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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 안견과 목효지 꿈속에서 노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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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권정현
  • 출판사 : 예담
  • 발행 : 2009년 10월 27일
  • 쪽수 : 419
  • ISBN : 978895913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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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각기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이들의 이야기가
만인의 꿈이 된 한 폭 그림 속에 펼쳐진다!

안평대군이 꿈에 보았다는 도원을 [몽유도원도]로 남긴 화가 안견, 해박한 풍수지식을 발판 삼아 신분상승을 꿈꾼 노비 풍수가 목효지, 안견의 그림과 목효지의 풍수를 권력투쟁의 도구로 이용한 안평대군과 수양대군 등 각기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이들의 ‘몽유도원’을 그려냈다.
소설 [몽유도원]은 삼각산(북한산)에서 실족한 안견을 구해준 인연으로 우연히 친구가 되었으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생과 사의 풍파를 헤쳐간 안견과 목효지의 운명,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이상정치를 꿈꾼 안평대군의 거사 의지를 담은 비밀암호라는 설정, 현실에서 도원을 꿈꾼 안평대군과 하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수양대군의 대결, 신안의 풍수로 일컫는 목효지와 안평대군의 모사인 이현로의 풍수대결, 그림과 풍수를 매개로 벌어지는 권력 암투, 당대 최고의 미녀 초요갱과 목효지의 사랑 등을 통해 인간 욕망의 허망함과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준다.

그림이 아닌 꿈을 그린 화가 안견, 땅이 아닌 사람을 본 풍수가 목효지
도화서 화공 안견과 전농시 노비 목효지는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되지만 그들이 걸어가는 인생 곡선은 전혀 다르다.
안견은 뜻하지 않게 안평대군의 은혜를 입었다가 거사에 말려들지만 결국 안평대군을 배신함으로써 목숨을 부지하고 그가 그린 [몽유도원도]는 ‘계유정난’ 와중에도 보존되어 후세에까지 전해진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겠다는 화공으로서의 꿈을 지키고, 식구들과 더불어 삼시 세끼 굶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안견은 눈물을 머금고 안평대군의 곁을 떠난다.
목효지는 신분상승을 위해 왕실과 고관대작 주변을 서성이며 노비에서 면천될 기회를 엿보지만, 어느 날 고작 땅 한 평짜리 무덤이 없어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시신을 보고 풍수의 궁극이 땅이 아니라 사람임을 깨닫는다. 그는 수양대군이 권력을 잡게 되면 나라꼴은 엉망이 되고 그로 인한 고통은 고스란히 백성들 몫이 될 거라 생각하여 수양대군을 막아보려 하지만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소설 [몽유도원]은 예술과 신분상승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나아간 안견과 목효지의 운명을 통해 인간 욕망의 허망함과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준다.

현실에서 도원을 꿈꾼 안평대군과 하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수양대군
안평대군이 꿈에 본 도원을 그려달라고 청해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는 새로운 세상의 군주가 되고자 한 안평의 거사 의지를 담은 비밀암호였다. 세종 29년(1447) 안견이 [몽유도원도]를 완성하자 안평대군은 미래에 자신과 뜻을 같이할 요량으로 신숙주, 이개, 하연, 송처관, 정인지, 김종서, 이적, 최항, 박팽년, 이현로, 서거정, 등 당대 명사 21인에게 찬문을 짓게 하여 [몽유도원도]를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시(詩), 서(書), 화(畵), 삼절(三絶)이 두루 갖춰진 위대한 예술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이렇듯 [몽유도원도]에는 하늘과 땅, 인간을 두루 아울러 자신의 이상정치를 실현하고자 한 안평대군의 웅대한 꿈이 담겨 있다. 안평대군은 수양대군 제거할 때 거사의 암호로 ‘몽유도원도’를 사용하는데, 지방 각지의 군병들에게 ‘몽’ ‘유’ ‘도’ ‘원’ ‘도’가 각각 새겨진 깃발을 들게 하여 그것을 신호로 삼아 자기편끼리 서로 해치지 않도록 장치한다.
한편 가신인 권람, 한명회 등과 더불어 단종을 몰아내고 왕권을 수탈할 계획에 골몰하던 수양대군은 권력의 전면으로 나서기 위해 당대 최고의 권력 실세이자 공신인 김종서와 황보인, 그리고 그들 편에 선 친동생 안평대군의 힘을 무력화하기 위해 피 말리는 심리전을 펼친다. 그 첫 번째 방법으로 김종서와 황보인의 조상 묘에 쇠말뚝을 박아 풍수적으로 먼저 그들의 기를 꺾으려 한다. 그러나 비밀리에 진행된 그 작업은 곧 김종서에게 발각되고 목효지에 의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이후 수양대군은 자신의 입지와 세력을 다지기 위해 ‘황표정사’ 폐지를 적극 건의하고, ‘고명사은사’가 되어 명나라에 다녀오면서 서서히 권력의 중심부로 부상한다.

신안의 풍수로 일컫는 목효지와 이현로의 풍수대결
소설 [몽유도원]에서는 같은 편이지만 풍수적으로 경쟁자인 안평대군의 모사(謀士) 이현로와 김종서의 풍수 조력자 목효지의 숨 막히는 풍수대결이 펼쳐진다. 이현로는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인데, 누구는 태조를 도운 무학과 최양선의 뒤를 이은 조선 최고의 술사라고도 추켜세웠고 누구는 허풍장이 사기꾼이라며 손가락질하기도 하는, 조정 안팎에서 이중의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이현로는 안평대군과 함께 거사를 준비하던 중 목효지와의 풍수대결에서 수양대군의 집터를 잘못 읽는 우를 범한다. 수양대군의 집터를 둘러싼 이들의 풍수대결은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풍수를 통해 벌어지는 권력암투
소설 [몽유도원]에는 풍수를 미신으로 치부하면서도 풍수의 힘을 빌려보려는 권력자들, 그들을 이용해 신분상승과 부귀영화를 꿈꾸는 다양한 풍수학들이 벌이는 모반과 권모술수의 세계가 펼쳐진다. 당대 최고의 실권자 황보인과 김종서의 조상 무덤에 어느 날 갑자기 쇠말뚝이 박히고 범인을 추적해 들어가는 목효지와 쇠말뚝을 박은 무리의 쫓고 쫓기는 신경전, 사건이 하나둘씩 베일을 벗어갈수록 점점 거대하게 실체를 드러내는 엄청난 모반의 움직임이 긴장감을 더해준다.
수양대군의 힘이 점점 강해지자 조정 대신들은 안평대군을 끌어들여 수양대군을 견제하고 조정의 여러 대신들은 어느 쪽에도 서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다. 이 소설에는 각자 정파와 친분 관계에 의해 바람처럼 흔들리는 집현전 학자들과 육조의 벼슬아치들, 세 치 혀를 움직여 신분상승을 꿈꾸는 모사꾼 한명회와 권람, 뛰어난 무예를 바탕으로 수양대군을 돕고 나서는 양정, 유수, 홍달손, 임운 등의 무사들, 중립을 지키거나 훗날 사육신, 생육신이 된 성삼문, 하위지, 김시습, 이개, 박팽년, 남효온 등 세조 즉위를 둘러싸고 목숨을 담보로 한 수많은 인물들의 갈등과 고뇌가 녹아들어 있다.

이긴 자들이 아닌 진 자들의 기록, 그들만의 몽유도원
세조 연간의 이야기는 수없이 드라마나 소설로 만들어진 단골 소재다. 하지만 그 주인공은 대부분 수양대군과 한명회, 사육신 등이었다. 안평대군이나 김종서 등은 조연에 불과했고 피해자일 뿐이었다. 이 소설은 역사의 패배자인 안평대군이나 김종서의 관점에서 그들이 꿈꾼 세계를 조명하고, 지배층이 아닌 그들이 부린 아랫사람들의 관점에서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관통해나간다. 주인공인 안견은 중인 출신이며 목효지는 전농시 소속의 노비다. 수양대군 휘하에 들어간 양정은 무예를 통해 권력의 중심에서 큰 공을 세우고 훗날 높은 벼슬자리에 이른다. 초요갱 역시 일개 기생으로서 왕자의 기첩이 되어 꿈에 그리던 신분상승을 이룬다.
궁중화가로 인정받고 살면서도 늘 자신만의 진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 안견, 천한 노비 출신이나 신안의 풍수실력으로 신분상승을 꾀한 목효지, 성군인 세종의 뒤를 이어 태평성대를 꿈꾼 안평대군, 천한 무인에서 수양대군의 정난에 가담하여 일약 정난공신으로 출세한 양정, 기생 신분에서 벗어나 왕족의 첩이 된 초요갱 등은 모두 목숨을 내놓는 일도 서슴지 않으며 자신만의 도원을 찾아간다.

목차

주요 등장인물
사라진 그림에 붙여
프롤로그

1부 꿈을 그리다
바람 소리
담담정
궁극을 묻다
낯선 사내
도원
현동자
금학

2부 꿈을 만나다
쇠말뚝
초야네
김종서
풀무질고개
풍수대결
구텃굴
마지막 승부수
기화스님

3부 꿈을 거닐다
무계정사
해후
황해도 안성참
고명사은사
신선의 땅
밀명
맹호출림
화적떼
새똥
황표정사
용매먹
양보음
폭풍전야
흙바람
골짜기 무덤 하나
몽유

후일담
작가의 말
주요 참고도서

본문중에서

‘안평대군의 꿈이되 또한 나의 꿈이 되어야 한다.’
안견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죽탄을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안평의 꿈을 그림으로 옮기려면 온전히 안평의 마음으로 스며서 그가 꾼 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안평의 꿈을 꾸는 듯한 짙은 속눈썹과 먼 곳을 바라볼 때 꾹 다문 입술, 강인해 보이는 턱선과 잘 정돈된 턱수염을 하나하나 가슴에 새겨나갔다. 안평은 하룻밤 꿈속에서 도원을 보고 온 게 아니라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꿈속에서 보았다던 세상은 어쩌면 그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현실이 아닐까.
‘그렇다면?’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안견은 눈을 뜨고 촛불을 노려보았다. 안평의 꿈을 그리는 일은 그의 미래를 그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의 꿈이 아니다……. 안견은 죽탄을 내려놓고 방안을 돌아다녔다. 불길한 예감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어찌하여 안평이 발견한 도원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을까. 하필이면 그 동행자가 집현전 학자 박팽년일까. 최항과 신숙주가 뒤늦게, 그것도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붓을 쥔 자에게 번뇌는 필요 없네! 바람이 이끄는 대로 붓을 놀리게!’
안평대군의 말이 귀를 울렸다.
‘말이라고 하슈? 예쁜 처자 하나 끼고 경치 좋은 곳에 들어앉아 세상 근심 잊고 한시절 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소.’
꿈을 이야기하던 목효지의 간절한 눈빛도.
‘그렇다! 풍경이 아니라 꿈을 그리자. 모든 욕망이 제거되고 순수하게 도달해야 할 꿈의 공간, 현실이 아닌 꿈이기에 우리가 간절히 동경할 수 있는 그곳.’
안견은 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호흡과 함께 들끓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끓어오르는 잡념을 하나하나 지워나갔다. 꿈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지 않은가. 그림도 그림일 뿐이다. 아무도 그리지 않은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욕망, 도화서 화공이 아닌 한 사람의 화가로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 세세토록 남아 전해질 단 한 점의 그림을 그리겠다는 열망까지, 안견은 생각이 떠오르면 떠오르는 대로 그 생각을 물리치며 머리를 비워나갔다.

마루에 앉아 숨을 고르는데 끼익, 소덕문이 열렸다. 목효지는 얼른 구석에 몸을 숨겼다. 앞뒤에서 들것을 든 사내 두 명이 소덕문을 빠져나왔다. 들것 위에 팔을 아무렇게나 늘어뜨린 시신 한 구가 얹혀 있었다. 목효지는 거리를 둔 채 두 사내의 뒤를 따라갔다. 사내들은 인가가 뜸한 와우산으로 들어가더니 시신을 언덕에 내던지고 사라졌다. 목효지는 시신이 버려진 언덕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병에 걸려 죽은 듯 얼굴이며 목덜미가 검게 변한 젊은 처녀였다. 목효지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를 게 없군…….’
유성 하나가 동쪽에서 북쪽으로 길게 꼬리를 그으며 사그라졌다.
별들도 죽고 태어나는구나. 죽은 별들은 모두 어디로 갈까. 별들에게도 제 어미아비가 있을까. 흥덕사에 묻고 온 부모 때문에 목효지는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동안 무엇을 위해 이 산 저 산 뛰어다녔을까. 묻힐 곳조차 얻지 못하고 버려지는 시신이 널렸는데. 나는 그간 사람을 보지 못하고 땅만 좇은 게야. 가난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 평도 안 되는 양지춤이거늘, 명당이 다 무엇이며 땅속의 기가 무슨 소용인가.
목효지는 손가락을 갈퀴처럼 구부려 땅을 파기 시작했다. 손톱이 갈라지고 피가 맺혔다. 등이 땀으로 흠뻑 젖어들 때까지도 땅 파는 걸 멈추지 않았다. 한 시진이 지나서야 겨우 사람 하나가 들어갈 구덩이가 파였다. 목효지는 시신을 묻고 근처의 흙을 퍼 올려 봉분을 만들었다. 풍수의 궁극은 땅이 아닌 사람이라던 기화스님의 말이 생각났다. 오랫동안 수수께끼처럼 여겨졌던 그 말의 실체를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은 밤이었다.
(/본문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0~
출생지 충북 청원
출간도서 18종
판매수 6,443권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고려대 문예창작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2002년 [충청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굿바이 명왕성], 장편소설 [몽유도원]등을 펴냈으며 2016년[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로 현진건 문학상을, 2017년 장편소설 [붉은 혀]로 제7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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