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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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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유안진
  • 출판사 : 문예중앙
  • 발행 : 2013년 01월 31일
  • 쪽수 : 256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27804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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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란지교를 꿈꾸며] 유안진 시인의 더욱 깊어진 산문을 만나다
상처와 외로움을 다독이는 따스한 문장들


상처 깊은 이들에게는 훈장으로 보이는가
상처 도지는 이들에게는 부적으로 보이는가
백년 못 된 사람들이 매화 사백년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도 맡아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 '상처가 더 꽃이다' 중에서)

유안진 시인의 산문집 [상처를 꽃으로]가 출간되었다. 시 창작에 주력하는 틈틈이 일상의 편린을 모아 적어온 산문을 엮어 5년 만에 펴낸 이번 산문집에는, 낮은 것에 공감하고 실패를 격려하는 위로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때때로 무의미를 즐겨볼 만도 하다고, 몇 번의 실패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있다고, 시간에 쫓겨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몸을 부딪치고 온 정신을 기울여 얻은 삶 속의 소소한 깨달음들이기에, 마음에서 마음으로 깊이 전해져온다.
1부 ‘사랑, 그 이상의 사랑으로’에서는 한 걸음 물러서서, 낮은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연의 자리가 아니라 조연의 자리에서 삶을 향기롭게 하는 것들, 사랑과 그리움, 이별, 성공과 실패, 용기와 희망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살피면서 내일을 위한 힘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조언한다. 2부 ‘거짓말로 참말하는 여유’에서는 문학이 주는 위로를 이야기한다. 유안진 시인만의 시 쓰기에 얽힌 비밀도 곳곳에 숨어 있다. 글을 쓰고, 글을 읽고, 또 가슴에 품으며 우리 삶을 바꿔나가는 법에 대해 쓰고 있다. 3부 ‘엄마라는 대지는 초록에서 진초록으로’ 가족의 따스함,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지켜나가야 할 가치들에 대한 단상들이 담겨 있다.
유안진 시인 특유의 시를 닮은 문장, 그리고 문장 속 쉬어갈 자리를 내어준 쉼표들 사이에서, 글이 주는 위안이 무엇인지를 다시 음미하게 하는 산문집이다.

목차

1부 사랑, 그 이상의 사랑으로
모과나무 커튼
무의미한 일의 유의미를 억지 부리며
사랑, 그 이상의 사랑으로
실패에 덕 봤다
시계 밥 줘라
외로운 사람과 더 외로운 사람
대구로 올라가서 서울로 내려온다
실패할 줄 아는 용기는 성공보다 위대한데
복은 대문 앞이 깨끗이 청소된 집으로 들어온다
조금은 양식거리로 남겨두어주시기를
봉오리부터 고개 숙이는 할미꽃
사랑은 짐이다
아버지 마음과 가족 호칭
빈방 있습니까?
위어조자(謂語助者)는 언재호야(焉哉乎也)라
사랑, 다시 희망으로 달려갈 힘

2부 거짓말로 참말하는 여유
헌 책 [소월시초] 읽고 시인의 길을
거짓말로 참말하는 여유
메밀과 시인은 둥근 세모꼴
저리 숙맥이니 시는 곧잘 쓰겠네
[나스레딘 호자]도 데려가는 휴가 길
책도 읽고 계절도 읽고 쓰는 가을
은행잎도 충고한다
혹시 옛날 애인이 알아보면 어쩐다?
혼자 노는 방법으로써 시 쓰기
위대한 열정을 위한 청춘, 사무엘 울만에 공감하며
나무 노래 덕분에 시인이 되었다?
시, 어떻게 쓰는 거지?
다보탑을 줍다
심 뻔 무식하니, 어미 소태라
모국어에 대한 가벼운 터치
꽃과 하느ㄹㄹㄹㄹㄹㄹ……의 울림소리

3부 엄마라는 대지는 초록에서 진초록으로
나무꾼과 석수장이의 기도
미소 중의 최고는 불상의 미소
하느님 자손이라서 원숭이 자손보다 더 똑똑하거든
송편 모양이 신랑 모양인데
김치, 한국인의 성깔이다
예수님은 개를 싫어하시나 봐요
엄마라는 대지는 초록에서 진초록으로
숙맥과 철학자
국시와 국수는
증조할머님과 할아버지와 내 손자와
사투리, 고려 적의 우리말
천수보살(千手菩薩)의 손보다 많았을 마더 테레사의 손
희생의 대명사, 어메 어무이 엄니 엄마 어머니 모친 자친 자당
여장부들이여 당당하시라
고별 말씀과 찔레나무의 마지막 영광
늙은 베르테르의 기쁨

본문중에서

시간이 모여 세월이 되고, 작은 일들이 이어지고 쌓이면서 삶이 되고 인생이 된다. 소천하신 김수환 추기경님 농담처럼, 삶이란 삶은 달걀이지, 삶이라는 글자를 풀면 사람이 되지, 사람이란 살아가는 존재이지, 사람들이 사는 건 다 삶이지. 이런 가소롭고 시답잖은 글을 쓰는 나는, 가소롭고 시답잖은 시도에 대해 고백함으로써, 혹시 나처럼 가소롭고 시답잖게 살았다고 아파할 분들과 공감하고 싶다. 창밖 눈바람 속 앙상한 푸나무들이 열매 없이 살았어도 무의미하게 살았던 게 아니라고 우기면서.
(/ p.19)

외로운 사람에겐 자기 방이 필수이고, 또 여러 개의 침대도 필수일 것 같다. 잠들지 못할 때 뭔가를 읽고 끄적거리기에 편한 침대와, 엎드려 멍청해질 수 있는 침대와, 꿈꾸거나 상상하기에 좋은 침대와, 기다릴 수 있는 침대와, 만나서 더불어 놀 수 있는 침대와, 헤어져 홀가분하고 편안해지는 침대 등등, 외로운 사람에겐 침대가 많아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더 외로운 사람에겐 많은 침대보다도 많은 베개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엎드려 턱 받칠 수 있는 베개, 베개 밑으로 머리통을 들이밀어 파묻힐 수 있는 크고 묵직한 베개, 뒤통수를 편하게 올려놓을 수 있는 베개, 얼굴에 올려놓아 두 눈에 무게감을 느끼게 해주는 베개, 가슴에 껴안고 뒹굴 수 있는 베개, 돌아누우면 등을 받쳐주는 베개, 두 무릎 사이에 끼울 수 있는 베개, 엉덩이를 받쳐 무지근한 통증을 달래주는 베개, 두 다리를 올려놓을 수 있는 베개, 발이나 발바닥으로 꼼지락거리며 간질이는 오돌토돌한 촉감의 베개, 그래도 잠이 안 올 때 벌떡 일어나 앉아, 두세 번쯤은 집어던질 수 있는 베개, 더 나아가서는 발길로 몇 번이고 걷어찰 때 화풀이가 될 정도로 무게가 나가는 베개는 물론이거니와, 누워도 엎드려도 모로 누워도 돌아누워도 거꾸로 누워도 반만 누워도 일어나 앉아 무릎에 올려놓는 베개…… 등등. 밥숟가락보다도 훨씬 필수적인 생필품으로서 베개는, 밤이 긴 가을부터 더 외로운 사람에게 특히나 많아야 한다.
(/ p.45)

한턱 쏠게, 점심 데이트 해야지, 전화할게 등등 오늘도 빈말이 되고 말 참말을, 거짓말이 되고 말 참말을 남발해놓았다. 성공, 성공 하지 말자. 위대한 실패는 성공보다 빛난다. 열정, 열정 하지 말자. 우리 시대에 필요한 건 메달을 향한 열정보다도 메달을 포기할 줄도 알고, 어떤 때 어떤 일에 그래야 하는지를 가릴 줄 아는 분별력과 자유로운 정신과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진정한 용기일수록 어리석다. 세상에 바보가 될 줄 아는 용기야말로 참된 열정이라고, 위대한 실패가 성공보다 더 빛난다고.
(/ p.54)

칸트는 미적 대상의 분류 기준에 미美와 추醜외에 숭고崇高함을 추가하면서, 숭고함이란 기나긴 고난을 거쳐서야 풍겨날 수 있어, 언어로 정의할 수 없다고 했다. 겨울철은 이른바 역경과 고난의 시기여서 당할 때는 고통스럽지만, 통합적으로는 인생에 유익한 유예와 여유 기간이 된다고들 한다. 삶이 숭고하다는 것은, 잊을 만하면 다시 겨울 같은 고난과 역경이 끼어드는 덕분이지. 몇 가지 불행 없는 이는 아무도 없다. 위의 시도 그 비슷한 느낌에서 쓰였던 듯하다. 그러나 다 용서해주시기보다는, 조금은 남겨두시어 늘 용서 구할 거리가 되었으면. 나 스스로를 다 용서해버리거나, 저절로 잊어버리지 않도록.
(/ p.65)

사랑은 짐스럽기 때문일까? 나 혼자서 사랑하고 나 혼자서 울고불고 그러다 제 풀에 지치는 식이 내 식이었을까? 지금도 나는 압도적인 사람, 강한 사람이 싫고, 밀어붙이는 무대포가 싫고, 내 뜻과는 다르게 밀리고 끌려다니고 시달리는 건 싫다.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내 식을 배려하지 않는 그 무엇도 나는 싫다. 사랑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전부여야 한다.
(/ p.71)

저자소개

생년월일 1941.10.01~
출생지 경북 안동
출간도서 40종
판매수 6,275권

1941년 경북 안동 출생. 《현대문학》에 1965년, 1966년, 1967년 3회 추천으로 등단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 동 대학 교육대학원 교육심리학을 전공하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Florida State University(Ph.D. 취득)에 유학 중, 문화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의 《국화와 칼》에 감명받아 귀국 후 30여 년간 한국 전통 사회의 여성 및 아동 민속자료를 수집·연구하여, 《한국전통아동심리 요법》, 《한국 전통사회의 육아방식》, 《한국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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