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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이 너를 붙잡지 못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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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빨리 늙어버렸으면, 죽어버렸으면……알 수 없었기에 더 간절했던 젊은 날의 열망!

스스로를 ‘외딴집’이라 여기고 세상의 파고에 맞서 온 소설가 서영은이 젊은 날의 방황과 갈등을 뒤돌아보며 써내려간 에세이. 자기주장이 강했던 한 소녀가 강릉 바닷가에서 성장기를 거쳐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기까지, 또 스무 살 품었던 사랑에 대한 환상과 현실 속의 사랑을 이야기한 이 기록들은, 한 여성에게 진정 열정적인 삶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1993년 『한 남자를 사랑했네』(미학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것을 새로이 구성하고 강렬한 색채와 아이러니한 의미가 담긴, 그리고 작가가 좋아하는 샤갈의 그림을 함께 수록하여 재편집한 책이다. 첫 출간 당시에는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남편 김동리 선생과의 사랑 이야기에 무게가 실려 있었지만, 이번에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 즉 ‘한 여성에게 일어났던 젊은 날의 방황과 고뇌, 뜨거운 열정’을 되짚어보고자 작가가 겪어온 시간순서에 맞춰 글을 재배치했다.

딸아이를 한 개인으로 인정해 줌으로써 어려서부터 독립심을 길러준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작가. 사춘기를 알 수 없는 이유로 아프게 보내면서 문학을 접하게 되고 제도권 밖의 생활을 지향함으로써 외톨이 생활을 견뎌냈던, 시대를 한 단계 이미 뛰어넘은 그녀의 모습에는 청춘의 방황과 고뇌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현실 속의 사랑이 아닌, 환상의 둘레를 한 겹 더 싸놓은 듯한 사랑의 환상에 매달려 있던 스무 살. 작가는 나밖에 모르는 남자보다는 이미 사랑을 경험했기에 사랑을 더 귀하게 여기는 남자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사람이 되기를 원했고, 사랑이란 어떠한 희생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어렵고 힘든 것이라 단정했다.
직장이나 조직에 매이기 싫어했던 작가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고, 박경리 선생의 추천으로 김동리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그때, “블랙홀 안으로 자그마한 행성들이 빨려 들어가듯” 작가는 사랑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한순간 사로잡히고 만다. 이미 두 번의 결혼으로 더 이상 개인사를 외부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던 선생의 마음을 읽은 작가는 그 차선(次善)의 사랑에 감동한다. 김선생의 부인인 손소희 선생과의 묵언의 불화도 서술되어 있지만, 그녀들의 인내와 지고지순한 사랑은 세속의 질투를 초월한 것이었다.
한 여성 작가가 치루어낸 젊은 날의 방황과 열정을 통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가슴 깊은 곳의 열정을 끄집어내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재출간된 이 책은, 자신 안의 열정과 함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주체하기 어려운 뜨거운 젊음이 소설가 서영은을 만들었듯이, 우리 내면에 숨겨져 있어 더 소중한 작은 불꽃 하나를 발견해 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책이다.

목차

1장 시린 기억들

내 섬을 향해서 / 진홍색 입술연지 / 십구 세 / 고드름꽃



2장 한 남자를 사랑한 나

나뭇잎에 앉아 있는 자화상



3장 기억 속의 그

소녀 / 독창 / 옛집에서 / 고양이 예쁜이



4장 나의 외딴집

취몽 / 외딴집, 등불 하나 / 나의 슬픈 ‘누님들’ / 불볕 속으로 / 풍세마을



5장 홀로 선 나무처럼

시골생활 / 거울 / 성당



6장 정말 멋진 날

입맞춤 / 사로잡힌 사람들 / 혼잣말 / 어머니 / 멋진 날

본문중에서

마침내 몸을 띄워 바다에 떴을 때, 내 몸은 두 개의 견고한 노를 가진 배처럼 느껴졌다. 연약하나마 내 몸은 용골 그 자체였다. 파도는 어렵지 않게, 어쩌면 이제야 속 시원히 푸른 고랑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용골을 만난 기쁨에 떠는 듯이 하얀 거품을 토해냈다.
섬이 없었다면, 나를 나 이상으로 끌어올려준 그 열렬한 동경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모래톱에 앉아 바다를 풍경으로 바라보는 소녀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헤엄을 쳐서 마침내 오리바위에 오른 나는 성취의 기쁨을 음미해 보기도 전에, 저 난바다 가운데서 또다시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는 듯한 십리바위를 보았다. 물론 한층 더 해심(海心)에 가까이 있는 그 십리바위에 이르려면 이제까지보다 더 험한 파도를 헤쳐나가야 할 것이었다.
(/p.16, '시린 기억들'중에서)

나는 단지 젊다는 것만으로 추위가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무섭기는커녕 영하 40도쯤 수은주가 내려가보았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눈이 펑펑 쏟아져 한 열흘쯤 눈 속에 갇혀 있었으면 싶기도 했다.
그때 나는 스물한 살이었고, 부모의 슬하를 얼른 떠나고 싶은 조바심에, 겨울코트 맞춰입을 돈으로 집을 나와 용두동 개천가 무허가집에 사글세방을 빌렸다. 아궁이에서는 물이 나 불을 지필 수가 없었고, 벽지 대신 수성페인트를 칠한 벽엔 성에가 끼어 있었다. 코트값으로 방을 얻었기 때문에 물론 변변한 외투조차 없었다.
(/pp.30~31, '시린 기억들'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3~
출생지 강원도 강릉
출간도서 19종
판매수 3,674권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남대천과 동해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시인인 국어선생님의 영향으로 문학세계에 눈을 떴다. 17살에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발자크의 『골짜기에 핀 백합』,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접하게 되었고, 『아웃사이더』에 언급된 시인들인 조이스, 카뮈, 사르트르, 도스토옙스키, 헤세, 엘리엇, 릴케, 블레이크, 보들레르, 니체, T. E. 로렌스 등의 저작들을 찾아 읽으면서 본격적으로 철학과 문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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