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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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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쓸쓸하지만 벗어나기 힘든 매혹, 윤대녕

1999년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 이후 『코카콜라 애인』 『사슴벌레 여자』 『미란』 『눈의 여행자』 등 연이어 장편만을 발표해온 윤대녕이 네번째 창작집을 묶었다. 오 년 만에 출간되는 창작집 『누가 걸어간다』에는 2003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찔레꽃 기념관」을 포함, 총 여섯 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등단한 지 십오 년,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감동과 여운은 여전하지만 훨씬 깊어지고 넓어진 그의 소설을 만날 수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누가 걸어간다]의 배경은, 갈대밭이 펼쳐져 있는 임진강변의 한 시골 마을이다. 이혼한 남자와 독신 여자. 남자는 위암 진단을 받은 후 회사에 병가를 내고 피신하듯 시골 마을로 들어왔고, 한때 강남 학원가의 유명한 강사였던 여자는 어느 날 아침 '둑이 터진 것처럼' 문득 눈물을 쏟고는 이곳으로 들어왔다. 이혼과 위암에 패배한 인생의 남자와, ‘첩의 딸’이라는 팔자에 패배한 인생의 여자. 남자와 여자는 동병상련의 처지로 서로 가까워지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지는 못한다.
두 남녀의 상황을 보충해주는 또다른 남녀가 있으니 시골 미장원 아가씨와 탈영병이 그들이다. 그들은 갈대밭에서 사랑을 나누고, 함께 서울로 가서 살림을 차릴 것을 약속하지만 탈영병은 결국 마을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갈대밭에서 군인들의 추격을 받는다. 출구 없는 인생들. [누가 걸어간다]는 출구가 봉쇄된 삶 속에서 자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003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찔레꽃 기념관]의 남자는 이혼 경력이 있는 마흔셋의 소설가이고, 여자는 지금은 폐업상태지만 한때 잘 나가던 서른셋의 방송작가이다. 여자는 첫사랑에 빠지던 스물셋에 오피스텔 부근에서 찔레꽃의 환영을 본 후 지금까지 그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 그리고 비 오는 밤 찔레꽃을 보러 남산까지 남자를 데리고 간다. 남자 역시 대학교 때 줄기차게 '찔레꽃'이란 노래를 부르던 사람이다. 시인이 살던 집 주변에 환하게 피었던 꽃, 가난한 선비들의 삶을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었던 찔레꽃은, 이 소설에서 문학적 가치를 상징한다. 남자와 여자가 사는 서울이라는 삶의 공간에 찔레꽃이 없다는 것은, 곧 문학적 가치가 더이상 존중받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음을 뜻한다. [찔레꽃 기념관]은 문학적 가치가 무시되고 돈만이 소중한 가치가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고 방황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다시 말해 정체성의 위기에 처한 예술가의 방황을 통해서 우리 시대의 황폐한 문화적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오래된 새벽, 오련한 고요함이 찾아와 밖에 나가보니 웬 낭인 하나가 눈을 맞고 서 있었다. 그는 숯불처럼 이글거리는 불덩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 불의 공기를 그는 마당 한가운데 가만히 내려놓고 나서 스스로 발자국을 지우며 대문 밖으로 사라져갔다. 마당은 태초의 적막 속에서 화염으로 부시게 타오르고 사방에서 새벽닭들이 깨어나 다투어 울었다. 문학은 내게 그렇게 왔다." <작가의 말> 중에서



어느 날 새벽, 윤대녕에게 고요하게 다가온 불덩이는 그의 손 안에서 더욱 크게, 더욱 붉게 타오르고 있다. 『누가 걸어간다』는 그 싸늘하고도 뜨거운 불의 기운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2.05.01~
출생지 충남 예산
출간도서 44종
판매수 10,649권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단국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남쪽 계단을 보라]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누가 걸어간다] [제비를 기르다] [대설주의보] [도자기 박물관],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추억의 아주 먼 곳] [달의 지평선] [미란] [눈의 여행자]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피에로들의 집], 산문집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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