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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베르는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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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08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경희의 첫 작품집으로, 일곱 편의 중단편소설을 묶었다. 등단작 [도망]은 단편소설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삶과 현실의 눅진한 맛을 녹여내고 있는 "정통소설"이라 평가받은 바 있다. 그 기대에 걸맞게 특유의 정직성을 담보한 문장들로 이 시대 필부필부의 '허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때로는 개, 때로는 치매 노인, 때로는 메기의 모습을 한 적(敵)과의 동행 길에 소설 속 화자들은 질문을 던진다. 과연, 타인의 징그러운 시선으로부터 도망가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우리 내면의 괴물 관리를 위한 양육법!

표제작 [도베르는 개다]의 주인공은 먹어도 먹어도 허기를 채우지 못하는 거구의 여자이다. 취업면접을 볼 때마다 자기관리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노골적인 비난을 받아온 그녀는 살 빼는 약값을 벌기 위해 부잣집 개의 보모가 된다. 여주인의 끔찍한 사랑을 받는 늙은 개 '도베르'는 께름칙한 마초의 시선을 뿜어내는 듯한데, 생계를 위해 치욕을 감수하면서 개와 인간의 위계가 전도된 질서 안에서 몸을 수그려야 할까? 아니면 도망쳐야 할까? 이때 바로, 역전의 스위치에 불이 들어온다. 바로 그 개의 주인이 될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다.
사람과 개의 지위고하가 뒤바뀐 상황에서 관계의 전환점을 만들어내듯, 이경희의 소설들은 자주 '역전'의 모티프를 취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시점'의 역전으로, 주인공들은 대립항의 시선으로 자신을 되비춰보곤 한다. 즉 [도망]의 치매 노인, [푸른 권태]의 메기, [도베르는 개다] 등의 처치 곤란한 존재들이 문득 곤궁한 처지의 주인공들과 오버랩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이훈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기이한 괴물들은 "자신 안에 도사린" 존재에 다름 아니다.

서술자는 뚱뚱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도베르에게서 찾아낸다. 그래서 그토록 도베르의 시선에서 끔찍함을 느꼈는지 모른다. 타인의 징그러운 시선에서 도망갈 수 있을까. (중략) 도망의 논리는 해답이 될 수 없으며 문제는 그걸 양육하고 길들이는 것이야말로 관건임을 깨닫는 지점이다. 여기서 이경희 소설은 사유가 아니라 존재를 선택한다. 말하자면 창의적이고 리좀적인 개별자의 완전한 개념적 고양과 탈주가 아니라 타자의 물음에 대한 얼룩지고 피폐한 존재의 대답을 선택한다. 존재를 일관되게 형성할 수 없게 만드는 절단이 열쇠이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노인과 메기를 거쳐 이제 도베르와 함께 걸어간다. _해설 중에서

말하자면, 편편의 소설들은 우리의 생을 억누르는 타인의 시선이 곧 '자아'라는 괴물임을 이해해가는, 타자가 아닌 나의 존재를 다스려가는 도정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도망과 탈주, 해방을 꿈꾸던 이경희의 인물들은 그렇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것은 "도베르는 개다"라는 당연한 명제를 반복하는 기계적인 회귀가 아니다. 그것은 개에게서 멸시를 받는 편집증적 세계, 즉 '물구나무선 세계'를 돌이킬 수 있다고 믿는 자의 간절한 주문이다.
이승우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이경희의 목소리는 들뜨지 않고 흥분하는 법도 없다. 그러나 아주 소박한 각성을 촉구한다. 그의 공식적인 첫 발표작 [도망]에 등장하는 치매 노인의 기계적인 노동은, 어쩌면 바로 그 소박하지만 소름끼치는 메시지의 육화된 형태가 아닐까. 사실은 색을 구분하지 못하지만 검은 콩과 흰 콩을 나누고 있다고 믿는 요상한 시계(視界) 속을 살고 있는 치매 노인, 그의 노동이 만약 우리 삶의 환유라면 어떨까? 그리하여 작가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지위의 고하관계를, 죽음과 생의 관계를 결국에는 시점의 역전 실험을 통해 끝없이 가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목차

1. 도망(逃亡)
2. 푸른 권태
3. 하지(夏至)
4. 소리의 저편
5. 도베르는 개다
6. 칡
7. 파라다이스 상가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1~
출생지 충남 당진
출간도서 7종
판매수 359권

2008년 [실천문학]에 단편소설 [도망]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도베르는 개다], 장편소설 [불의 여신 백파선], 산문집 [에미는 괜찮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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