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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장기려 : 평생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우리 시대의 마지막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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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손홍규
  • 출판사 : 다산책방
  • 발행 : 2008년 07월 07일
  • 쪽수 : 412
  • ISBN : 978899328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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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는 의사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

차세대 입담꾼으로 불리는 손홍규가 2년 만에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작은 예수, 살아 있는 성자, 바보 의사, 한국의 슈바이처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리는 실존인물 ‘장기려’의 삶을 입체적으로 다룬 소설이다. 그 많은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장기려는 한 사람의 천재적인 의사로서, 그리고 평생 낮은 곳에 임했던 성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이러한 삶은 청년시절 ‘의사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는 기도에서 출발한다. 그 후 그의 모든 인생은 이 하나의 서원을 지켜내기 위한 순간순간의 집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려는 이념을 떠나, 정치를 떠나, 오직 ‘생명’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서원을 지켜내기 위한 간절함과 치열한 자기고민, 그리고 장기려가 살아낸 혼란스럽고도 격동적인 역사의 현장이 소설의 씨줄과 날줄을 이룬다. 이광수, 함석헌, 김교신, 조만식, 현준혁 등 역사적 인물의 입체적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뼈대 위에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된 이 한 권의 소설은 자기소명을 잊은 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타협하고 안주할 것인가, 간절하게 바라는 단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인가’ 하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에 충분하다.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길 없는 길을 간 사람
우리 곁을 살다 간 성자, 장기려의 삶이 소설로 되살아난다!


'장기려가 성자가 아니라면 세상에 성자는 없다'는 말을 할 정도로 장기려는 우리 시대 존경할 만한 인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대학교수가 '마더 테레사를 알고 있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손을 들지만, 장기려를 아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장기려가 우리와 같은 언어를 썼고 너무나 우리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테레사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라고 했던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기존에 장기려를 다룬 책들이 아이들 대상이나 평전의 형태라 독자가 한정되어 있었다면 이 책《청년의사 장기려》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소설로서 대중적 접근성을 높였다는 데서 하나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차세대 입담꾼으로 불리는 젊은 작가 손홍규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 역시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삶과 정신을 접하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에서 출발했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이었던 장기려는 일제시대 일본과 조선을 통틀어 간 설상절제수술을 처음으로 성공해내는가 하면, 1959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간 대량절제수술에 성공했을 만큼 실력 있는 의사였다. 또한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효시인 청십자 의료보합조합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이러한 의사로서의 성공적 업적 때문만은 아니다. 송도고보 시절 ‘의사를 한 번도 못 보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는 서원을 한 이후 순간순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진료하는 데 열과 성을 다했으며, 성공을 보장받는 자리보다는 낮은 곳에서 병든 사람과 함께 하기를 자처했다. 1995년 12월, 86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부산 복음병원 원장으로, 복음 간호대학 학장으로 20년을 근무했지만 그의 옥탑방에는 낡은 의사가운과 부인과 함께 찍은 액자 속 사진뿐이었다. 미답의 길을 걸으면서도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았던 장기려. 점점 소신이나 소명의식이 사라져가고 있는 이 시대, 그의 삶과 정신을 읽는 것은 그래서 더 뜻 깊은 일이라 하겠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하나의 생명이었다!

장기려는 이념을 떠나, 복잡한 정치상황을 떠나 언제나 오직 ‘생명’에 충실했다. 돈이나 명예에도 연연하지 않았고,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정치적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가난한 자나 부자나, 신분이 낮은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모두 평등한 하나의 ‘생명’이었다. 소설 속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김일성을 수술하고 나서 그 공로를 치하하자 '저는 특별히 신경 쓴 게 없습니다. 저는 그저 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그 환자가 돈이 있나 없나, 지위가 높은가 낮은가 따위는 상관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또 김일성이 '만약 지금 여기 누워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닌 이승만이라 해도 그랬을 거냐'고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장기려가 생명을 대하는 태도, 자기 일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에게 가장 최우선하는 것은 ‘생명’이었고 젊은 시절 자신의 서원이었다. 이러한 확고부동한 자기 신념과 기준이 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편안하고 안정된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언제나 마음속에 하나의 서원을 품고 그 길이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꿋꿋이 걸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 소설 속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닥쳐와도, 세상의 그 무엇이 유혹해도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의 뜨거운 진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천재, 성자의 이름 뒤에 가려진 장기려의 인간적 면모
소설이 천재의사, 바보로 불릴 만큼 욕심 없던 성자의 모습만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적 면모에 그 무게중심이 있다. 애초부터 머리가 좋아서, 의지가 굳건해서 지금의 장기려가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완성형’의 인물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몇 번이고 ‘거듭남’을 반복했기 때문에 그러한 별칭을 얻을 수 있었다. 남들보다 몇 배나 더 노력했기 때문에 ‘생명’을 지켜낼 만한 실력을 갖출 수 있었고, 방황하고 흔들리면서도 끝내 마음에 한 톨의 거리낌도 남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기 때문에 소신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소설 속에는 그러한 장기려의 인간적 면모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소설은 그가 서원을 하던 고보시절에서 출발해서 부산에 정착하기까지, 청년시절을 주로 다루고 있다.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그 격동의 역사현장에서 한 사람이 올곧은 자기 신념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일제시대, 해방, 그리고 6.25전쟁과 분단에 이르기까지, 그 혼란한 역사적 배경 속을 건너가는 과정에서 그 역시 방황하고 좌절하고 넘어지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정신의 우뚝함이, 그 확고함이 얼마나 큰 방황과 좌절을 뚫고 나온 것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대담해야 외과의사다
무엇을 할 것인가
뜨거운 사람
꿈꾸는 사람들
의사가 될 수 있다면
형제를 미워하면 살인을 하게 된다
바보 의사
피아니스트
사람 살리는 의사를 넘어
마음에 거리낌이 없게 하라
강물을 거슬러 떠먹는 사람들
전멸은 면했구나
무식한 외과의사
해방조선, 그 깊은 사강
조선의 얼굴
혼돈의 시대
오로지 하나의 생명으로
전선으로 떠나는 사람들
폐허가 된 평양
부활하는 부산
에필로그

|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기려야, 생각해본 적 있느냐. 옷이라는 게 무언지.”
“뭔데 할머니?”
“옷이라는 건 말이다, 네 몸의 온기를 가두어두는 것일 뿐이란다. 옷 자체가 따뜻한 건 아니잖느냐. 그런데도 우리가 옷을 입으면 따뜻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 옷이 네 몸에서 나오는 열기가 허공으로 헛되이 흩어져버리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결국 온기를 지닌 건 바로 너 자신이란다. 옷 때문에 따뜻한 게 아니고 사람은 원래 그렇게 따뜻한 존재로 이 세상에 나온 거란다.”
무슨 말인지 알 것도 같았고 모를 것도 같았다.
“기려야, 너는 옷을 여러 번 껴입는 사람이 되고 싶으냐, 아니면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해주는 옷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으냐. 이 할머니는 네가 다른 사람들의 옷이 되어줬으면 싶구나. 다른 사람들의 체온을 지켜주는, 옷처럼 늘 사람들 곁에 머무는 그런 사람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구나.”
그리고 할머니는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이렇게 덧붙였다.
“너는 뜨거운 인간이란다.”
(/ p.49)

“제가 의사가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때 누군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무엇 때문에 의사가 되려고 하느냐?”
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만약 제가 의사가 된다면 의사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습니다.”
(/ p.80)

의학이란, 눈 내리는 길을 걷는 것과 비슷했다. 한 걸음, 두 걸음, 매 걸음이 미답의 영역에 발자국을 남기는 개척의 역사를 이루지만, 마찬가지로 세 걸음, 네 걸음 앞으로 나갈수록 첫 번째 발자국과 두 번째 발자국은 계속해서 내리는 눈에 의해 지워지고 말지 않던가. 그래서 의학은 늘 새롭고도 낯선 영역이다.
(p.88)

“당신이 결정하실 문제예요. 도립병원으로 가는 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당신 마음속에 거리낌이 없어야 하니까요. 저는 이대로도 괜찮으니까 가족들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내는 속 깊은 사람이었다. 만약 아내가 왜 그 좋은 외과 과장직을 거절하느냐고 말했다면 그도 마음이 흔들렸을지 모른다. 그가 월급의 대부분을 바깥에서 써버려도 싫은 기색 한번 비치지 않은 아내였다. 부잣집 딸로 자라 그와 사는 게 고달플 게 뻔한데도 아내는 그와의 만남을 자신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만남이라고 말했다. 그런 아내를 위해서라도 그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
(/ p.149)

긴장이 풀리자 그의 두 팔뚝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다른 수술을 끝마쳤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심한 근육통을 느꼈다. 그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해보았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자신이 그토록 침착하게 어려운 수술을 끝마쳤다는 사실이. 오랜 세월 조선인 의사들은 일본인 의사들의 무시를 받으며 지내야 했다. 그들은 자신의 성공을 장기려라는 개인이 아니라 조선인 의사라는 집단의 성공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내놓고 조선인 의사를 무시하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이 기려는 뿌듯했다.
(/ p.235)

그는 다시 기도했다. 산모가 건강하게 회복되기를, 이 아이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비로소 그는 자신이 더는 허깨비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작은 생명 하나가 죽어가던 그를 살렸다. 그의 눈에서 이번에는 진짜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이에게서 예수를 보았다. 아니 산모에게서, 피난민에게서, 전쟁을 견디는 모든 사람에게서 예수를 보았다.
(/ p.400)

“왜 아픈 사람을 일컬어 환자라고 하는지 아나? 환(患)은 꿰맬 관(串) 자와 마음 심(心) 자로 이루어져 있다네. 상처받은 마음을 꿰매야 한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네. 다시 말해 환자란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줄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야. 눈에 보이는 상처는 치유하기 쉽지만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네. 자네가 진정한 의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환자의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되어야 하네.”
(/ p.406)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
출생지 전북 정읍
출간도서 37종
판매수 14,985권

2001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톰은 톰과 잤다] [그 남자의 가출],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 [이슬람 정육점] [서울] [파르티잔 극장] 등이 있다. 노근리 평화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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