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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해피엔딩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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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황경신
  • 출판사 : 소담
  • 발행 : 2003년 02월 28일
  • 쪽수 : 20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73815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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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더 사랑하는 자, 덜 사랑하는 자,
……이들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까?”

황경신이 그리는 엇갈린 세 가지 사랑 이야기


지난날에 나는 모든 시간을 어겼다. 한 번 어긋나기 시작하자 가차 없이 무너져 내리는 시간의 푸른 죽음 앞에서 나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울었다. 어긋난 시간 저쪽에 너는 서 있었고, 그건 모두 나의 잘못이었다.”

“덜 사랑하는 자가 권력을 갖는다_파스빈더”
저자는 위의 말을 책 말미에 써넣다가 급하게 지워버렸다. ‘덜 사랑하는 자가 권력을 갖는다.’는 말이 주는 숙명적인 슬픔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랑을 해서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거나, 슬프게 하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모두에게 해피엔딩]에는 세 명의 주인공을 위한 저자의 따뜻한 배려가 숨 쉬고 있다. 각기 다른 사람을 향해 항상 더 주시하고 있지만, 그들 모두가 지독한 고독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놔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해피엔딩을 원한다는 것.
더 사랑하는 자, 덜 사랑하는 자, 모두가 행복하기를 빌며……


[모두에게 해피엔딩]은 사랑 이야기이다. 세 사람이 동시에 사랑을 한다. 에이가 있고, 비가 있고, 그리고 그들을 만난 한 여자의 특별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3이라는 숫자는 우리의 정서상 행운의 숫자로 여겨지지만, 우리가 지금부터 얘기하려는 관계에서는 어려움을 가진다. 왜냐하면 사랑을 하는 남녀 사이에 다른 한 사람이 함께한다면 그 사람은 불청객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3’이라는 숫자는 좋은 숫자가 아니다. 세 사람이 동시에 행복해질 수 없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누가 누군가를 조금 더 그리워하고, 내가 상대방보다 조금 덜 사랑했다고 해서 불행해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아무도 불행해지지 않는다. 그건 황경신의 심플하고 독특한 필력 때문인 듯하다. 아니면 황경신은 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내 인생은 너무 많이 읽어서 그 내용을 다 외워버린 한 권의 책과 같다. 한 발에는 에이, 다른 한 발은 비에 담근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지지부진하게 세월을 낭비하고 있는, 죽어가는 나무와 같다. 수년 동안 그 모든 것들이 되풀이되어 왔다. 나는 비를 사랑하지만 비로부터 벗어나야 하고, 에이는 나를 사랑하지만 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란 게 존재하는지. 우리가 모두 행복해져도 괜찮은 건지.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해피엔딩이 될 수 있는지.

1부의 제목이 ‘덜 사랑하는 자’이고, 2부의 제목이 ‘더 사랑하는 자’이니, 나머지 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은 무엇일까 하고 책장을 넘겨보면, 제3부의 제목은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다. 과연 ‘에이’와 ‘비’와 ‘나’가 맞는 해피엔딩의 결말이란 무엇일까?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줄거리

열 살이나 어린 ‘에이’를 좋아하지만 사랑하진 않는, 함께했던 ‘비’와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약속이 채워질 수 없었던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
황경신이 말하는 사랑은 슬픈 것도 즐거운 것만도 아니다. 동화책처럼 왕자와 공주가 만나는 아름다운 결말이 현실 세계에서는 누구나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언제나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행복해지기를 염원한다. [모두에게 해피엔딩]은 감각적이고 유려한 문체로 각기 다른 상대를 품은 세 명의 주인공들이 펼쳐가는 세련된 연애소설이다.

추천사

황경신의 글은 쓰는 게 즐거워서 쓰는 글이다. 그이도 글 쓰는 게 직업일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얼마 전에 나왔던 [그림 같은 세상]이란 황경신의 책을 보면서 이런 내 생각이 확실해졌다. 누구처럼, 혹은 무엇처럼 글을 쓸 생각이 애초에 없다. 그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속에서 줄줄 흘러나와 어쩔 줄 모르는 것들을 받아 적는 글들이다. 모르긴 해도 그이는 글을 쓸 때 혼자 미소 짓고 있을 것이다. 역시 글 쓰는 게 직업인 나로서는 부러워서 배가 아프다. 그래서 그이의 글을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그림과 함께 만들어진 그녀의 책들도 좋아하지만 [PAPER] 잡지의 앞부분에 김원 씨의 사진과 함께 실리는 짤막한 그이의 글을 특히 좋아한다. 시라거나 단문이라거나 그런 어떤 형식으로 규정짓기 싫은 글이다. 한 달에 한 번 그의 심중을 엿보는 기쁨으로 그 글을 읽곤 했다. 명징하게 뽑아져 나오는 언어에 감탄하고, 세상에 대한 투명하고 깊은 시각에 술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젯밤 그이가 파일로 보내준 연애소설을 읽었다. 여전히 그이의 마음대로 그이의 마음을 받아 적은 글이었다. 이 글을 쓸 때도 그이는 혼자 미소 지었을까. 어쩌면 이 글을 쓸 때는 그러지 못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내면의 좀 더 깊은 곳에서 나온 글이라고 생각되었다. 굳이 연애소설이라고 내세운 것은 들키는 부분에 대한 민망함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그래도 역시 그이는 이 글을 써나가면서 즐거웠을 것이다. 그이의 글 쓰는 즐거움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와 같은 독자에게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길 바란다. 벌써 황경신의 다음 글을 기다린다.
- 송지나(방송 작가)

이 소설은 헤어짐에 관한 책이다. 아니, 잘 헤어져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다시 시작하길 바라는 얘기다.
- 조정윤(페이퍼 기자)

지금, 당신이 불행한 사랑 중이어서 너무 아프다고 생각한다면, 이 글은 눈물겨운 친구가 돼줄 수 있다.
- 김유평

목차

제1부 덜 사랑하는 자
제2부 더 사랑하는 자
제3부 모두에게 해피엔딩
황경신의 남은 이야기

본문중에서

에이는 착하고 현명하고 따뜻하다.
스타일도 좋아서 어디서나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아이다.
난 진심으로 에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사랑하진 않는다.
게다가 에이는 나보다 열 살이나 어리다.
('제1부 덜 사랑하는 자' 중에서/ pp.10~11)

그냥 밤새 이야기해요. 내 이야기만 들어줘요.
아니, 내 이야기가 듣기 싫으면 누나가 이야기해도 돼요.
그것도 싫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제1부 덜 사랑하는 자' 중에서/ p.27)

과거는, 가끔 그렇게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만 남겨두곤 해. 이를테면 풍경 같은 것. 사람은 사라지고 풍경만 남는 거야.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정말 인생이 아닐까, 라고 나는 생각하곤 해.
('제1부 덜 사랑하는 자' 중에서/ pp.31~32)

어젯밤, 나는 문득 별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그 여름밤이 떠올랐고
사랑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어.
기다리고 기다릴 때는 오지 않다가 방심하고 있을 때 문득 떨어지는.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 떨어졌구나, 라고밖에.
('제1부 덜 사랑하는 자' 중에서/ p.32)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와 우리가 모르는 미래 사이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그래서 언제나 불안한 것이다.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의 중간.’
그래서 나는 말했어. ‘반이라도 알고 있으니 다행이야.’
꿈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깨달았어.
나는 내가 아는 과거와 내가 모르는 미래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구나.
('제1부 덜 사랑하는 자' 중에서/ p.44)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혹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그것이 전부.
나 자신이 내가 아닌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혹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나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는, 그런 계절.
어째서 계절의 사소한 아름다움에 연연하게 되었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내 몸을 둘러싼 감각의 세포들이
점점 두꺼워질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것은 오히려
너무나 얇아져서 나는 아주 작은 아픔에도 소스라친다.
음악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제2부 더 사랑하는 자' 중에서/ p.96)

비는 내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래, 그것도 좋겠다,
여긴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
나는 힘없이 비의 새끼손가락에 내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비의 손가락은 단단하고 따뜻했다. 내 앞에는 단단하고 따뜻한 미래가 있고,
거기엔 당연히 비가 있는 거라고, 나도 모르게 믿기 시작했던 건, 그때부터였다.
('제2부 더 사랑하는 자' 중에서/ p.107)

제자리, 나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나는 오래전부터, 그러니까 철이 들기 전부터 비의 옆자리가 내 자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것은 훨씬 후였지만. 그러나 비는 그건 네 자리가 아니야, 라고 말했다. 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제3부 모두에게 해피엔딩' 중에서/ p.187)

황경신의 남은 이야기_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잖아, 그렇지?”


안녕. 한때 내 상상의 주인이었던 그대.
지금 그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몹시 궁금해. 미소를 짓고 있을지, 혹은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을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나에게 이야기해주길 바래. 그럴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난 사랑을 믿지 않았던 것 같아. 사랑을 믿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 커서, 그 정체를 알고 싶은 마음이 너무 깊어서, 하지만 그건 너무나 불안하고 어두워서, 감히 믿을 수가 없었던 건지도 몰라. 사랑 앞에서 언제나 난, 갓 구운 예쁜 케이크를 들고 걸어가다가 넘어지는, 그래서 온통 흙으로 범벅이 되어버린 케이크를 보며 울음을 터뜨리는 어린아이가 되었지.
사랑이란 건, 그대와 나 사이에 존재한 것이 아니었는지도 몰라. 그건 어쩌면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다른 세계로부터 잠시 왔다가, 우리에게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것일 거야. 그대와 함께한 시간보다 그대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고, 사랑해서 행복한 시간보다 고통받는 시간이 길었던 건, 처음부터 사랑이 우리를 배려하지 않았던 탓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한편으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주 억울한 기분이 들어.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휘둘렸던 걸까. 아주 사소한 어긋남, 아주 작은 실수, 알아차리지도 못한 미미한 오해들이 우리의 운명을 바꾸어놓았던 거야.
하지만 우리의 잘못도 있지. 우린 겁 많은 어린아이들이었어. 뭐가 뭔지도 모르는 채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헤어져 있었던 거야.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거야.

언젠가 내 마음을 지니고 있었던 그대.
변명 같지만, 그대가 지배했던 내 기억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어. 이것 봐, 난 이제 과거형을 쓰고 있잖아. 그대가 나를 이끌고 갔던, 그토록 어지럽고 막막한 숲을 빠져나온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숲 속을 헤매고 있는 채일까. 어찌 되었거나 나는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어. 우린 그렇게 살도록 되어 있었던 거겠지. 우린 꼭 그만큼만 사랑했던 거야. 혹은 사랑이 우리에게, 꼭 그만큼만 허락했던 거겠지.
그래도 그 시절, 어리석은 내가 그대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 세계가 끝날 때까지 지니고 갈 기억들을 그대와 나누어서 다행이야. 혹시 내가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더라도, 우리의 이야기만은 쓰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대가 숨 쉬고 있는 동안에는, 끝낼 수가 없는 이야기니까.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쓸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그대는 마음을 놓아도 좋아. 그냥 미소 지어도 좋아. 우리가 소중하게 들고 가던 케이크는 부서져버렸지만,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해도 다시 돌이킬 수는 없지만, 그래도 괜찮았잖아. 그대와 만나서 기뻤고 슬펐고 울었고 웃었고 기억하고 또 잊었잖아.

나 없이 행복한 그대, 아마도 이 세계는 이렇게 끝날 거야.
그것으로 족한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잖아, 그렇지?

안녕,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아름다운 그대.
(/ 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5.09.14~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28종
판매수 35,493권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같은 세상], [모두에게 해피엔딩], [초콜릿 우체국], [세븐틴], [그림 같은 신화], [생각이 나서], [위로의 레시피], [눈을 감으면], [밤 열한 시], [반짝반짝 변주곡], [한입 코끼리],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국경의 도서관], [아마도 아스파라거스] 등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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