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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피운 사막의 꽃!

한국외국어대학교 중동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주임교수 서정민의 『부르즈 칼리파』. 한국이 두바이에 세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부르즈 칼리파'로 초대한다. 부르즈 칼리파의 완공에 맞춰 그것이 지닌 의미와 가치, 그리고 세계의 관심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제4장에서는 두바이의 랜드마크가 된 부르즈 칼리파의 건설과 관련된 한국인들의 피와 땀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부르즈 칼리파를 세우는 데 헌신한 한국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열정과 희생을 엿볼 수 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높은 건축물인 '부르즈 칼리파'는 21세기 건축의 백미다. 단지 높이로만 최고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동원된 설계 및 건축학, 공학, 미학 그리고 경영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50도까지 치솟는 모래사막에서 한국인 특유의 열정과 희생을 통해 건설된 부르즈 칼리파는 중동의 랜드마크인 동시에 우리 기업이 시공한 대표 건축물로 알려지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건축기술과 정신력은 물론 국가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상징물로도 자리한 부르즈 갈리파!

이 책은 작은 에피소드 하나조차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끄는 세계 최고층 '부르즈 칼리파'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담아내고 설명한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 역사적인 건축물의 완공 시점에 맞춰 여러 측면의 의미를 다루었다.
◈인류가 만든 세계 최고층 건물이라는 점에서 건축학적으로 부르즈 칼리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무모할 정도로 높은 이 건물의 건설과정에서 나타난 어려움은 무엇이었는가? ◈두바이와 중동이 세계 최고층을 건설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정치·경제적 그리고 사회·문화적 이익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건축물인 부르즈 칼리파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 해외 인사들의 코멘트

"기존의 빌딩 높이를 300m 이상 뛰어넘은 것은 피라미드 건설 그리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건설과 유사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800m 높이의 달성은 향후 1000m 이상이 되는 빌딩의 등장에 신호탄이 될 것이다." _무함마드 아라이카트(아랍건축가협회 회장, 바레인)

"마천루는 철강과 콘크리트가 만들어주는 꿈이다. 부르즈 칼리파에 동원된 새로운 공법은 앞으로 다른 초고층 빌딩에 예외 없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_윌리엄 베이커(설계회사 SOM 대표, 미국)

"부르즈 칼리파는 최고의 기술을 보여주었다." _존 밀스(감리회사 터너(Turner) 사의 감리단장, 미국)

"매일 모습이 바뀌는 부르즈 칼리파의 모습을 관찰하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해 고향인 팔레스타인에도 가지 못했다. 수십 년을 건축에 종사해 왔지만 이렇게 빨리 올라가는 건물은 보지 못했다."
_수아드 아미리(건축학자, 팔레스타인)

"초고층 건축 기술이 이번만큼 크게 발전한 사례는 없었던 것 같다. 이들 기술이 향후 대규모 면적의 초고층 빌딩 건축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_자하 하디드(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가, 이라크)

"매일 만여 명 이상이 5년 동안 밤낮으로 돌아가는 현장에서 큰 사고가 없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부르즈 칼리파는 인력관리 면에서 두바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현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_무니르 카팁(건축회사 카팁 앤 알라미(Khatib & Alami)의 회장, 두바이)

◈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두바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인터뷰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가장 좋은 공항, 가장 호화스런 호텔, 가장 큰 항구, 그리고 최대 규모 인공 섬 같은 것들이 아니다. 두바이 모델은 그 이상의 것이다. 두바이는 천연자원이 부족한, 그러나 종합적인 개발과 사회의 필요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가진 아랍의 도시다. 두바이는 창의력을 가지고 국가를 개조하고 동시에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와 독특한 지리적 위치를 이용한 무역과 서비스의 전문성을 통해 성공해야 한다." _ 셰이크 무함마드(두바이 지도자)

◈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에서 만난 현지인 엔지니어 인터뷰

"사막과 바다를 이처럼 높은 곳에서 한 눈에 보고 있노라면 작은 땅 두바이가 더 작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뻗어나갈 수 있는 곳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도 느낀다." _칼리드(두바이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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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올라가는 골조를 채워나가는 콘크리트를 수백 미터 상공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문제였다. 삼성물산이 동원한 기술은 콘크리트 수직 압송기술. 강력한 압력으로 고강도 콘크리트를 높은 곳으로 밀어 올리는 것이다. 부르즈 칼리파는 2007년 8월 19일 수직 압송기술의 세계 기록을 갱신했다. 이전의 기록은 1994년 이탈리아의 리바 델 가르다(Riva del Garda) 수력발전소 건설 당시 532m까지 콘크리트가 수직압송 된 것이었다. 이어 2008년 4월 삼성물산은 158층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601.7m까지 이를 쏘아 올렸다. 건설현장에서 기록된 콘크리트 수직 압송의 최고 기록에 해당한다.

부르즈 칼리파는 언뜻 보면 날렵한 모양의 펜촉을 연상시킨다. 828m의 높이를 실현하기 위해 위로 갈수록 상당히 좁아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연면적은 약 50만㎡에 달한다. 정확히 말하면 49만 5870㎡다. 삼성동 코엑스몰(11만9000㎡)의 4배, 여의도 공원(21만㎡)의 2배보다 넓다. 또 잠실종합운동장의 56배에 이른다.
엄청난 면적으로 인해 건물 무게만 54만 톤이다. 5톤짜리 다 자란 아프리카코끼리 10만 마리를 쌓아 올린 것보다 무겁다. 부르즈 칼리파에는 3만 1400톤의 철강이 사용됐다. 이를 철근으로 만들어 한 줄로 세우면 지구 반 바퀴 길이인 2만 5000㎞에 달한다. 콘크리트 사용량은 36만㎥다. 축구장 크기의 바닥 면적을 가진 빌딩을 17층 높이까지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건물 외관에 사용된 유리의 총넓이는 국제규격 축구장 면적의 17배인 14만 2000㎡다. 외벽을 덮은 알루미늄 커튼 월의 수는 2만 8261개다. 가벼운 알루미늄이지만 건물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이를 모두 합한 무게는 세계 최대 항공기인 에어버스 A380 비행기 5대를 합친 정도다.

부르즈 칼리파 건설현장에서는 단 한 번도 파업이나 노동 쟁의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두바이는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온 노동자들이 임금이나 노동 조건 문제로 파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매년 수십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부르즈 칼리파 공사현장 인근 다른 프로젝트 현장에서도 한 때 파업이 진행됐지만, 삼성물산이 주도하는 현장에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두바이의 건축회사 카팁 앤 알라미(Khatib & Alami)의 무니르 카팁 회장은 "매일 만여 명 이상이 5년 동안 밤낮으로 돌아가는 현장에서 큰 사고가 없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며 "부르즈 칼리파는 인력관리 면에서 두바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현장으로 손꼽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건축물 부르즈 칼리파에는 아파트 900세대와 가구가 비치돼 있고 청소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레지던스(주거) 시설 304실이 들어섰다. 모두 1204 세대가 입주할 수 있어 단일건물 내의 최다 가구 수 세계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한국의 중형 아파트 단지 전체 가구 수가 한 건물 내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1층에서 39층까지의 아르마니 호텔과 109∼160층의 은 사무실 공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쓰는 생활용수의 양만 94만 6000리터가 된다. 최대 사용 시 순간 전력소비량은 100W 전구 36만 개를 동시에 켤 수 있는 36MVA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르즈 칼리파는 현재까지 인류가 품었던 꿈을 가장 확실히 실현시켰다. 태양과 하늘을 향해 오르고자 했던 인류의 노력을 대표하는 사례로 자리 잡았다. 건축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신화를 현실로 만들어냈다. 우리 기업이 경신한 세계 최고(最高)층 기록은 인류의 무한한 가능성과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창조와 혁신의 결과다.

대한민국의 대표 자존심을 보기 위해 공사 중에도 전 세계 780여 대표단, 총 65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다. 또 세계 최고층 건설에 대해 우리의 국가적 그리고 국민적 관심도 높았다. 많은 국내 저명인사들이 현장을 찾았다. 2005년 2월 착공 이래 개장 전까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노무현 전 대통령, 이해찬 국무총리, 김형오 국회의장, 사공일 무역협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부르즈 칼리파에 들렀다.

부르즈 칼리파가 기존의 최고층 타이베이 금융센터의 높이를 300m 이상 갱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선 계속 마천루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40대 빌딩 중 절반이 최근 10년간 지어졌다. 많은 국가들이 앞을 다투어 초고층 빌딩들을 세우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빌딩이 가져오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페트로나스 타워가 건설되자마자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그 효과를 피부로 느끼게 됐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페트로나스 타워를 직접 보기 위해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했다. 이제는 2위 자리로 물러났지만 아직도 타이베이 금융센터를 찾는 관광객은 매달 10만 명에 이른다. 세계의 여러 도시는 초고층 빌딩의 경제효과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이제 웬만한 높이로는 관심을 끌기조차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2004년 초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최고를 추구하는 두바이가 실제로 최고의 상징물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지구상의 가장 높은 구조물이라는 부르즈 칼리파는 이처럼 시작부터 상징성을 고려한 프로젝트였다. 무한정한 사막을 부지로 사용할 수 있는 두바이에 사실 이런 고층 건물이 필요하지는 않다. 경제적으로 따져 봐도 널려 있는 부지에 저층으로 넓게 빨리 짓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중동의 고급 호텔 상당수가 길게 늘어선 5층 이하의 구조물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도시토지연구소의 리처드 로산 소장도 "두바이에 그런 높은 빌딩을 지을 현실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상징성을 강조했다.

부르즈 칼리파의 수주와 완공은 한국의 건축사에도 큰 이정표를 남겼다. 경제개발에 매진한 지 40여 년, 어느덧 한국의 기술자가 외국 기술자와 기능공을 이끌며 세계 최고층 건물을 완공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동에서의 세계 최고층 건설은 더 큰 의미가 있다. 과거 중동에서 우리 노무자들이 선진국 기술자의 지시를 받으며 공사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기존 최고층 기록을 320m나 갱신한 부르즈 칼리파는 첨단공학 기술의 경연장이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 다른 건축에는 사용하지 않은 여러 공법들이 적용됐다.
삼성물산은 상층부 첨탑을 올리는 리프트업 공법, GPS를 이용한 수직도 관리, 3일 만에 1개 층 공사를 마무리하는 층당 3일 공정, 콘크리트 압송기술, 양중관리 시스템, 커튼월 공법, 다양한 안전시스템 등 첨단 공법을 도입하거나 더욱 발전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고 아무나 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부르즈 칼리파의 진정한 신화는 높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상대 부회장의 표현을 빌리면 "500m 이상의 초고층을 짓는 것은 달나라에 우주선을 보내는 NASA의 역량"에 견줄 만큼 어려운 과제다. "800m 이상이라면 아주 작은 실수도 용납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약간의 오류만 있어도 60여 개에 달하는 엘리베이터를 다시 모두 뜯어내야 한다"며 초고층 시공의 어려움을 밝혔다.

현장소장 김경준 상무는 "초고층 건물은 항상 새로운 도전을 통해 무엇인가를 성취해 내려는 한국인의 정서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부르즈 칼리파를 짓는다는 것은 최신 구조설계, 건설재료, 공사공법, 건설관리 이론 등 현존하는 첨단 건설기술을 집약해 현실화하는 과정이었다. 때문에 공사 착수 이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했다. 장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이며, 조직은 어떻게 구성하고, 공사 초기에는 어떻게 관리를 하고 하는 것들을 전부 디테일하게 1년 이상 준비했다."며 공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SOM의 윌리엄 베이커 베이커 대표는 "이 건물에 동원된 새로운 공법은 앞으로 다른 초고층 빌딩에 예외 없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설계자의 입장으로 상당히 우려를 했었지만 한국인들의 공법개발 능력에 감사하고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현지에서의 팀워크도 중요했다. 삼성건설 현장직원은 전문기술인력을 중심으로 34명에 불과하지만, 40개국의 다국적 1만 2000명의 인력이 부르즈 칼리파 현장에서 일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독일, 벨기에 등에서 온 쟁쟁한 기술자 160여 명과 1만 이상의 인도, 파키스탄 출신 기능공들이 삼성물산 김경준 소장의 지휘 아래 공사를 진행한 것이다. 70∼80년대 중동에서 한국인 노무자들이 선진국 기술자의 지시를 받으며 공사했던 때와 상황이 180도 역전된 것이다. 기술력 향상에 매진하면서 30여년 만에 고급 기술력을 갖추고 국제화된 한국의 소수 건설 엔지니어들이 외국 기술자와 기능공을 이끌며 세계 최고층을 완성했다.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건축에는 설계, 구조 그리고 시공 세 분야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시공 분야로서 건설회사의 몫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를 국내 건축 기술로 지은 데서 확인되듯 삼성물산을 주축으로 한 우리나라의 초고층 건축 기술은 세계적이다.
하지만 설계와 구조(설계)에 있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현재 부르즈 칼리파는 물론 국내에서 계획되고 있는 대형 초고층 프로젝트들도 설계와 구조설계를 모두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형 외국 설계회사들이 기술력과 경험 면에서 탁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도전과제는 소프트웨어인 설비관리 능력이다.

사막 위에 탄생한 두바이의 기적이 정말 신기루가 되고 만 것일까? 총 280억 달러가 투입되는 부르즈 칼리파 단지 프로젝트가 과연 완공될 수 있을까? 세계의 이목이 다시 두바이에 집중됐다. 그러나 두바이 월드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이 선언된 지 한 달이 약간 지난 2010년 1월 4일. 부르즈 칼리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화려한 불꽃 쇼와 함께 문을 열었다. 두바이 월드와는 달리 최고층 발주처 이마르는 결정적인 재정적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두바이 사태를 지켜보는 아랍 및 국제사회는 두 가지 큰 시각으로 나뉜다. 일부에서는 두바이가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미 중동의 허브로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은 두바이의 지난 성장이 구조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두바이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후자의 시각에 따르면 두바이는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심리적 차원이 아닌 경제적 분석으로도 두바이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실물 없는 성장의 한계다. 두바이 성장전략은 외부로부터 마련된 자금을 이용한 공급주도형 모델이다.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려는 노력보다는 우선 공급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면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문제는 이 공급이 지나치게 부동산 개발에 편향되면서, 거품 붕괴라는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는 자국 국민총생산(GDP)의 5배에 가까운 3000억 달러에 달하는 개발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했다.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가 개장식 당일 세계 최고층 프로젝트의 공식 이름을 갑자기 바꾸어 버린 것에 대해 말이 많다. 일부 언론에서는 두바이가 최고층을 아부다비에 헌납했다고 비아냥거리는 기사를 내보냈다. 아부다비 지도자 이름인 칼리파를 넣은 것은 '일종의 아부'라는 것이다. 맞다. 아부다. 하지만 필자는 국가 및 국민 경제를 구하기 위해 이런 신속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바이'라는 이름을 빼고서라도 나라와 개인의 영광보다는 실리를 추가하는 지도자에 뭇매질 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이번 사태는 두바이에 따끔한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두바이의 미래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지도층은 물론 국민들도 나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과거 개발연대 시절 무작정 앞을 향해 질주하던 한국 경제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층 더 성숙해진 것처럼 두바이의 위기 또한 좌절의 대상이 아니라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극복의 대상이라고 두바이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한국이 90년대 말 금융위기를 극복했듯이 우리도 할 수 있다." 최근 두바이 국민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이다.

초고층 빌딩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각국이 경쟁적으로 초고층 계획을 내놓은 이유는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 빌딩은 무엇보다 한 도시나 국가의 표지물인 랜드마크가 된다. 그 건물의 상징성이 갖는 마케팅 효과도 충분히 크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지역에는 부대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부르즈 칼리파도 초고층 타워 주변에 호텔과 아파트가 어우러지는 도심이 만들어졌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크다.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은 그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난다. 두바이 정부가 최고층 빌딩 건설을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자원도 풍부하지 않고, 기술 인력도 적고, 영토도 작고, 그리고 쓸모없는 모래사막만을 가진 두바이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 다른 선택이 없었다.

◈ 들어가는 말

제1장 만개한 사막의 꽃
026_ 불꽃 속에 문 연 세계 최고층
030_ 최고층에 오르다
036_ 828m의 높이의 신화
039_ 3일에 한층 속도의 신화
043_ 50만㎡ 면적의 신화
047_ 다국적 협력의 신화
051_ 쏟아진 각종 신기록들

제2장 최고층 건축가로의 부상
065_ 하늘로 향하는 인류의 꿈
068_ 마천루(Skyscraper)의 등장
072_ 두바이, 최고층에 나서다
076_ 수주는 전쟁이다!
079_ 가격이 아닌 기술로 승부
083_ 한국건축사도 새로 썼다!
086_ 세계시장으로의 포효

제3장 높이가 전부는 아니다
100_ 사막에 심은 꽃: 디자인과 설계
103_ 화려함으로 승부한 내부
110_ 대한민국의 초고층 건설기술
110 층당 3일 공정
113 수직 콘크리트 압송 기술
117 건물 수직도 관리
118 커튼월 공법
122 양중관리 시스템
126 안정과 안전이 최우선

제4장 신화는 우연이 아니다
142_ 거인(巨人)을 끌어안아라!
145_ 가장 큰 적은 기후
148_ 불가능에 도전하라!
152_ 사람 관리가 관건이다!
158_ 이제 시작일 뿐이다!
164_ '부르즈 칼리파'의 CEO
167_ 현장에서 만난 한국전사들의 '말, 말, 말'
168_ '부르즈 칼리파' 진두지휘

제5장 두바이와 부르즈 칼리파
176_ 무한상상력과 창조적 리더십
182_ '추락에는 한계가 없다'
187_ 두바이 재기 가능한가
192_ 최고층 신화와 두바이의 미래

◈ 맺음말

부르즈 칼리파의 신화적 요소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우선 높이다. 하늘 아래 인류가 세운 최고(最高) 건축물이다. 총 162층 건물로 높이가 828m다. 여의도 63빌딩(249m)과 남산(262m) 높이의 세 배 이상이고,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인 북한산(836m)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 최고 높이 건물이었던 타이베이 금융센터(508m)보다도 320m나 더 높다.

건축 학자들에게도 사막 위에 828m의 건축물을 세운다는 것은 위험한 도전이었다. 공사 초기 부르즈 칼리파가 현실이 되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건축 학자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한양대 건축공학과 신성우 교수는 "새로운 기술이 과연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점에 많은 건축가들이 의문을 제기했다"고 수주 전후의 상황을 설명한다. 한국초고층 건축포럼의 소장을 맡고 있는 신 교수는 또 "당시에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많았다"라고 그때를 떠올린다.

부르즈 칼리파는 세계 빌딩 건설역사에 길이 남을 각종 신기록을 대거 양산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높은 건축물로 등극함은 물론 다른 여러 분야에서 최고, 최대, 그리고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공사 기간 5년 동안 공사에 투입된 인력, 자재, 장비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선 5년 동안 동원된 인원을 모두 합하면 850만 명이고, 총 노동투입시간은 9200만 시간에 이른다. 현장에 한꺼번에 투입된 최고 인원은 1만 2000명이었다. 단일 건물 공사에 투입된 인원으로 보면 최고 기록이다.

부르즈 칼리파의 건설에 있어서 세계가 놀란 부분은 속도다. '3일 만의 1개 층' 골조공사가 진행됐다. 이 기간 중 한 달 동안 두바이를 비웠다면 10층 이상 높아진 부르즈 칼리파를 귀국하면서 볼 수 있었다. 층당 3일 공법은 지금까지 지어진 초고층 빌딩 시공속도로는 가장 빠른 것이다. 이는 1998년 완공된 88층 높이의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공사 당시 층당 4.5일과 비교하면 50%나 빠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