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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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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윤기
  • 출판사 : 열림원
  • 발행 : 2005년 04월 08일
  • 쪽수 : 256
  • ISBN : 8970634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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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변하지 않는 것은 ‘오래된 미래’이기도 하고 장차 올 과거이기도 하다. 예스터-모로(yester-morrow) 어제와 내일이 혼재하는 시제를 나는 살고 싶어한다. 그렇게 살면서 어제와 내일의 이음새가 되고 싶어한다



소설가, 신화학자,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윤기(58)의 신작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작가의 오랜 지적 사유의 대상이었던 신화는 물론 사람과 사람, 발자취를 남긴 여행지, 자연에 이르기까지 그 지평을 활짝 넓혀 보인 ‘교양산문집’이다. 작가의 지적 편력은 정평이 나 있듯이 전방위적이다. 신화와 사람과 장소와 문학과 일상의 편린들을 응시하는 시선 또한 그 경계가 없이 전방위적이다.
작가의 오랜 관심의 대상인 신화는 물론 33년 전 참전군인으로 다녀왔던 베트남에서의 사무치는 기억들, 몽골과 중국과 미국에서 머물던 당시의 잊을 수 없는 기록들, 그리고 딸과 아들과 고향 사람들에 대한 애틋한 이야기, 그림과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 등 그의 관심은 경계가 없다.
고향으로 돌아와 텃밭을 조용히 일구면서도 그 사유는 몽골의 광활한 초원을 내달리는 이가, 자식들에게 기꺼이 고래를 잡으러 떠나라고 등을 두드려 주는 이가, 작가 이윤기다.
전방위적 시선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번 산문집에 실린 53편의 산문들에서 작가가 일관되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징하게 드러난다.

눈부신 사유의 자유! 바로 유목민의 정신이다.


과거와 오늘과 미래가 공존하는 시제 속에서 건져 올린, 열린 언어들로 엮어낸 산문들이기에 이번 산문집은 더욱 빛난다.
작가에게는 어느새 일곱 번째 산문집이다.








시간의 경계와 공간의 경계를 넘어선 사유
그 중심에서 피어나는 ‘고운’ 정신


‘시간의 눈금’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윤기의 사유는 지금의 이 시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작가의 산문 제목을 빌어 말하자면, 시간의 경계와 사유의 경계를 풀어놓았을 때 비로소 “진화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네모난 틀에 갇힌 사고와 삶의 진화이다.
시간과 사유의 ‘넘나들기' 속에서 비로소, 화분 속의 분재된 매화를 기꺼이 방생(傍生)하는 ‘고운’ 정신이 피어난다.


이윤기는 글로써, 좁은 화분 속에 뿌리가 갇히고 철사로 가지들이 친친 감겨 있는 영혼들을 방생하려 한다. 한없이 드넓은 초원 위에.





관념의 고깔을 벗고 세계 앞에 나설 수 없는가. 유목민처럼!


작가는 우리의 먼 고향이기도 한 몽골의 초원에서 알랑 고아의 이름을 부른다. 알랑 고아…… 알랑 고아…… 알랑 고아……. 초원에 부는 바람에서 할머니와 어머니의 무수한 잔소리를 듣기도 한다. 몽골의 초원은 금기의 땅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잃어버린 관념의 자유를 온전하게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한없는 관념의 자유를 느끼며 진정한 유목민을 꿈꾼다.






나무를 심는 사람이 들려주는 노동 예찬


작가는 어느 새 원경으로 물러나 자리에서 고요하게 세상을 응시할 수 있는 나이에 들어섰다. “이승만 대통령은 나의 할아버지뻘이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아버지뻘이다. 그런데 나는 노무현 대통령과 거의 동년배이다”라고 고백하며 서글퍼해야 하는 나이에 이른 것이다.
3년 전부터 작가는 양평의 시골집 텃밭에 농사를 짓는다. 맨 손으로, 얼굴을 까맣게 그을려가며, 농약 한 번 안 쓰고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짓는다. “나는 천 년 전 혹은 이천 년 전 이야기를 읽어야 행복감을 느끼듯이 천 년 혹은 이천 년 전 사람들처럼 농사를 지을 때만 행복감을 느낀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작가의 뇌리 속에서 이제는 작가가 여행했던 무수한 나라들과 도시들이 흐릿하게 지워지고 있지만 그곳에 고향의 선산 자락이 들어섰다.
신화가 변하지 않는 것처럼 선산 자락도 변하지 않고 또한 흙도 변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의 중심에서 작가는 “회초리 같은 묘목”이지만 은행나무를 심고 산수유와 구상나무와 느티나무와 목련과 메타세콰이어와 단풍나무를 천 여 그루가 훨씬 넘게 심었다.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하고 보낸 지난 30년 세월”을 “회환의 눈물 없이는 떠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작가는 된 것이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이 세상에서 이것만은 유일하게 확실한 것 같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는 그래서 오늘도 노동을 멈추지 않는다.



“시간 혹은 세월을 느끼는 일에 좀 둔해지고 싶었다. 나이 같은 것은 숫자에 지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런데 산문집 묶어내려고 그 동안 여기저기에다 쓴 글들을 모아놓고 보니 나는 아무래도 세월 느끼는 일에 둔해지는데, 나이는 숫자에 지나지 못한 것이라고 믿는 데 실패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20년 전, 30년 전, 40년 전, 이런 말들 자주 쓴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그래서 제목도 ‘시간의 눈금’ 되어버린 것인가.”

―‘작가의 말’ 중에서





이윤기의, 이윤기만의 시선으로 담아낸 사진들


본문에 실린 사진들은 서너 점을 빼놓고 모두 이윤기가 직접 찍고 기록한 사진들이다. ‘동 몽골 초원을 흐르는 코호르강의 광대한 전경’뿐 아니라 ‘양평 시골집 앞의 연못 풍경’ ‘태치기를 하고 있는 농부 홍씨 ’ ‘16년의 세월동안 작가와 세상 곳곳을 뒤지고 다닌 구두’ 등등 이윤기만이 포착해낼 수 있는 다채로운 사진들이다.
무엇이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기어이 사진으로, 글로 남겨두고야 마는 것이 작가 이윤기의 “고질병”이다.

목차

제1부 ㅣ 사적인, 너무너무 사적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형은 상행선 나는 하행선

후래자 삼배의 심리학

좀 말려주세요

종교와 종교 사이를 흐르는 강

알랑 고아를 찾아서

알랑 고아의 마을에서

호메로스, 살아 있었군요

노래는 내 몸을 가볍게 한다

야, 단수 한번 높구나

저패니즈, 차이니즈?

알타이아의 장작개비

슬픔의 뿌리

먹는 장사는 안 돼요

폭군과 순교자에 대하여

3륜 자전거

'방생매'라고 아시는지요

벌써 추억이 발생하다니

아들딸아, 떠나라, 고래 잡으러

말로써 말이 많으니

내가 끝내 마치지 못할 공부

조선옷으로 쇼를 하다

아탈리여, 그대가 옳다

또 죽었구나

시간의 눈금

이것은 꿈의 날개가 아니라는 말인가요?

연오랑과 세오녀



제2부 ㅣ 여로에서 말을 줍다

머나먼 송바 강, 가까운 혼바 산

인연

거절할 수 없는 부탁

아이들이 물에다 돌을 던지는 까닭

문구 형님

말을 배우러 세상에 왔네

낙엽, 사뷜레의 작은 예언서

나비넥타이

여로에서 말을 줍다

혼자 노는 날

아름다운, 지나치게 아름다운

두려움이 발생하다

올림픽, 인류의 안 좋은 추억

진화는 계속된다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빌라도의 예수, 정찬의 예수

그리스가 그리워

행복의 난장판

만년필

논 서마지기를 날리다

오래된 미래

학장님 학장님 우리 학장님

평사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나무를 심는 사람

한 소인배의 항소 이유서



작가후기 - 과거가 밀려온다

본문중에서

“매화나무는, 키는 50센티를 넘지 못해도 굵기는 내 팔뚝보다 굵었다, 나무의 가지는, 어느 것 하나 나무의 본성대로 자란 것이 없었다. 전정 가위질이 만들어낸 퍽 인상적인 가지들이었다. 그래도 보기에는 참 좋았다는 것은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그 모양이 그 정도 나기까지 그 나무가 당했을 가위질을 생각하니 가슴이 퍽 아팠다. (…) 4월이 왔다. 분재의 아름다움을 포기했다. 매화를 바깥, 울 밑에다 옮겨 심었다. 분재 식물의 방생. 이거 내가 오래 전부터 꾸어오던 꿈이다.”

(/'방생매’라고 아시는지요' 중에서)





“초원에는 길이 없다. 초원은 모두 길이다. 세 갈래의 길 앞에 섰다. 동쪽으로 가야 할 것인가. 서쪽으로 가야할 것인가? 나는 몇 차례 더 몽골의 초원에 설 것이다. 몽골의 경제 같은 것을 나는 묻지 않는다. 마른 말똥을 주워 불을 피우고 밥을 데워 먹어도 나는 조금도 초라해지지 않는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는 땅 몽골에서 나는 나의 오래된 미래를 만난다. 옛 여인 같기도 하고 곧 만나게 될 여인 같기도 한 알랑 고아를 만난다.”

(/'알랑 고아를 찾아서'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7~2010
출생지 경북 우보면 두북동
출간도서 42종
판매수 65,884권

소설가. 번역가. 경북 군위 출생. 검정고시를 통해 고졸학력을 얻고 성결신학대 기독교학과를 수료함. 베트남전에 참가하기도 함.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하얀 헬리콥터>가 당선됨. 1991년부터 1996년까지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종교학 초빙 연구원, 미국미시간주립대학교 문화인류학 객원 교수로 재직했음. 순천향대학교 문학명예박사를 받음. 번역을 생업으로 삼아 『그리스인 조르바』(1981), 『장미의 이름』(1986), 『세계 풍속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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