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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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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혜경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12년 11월 05일
  • 쪽수 : 30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19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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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섬세하고 단단한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여운과 마음의 밑자리,
성난 얼굴을 어루만지는 더운 손길
그리하여, 다시 한번, 다시 한번 살아내리라.


우리 안의 마음속 허기를 눈 밝게 알아보는 작가 이혜경의 첫 소설집 [그 집 앞]이 재출간되었다. 1982년 등단 후, 긴 공백기를 지나 (그 직전 첫 장편 [길 위의 집](1995)이 출간되긴 했으나) 첫 소설집이 나온 것은 1998년. 그로부터 다시 14년이 지나 다시 만나는 [그 집 앞]. 신작 소설집 [너 없는 그 자리]와 마침 때를 맞추어 출간된 첫 소설집은 작가의 더운 마음자리와 그 깊이를 새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등단 16년 만에 첫 소설집을 내면서, 작가는 ‘가장 가까운 데 있는 것에 대한 사랑이 가능하지 않아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었다. 가장 가까운 것,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지붕 아래 모여 사는 사람들. 부부라는 혹은 부모자식간이라는 인연을 앞세워 서로에게 주어서는 안 될 상처를 주는 사람들.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그 ‘집’ 안에 똬리를 튼 폭력성과 강요된 희생에 대해 그는 낮지만 끈질긴 목소리로 조목조목 따져 보인다. 양지보다는 그늘에 앉아 제 존재를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 작가는 기꺼이 그들의 어눌한 입이 되려 한다.

“예전에 초상이 나면 대신 울어주는 종을 곡비(哭婢)라고 했다지요. 작가라는 게 결국은 그런 곡비가 아닐지요. 크게 울 수도 없는 사람을 대신하는……”

*

그의 소설들은 함부로 입을 열지 않고, 슬픔을 과장하지 않고, 부러 상처를 헤집어 드러내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아주고 더듬어줄 뿐이다. 때문에 단정하게 정리된 그의 문장들 앞에서는, 더불어 말을 아끼게 된다. 그저 마음을 어루만지고, 천천히 숨을 고르고, 내 안의 상처와 그리고 나아가 ‘너’의 상처도 들여다보게 하는 일. 그것은 그의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힘일 것이다. 14년, 긴 시간을 지나 다시 들춰보는 그의 소설의 힘은, 그 시간의 힘으로 절로 더 단단해져 있는 듯 보인다. 혼자여서 때로 오히려 편안한 집. 그 집이 여기에 있다.

추천사

이혜경은 크게 외치는 대신 조용히 속삭이며, 진기한 모험의 길을 떠나기보다 낯익은 일상의 세부를 되짚어간다. 정밀한 언어로 삶의 안쪽을 나직이 반추하는 그녀의 눈길은 따뜻하지만 감상적이지 않고, 다감하면서 또한 치밀하며, 충만하되 결코 넘치지 않는다.
이 균형 잡힌 시선 덕분에, 그녀의 소설에서 삶의 허위와 오류에 대한 냉엄한 응시는 대개 공감 어린 연민과 배려에 의해 웅숭깊게 감싸인다.
- 진정석 / 문학평론가

이혜경은 마음의 무늬를 말로 어루더듬어 충분히 전할 줄 아는 드문 작가다. 가슴에 스며든 상처 때문에 이혜경 소설의 인물들은 얼핏 보기에 고독한 삶을 사는 것처럼 느껴지나 고독의 심연, 고립의 늪에서 이들은 더불어 사는 공생의 가치를 발견한다.
- 우찬제 / 문학평론가

목차

그늘바람꽃
그 집 앞
어스름녘
가을빛
귀로歸路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떠나가는 배
젖은 골짜기
우리들의 떨켜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나는 절망적으로 다짐한다. 은빛 캔의 유혹을 일거에 떨칠 자신도, 시어머니 앞에서 자꾸 닫히려는 마음을 활짝 열어 보일 자신도 없지만, 내 안의 흙탕물을 가만가만 가라앉힐 수는 있을 것이다. 강물이 더 혼탁해지기 전에, 흐려진 제 몸을 스스로 씻어내려 목숨들을 품어 안는 강물의 사랑으로.
(/ [그 집 앞] 중에서)

죽음을 배울지니라. 그러면 그대는 삶까지도 배울 것이니라.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열어젖혔던 앞가슴을 여미듯 생을 여며야 한다는 초조함으로 (……) 칼끝 디딘 것 같은 나날을 나는 방에서 책을 읽으며 견뎠다. 비로소, 나는 나를 용서했다.
(/ [가을빛] 중에서)

여자들이 남자보다 많이 우는 건, 몸 안에 빈 곳이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
(/ [귀로] 중에서)

사랑이란, 그런 거란다. 아름다운 풍경이 있으면 그 사람과 같이 보고 싶고, 찻집에서 그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자주 화장을 고치고, 그 사림이 오면 이를 안 드러내고 곱게 웃는 거, 그게 사랑이란다.
(/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중에서)

덤덤히 흘러가는 물을 오래도록 들여다볼 때, 마침내 흐르는 게 물인지 자신인지 알 수 없어질 정도로 오래 들여다본 물에서 눈을 들어 건너편 강둑의 푸른 나무며 하늘을 볼 때의 서먹한 슬픔 같은 게 형의 목소리에 어려 있었다.
(/ [떠나가는 배] 중에서)

왜 산길을 걷다가 마주 오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사람들이 그러지 않습니까. 조금만 더 가면 돼요. 하지만 정작 걸어보면 그 조금이 한 시간도 되고 한 나절도 되지요. 어차피 걸어야 할 길이라면 희망을 가지고 걸으라는 마음이었겠죠. 길 바깥으로 뛰어내릴 용기도 없으면 그저, 그 길이 끝나면 무언가 다른 풍경이 나오려니 하면서 걸을 수밖에요. 그래도 끝내 다른 무엇이 없으면 그저 그랬나보다, 그러고 마는 거지요.
(/ [젖은 골짜기]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
출생지 충남 보령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8,778권

1960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세계의문학》에 「우리들의 떨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 집 앞』 『꽃그늘 아래』 『틈새』 『너 없는 그 자리』, 장편소설 『길 위의 집』 『저녁이 깊다』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이수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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