쟁탈전이 있었을 것 같지만, 죄송합니다,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소소한 과정이 있기는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운명적인 만남이었던 것 같아요. 서로 처음 만나던 날, 안전가옥의 비밀공간을 가득 메우고 앉아서 어느 분이 서로의 멘토?멘티인지 궁금해하며 두근거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의 멘티 작가님들은 하나같이 거대한 스케일과 서사를 가진 이야기를 가지고 제게로 오셨어요. 스케일이 남다른 분들이셨죠. 좋았습니다. 저도 광활한 공간과 거대한 서사에 매료되는 작가이자 독자이니까요. 그런데 이 워크숍에서는 단편을 써내야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생략하고 줄여야 했던 멘티 작가님들의 아쉬움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꼭 장편에 도전하셔서 그런 아쉬움을 모두 털어버리시기 바랍니다.
제가 모신 멘티 작가님들은 모두 성실하고 넉넉한 성품을 가지신 분들이었습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적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온라인 과제로도 모자라 창작일기까지 써내라고 했는데, 모두 열심히 참여해 주셨지요. 일일이 읽고 피드백하는 일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면 거짓말이겠습니다만, 작가님들의 열정에 자극받아 의욕이 활활 불타는 나날이었습니다. 경쟁심과 독기 어린 비평만이 오갈까 걱정했던 합평회도 어찌나 따뜻하고 다정했던지, 지금도 가끔 그 인간적인 온기가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변화무쌍하게 다양한 시도를 하셨던 도영원 작가님은 항상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고, 꼼꼼하고 치밀한 설정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던 류서 작가님은 박학다식함과 간결한 논리로 동료 작가님들의 혼란한 설정을 정리해 주곤 하셨지요. 깊은 사유를 조용히 이야기에 담아 나가던 임욱 작가님의 부드러운 미소와 시원하고도 날카롭게 동료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읽어내던 김유경 작가님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런데 네 분의 단편이 점점 완성되어 갈수록 어느 작품을 수록작으로 골라야 하나 고민도 깊어지기 시작하더군요. 편집부에서 그 고민을 덜어주셔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여기에 수록된 김유경 작가님의 <사이보그 동물 사육제>는 영 어덜트를 위한 SF입니다. 죽어가는 반려견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소년과 동물의 장기를 기계로 교체하여 소모하는 동물원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계속 어긋나지요. 그런데 어느 날, 기계로 만든 까마귀가 등장하면서 소년에게 위기가 닥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흡입력 있는 긴장감의 끝에서 진한 감동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임욱 작가님의 <0을 위하여>는 광대한 우주를 탐험하는 우주선 안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다룹니다. 밀폐된 공간인 우주선 안에서 승무원들이 살해되는 사건을 쫓아가다 보면 존재에 대한 거대한 사유와 만나게 될 것입니다. SF와 미스터리 그리고 철학이 결합된,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두 편의 이야기를 즐겁게 읽어주시면 두 작가님뿐만 아니라 저도 몹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끝내기까지 멘티 작가님들은 고된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멀리 보이는 산을 향해 가는 것과 같습니다. 손에 잡힐 듯이 눈앞에 보이는 산이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먼 길을 걸어가야 하지요. 마찬가지로 단번에 완성할 것처럼 생생한 이야기를 실제로 끝내기까지는 지난하고 오랜 과정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정을 즐기는 것입니다. 글쓰기가 힘들다고 많은 작가가 말하지만, 너무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실은 힘든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다들 여전히 쓰고 있는 것이니까요. 저 역시 글쓰기가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싫어한 적은 없습니다. SF 장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SF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분들은 우선 SF가 읽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창작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겠지요. 좋은 SF를 쓰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면 우선 그 특징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SF는 세계와 현상을 설명하는 주요한 도구로 과학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과학의 특징은 논리로 설명되는 타당함이지요. 예를 들어, 호박이 갑자기 마차로 변하는 마술적인 변화는 당연히 SF의 특징과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 호박이 마차로 변한 과정을 논리적이고도 과학적으로 그럴싸하게 독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SF가 될 수도 있겠지요. 완전히 새로운 SF적인 소재를 떠올리기 힘들다면 흔한 소재로 색다른 시도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또, SF와 다른 장르들을 결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겠지요.
작가들이 쓴 작법서가 많이 쏟아지지만,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있는 정해진 공식 따위는 없습니다. 진짜입니다. 작법서를 쓸 수준에 이른 작가는 오랜 경험을 통해 형성된 자신만의 습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을 뿐입니다. 말하자면 훌륭한 작가의 숫자만큼 훌륭한 소설을 쓰는 방식이 존재하는 거겠지요. 그런데 이런 습관들은 작가 스스로 말하지 않는 이상 알려지는 법이 없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습관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래서 폴라리스 워크숍의 가장 큰 의의는 멘토 작가의 습관을 멘티 작가님들이 바로 곁에서 관찰하고 참고할 수 있었던 점이 아닐까 합니다. 한 작가의 작업 습관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으니까요. 이런 기회가 SF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작가님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워크숍에 멘토 작가로 참여한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마무리와 인사를 해야 하겠군요. 앞으로 어디서든 워크숍에 참여했던 멘티 작가님들의 SF를 또 다른 지면에서 읽는다면 정말 반가울 거예요. 그날을 기다리며 저도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 김주영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를 잠깐 돌이켜보면 지금은 생경하고도 즐거운 시기다.
사람들은 달라진 세상을 이야기하는 잣대로 흔히 신기술과 첨단 기기를 꼽는다. 하지만 세상은 이야기로 엮이고, 이야기가 곧 세상의 커다란 일부이기 때문에 둘은 함께 변한다.
둘 중 어느 쪽이 앞서는지 얘기하긴 쉽지 않지만, 이야기와 세상 가운데 어느 쪽이 눈을 더 크게 뜨고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느냐고 물으면 답은 명백하다. 눈에 띄지 않는 그늘에 빛을 드리우고 새로운 곳으로 시선을 이끄는 것이 이야기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 첨단에 선 장르가 SF다.
창작 전선에 이제 막 뛰어든 사람이라면 갸우뚱거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많은 사람들이 SF의 본 모습과 가능성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에 젊은 독자층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웹 소설 플랫폼을 들여다보면 장르 분류에 SF가 없다. 얼핏 모순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하지만 각 작품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모순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작품의 소재, 주제, 설정 중 최소한 한 가지 요소 이상에 SF 클리셰가 깃들어 있다. 시간 여행, 평행 우주, 게임 세계는 가장 사랑받는 설정이다. 이제 SF는 홀로 돋보이는 데에 그치는 장르가 아니라, 현대 이야기의 기본 요소라 해도 무방하다.
이런 시점에서, 단순히 클리셰를 차용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빼어난 SF를 창작하려는 예비 작가들이 많음은 당연한 일이다. ‘폴라리스 워크숍’은 조금 먼저 시작한 작가가 SF를 창작하고픈 예비 작가와 소통하고, 그를 격려하고, 그의 소중한 이야기가 더 아름다워지도록 조언하는 활동이다.
워크숍에 함께 한 사람들은, 비록 멘토와 멘티라는 호칭으로 구분은 되었으나, 상상과 가능성이 중심인 이야기를 다듬어 내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다.
그 첫 결실이 한 권의 책으로 선을 보인다.
이 책에는 7개의 이야기가 실렸다. 정통 SF가 있는가 하면 경계를 정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고, 장르의 재미보다 메시지에 힘을 실은 이야기도 있다. 이야기란 그 자체만으로 완성된 웅변이기에 각 작품을 전부 소개하지는 않겠다. 단 멘토로서 창작 기간 동안 함께 고민했던 작품들만 잠깐 이야기할까 한다.
손소남 작가의 <우리의 오리와 그를 찾는 모험>은 SF 아이템을 활용한 풍자극이고 우화다. 좋은 SF는 미래 기술이나 미지의 이론만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도 상상한다. 지금과 다른 세계를 상상한다는 것은 거기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욕망을 상상하는 행위다. 동시에 그 욕망은 역사와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앞날의 삶을 그리는 SF라면 작가는 욕망과 어리석음과 그 끝을 일체로 상상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오리와 그를 찾는 모험>는 그 점에 힘을 쏟은 작품이다.
<우리들의 영웅, 브이>는 이규락 작가의 영웅 로봇 이야기다. 근래에 영화 시장을 주름잡는 할리우드 슈퍼영웅물은 아주 단순하고 효과적인 공식을 따른다. 능력을 선의로 사용하는 영웅과 혼돈을 목적으로 삼은 악당이 대립한다. 세상은 이 영웅을 제대로 이해 못 하고, 영웅은 결국 악당뿐 아니라 자신과 싸워야 한다. 이 공식은 신화 구조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독자나 관객에게 큰 거부감 없이 흡수된다. 그리고 역사가 길기 때문에 변형된 이야기 공식들이 다수 존재한다. <우리들의 영웅, 브이>는 변형된 공식 중 하나를 선택하고, 여러 이기적인 세력에 이용당하는 주인공의 갈등을 공감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워크숍의 멘토이기 이전에 SF를 사랑하고 그 창작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으로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특히 SF를 비롯해 이상하고 호기심을 이끄는 이야기를 쓰고자 하는 분들이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좋은 이야기를 목표로 하시는 분들은 어떤 형태로든 ‘합평’이란 과정을 거쳤거나 앞으로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합평은 여러 (예비) 작가가 만나 서로 글을 분석해주고, 조언을 얻어 글에 반영하는 활동이다. 합평은 효과가 커서 다양한 형태의 창작 강의에서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1회에서 그치지 않고 더 본격적으로 시행될 ‘폴라리스 워크숍’에서도 해당 장르의 작가가 참여하는 합평은 핵심 활동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 작품집은 합평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두 가지 눈높이에서 읽을 수 있다.
독자라면 세상 모든 독자와 마찬가지로 다른 세계의 이야기를 즐기면 된다.
하지만 예비 작가라면, 이야기를 만들어 볼 생각이 있다면, 일곱 개의 작품에서 일곱 작가의 시선을 발견하고, 그에게 전해 줄 의견을 세우고 머릿속에서 말을 건네자. 한 작가와 이야기를 마치면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 다음 작가를 마주하자.
그러면 여러분은 종이와 글자로 이루어진 합평 공간에 앉아 있게 될 것이다.
작품집이라고 이름 붙은 이 가상의 공간을 경험한 끝에 SF 창작을 향한 갈증이 더 켜졌다면.
이제 워크숍에 손을 내밀고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때가 됐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폴라리스 워크숍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 김창규

저는 제 직업이 무엇이냐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항상 SF 작가라고 대답하고는 했습니다. SF 소설을 쓰는 사람이었으니 이 표현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만, 여기에는 사실 생략된 단어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업’이라는 단어입니다. 실제로 저는 2018년까지 전업 SF 작가였습니다. 칼럼이나 강연 등의 부가적인 활동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소설을 쓰고 그에 대한 고료로 생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2019년이 되면서는 이런저런 기회를 받은 덕에 4대 보험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얻게 되었습니다만, 이 기회를 받지 못했다면 저는 지금도 전업 SF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작가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위태로운 면이 있는데 하물며 전업작가라면 얼마나 아슬아슬한 느낌인지 다들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를 처음 만나신 분들 중 상당수가 전업작가로 어떻게 생활이 가능하냐고 묻고는 하셨는데요. 저는 그때마다 그냥 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는 했습니다. 사실이 그렇기도 했고요.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해 전업 SF 작가 앞에는 하나 더 삭제된 단어가 있었거든요. 그것은 바로 '비인기'입니다. 인기 전업 SF 작가라면 모를까, 비인기 전업 SF 작가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인간다운 생활의 상당수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외출도 하지 않고 지출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인간관계의 폭도 좁히고 하여튼 남들이 보기에는 왜 저러나 싶게 살았습니다. 무척이나 행복하게요.
오래도록 ‘비인기 전업 SF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았던 입장에서 2010년대 후반의 SF 판이 확장되는 이 상황이 어찌나 반가운지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아마 제가 ‘인기 전업 SF 작가’거나 ‘비인기 부업 SF 작가’거나 ‘인기 부업 비SF 작가’였다면 이만큼이나 간절하게 기뻐하긴 어렵지 않았을까, 제가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 아닐까 자뻑도 부려보고 싶네요. 많은 창작물에서 묘사되는 것과는 달리, 혹은 적잖은 숫자의 지망생들이 착각하는 것과 달리 인기작가는 비인기작가의(그러니까, 저 말이에요) 장애물이 아니거든요. 그분들이 사라진다고 그분들의 자리가 제자리가 되지도 않고요. 오히려 그런 분들이 시장을 유지하고 확장하면서 판의 버팀목이 되어주시기에 저에게도 생존의 공간이 생긴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건 정말로 제가 비인기 전업 SF 작가로 활동하면서 몸과 통장으로 체감한 진리이니 믿어주셔야 합니다.
혹여나 제가 지금까지 쓴 내용 때문에 제가 자기비하를 하고 있다거나 자존감이 낮다고 파악하실까 염려가 되기도 하네요. 하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사람이 인기가 없을 수도 있잖습니까. 어떻게 모두가 다 인기가 있을 수 있겠어요. 음. 인기라는 단어는 너무 공격적으로 읽히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주류와 비주류 정도로 순화를 해서 글을 이어 나가보도록 할게요. 의외라고 여기실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비주류 시장이 주류 시장에게 빚을 진만큼이나 주류 시장도 역시 비주류 시장에게 빚을 지고 있지요. 야구팀에 소속된 모든 투수가 선발일 수는 없지만 그래야만 할 필요도 없는 것처럼요. 저는 야구에 비유하자면 중간계투에 가까운 작가거든요. 저를 아시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저는 게임의 판을 좌우하는, 선발 유형의 작가는 아니지요.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수작들을 뽑아내는 마무리 유형의 작가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 작가들 사이의 빈틈을 채워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불려 나가기 좋은, 이닝이터의 중간계투 유형의 작가로는 분류될 만하지요. 경기의 주역이라고 하기는 어렵더라도 경기의 재미와 중간층을 유지하는 역할이기에 저 나름의 자부심도 있습니다.
아니면 코스 요리에 비교를 해볼까요? 어떤 작가님은 묵직한 고기 요리와도 같은 작품을 만드시기도 할 테고 어떤 작가님은 상큼한 디저트와도 같은 작품을 쓰실지도 모르겠어요. 또 어떤 작가님은 다른 작품들의 소화를 돕도록 위장을 깨우는 애피타이저 같은 작품을 쓰시기도 하겠지요. 저는 여기서 어떤 요리가 다른 요리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그런 접근법에 경도된 분들에게 깊은 피로감을 느낄 뿐이지요. 물론 수프보다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디저트를 기준으로 식사를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스테이크만 나오거나 디저트만 나오면 그건 고기 뷔페 혹은 디저트 카페로 분류되지 코스 요리가 되지는 않겠지요. 하나의 시장이 형성될 때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보세요. 지금 이 비유도 비건들을 배제하는 비유잖아요. 어떤 하나의 단정적인 기준이나 형식을 고집하면 이렇게 전체적인 시장의 균형과 생태계를 설명할 수 없다에 대해 적절하지 못한 나머지 적절해버린 예시를 들고 말았네요.
저는 저라는 비인기 전업 SF 작가의 존재는 그 자체로 시장의 생명력에 대한 증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우열이나 등수 매기기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하게 존재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단정적인 기준을 갖고서, 혹은 여러 단정적인 기준이 서로의 각축장을 벌이면서 자신들의 기준에 부합하는 작가들을 모아 줄 세우기 식으로 판을 형성했다가 이제는 따분해지고만 시장에 비해서 저와 같은 비인기 전업 SF 작가조차 생존할 수 있었던 SF 시장은 비교적 건강하고 건전한 판을 구성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아직 더 나아가야만 할, 수정하고 보완하고 성장해야만 할 여지도 한가득 남았겠지만 제 동료 작가님들을 보면 큰 우려는 들지 않습니다.
이 생명력에 대한 또 다른 증거로는 대다수의 SF 작가들이 서로에 관해 이야기할 때 선배니 후배니 하는 표현보다는 동료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는 점도 있겠군요. 동료나 동지, 같은 사람들이자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 수직이 아닌 수평의 관계를 지향하는. 우열의 문제가 아닌 다양성과 관계성의 문제인. 물론 이렇게 주로 쓰는 호칭 하나로 SF 작가들 사이의 관계가 유클리드 기하학적 세계관으로만 이루어졌다고 단언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신호 중 하나로는 언급할 수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이 폴라리스 워크숍은 무척이나 반갑고도 또 기쁜 기획이었습니다. 판을 형성하고 확장하기 위해 어떻게 다양성을 확보하고 동력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계획을 세울 때 이러한 멘토링 프로그램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만 할 테니까요. 그리고 이곳에 모인 멘티님들은 이 야망으로 가득한 기획에 걸맞게도 하나같지가 않고 자신만의 영역에 대한 확신과 그를 달성하기 위한 열정을 갖고 계셨습니다. 제가 감히 이분들이 투수 보직이나 코스 요리로 보면 어떤 유형이다 평가를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분들의 등장과 존재는 그 자체로 두터운 선수층 혹은 다양한 메뉴에 대한 확보라 장담할 수는 있겠습니다. 이는 산술적인 차원의,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니까요. 동료 작가님들, 환영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dcdc

목차

01_위대한 체조/백승화_7
- 동료 작가님들, 환영합니다/홍지운_40
02_너무 똑똑한 돼지들의 도시/지현상_49
03_열두 시간/윤주미_83
- 멈추지 말고 이 일에 인생을 낭비하기를/김보영_117
04_우리의 오리와 그를 찾는 모험/손소남_125
05_우리들의 영웅, 브이!/이규락_173
- SF는 현대 이야기의 기본 요소/김창규_210
06_사이보그 동물 사육제/김유경_217
07_0을 위하여/신지현_257
- 훌륭한 소설을 쓰는 방식/김주영_311

저자소개

백승화, 지현상, 윤주미, 손소남, 이규락, 김유경, 신지현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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