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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름답다'는 작가의 오랜 신념을 아우르고 있는, 소설가 함정임 씨의 두 번째 산문집. 가족 같은 친구, 친구 같은 가족 이야기로, 일상의 최고선을 찾고자 하는 도정을 보여주는 글들을 모아 '1부 일상적인 인간'에 묶었으며, 여행 이야기는 2부 '움직이는 인간' 편에, 3부엔 영화·음악·미술 등 문학과 인접한 예술을 하나의 책이라는 텍스트로 살핀 글들은 '예술적인 인간'이라는 제목 하에 자리를 함께 했다.
　
과일 한 조각 베어 먹거나 음악 한 곡 흐를 동안 눈길 줄 수 있는 단상이나 예술 에세이, 어디라도 자리를 찾아 읽어도 좋을 약간 긴 문학 에세이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읽기의 재미가 남다르다.

소설가 함정임은 부지런한 독서가이자 여행 전문가다. 그리고 뛰어난 예술적 심미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부정적 함의를 빼고 말할 수 있다면, 근사한 딜레탕트다. 그런데 소설가 함정임에게 붙을 수도 있는 이런 에피셋들은 기실 작가의 평범치 않은 삶이 스스로를 견뎌내기 위해 고안해낸 ‘인생 사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두번째 산문집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바로 그러한 인생 사용법의 아름답고 아픈 흔적들로 가득 차 있다. 스스로 이번 산문집의 좌표며 정체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머리에’는 그러므로 이 책에 대한 정직하지만, 고통스런 고백인 듯도 하다. “지금 잃어버려도 좋을 것들, 차마 잊어버려도 좋을 것들, 그러나 어딘가에 살아 있을, 살아 있었으면 하는 것들을 썼다. 동시에 기어이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것들, 그래도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썼다. 지나와보니 그것은 민들레, 민들레였다. 어디로 간 것일까. 바람에 날리던 민들레 홀씨 하나. 어디로 가야 할까. 시인이 내게 알려주었다; 나는 미소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민들레가 그것을 간직하고 있으니.(이성복 아포리즘, 「틱낫한」에서) 이 책은 ‘인간은 아름답다’는 나의 오랜 신념을 아우르고 있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나는 로댕의 돌조각 「나는 아름답다」의 역설과 역동성을 거느리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장을 다시 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은, 인간은 아름답다! 책은 3부로 이루어졌다; 일상적 인간(家族之友), 움직이는 인간(近思之行), 예술적 인간(藝人之冊). ‘일상적 인간’은 가족 같은 친구, 친구 같은 가족 이야기로, 일상의 최고선을 찾고자 했다. ‘움직이는 인간’은 마음에 오래 품고 품다가(近思) 결국 떠나는 여행 이야기다. ‘예술적 인간’은 영화 음악 미술, 즉 문학과 인접한 예술을 하나의 텍스트로 본 것이다.” 산문집의 제목은 작가가 좋아하는 시인 이성복의 시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에서 따온 것이다.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 눈먼 바람에 몸을 내맡기는 것이다.” 이 시구가 왜 작가 함정임의 마음을 울렸던 것일까.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여행 이야기, 책이며 예술 이야기는 그러니까 어떤 우회일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여행이란 뜻하지 않은 돌발성을 내포하는 법. 나는 삶도 그렇지만 여행에서의 우회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본문 104쪽)

1. 일상적 인간 (家族之友)
잃어버린 소를 찾아서
즐거운 기도
하루하루가 선물의 나날
꽃 보러 갔다가
뒷골목의 역사
그날이 아니면 안 되는 일들
어느 개미의 죽음에 대하여
대천 가는 길
모두가 바쁜 사람들
서울, 가세요?
가을의 전설
어머니의 노래
나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막둥 오빠!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방
강에서 백조 배 타기
그 겨울의 종이비행기
오래 전 그곳에 광장이 하나 있었지
고양이와 소설
그날 나는 인생을 조금 알았다
　
2. 움직이는 인간 (近思之行)
갈 수 있고, 가야만 하는 길
우회, 그래도 여행은 계속된다
당신을 만나는 기분 좋은 저녁
그 여름의 보라색 스웨터
막간의 경이
그 골목의 고동 소리, 부다페스트 바순
요코하마, 소요
지난 여름 노르망디에서
견딜 수 없는 마음의 행로
내 고운 등불
어머니와 푸른 꽃
이 여름 당신에게는 무슨 일이
그 섬이 내게 알려준 것
지평선 보러 갔다가
가을 동자를 찾아서
마지막 붉은 꽃의 노래
아주 크고 작은 차이
수덕사에 비 내리고
검고 푸르고 흰 돌멩이 둘이 반짝이네
　
3. 예술적 인간 (藝人之冊)
화가와 기차역
큰 걸음 샤갈, 색의 마술사
한 미술사학자의 아름다운 순례기
첫사랑, 그 가을의 꽃살문을 찾아서
거기, 달 항아리 있었네
자유자재, 두 예술가의 표정
원전 연주의 두 풍경
피아노 엑스터시, 글렌 굴드
사랑은 강물처럼
인간은 아름답다
운명의 일 분, 영혼의 이도공간
느리게 더 느리게
마음이 고플 때 읽는 책
여행, 세계의 사용
촉감 저편의 황홀경
땅과 쌀과 책, 그리고 삶
365일하고도 하루의 의미
촛불 아래에서
사랑 그리고 자서전
향수, 실존의 한 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