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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척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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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안보윤
  • 출판사 : 문예중앙
  • 발행 : 2013년 02월 25일
  • 쪽수 : 29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27804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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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알고도 모르는 척, 외면한 자리에 피어오르는 우주적 재난!
문학동네작가상(2005), 자음과모음문학상(2009) 수상작가 안보윤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어떤 이는 운이 나빠 살인자의 가족이 된다.
어떤 이는 더욱 운이 나빠 피살자의 가족이 된다.
그런데 어떤 이는, 살인자의 가족인 동시에 피살자의 가족이 되기도 한다.


일상의 보이지 않는 폭력과 그것에서 파생되는 비극적인 현실을 냉정한 시선으로 파헤쳐온 작가 안보윤의 신작 장편소설 [모르는 척]이 문예중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계간 [문예중앙]에서 2012년 봄호부터 겨울호까지 연재된 작품이다.) 이번 작품으로 장편소설만 다섯 번째 선보이는 '장편작가' 안보윤은 2005년 [악어떼가 나왔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후, 2009년에는 [오즈의 닥터]로 자음과모음문학상 수상하고, 연이어 장편소설 [사소한 문제들],[우선멈춤]을 펴내며 잔혹한 폭력의 순환 메커니즘을 가차 없이 폭로하는 젊은작가로서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모르는 척]은 한 사회가 공모한 잔혹한 폭력과, 그 폭력을 알고도 모르는 척 외면한 자리에 남겨진 파쇄된 존재들의 이야기다. 근친 살해, 보험사기 등 사회의 병리적 현상을 제재로 삼아 지금껏 천작해온 폭력이라는 주제를 한층 더 인간 내면의 심리와 관계의 갈등으로 심화시킨 작품이다. 사회적 약자로서 무언가를 상실한 존재들, 그리고 상실했으나 포기할 수 없는 어떤 세계가 이 소설 속에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슬프고 무서운 꿈이다. 어리고 가여운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가는, 슬프고 무서운 꿈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내 주변에 산재해 있으나 내가 인식하지 않았던, 내가 방치해왔던 혹은 암암리 조장해왔던 폭력에 대한 불편함을 깨달았으면 하는 거였죠. 그 중심에는 사실 인간이 있어요. 폭력과 외면, 동조에 대한 반성의 주체가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고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끝이 아니라 폭력에 대한 당신들의 무심함과 무책임함이 진정한 폭력이다,까지 말하고 싶었습니다.
― 안보윤 / '문예중앙' 2013년 봄호 인터뷰 중에서

소설의 첫 장편은 근친살해의 사건현장검증에서 시작된다. '변계숙'의 뒤통수를 15파운드짜리 볼링공으로 내리치고 검은 점퍼로 머리를 싸매는 모습을 재현하는 살인범은 다름 아닌 큰아들 '조인근'이다. 평범한 네 식구 가정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아버지의 돌연사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죽고, 회사 공금횡령 사건에 휘말린 세 식구는 가진 재산을 날리고 아이들의 이모이자 보험설계사 변인숙이 사는 P시로 야반도주하듯 쫓겨온다. 두 형제 조인근과 조인호는 변인숙의 소개로 정법사라는 법당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변인숙이 꾸미는 어두운 음모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정법사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보험설계사 변인숙의 주도 하에 보험사기를 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두 형제는 부모를 잃고 보현스님 밑에서 자라고 있는 '석문정'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조인근은 정법사에서 자행되는 보험사기에 가담한다. 처음엔 문정이 일으킨 우연한 사고로 보험사기의 실체를 알게 됐지만, 다음은 변인숙의 회유로, 문정의 권유로, 그리고 본인 스스로 보험사기 행각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받은 보험금으로 그들 세 식구는 생계를 이어나간다. 엄마 변계숙은 병원에서 만신창이가 된 큰아들 인근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말없이 입을 다문다. 인근의 몸은 점차 뜯겨나가고 부서지고 망가져간다. 그가 환자복을 입고 거리를 헤매다 다다르는 곳은 황량한 들판에 버려진 기차역. 동생 조인호는 점차 유령으로 변해가는 형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게 된다.

"제일 나쁜 건 있지,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거야.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당장 나한테 이득이 생기면 마음이 흔들려. 못 이기는 척, 모르는 척 받아들이게 돼. 그게 좀더 지나면 당연해져버리는 거야."
"그러니까 인근아, 너도 이제 그만해."
"그만두지 않으면 사라져버려. 네 존재가, 네 인생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거야."
(/ 본문 중에서)

스스로 파멸해가는 인근을 걱정하던 문정마저 대학에 합격하고 P시를 떠난다. 그리고 문정의 보험사기 행각을 보현스님조차도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느 날 작은아버지가 떠맡기고 간 치매 걸린 할아버지가 집 안 한구석을 차지하는 동시에, 동생 조인호는 원하던 바대로 P시를 떠나게 된다. 할아버지를 떠맡는 대가로 받은 돈으로 대학등록금을 치른 것이다. "한 명은, 한 명쯤은 제대로 살아야 되지 않겠니." 변계숙은 언제나 인호에게는 엄마였고, 인근에게 어머니였다. 집 밖으로 걸어 나간 할아버지는(이를 변계숙과 조인근은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한다.) 기차역에서 쓸쓸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기차역은 철거된다. 변계숙은 인호의 2학기 등록금을 위해 변인숙에게 자신의 영구장애보험을 들어달라고 요청한다. 손가락 하나쯤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고집스러운 어머니의 등을 바라보며 인근이 낮게 중얼거린다.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불길하고 쓸쓸한 존재들의 내면 이야기

[모르는 척]은 인근과 인호 두 형제의 목소리가 교차되는 서술방식을 택했다. 소설을 통틀어 전지적작가 시점으로 사건의 진행을 서술하는 부분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두 곳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두 형제의 일인칭 시점으로 교차 서술된다. 동생 인호의 진술은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데 할애되는 데 반해, 형 인근의 진술('파고')은 인물의 내면에 담긴 고백적이고 심리적이며, 또 서정적이고 묘사적인 진술이 두드러지는데(그 형식도 마침표 없이 쉼표와 행갈이를 사용하여 진술한다), 이는 불길하고 쓸쓸한 내면 이야기를 통해 폭력과 그 비극적 현실의 그림자를 더욱 넓히고, 폭력의 또 다른 측면을 사유하게끔 하는 주요한 미학적 장치이다.

그동안 제 소설은 계속 폭력이 주체가 되어왔어요. 그러다 보니 폭력을 부각시키기 위해 인간이 도구화된 면도 없지 않아요. 폭력을 더욱 강렬하게 보이기 위해서 더 나약하고 더 핍박받는 인간을 그려 넣는 식이었죠. 조금 지나고 생각해보니까, 제 머릿속에는 폭력이 중심 생각이고, 그 외에 잔가지처럼 인간이 뻗어 나와 있더라고요. 그걸 알게 된 후로 반성을 많이 하게 됐어요. (...) 그래서 이 소설을 쓸 때는 인간이 중심이 되게 하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폭력은 똑같이 등장하지만, 이전 소설들이 사건을 빨리빨리 진행시키는 쪽으로 기울었다면 이번에는 사건을 조금 뒤로 물리고 인물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관계 같은 것들을 전면으로 끌어다 놓는 식으로 구상했지요.
― 안보윤 / '문예중앙' 2013년 봄호 인터뷰 중에서

알고도 모른 척 덮어둔 자리에 남는 것들


안보윤 작가의 대부분의 작품에는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 폭력의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구책을 찾으려 애쓴다. [모르는 척]에서는 인근과 문정이 그렇다. 그들은 사회가 공모한 잔혹하고 비극적인 현실, '폭력'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던져 살아남으려 한다. "살려고 이러는 거야, 진짜 잘살려고, 살아보려고 하는 거야."라는 문정의 말에는 그만큼 절박함이 담겨 있다. 또 한편에는 방관자들이 있다. 뜯겨지고 부서지고 훼손당한 인근을 모르는 척하는 변계숙과 보험사기 행각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 보현스님이 그렇다. 작가 안보윤은 잔혹한 폭력보다 폭력적인 것은 바로 이것이라고 말한다."제일 나쁜 건 있지,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거야.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당장 나한테 이득이 생기면 마음이 흔들려. 못 이기는 척, 모르는 척 받아들이게 돼. 그게 좀더 지나면 당연해져버리는 거야." 안보윤 작가는 그런 방관자가 우리 주변의 누구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에필로그에서 치매 할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은 좌판장사꾼, 정 보살, 변인숙, 조인근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이며 내 가족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하게 한다. 어느새 우리는 사회 최약자들을 방치하는 공범이 되어 있다.

사람들은 철저히 방관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방관자들의 특징은 금세,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잃어버린다는 데 있고요. 사람들은 폭력에 대해 아주 잠깐 화내고 아주 오래 잊어버리잖아요.
― 안보윤 / '문예중앙'2013년 봄호 인터뷰 중에서

추천사

우리는 누군가가, 무엇인가가 되려 한다. 우리는 의미에 짓눌려 있다. 안보윤은 아이가 자라서 죽은 아버지의 쓸모없는 점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 그것도 깨진 거울이다. 파경(破鏡)이기에 아이는 어른을 비추지 않고 깨뜨린다. 이 소설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 패륜아의 미스터리한 내면도, 한 왕따 소년의 정신병리학적 퍼즐 맞추기도 아니다. 그보다는 저 소년의 내면에서 일어난 정념의 원자들이 어떻게 우연을 조합해나가는지, 분노와 두려움과 갈망과 질시로 뒤섞인 저 끈적거리는 무정형의 에너지가 어떻게 생성되고 분출되며 소진되는가를 보아야 한다. 소설은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질주한다. 거기엔 “여길 떠나자, 나랑, 가자”는 최초의 프러포즈가 터뜨린 파국의 잭팟이 있다. 그 순간을 우리 중 어떤 이는 엽기적인 막장 드라마의 결정적 국면 하나라고 생각하겠지만, 끝내 우리가 보고도 보지 못한 것은 ‘모르는 척’ 우리 곁에 다가온 우주적 재난이다. 이 세계를 빵 껍질처럼 찢고 나오는 저 무시무시한 우연을 보라. 이곳을 나란히 세워놓고 깡그리 무너뜨린(strike!) 볼링공처럼.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기원에 ‘모르는 척’을 되돌려줌으로써 무의미를 완성한다. 그리고 무의미를 완성함으로써 비로소 무엇인가가, 누군가가 된다.
- 양윤의 / 문학평론가

목차

(프롤로그) 결정적 순간
1부
2부
(에필로그) 순백의 오후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어떤 이는 운이 나빠 살인자의 가족이 된다.
어떤 이는 더욱 운이 나빠 피살자의 가족이 된다.
그런데 어떤 이는, 살인자의 가족인 동시에 피살자의 가족이 되기도 한다.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가. 살면서 호의를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잃었고,
불투명하고 더럽고 역겨운 모든 것을 얻었다.
대체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 p.20)

엄마와 어머니는 다르다, 생마를 우유에 갈아 먹이는 사람이 어머니라면 계란을 씌워 부쳐주는 사람이 엄마다 상처에 알코올을 붓고 반창고를 붙이는 사람이 어머니라면 안아주기부터 하는 사람이 엄마다 알람소리에 깨어나도록 훈련시키는 사람이 어머니라면 발가락을 간질여 깨워주는 사람이 엄마다 시간표와 성적표를 캐묻는 사람이 어머니라면 담임선생과 친구들에 대해 물어봐주는 사람이 엄마다,
당신은 철저히 어머니였다, 상관없었다 당신이, 한결같기만 했다면, 나는 끝까지 상관없었을 것이다,
(/ p.79)

"그런데 진심도 변해. 사람이니까. 그리고 결국엔 익숙해지지. 사람이니까."
"제일 나쁜 건 있지, 기대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거야.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도 당장 나한테 이득이 생기면 마음이 흔들려. 못 이기는 척, 모르는 척 받아들이게 돼. 그게 좀더 지나면 당연해져버리는 거야."
"그러니까 인근아, 너도 이제 그만해."
"그만두지 않으면 사라져버려. 네 존재가, 네 인생 자체가 사라져버리는 거야."
(/ pp.200~201)

붉은 모래폭풍이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얼굴을 때리는 알갱이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숨이 막혔다 모태에 파묻혀 있던 기둥이, 심지 같은 것이 뽑혀나갔다 내 안의 뼈, 생각, 의지 같은 것들인지도 몰랐다 그만두지 않으면 사라져버려, 문정의 목소리가 아주 멀리에서 들렸고, 나는 스님밖에 없었어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어 믿고 의지할 사람도 사랑할 사람도 사랑받고 싶은 사람도 스님뿐이었어, 그걸 전부 알면서도 스님은 모른 척했던 거야, 문정의 목소리는 내 것인지 알 수 없는 소리들이 맞물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발밑이 사막이고, 바다고, 들판이었다, 나는 문정이고, 나이고, 아버지였다, 순식간에 다가온 모래폭풍이 기어코 나를 삼켰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 pp.201~202)

나는 어느 쪽으로도 정의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다, 죽어버렸으나 살아 있었고 살아남았으나 온전한 꼴은 아니었다, 그랬다 나의 세계는, 모든 것이지워지고모든것이불가능했다, 공유와 약속이 불가능한 세계, 모두함께다같이가 사라진 세계, 다음에내일또가 금지된 세계, 덧붙여,
지금현재그리고, 가 파괴된 세계,
묻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어리던 날에는 왜 하필 나냐고 왜 하필 나의 삶만 산산이, 부서져야만, 점선이 되어야만 했느냐고,
(/ p.217)

“아직도 내 탓을 하는 거야? 나 때문에, 아님 인호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변명하고 싶어? 어쩔 수 없었다고? 아니, 넌 그냥 도망치기 쉬운 말만 골라 하고 있는 거야. 너는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어, 나처럼, 얼마든지. 널 이렇게 만든 건 네 어머니도 변 여사도 인호도 아니야. 네가 유령이 되게끔 내버려둔 건 너야, 너를 모른 척 방치한 건 너 자신이라고.”
“네가 죽인 거야, 너를. 앞으로도 너는 계속 남 탓만 하면서, 나를 원망하면서 스스로를 죽이겠지. 한심해. 한심해죽겠어.”
문정이 내 앞에 섰다,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끝내 입을 열었다,
“여길 떠나자. 나랑, 가자.”
(/ pp.264~26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81~
출생지 인천
출간도서 13종
판매수 5,056권

2005년 장편소설 『악어떼가 나왔다』로 제10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오즈의 닥터』로 제1회 자음과모음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소년7의 고백』, 장편소설 『사소한 문제들』 『우선멈춤』 『모르는 척』 『알마의 숲』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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