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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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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재익
  • 출판사 : 황소북스
  • 발행 : 2011년 07월 28일
  • 쪽수 : 328
  • ISBN : 978899709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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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무너져버린 바벨탑 앞에서 인간을 돌아보다.

맙소사. 서울 한복판에서 땅이 꺼졌다. 무려 1000미터 깊이란다. 123층 초고층 빌딩을 삼켜버린 이 대재앙의 이름이 바로 ‘싱크홀’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는 이 미스터리한 자연현상이 한국에서, 그것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났다는 가정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다. 인간의 자만심과 과시욕의 상징인 123층의 시저스빌딩이 개장식 카운트 다운에 맞춰 땅속으로 꺼져버린다. 재앙의 한복판에서 사람들은 제각각 숨겨진 본성을 드러내며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극한의 상황에서 보여주는 사랑에 대한 애착, 그리고 악착같은 이기심이 핵심을 장식하는 블록버스터급 휴먼판타지 싱크홀. 대단한 상상력과 재미로 중무장한 천상 이야기꾼 이재익이 꺼내놓은 이 무서운 싱크홀 앞에서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

출판사 서평

“어떻게 보면 인간의 삶은 크고 작은 재난의 연속이다. 그리고 우리는 재난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게 되고, 시련이 주는 깨달음을 통해 새롭게 변화하게 된다. (…) 그러나 재난은 또한 평소에는 감추어진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위기의 순간에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던 인격자가 이기적이고 비겁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회의 지탄을 받던 사람이 이타적이고 영웅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재난의 현장은 인간의 진면목을 축약해 보여주는 소우주가 된다.”
- 김성곤(서울대 영문과 교수ㆍ문학평론가ㆍ전 현대 영미소설학회 회장)

‘싱크홀’이라는 대재앙을 소재로 한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 재난소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000미터 깊이의 싱크홀이 발생한다면?”

전작[카시오페아 공주], [압구정 소년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며 스토리텔러로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재익 작가의 7번째 장편소설. ‘대자연의 경고’라고 일컬어지는 싱크홀을 소재로 한국 소설의 상상력이 어느 경지에까지 이르렀는지, 그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제목인 싱크홀(Sinkhole)은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다양한 크기의 거대한 구멍이 생기는 현상으로 대부분 둥근 형태이다. 일각에서는 석회암 지반이 지표면의 무게로 인해 꺼지면서 발생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석회암 지반이 아닌 지역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그 원인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 소설은 김성곤 교수(서울대 영문학과)의 지적대로 “고층건물 붕괴라는 모티브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면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고 흡인력이 있는” 대중소설이다.
소설의 무대는 123층의 초고층 빌딩인 시저스 타워. 정부의 도심 개발 방향에 반감을 품은 환경주의자들은 ‘한국의 바벨탑’이라 부르며 반대를 하지만 결국 빌딩은 완성됐다. 신에 대한 도전과 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시저스 타워의 개장식은 화려하게 거행된다. 개장식이 거행된 후의 자정.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나이트클럽’으로 기록된 100층에 위치한 클럽 시저스의 손님들이 카운트다운의 ‘O’을 외치는 순간, 건물은 거짓말같이 땅 속으로 가라앉는다.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대부분의 사람은 충격의 여파로 목숨을 잃는다.
123층의 건물을 순식간에 삼켜버린 악마의 아가리 같은 구멍. 직경 180미터, 깊이 700~1000미터로 추정되는 이 구멍은 싱크홀로 밝혀지고 이제 땅 속에 묻힌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한 지상세계 인간들의 처절하고 눈물 어린 사투가 벌어진다. 그리고 싱크홀 속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숨을 건 생존게임이 시작된다.
무분별한 자연 파괴와 개발 위주의 도심 정책, 이로 인해 서로 경쟁하듯이 하늘로 치솟는 고층의 빌딩들, 부동산 투기와 맞물린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현대인의 지나친 이기주의, 모럴리즘과 정의가 사라져가고 있는 한국 사회를 향해 ‘싱크홀’이라는 소설적 알레고리라는 메스를 들고 작가가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순수한 사랑의 열망과 믿음, 죽음 앞에 놓인 인간군상의 다양한 심리묘사를 소설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묵시록적인 작품인 [싱크홀]을 통해 이러한 테제들의 해답을 찾아가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너희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잠시 살다가 사라지는 종족일 뿐이야!”
죽음의 공포 앞에서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 내면을 극사실적으로 포착한 수작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김혁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다. 혁은 K2, 안나푸르나를 비롯해 히말라야 14좌 중 11개의 산을 정복한 등산가이다. 하지만 낭가파르바트를 등반할 때 대원을 잃은 죄책감으로 술과 함께 폐인으로 살고 있다. 아내와 딸 안나와는 별거 중. 혁은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 커다란 빙벽을 보게 된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빙벽이 있을 리 없어. 정신 차려.’라며 자신을 다독이며 다시 보니 그건 123층의 거대한 빌딩이다. 로마의 창시자 줄리어스 시저의 이름을 딴 시저스 빌딩.
‘인간은 결코 신과 자연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며 산을 오를 때마다 겸손함을 잃지 않았던 혁의 눈에 그건 신에 대한 도전이었다. 인간과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거만함의 바벨탑. 그런 그에게 시련이 닥쳐온다. 딸과 아내가 싱크홀에 빠진 건물 지하 2층에 갇혀버린 것. 이 대재앙 앞에서 혁은 매스컴을 향해 피 끓는 부정(父情)을 토해낸다.

“매 순간 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딸아이가 아빠를 부르고 있습니다. 천 미터 땅 밑에서요. 이대로 아이를 잃는다면 저는 평생 제 자신도, 이 나라도 용서하지 못합니다. 저는 내려가야 합니다. 꼭 내려가야 합니다.”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만을 향해 올랐던 혁은 건물을 통째로 삼켜버린 지하 속으로 자신의 몸을 던진다. 그는 과연 아내와 딸을 구해낼 수 있을까? 죽음의 공포 앞에서 나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페이지터너다운 스피디한 전개와 삶과 죽음, 지상(地上)과 지하(地下), 부자와 빈자, 타락과 구원,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상징체계로 풀어낸 휴먼 판타지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싱크홀이 생겨 거대한 빌딩이 사라지기 전과 후를 균등한 분량으로 배치함으로써 인간의 탐욕은 죽음 앞에서도 줄지 않고 더욱 강해지며, 이기심과 공포가 어떻게 인간을 파멸시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마치 코맥 매카시의 [로드(The Road)]가 그려낸 암울한 세계관과 닮아 있는 이 작품은 하지만 가족애와 사랑, 희생, 용서, 구원이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단어인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준다.

[카시오페아 공주]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의 작가 이재익의 7번째 장편소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스토리 중심의 페이지터너, 평생 100권의 소설을 꿈꾸다

1997년 [문학사상] 소설 부문으로 등단, 이듬해인 1998년[질주질주질주]를 발표한 이후 13년째 소설가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이재익 작가. SBS 라디오 PD라는 현업(現業)과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면서 소설 발표에 거리를 두었던 그가 작년 2010년, 3년 만에 발표한 첫 소설집인[카시오페아 공주]를 시발점으로 무서운 속도로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압구정 소년들]과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4개월 간격으로 연이어 발표했으며, 2번째와 3번째 작품이었던[아이린]과 [심야버스괴담]의 완전 개정판도 출간한 상태. 여기에 4년간의 취재를 바탕으로 ‘노르망디 코리안’을 소재로 한 [아버지의 길]도 한 인터넷 서점에 4개월째 인기리에 연재하고 있으며, 가을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평생 50권의 소설을 발표하겠다’는 그의 목표와 포부는 현재 100권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다작작가(多作 作家, a prolific writer of fiction)를 보는 시선이 아직은 곱지 않은 한국에서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술계에는 유독 다작작가가 많다. 미술사(美術史)상 가장 유명한 화가 중의 한 명인 파블로 피카소가 그 주인공. 그는 13,500여 점의 유화와 소묘, 100,000점의 판화, 34,000점의 삽화, 300점의 조각과 도자기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출신의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 또한 1,000점 정도의 작품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그렇다면 소설가 중에 유명한 다작작가는 누가 있을까? 그 영광의 자리에는 존 크리시(John Creasey, 1908년 9월∼1973년 6월)가 차지해야 하지 않을까. 영국 출신인 그는 600여 권의 장편소설을 28개의 필명으로 발표했다. 역시 다작작가로 [쇼생크 탈출], [미저리], [샤이닝] 등의 원작자로 유명한 스티븐 킹이 한 인터뷰에서 ‘나는 [런닝맨]을 일주일 만에 썼다. 이 정도면 빠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존 크리시는 이틀 만에 쓴 장편도 수두룩하단다.’며 질투 어린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을 딴 존 크리시 상은 애드거 앨런 포 상과 함께 영미권에서 가장 유명하며, 권위 있는 상이기도 하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다작작가라면 제일 먼저 마츠모토 세이쵸(松本淸張)가 생각난다. 일본 최고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카와 상을 받은 그는 수많은 장편소설과 1,000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이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된 것만 40여 편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본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도 1년에 4~6편을 발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츠모토 세이쵸에 비하면 어린애 수준이다.
그는 생전에 한 인터뷰에서 ‘나는 오랫동안 추앙받는 작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위대한 작가들은 대부분 적은 양의 소설을 쓰는데 나는 너무 많이 썼다.’고 한탄한 적이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마츠모토 세이쵸 상은 1994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이다.
다작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겨우 7번째 소설을 발표한, 게다가 남부러운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이재익 작가가 ‘100권의 소설 프로젝트’을 꿈꾸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그건 그가 ‘이야기’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의 경지라고나 할까. 1시간 만이라도 그와 직접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짧은 60분 동안에 그는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낸다. 눈에 밟힐 듯한 영상이 그려지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문장이 된다. 게다가 그는 별다른 취미생활도 없다. 남들이 하는 골프나 당구, 비디오 게임, 인터넷 등이 그의 일상에는 없다. 근무가 끝나면 컴퓨터에 앉아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 그가 바로 이재익이다. 그 또한 존 크리시처럼 속필(速筆)로 유명한데 [좋은 사람]이라는 단편은 단 이틀 만에, [심야버스괴담]은 일주일 만에 탈고했다. 무엇보다 성실하고 책임감이라는 무기를 지니고 있는 작가이다.
언젠가 그는 독자와의 만남에서 “누군가 내게 당신은 좋은 소설가냐고 물으면 나는 단호히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꾼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한다. 난 어디까지나 이야기꾼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창작열은 그가 10년 가까이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때 그는 ‘스토리를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2011년에 개봉 예정인 이민정, 이정진 주연의 [원더풀 라디오]를 비롯해 [목포는 항구다], [질주]의 시나리오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이제 한국에도 소설의 본령인 ‘재미’를 제대로 그릴 줄 아는 작가의 출현과 그에 걸맞은 대접이 필요하다. 반만 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무수한 신화와 설화, 그리고 상상력의 보고인 [삼국유사]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보물을 소유한 나라, 드라마 한 편이 세상을 바꾸는 나라, 이야기를 그 어느 민족보다 좋아하는 나라…. 오늘날 이재익이라는 이야기꾼이 소중하고 꼭 필요한 이유이다.

줄거리
‘한국의 바벨탑’이라고 불리는 123층 높이의 시저스타운. 정부의 도심 개발 방향에 반감을 품은 환경주의자들은 ‘한국의 바벨탑’이라 부르며 반대를 하지만 결국 빌딩은 완성됐다. 신에 대한 도전과 인간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시저스 타워의 개장식은 화려하게 거행된다. 개장식이 거행된 후의 자정. 100층에 위치한 클럽 시저스의 손님들이 카운트다운의 ‘O’을 외치는 순간, 건물은 거짓말같이 땅 속으로 가라앉는다. 순간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대부분의 사람은 충격의 여파로 목숨을 잃는 가운데 산 자들의 처절한 생존게임이 시작된다.

추천사

이 작품에서 작가는 순수소설과 장르소설, 진지함과 경쾌함, 그리고 재미와 유익을 적절히 혼합함으로써, 이 시대가 원하는 수준 높은 ‘중간문학’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아득히 높은 히말라야의 고산 등반과 바닥이 보이지 않는 지하로의 하강이라는 상반된 모티브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상처받고 살아가는 인간의 고뇌를 심도 있게 성찰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면서도 이 소설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고 흡인력이 있다. (…) [싱크홀]은 고층건물 붕괴라는 대재난 모티브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삶을 다각도로 조명하면서 현대인의 고뇌와 현대의 사회상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대재난을 다룬 감동적인 영화인 [포세이돈]이나 [타이타닉]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좋은 대재난소설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독자에게[싱크홀]의 출간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김성곤 /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

목차

프롤로그
D-7
D-6
D-5
D-4
D-3
D-2
D-1
D-0
D+1
D+2
D+3
D+4
D+5
D+6
D+7
작가의 글

본문중에서

시저스 타워는 123층짜리 초고층 빌딩이었다. 이전까지 타워팰리스 3차 건물이 갖고 있던 최고 높이 기록을 간단하게 갈아 치워버리는 층수와 높이였다. 시저스 타워는 모든 면에서 국내 최고였다. 일단 초현대식 감각으로 마무리한 디자인부터가 기존의 빌딩들과는 달랐다. 빌딩 안의 설비는 물론이고 타워 안에 입점한 기업과 명품숍, 쇼핑몰의 규모, 심지어 주차장 크기까지 단일 건물로는 대한민국 1위였다. 정부의 도심 개발 방향에 반감을 품은 환경주의자들은 시저스 타워를 가리켜 ‘한국의 바벨탑’이라고 불렀다.
(/ p.35)

맙소사. 그는 신음을 내며 버스 앞좌석을 꽉 움켜잡았다. 앞에 앉아 있던 여드름투성이 청년이 혁을 돌아보았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빙벽이 있을 리 없어. 정신 차려. 혁은 창밖을 찬찬히 살폈다. 산이 아니라 건물이었다. 시저스 타워가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있었다. 버스는 천천히 코너를 돌아 정류장에 멈춰 섰다. 오픈을 눈 앞에 둔 며칠 남은 시저스 타워를 구경 온 시민이 사진을 찍고 감탄을 하며 빌딩 주변에 모여 있었다. 혁은 123층짜리 건물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낭가파르바트의 빙벽을 닮았어. 아니, 그것보다 더 비슷한 게 있는데….
혁은 이상한 기분에 소름이 돋았다.
(/ p.54)

무조건 루이뷔통 신상을 사. 다른 선물은 필요 없어. 괜히 꽃이나 인형 같은 걸로 데코레이션 치려고 하지 마. 촌스러우니까. 그리고 주면서 말해. 이 대사가 중요해. 잘 듣고 외워.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말해야 되니까. ‘당신을 잘 몰라서 통계적으로 가장 많은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선물을 샀어요. 앞으로 당신을 잘 알게 되면 당신만 좋아하는 특별한 선물을 사줄게요.’
(/ p.131)

신에게 도전하는 정신? 인간은 결코 신과 자연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 산을 오를 때마다 혁은 겸손해지려고 애썼다. 그렇게 애를 써도 교만해지기 마련이었다. 그 순간 신은 자연을 통해 인간을 징벌하고 깨우쳐주었다. 겸손하라고. 너희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지구 위에서 잠시 살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종족 중 하나일 뿐이라고.
(/ p.172)

구멍이 있었다.
입구는 펀치로 종이뭉치를 뚫은 듯 정확한 원 모양이었다. 구멍 안은 무척이나 넓고 깊어서 지구의 입처럼 보였다. 그 구멍이 시저스 타워를 삼켰다. 야간 축하 행사가 끝나고 불꽃놀이가 한창이던 시간이었다. 늦은 시간이었으나 화려한 구경거리에 시선을 빼앗긴 사람들은 집에 갈 줄을 몰랐다. 정확히 자정이 막 지나는 순간 굉음이 들리고 땅이 울렸다. 땅이 꺼지고 562미터의 123층짜리 건물이 사라져버렸다. 건물 바로 옆에 있던 사람들도 함께 구멍 속으로 떨어졌다. 잠시 뒤 거대한 구멍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끝이었다.
(/ p.186)

“매 순간 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딸아이가 아빠를 부르고 있습니다. 천 미터 땅 밑에서요. 이대로 아이를 잃는다면 저는 평생 제 자신도, 이 나라도 용서하지 못합니다. 저는 내려가야 합니다. 꼭 내려가야 합니다.”
(/ p.24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6.26~
출생지 경상북도 울진
출간도서 25종
판매수 8,967권

서울대 영문과 졸업.
월간 〈문학사상〉 소설 부문으로 등단 후 30권의 책을 출간했다. 몇 편의 에세이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소설. <목포는 항구다>, <원더풀 라디오> 등의 영화 시나리오를 썼고 신문과 잡지 칼럼도 쓴다. 네이버 웹소설 원년 멤버로 여러 인기작을 연재했고 현재는 <욕망하다> 연재 중.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잠시 일하다가 SBS에 PD로 입사해 <컬투쇼>, <이숙영의 러브FM> 등 많은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현재는 <이재익의 정치쇼> MC를 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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