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성재경 시집『사랑하며 살렵니다』. 꿈꾸는 나그네 유랑시인 성재경의 아홉 번째 시집이다. 한번쯤 일상을 떠나 삶을 유랑하고 싶은 현대인들에게 세상을 유랑하며 쓴 시들을 들려준다. 시를 위해 세상을 버린 시인은 자연을 유랑하면서 사랑에 도달하였다고 한다.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고 모든 생명체와 대화하는 그의 시를 만날 수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내 가고 싶은 곳>

내가 언제나
가고 싶었던 곳은
높은 하늘 속
깊은 바다 속
푸른 숲 속도 아닌
그대 마음 속
오랜 사랑 안에서
꿈속처럼 머물고픈
그대 마음 집이었네

시를 위해 세상을 버린 시인, 자연을 유랑하며 사랑에 도달하다.
세상을 버린 시인은 모든 길 위에서 시를 만들고 노래한다.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는 그의 시는 모든 생명체와 대화하고
호흡하지만 욕심내지 않고 이내 스치운다.
사랑도, 기쁨도, 펄펄 끓는 열정도 그가 시로 버무르면
뭔가 빈듯한, 뭔가 아련한 아픔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떠나가는 것, 채워지지 않은 것 , 정확하지 않는 것에
슬픔을 동반한다.
그의 시는 그렇게 떠나가고 채워지지 않고 정확하지 않아 슬프다.

유랑시인 시에는 그렇게 슬픈, 자연이 있고 사랑이 있고 나그네가 있다.

1.사랑 앞에서
내 가슴엔 별 하나 있다
내 가고 싶은 곳
당신에게
...

2.이별 뒤에서
너는 가고
한 번만 더 돌아보고 가소서
사랑보다 앞서 떠나기
...

3.자연 속에서
바람과의 내기
달빛 줍기
하늘 가족
...

4.길 위에서
연 꽃 배
선운사 동백꽃
봉평 가는 길
...

5.마음 밭에서
벗님들
셋이서 길을 가면
그림자 벗어나기
...

6.하늘 아래서
한산 섬 별 뜨는 밤에
하늘 천
가시리 가시리 잇고
...

달빛 줍기

달빛을 주우러
들녘을 쏘다니던 저녁

달빛이 가만 가만
나를 주워 갔네

한 밤중 냇가에 내려놓으며
내 귀에 속삭였네

주는 만큼만 받게나
자연의 친구들처럼

-----------본문중에서



내 가슴엔 별 하나 있다

슬픈 사람을 사랑하기에
나까지 덩달아 슬퍼지던 날
내 가슴으로 별 하나 떠올랐다

행복한 사람은
내가 사랑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고
누군가에게서 뜨겁게 사랑받는 사람은
내 사랑이 다가가지 않는다
부자에게 내밀은 값싼 빵으로
그 손길마저 초라해지기 싫듯이

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슬퍼서
한밤을 소리죽여 울고 나면
눈은 붕어눈에 입술은 메마르고
힘없이 걷는 뒷모습으로
구름 같은 고독이 어깨를 짓누르는
슬픔의 포로가 된 사람을 사랑하여
그의 가슴에서 별이 되고 싶다

우리는 누군가의 가슴에 별이 될 수 있다
아프지 않게 빛나는
초록별이 되어
그의 삶에 장작불을 지피고
눈물을 따뜻하게 데울 수만 있다면

내가 그 사람 가슴에서 별이 될 적에
더불어 내 가슴에도
그 사람 별 하나 살게 하고 싶다

----------본문중에서


셋이서 길을 가면

길게 이어진 길을 가노라면
말하는 사람
듣는 사람
조금 뒤에서 말없이
미소 짓는 사람만 있으면
되지 않는가

이야기는 바람 따라 흩어지고
아무리 오랜 길벗이라도
길이 끝나지 않은 어드메쯤
흩어져 갈 사람아

너무 푼 말 되풀이 말고
억센 말들일랑 거둬들이고
발자국 따라 또박 또박
입술을 움직이는 거지
언제 다시 만날 날 있을까
꽃피우듯 가슴을 여는 거지

-------------------------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