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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호텔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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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문재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04년 12월 10일
  • 쪽수 : 16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898281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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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제국이라는 폭력'에 맞서는 경건한 기도


새 시집의 화두는 '제국'이다. 이제 와서, 제국이라니, 식민지라니? 그러나 시인은 단호하게, 지금-여기를 제국의 변방, 또는 제국의 식민지라고 부른다. 시집의 발문을 쓴 고종석의 표현대로, 이 제국은 '촘촘하지만 부드러운 네트워크의 폭력'을 통해 관리되는 사회다. 스타벅스와 맥도널드와 온갖 스팸메일이 가득하고 천지사방에서 전자파가 난반사하는, 장벽이 무너져 모든 것이 장벽인, 오래된 책 표지들이 멈춰 서 있고 분수대에서 누런 피가 솟구치다가 굳어 있는, 더이상 빌어올 미래가 없는, 참혹하고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시인은 2002년 월드컵 당시의 정경을 옮겨놓으며 "젊은이들은/관음증 환자인 동시에 노출증 환자였다"고, "제국에서/이루어진 꿈은 꿈이 아니다//그대들의 꿈★은 늘 미루어지게 되어 있다"고 냉소하기도 한다(「제국호텔―인도에서 소녀가 오다」).
시집의 화자는 이 제국의 변방에서 본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 "본국에서 가져온 가루약을 먹고/나른해지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그는 그러나, "물이끼를 만져본" 기억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다(「제국호텔―더이상 빌어올 미래가 없다」). 그 '자연'에 대한 '감각'의 '기억'이, 제국으로부터의 절실한 탈주를 모색하는 단초가 된다. 그것은 곧 '전원(電源)이 곧 삶'인 이 제국의 네트워크에서 '도처의 전원을 끊고' '두 손 두 발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냄새에 즉각 반응하고' '피부를 활짝 열어놓는' 일이다.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하는' 길이다. 그리하여 '멍하니 몸이 몸으로 돌아오는 사태를 만끽하는' 일이다. 이렇듯, 여기 제국의 이면을 바라보는 형형한 부정의 시선과 자연과 몸을 향한 경건한 기도가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이제, 그의 덕분에 우리는 '제국호텔'이라는, 지금-여기의 디스토피아에 대한 강력한 은유를 하나 가지게 되었다. 더불어 우리 시는 『제국호텔』의 도저한 부정의 시선 덕분에 지금-여기에 대한 더 치열하고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걷는다 / 내가 걷는다


시인은 물이끼의 촉감을 기억하듯 자신의 젊은 시절을 기억한다.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무렵쯤에 속할 그 기억은, 예컨대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보거나 '라일락 하얀 꽃그늘 아래 꼼짝 않고 서' 있거나 할 때 문득문득 시인에게 찾아오곤 한다. 「소금창고」 「일본여관」 「집중호우」 등의 애잔한 시편들에 담긴 그 기억은 깊고 진실해서, 때로 그로 하여금 '젖은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게' 하기도 한다. 몸과 자연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기억에 대해 경건하다. 그래서 자신의 열일곱 살에게 "너와 나, 아니 나의 모든 나들은 이제 함께 가야 한다"(「기찻길은 기차보다 길어야 한다」)고 다짐하곤 한다. 그 다짐이 과거를 미래로 만들며 그를 계속 걸어가게 한다. 시인은 지금도 걷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젖은 신발 벗어/해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나는 걷는다」). 혹은 "흠뻑 젖은 구두를 벗어 제국에게 보여주기도 할 것이다"('시인의 말',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개정판)라고도 말한다. 요컨대, 그는 지금 그를 찾아온 '나의 모든 나들'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그는 생태학적인 관심과 제국이라는 화두가 그에게 아나키즘을 호출하고 있다고 했다(같은 곳). 시인이 앞으로 우리에게 전해줄 근황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9~
출생지 경기도 김포
출간도서 26종
판매수 4,336권

1982년 『시운동』 4집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산책시편』 『마음의 오지』 『제국호텔』 『지금 여기가 맨 앞』이 있다. 김달진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소월시문학상, 지훈문학상, 노작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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