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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 나희덕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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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나희덕
  • 출판사 :
  • 발행 : 2017년 03월 31일
  • 쪽수 : 20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58160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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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는 나희덕 시인이 국내외 산책길에서 만난 45편의 산문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산문집 [반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에 이어 5년 만에 펴내는 세번째 산문집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산문들은 일상적인 풍경을 담아냈음에도 시인의 시선을 통해 갯벌에서 발견한 진주처럼 가만히 빛난다. 그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장면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포착하여 신비로운 언어로 해독해나가는 시인만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출판사 서평

나희덕 시인이 5년 만에 펴낸 산문집
45편의 산문을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엮다


산책은 가만히 있는 풍경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내면의 사색에 빠져든다. 따라서 산책은 동적인 행위인 동시에 내면에 몰입하는 정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의외로 우리는 이 ‘가벼운 산책’에서 많은 것들을 발견한다. 비장함이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무언가 채워지고, 누군가와 나누지 않으니 풍경은 오롯이 혼자만의 것이 된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에게 산책은 취미이자 일상이 되어왔다.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깊이 있는 시들을 써온 나희덕 시인 역시 매일같이 산책을 즐기는 ‘산책자’이다.
이 책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는 나희덕 시인이 국내외 산책길에서 만난 45편의 산문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산문집 [반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에 이어 5년 만에 펴내는 세번째 산문집이다.

세계에 깃든 신비를 언어로 해독하는 시인의 시선을 통해 만난 서정적인 풍경들

이 책에 등장하는 산문들은 일상적인 풍경을 담아냈음에도 시인의 시선을 통해 갯벌에서 발견한 진주처럼 가만히 빛난다. 그저 스쳐지나갈 수 있는 장면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포착하는 것, 세계에 깃든 신비로운 것들을 언어로 해독해나가는 것, 그것이 시인의 역할이라면 시인은 산책하는 시간에도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과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노파의 뒷모습 그리고 끌어안고 있는 연인의 뒷모습에서는 인간의 연약한 등을 보고, 개와 함께 노숙하는 이와 펠트지로 된 비둘기를 전시하는 ‘비둘기엄마’를 통해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온기를 발견한다. 또 카프카·고흐·안네 등 비극적인 삶을 살다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나서기도 하고 소록도에서 뭉툭한 손을 가진 노인과 여름밤 바닷가에서 백사장에서 무언가를 찾는 탐지자를 만나기도 한다.
시인이 그려내는 풍경과 사람 그리고 사물들은 모두 제각각의 색깔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 무심코 스쳐지나갈 수 있는 장면들이 시인의 시선에 하나하나 담긴다. 가까이에 있지만 놓치기 쉬운 장면들과 보고 있으나 보고 있지 않았던 것들이 시인의 시선에 의해 반사되어 모서리를 드러내는 순간. 시인의 마음에 통해 시적 언어로 재해석된 장면들은 커다란 묘사나 과장 없이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시각을 알려주는 기능은 잃어버렸어도 어떤 물건이 백 년을 넘겼다면 거기엔 영혼 같은 게 깃들어 있을 거라고. 그리고 그 신비를 해독해나가야 할 의무가 시인인 나에게는 있다고. 언젠가 이 알 수 없는 시계에 대해 한 편의 시를 쓰게 될 거라고.”(52쪽), “새에 대해 그렇게 많은 시를 써왔지만, 정작 문명화된 내 몸은 새의 부리나 발톱의 이물감을 감당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더운 피가 도는 짐승의 등을 만져본 지도, 나무를 꼭 끌어안아본 지도 너무 오래되었다.”(87쪽) 같은 부분에서는 산문의 곳곳에 깃든 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다짐들이 단단하게 전해진다.

한 편의 시로 열리는 산문집, 한 걸음씩 걷는 시인의 산책에 동행하다

이번 산문집의 제목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는 나희덕 시인의 시 「길을 그리기 위해서는」의 마지막 행을 변형한 것이다. 책의 서문을 대신하여 시 「길을 그리기 위해서는」을 ‘여는 시’로 수록한 것은 저자와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의 간격을 좁히고자 시인이 내미는 손길이다. 책 속에 담긴 45편의 산문들은 주로 도착하려는 지점보다는 한 걸음씩 걸어가는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늘 주위를 살피는 일을 놓치지 않는 시인의 세심함과 여러 사유들을 통해 독자들은 하여금 시인이 닿고자 하는 지점 또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표지를 비롯하여 책에 수록된 사진은 모두 나희덕 시인이 여행지에서 직접 촬영한 것이다. 이는 글의 내용을 뒷받침해주는 기능을 하면서, 따로 떨어져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과 밀착되어 있다. 특히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서 시인이 아일랜드의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노인의 모습에 대한 묘사와 함께 배치된 사진은 직접 해변에서 그 노인의 뒷모습을 함께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시인의 설명처럼 그 모습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 [연애소설 읽는 노인]까지 연상되는 확장성을 지닌다. 또한 <벽은 말한다>에서 시인을 놀라게 한 북경의 오래된 골목에서 본 벽은, 두 눈을 부릅뜬 원숭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사진이 함께 있지 않았다면 어떤 느낌인지 상상만으로는 어려웠을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시인이 상상하는 ‘벽에 원숭이가 살고 있다면’의 이미지를 좀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시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들은 프레임 속 이미지들의 크기나 색감 등의 대비가 잘 느껴지며 따라서 시인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역할을 한다. 또한 묵직한 울림을 주는 글들과 어우러진 사진은 ‘걷기’를 통한 산책을 넘어서 ‘사색’의 산책으로 독자를 이끈다. 따라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덧 시인의 산책에 동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시인이 걸었던 수많은 길에 그 옆에 잠시 멈춰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기도 하고 햇살 아래서 뛰노는 아이들을 향해 미소 짓기도 한다. 그렇게 마음껏 세상이 품은 풍경을 응시하다가 다시 그 너머를 향해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시인은 그렇게 전혀 서두르지 않고 지나가는 풍경과 사람들을 세심하게 그리고 묵직하게 담아 나간다.

겨울 지나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귓불을 스치는 바람의 결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나 싶어 눈을 떴더니 여러 색으로 피어나던 꽃들이 조금씩 다음 계절에 제 자리를 내주고 있다. 귀퉁이를 접어둔 책장 하나를 넘기듯 거리의 풍경은 어느덧 초록빛으로 변해간다.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까운지 낮은 늑장을 부리며 어둠에게 거리를 내준다. 그래서 우리는 이 봄날을 조금 더 오래 만끽하기 위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신발을 고쳐 신고 거리를 산책하는 것이다.
시인은 말한다. “길을 그리기 위해서는 누군가 까마득히 멀어지는 풍경, 그 쓸쓸한 소실점을 끝까지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 한다고. 당신도 이 산책을 통해 자기만의 길을 그리며, 그곳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기를 바란다.

목차

여는 시
길을 그리기 위해서는

비의 방
구부러진 손가락들
빵을 먹는다는 것은
온기에 대하여
개와 주인이 닮은 이유는
엎드릴 수밖에 없다
묘비 대신 벤치를
저 구름을 가져갈 수 있다면
연애소설 읽는 노인
그 시계 속에는 누가 사나
오, 시간이여
아이들, 천국의 입구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일지라도
너무 많은 자물쇠들
카파도키아의 창문들
비둘기엄마
새들아, 이리 오렴
뒷모습을 가졌다는 것
불을 끄고 별을 켜다
이 손수건으로 무엇을 닦을 것인가
세 개의 반지
봄을 봄
물위의 집
소로는 왜 숲으로 갔을까
소멸의 방
그들은 방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다시, 책상 앞에서
나쁜 뉴스는 없습니다
저 손에 평화를!
흰건반과 검은건반
활화산에게 시를 읽어주다
벽은 말한다
내려놓아라
회산에 회산에 다시 온다면
탐지자의 고독
한 접시의 가을이 익어간다
차 한잔의 무게
초록 소파와 함께
터미널이라는 곳
인생이라는 부동산
간이역들을 추억함
두루미들이 날아가기 전에
소록도에서의 성만찬
두 조나단 사이에서
사이렌의 노래들

본문중에서

비와 관련해 떠오르는 두 장면이 있다. 언젠가 중국 옌지 들판에서 한 할아버지가 아기를 업고 빗속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벌거벗은 노인과 아기의 몸은 잘 먹지 못해 마른 수숫대처럼 여위었다. 노인은 비에 온전히 자신의 몸을 내맡겼다. 더이상 젖을 옷이 없기에 비를 피해 뛰어갈 필요도 없었다. 어린 자연을 업고 걸어가는 늙은 자연, 이상하게도 그 처연한 모습에서 어떤 평화가 느껴졌다.
(‘비의 방’/ pp.14~15)

그 보이지 않는 손은 신일 수도 있고 운명일 수도 있다. 고통이 주어졌다는 것은 신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삶을 강하게 구부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지? 더 낮게, 더 낮게, 엎드리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 바람이 지나갈 때까지 뿌리는 흙을 향해 더 맹렬하게 파고드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엎드렸던 흔적들을 나무도 사람도 지니고 있다.
(‘엎드릴 수밖에 없다’/ p.33)

그날 저녁 산책에서 돌아와 아이들에게 제법 비장하게 말해두었다. 내가 세상을 떠나면 양지바른 언덕이나 강가에 묘비 대신 벤치를 놓아달라고. 죽어서도 차가운 대리석 묘비보다는 나무의자가 따뜻할 것 같다고. 그 벤치에 누군가 앉아 생각에 잠겼다 가거나 사랑을 나누어도 좋겠다고. 아니면 오늘처럼 아무도 앉지 않고, 종일 흰 눈만 소복하게 쌓여도 좋으리라.
(‘묘비 대신 벤치를’/ p.38)

자신의 뒷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타인에게 포착된 시선을 통해서만 자신의 뒷모습을 확인할 뿐이다. 누군가는 내 뒷모습에서 때로는 쓸쓸함을, 때로는 차가움을, 때로는 경쾌함을 읽어냈으리라. 타인의 시선에 무방비로 노출된 등을 가졌다는 것. 자신이 알지 못하고 어찌할 수도 없는 신체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 왠지 두렵고도 안심이 된다.
(‘뒷모습을 가졌다는 것’/ p.90)

원래 아름다운 대상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무언가 발견해낸 자가 느낀 경이로움에 의해서만 만물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만일 봄이 아닌 다른 계절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그 정도로 강렬한 인상과 연민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을 것 같다.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만물이 하나둘 피어나는 봄날의 모습은 다른 계절에 느끼는 자연의 변화와는 분명히 다르고 특별하다. 살아 돌아온 모든 존재들에게 한없는 찬탄과 축복을 보내고 싶은 계절. 연록빛 새순과 꽃망울들을 보면 저 여리고 고운 빛이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지 궁금해지는 계절.
(‘봄을 봄’/ p.106)

북경의 오래된 골목에서 한 벽을 발견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벽 속에서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눈을 부릅뜬 커다란 원숭이 한 마리. 물론 수도관에서 쏟아진 흙탕물이 바람에 휩쓸리며 남긴 형상을 무엇으로 보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 그러고 보니 벽을 뚫고 들어가고 싶은 것은 꽤 보편적인 욕망인 듯하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벽을 만날 때마다 한 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그 집의 내부를 상상의 열쇠로 열고 들어간다. 우연히 벽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 벽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끝없이 펼쳐진다.
(‘벽은 말한다’/ p.147)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공통점만으로도 그들은 쉽게 길 위의 친구가 된다. 기다려야 할 시간이 길수록, 터미널이 작고 사람이 많지 않을수록 더 쉽게 친밀해진다. 그들은 자신이 찾아가는 존재, 또는 기다리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마치 서로 다른 전류가 한 지점에 모여드는 전극처럼, 그 순간 터미널에도 마음의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터미널은 단순한 종점이 아니다. 터미널terminal의 어원인 ‘term’에는 ‘끝’이라는 뜻과 함께 ‘경계’라는 뜻도 들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종착지인 곳이 누군가에게는 출발점이기도 한 곳. 또 누군가에게는 반환점이거나 경유지이기도 한 곳. 수많은 사람들이 종종걸음으로 스쳐가는 곳이지만, 낡고 때묻은 의자에 잠시 앉아 삶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앉아 있는 몇 사람처럼.
(‘터미널이라는 곳’/ p.172)

이제 보니 내가 써온 시들 역시 그 울음소리를 닮아 있다. 내 시뿐 아니라 문학이란 그런 삐걱거림 또는 파닥거림의 기록이 아니던가. 시는 근원적으로 무애無碍한 비상을 꿈꾸지만, 그것이 빚어지는 공간은 오히려 비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건들로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그 생존의 울음소리는 피해야 할 소리가 아니라, 고통스럽게 귀기울여야 할 소리가 아닐까. 내 귀를 막고 있는 밀랍 조각을 들어내고 내 몸을 단단하게 묶고 있는 사슬을 거두어내면서라도. 글쎄, 석모도 갈매기로 환생한 사이렌들이 이런 내 생각을 알게 된다면, 다음 뱃길에선 울음소리 대신 막막한 침묵으로 나를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두 조나단 사이에서’/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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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66.02.08~
출생지 충남 논산
출간도서 38종
판매수 11,892권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학과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반 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등이 있다. 또한 시론집으로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 접시의 시』 등과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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