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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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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오소희
  • 출판사 : 큰솔
  • 발행 : 2008년 03월 24일
  • 쪽수 : 273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9061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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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아이와 엄마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아이와 지금 사랑, 행복, 우정, 성, 나눔, 감사···의 대화를 나누고 있나요?”

아이가 아기일 때부터 나는 절친한 친구에게 그러하듯 동등하고도 허물없는 대화를 나누곤 했다. 아이가 알고 싶은 지점과 내가 알고 있는 지점이 만날 때까지, 진솔하게 설명하고 묘사하고 느낌을 주고받았다. 쉽게 이야기해주기는 했으나, 대충 에둘러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아이는 지금껏 딱 그 성실성만큼만 사물을 진지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_본문 중에서

아이를 데불고 싸돌아다닐 줄만 아는 그녀가 잘 하는 또 한 가지는 ‘대화’다. 그녀의 대화법은 굉장히 감성적이면서 또한 이성적이다. 두 모자의 대화는 늘 단순한 것에서 시작해 사랑, 행복, 나눔, 감사의 의미를 배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주지 못해서, 최상의 교육을 해주지 못해서 늘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엄마라면 두 모자의 대화에서 쉼을 얻길 바란다.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아이와 눈 맞추며 나누는 대화만으로도 아이의 영혼은 풍요로워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영혼의 풍요로움은 훗날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갈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하여 초대한다. 당신이 미혼이든, 기혼이든, 등에 바락바락 우는 아이를 업고 있든, 혹은 단순히 아이 갖기를 망설이는 사람이든, 이미 다 키워 조금은 적적한 사람이든 관계없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서로 사랑하는 ‘평범한’ 모자가 서로 마주보며 서로에게 귀 기울여 ‘특별히’ 행복해진 한 순간이 편안하게 전이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책을 덮은 뒤, 사랑하는 누군가와 마주 앉아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싶어지면 좋겠고, 그때에 입가에 오래오래 미소가 머물 수 있다면 좋겠다.


아이를 통해 ‘나’가 아닌 ‘우리’를 배우며, 삶의 작은 순간에 감사하는 법을 배운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엄마인 내가 변화하고 있음을 알고 있나요?”

이렇게 단순하고 순도 높은 기쁨이 있을 수 있을까? 죽은 쥐에 경악하고 지나치는 인간과 그것을 길 옆으로 치워주고 지나가는 인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나라는 인간은 경악하고 지나가는 인간이지만, 아이가 곁에 있는 한, 나는 그것을 길 옆으로 치워주는 인간이 된다.
_본문 중에서

성가신 것을 따지자면 아이만한 것이 어디 있을까? 아이를 낳고 키우며 그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할까?··· 허나 그 성가심을 견뎌내면 엄마는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난다. 아이와 벌레를 함께 들여다보는 동안 작고 힘없는 존재들의 치열한 신비를 배우고(Microcosmos), ‘사람은 왜 죽지?’ 하는 심오한 질문과 아이가 좋아하는 ‘파워레인저와 유켄도’의 자극적인 질문에 차별두지 않음으로써 소통의 끈을 이어간다. 무관심이란 이름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배운다(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아이에게 좋은 것). 손이 차다 비난하지 않고, 그 사람의 가장 따뜻한 곳을 찾아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안다(사랑은 가장 낮은 곳에). 늘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고, 내 아이만 보던 눈이 이웃의 아이에게 향할 때 비좁은 가슴은 고마움으로 가득 차오른다(부암놀이방). 보청기를 낀 아이를 둔 나이 든 엄마의 한결같은 표정에서 희망과 삶에 대한 감사를 배운다(한번쯤 이 봄날 오후). 두 딸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 온 한 가장을 통해 삼십 대 남자의 섹시함을 정의 내리고(삼십 대의 섹시함), 부암동을 지키던 개 겨울이에게선 흔들리지 않는 모성의 숭고함과 젖을 준다는 것의 신비로움 느낀다(겨울이). 모든 배움의 시간 동안 아이는 늘 ‘함께’였다.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의 따사로움을 만끽하고, 엄마 됨의 황홀함에 취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목차

프롤로그/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도 더불어 행복한 성장을 한다

*아이가 자란다*

사랑 : 내 사랑이 점점 커져서 엄마도 쑥쑥 커지네! 지붕을 뚫고 하늘을 뚫고 우주까지 커지네!

: 감기를 낫게 하는 법
: Three Unlimited Things
: 심장이 부서져버렸어
: MY Love is
: 우리 집 가훈
: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
: 아직은
: 우리는 가족

행복 : 알겠어? 행복이란 보이지 않는 거야. 하지만 이게 엄마를 웃게 했지? 그게 바로 행복이야.

: 종이 한 장의 행복
: 오월의 아이
: 고향의 봄

우정 : 내가 현송이랑 뽀뽀했을 때는 다섯 살 아가였잖아. 지금은 여섯 살 형아고. 여섯 살 형아가 뽀뽀하기는 좀 챙피해.

: 중빈의 첫사랑
: 여섯 살 형아의 뽀뽀
: 화요일 목요일
: 연애, 그 지난한 마음의 단련

성 : 그런데··· 짝짓기 할 때 난 창피할 것 같아. 사람들 수백 명이 보는 데 고추를 내놔야 하잖아.

: 딱 붙어서 애기 만들기
: 성교육? 성교육!
: 유아의 유머감각

성장과 성장통 : “좀 기분이 좋아졌니?” “아니 어쨌든 엄마는 죽잖아!!! 나 좀 누워 있어야겠어. 오랫동안 누워 있어야겠어.”

: 정말로 기분 좋은 기습
: 엄마, 난 왜 자라야 해?
: Welcome to this World!
: 왜 우리는 죽지?
: 너의 질문들
: 안녕, 난나!
: 일곱 살이 된 아이는
: 아이라는 완전체

감사 : 사람이 늙으면 착해지나 봐! 내가 다섯 살 때는 뭘 잘 몰랐잖아. 그래서 나쁜 짓도 하고 그랬잖아. 그런데 여섯 살 형아가 되니까 더 잘 알잖아. 더 잘 알면 더 잘 하잖아.

: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좋은 일
: 순수한 귀납법
: 기부

*엄마가 자란다*

수용 : 우리는 늘 아이가 커서 어느 날 갑자기 방문을 꽝 닫아버린다고 말하지만, 실은 우리가 먼저 무관심이란 이름으로 방문을 닫아버렸는지 모르겠다. 소통되지 않는 것에 대한 절망감을 먼저 안겨주었는지도 모른다.

: 아이에게 좋은 것과 아이가 좋아하는 것
: How to Wait and See
: 피로할 땐 내려놓으라
: 또 다른 성
: 걱정일랑 접어두고
: 폭탄파편 줍기
: 한번쯤 이 봄날 오후

변화 : 죽은 쥐에 경악하고 지나치는 인간과 그것을 길 옆으로 치워주고 지나가는 인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나라는 인간은 경악하고 지나가는 인간이지만, 아이가 곁에 있는 한, 나는 그것을 길 옆으로 치워주는 인간이 된다.

: 단순한 기쁨
: Microcosmos
: 삼십 대의 섹시함
: 에둘러 말하지 않기
: 조바심에 관하여
: 강한 것의 의미
: 배움이라는 친구
: 제 속도로 가는 것

행복 : 천 명의 아이들 속에 숨겨져 있다 해도 눈을 감고 냄새만으로도 찾아낼 수 있는 내 아이가, 어느덧 천 명의 다른 아이와 똑같게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 내 것과 네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차별 없이 소중해지는 그 황홀한 순간, 늘 익숙하게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던 내 비좁은 가슴은 고마움으로 가득 차오른다.

: 있던 그대로의 행복
: 부암동
: 바람의 노래
: 부암놀이방
: 날개돋이를 지켜보다
: 흔적

사랑 : 아이는 마치 내게 이렇게 일러주는 것만 같다. 당신이 정말로 사랑을 찾는다면 ‘내가 이만큼 걸어왔으므로 이제 내 모든 힘을 다 쏟아부었다’고 느낄 때 거기서 딱 한 걸음 더 걸어야 합니다. 그곳이 당신이 찾아 헤맸던 지점, 그 사람의 따뜻한 목이 숨어있는 지점이랍니다.

: 당신이 사랑을 찾는다면
: 약간의 부드러움
: 사랑은 낮은 곳에
: 오래된 일기

감사 : 이마에서 흐릿한 땀내가 나고 뺨에서 볕에 익은 살내가 난다. 쉼 없이 콩닥거리는 작은 심장이, 멀쩡한 스무 개의 손가락과 발가락이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해진다.

: 겨울밤 네가 속삭여준다
: 우리 사랑의 기억과 결정
: 네 차가운 뺨

나눔 : 이제 나는 단지 <나>이기 때문에 누구가에게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되는 나이가 되었다. 나아가 내가 입힌 상처에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청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내가 상처를 입힌 것들을 다시 불러와 보듬기에는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 눈여겨보면,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그들의 딸과 아들, 그들의 머나먼 친척, 얼굴만 약간 다른 또 하나의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 나누면 축복이 됩니다
: 흐름
: 겨울이

본문중에서

엄마 이리 와봐.
내가 꼭 안아줄게. 아주 꼬옥···
이렇게 하면, 내 사랑이 엄마한테 가는 거야.
인제 엄마는 내 사랑으로 가득 찼어.
인제 감기가 있을 자리가 없어.
그러니까 다 나은 거지. 어때 안 아프지?
···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뒤, 거짓말처럼 감기가 나았다. (감기를 낫게 하는 법) - 14p

음... 우주 너머에는 뭐가 있어?
아무도 그 너머까지 가보지는 못했어. (중략)
우주는 조금씩 팽창한대.
끝이 없다고?
응. 끝이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우리가 무언가를 떠올리면 언제나 그 형태를 먼저 떠올리니까.
하지만, 무한한 것들은 형태가 없단다. (중략)
그런데, 무한한 것들이 또 있단다.
정말? 예를 들면?
숫자가 그래.
어떤 숫자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 보다 더 큰 숫자가 언제라도 존재하지.
이를 테면, 백만은 큰 숫자지만, 바로 그 뒤에는 백만 일이 있잖아.
백만 이도 있고.
백만 삼, 백만 사, 백만 오 육 칠... (중략)
이제 숫자가 끝이 없다는 것을 이해하겠니?
물론이지.
또 한 가지 무한한 것이 있단다, 아들아.
와, 또? 뭔데?
네가 맞춰 봐. 엄마가 힌트를 줄게.
이건 네 가슴 속에 있지만, 동시에 다른 어느 곳에서도 존재하는 것이란다.
음··· 나 알아!
정말? 뭔데?
사랑!!! (Three unlimited Things) - 14p

그렇게 한 장의 종이로 주고받을 수 있는 기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까. 어느 날 아이가 모래 한 톨처럼 작게 접힌 종잇조각을 내게 건넨다.
내가 엄마에게 행복을 줄게.
콧김에도 굴러갈 듯 작은 그것을 받아 손톱 끝으로 어렵사리 펼쳐 보니, 가로세로 일 센티미터가 될까 말까 한 그저 종이일 뿐이다. 아무 말도 씌어 있지 않다.
뭐야? 아무것도 없네!
이제 알겠어?
행복이란 보이지 않는 거야.
어디서 주워들은 것일까. 제법 통찰 어린 말에 웃음을 터트렸더니, 저도 씨익 웃으며 덧붙인다.
거 봐. 이게 엄마를 웃게 했지? 그게 바로 행복이야.
그리곤 제대로 행복을 선사한 사람답게 의기양양해진 얼굴을 꼿꼿이 쳐든다.
나는 고 자그마한 얼굴에 찐하게 입을 맞췄다. (종이 한 장의 행복) - 36p

엄마, 정자는 고추에서 나오지?
응.
그런데 어떻게 여자한테 줘? 흘리지 않고?
흘리지 않고 줄려고 고추가 그렇게 생긴 거야. 나비들도 봐. 짝짓기 할 때 수컷 꽁지에서 빨대 같이 긴 게 쑤욱 나와서 암컷 몸속에 쏘옥 넣어주잖아.
그럼 남자는 여자 어디다 넣어줘?
자리가 다 있지. 너는 고추랑 똥꼬랑 밑에 두 개가 있지?
응.
여자는 오줌 나오는 곳이랑 똥꼬 사이에 하나가 더 있어. 바로 애기집 문이야. 자궁 알지? 그 애기집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 거지. 애기집 문으로 정자가 들어가서 임신이 되면 나중에 애기가 다시 그리로 나오는 거야.
엄마, 그런데... 짝짓기 할 때 난 창피할 거 같아.
왜?
사람들 수백 명이 보는 데 고추를 내놔야 하잖아.
푸하하... (성교육? 성교육!) - 72p

엄마, 우리가 죽으면 뭘 할 수 있지?
Nothing. Dead people can't do anything. 아무것도 못 하지.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못 하는 거야.
나는 아직 네 살인 아이가 죽음의 그림자를 인식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아이의 질문도 간단하게 받아들였다. 이를 테면 '높은 데서 떨어지면 어떻게 돼?' '죽지!' 정도로. 그런데 아이가 알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었다.
Will someone cry? 누군가 울어줄까?
비로소 나는 크레용을 내려놓고 아이의 눈을 바라본다. 진지하게 질문을 받아들여야 할 때인 것이다. (왜 우리는 죽지?) - 93p

너의 질문은 끝이 없다. 매일 하나씩, 어떤 날은 서너 개씩, 정말로 신선한 너의 질문을 기다리는 것은 그 옛날 연인의 전화를 기다리던 것만큼이나 기대되고 짜릿하다. 네가 나의 부족한 대답들로 너만의 생각의 집을 짓고 커가는 동안, 나는 너로 인해 그 동안 지었던 낡은 생각의 집을 부순다. 그렇게 너는 올라오고 나는 내려가면서, 언젠가 우리는 같은 지점에서 만날 것 같다. 그리고 또 그렇게 지나가겠지. 너는 계속 더 올라가면서, 나의 부족함을 답답해하고 심지어 그것을 나무랄 날도 오겠지. (너의 질문들) - 97p

엄마!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이 일어났어!
할머니 슈퍼에서 우유를 사서 오는데 삼층 아줌마를 만난 거야.
거기 엄청나게 높은 절벽(경사진 골목) 있는 데 있잖아.
거기서 만난 거야. 아줌마는 차를 운전하고 있었거든. 근데 나보고 태워줄 테니까 탈래? 하는 거야. 내가 아줌마 맘대로 하세요, 그랬어. 그랬더니 타래. 그래서 타고 왔거든.
주차장에서 내가 고맙습니다, 했어. 그리고 돈을 드렸거든. 거스름돈 남은 게 650원밖에 없어서 모자랄 것 같았는데, 미안한데요, 지금 돈이 요것밖에 없거든요, 하고 드렸거든.
그런데 아줌마가 안 받는 거야. 괜찮대. 내가 받으세요, 받으세요, 해도 자꾸 괜찮대.
그래서 그냥 올라왔어. 어때, 정말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좋은 일 아냐?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좋은 일) - 166p

시작은 ‘파워레인저’였다. 아이의 꽃잎처럼 어여쁜 입에서 금쪽같은 은유와 비유가 멈추더니 대신 "죽이자"와 "공격하자"와 "박살내자"가 쏟아져 나왔던 것이. 이전에는 멍 하니 있다 싶으면 곧 "왜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걸까?" 같은 심오한 질문을 던지더니, 이후에는 멍 하니 있다 싶으면 곧 "00가 00를 뒤에서 공격할 때 어떻게 했는줄 알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마치 파워레인저의 자극적인 장면과 서사가 아이의 머릿속에서 밤낮 맴도는 듯 했고 아이는 더 이상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본 것을 <복사>해내기 바쁜 듯 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그러한 질문에 이전과 같은 열의를 지니고 대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때로 한숨을 쉬었고, 때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으며, 급기야 "엄마는 맨날 싸우기만 하는 파워레인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라고 말해 버리고 말았다. (중략)
그날 이후, 나는 아이의 질문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사람은 왜 죽지?"와 "드래곤 블래스터를 강화하는 법 알아?"에 똑같은 관심으로 응대했다. 또 각 프로그램의 오프닝 곡 정도는 아이와 함께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외워 불렀다. 아이가 락커처럼 미친 듯이 불러제낄 때면 나도 숟가락을 손에 쥐고 목청껏 불렀다. 억지로가 아니라, 그때마다 넘쳐나는 아이의 에너지에 즐겁게 취해서. 설거지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파워레인저를 흥얼거리고 있기도 했다. 그러면 아이는 어느덧 내 곁에 와서 씨익 웃으며 자동으로 이중창을 만들곤 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아이에게 좋은 것) - 132p

아이가 벌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내 눈에 띄지 않기를 바라는 요행은 끝이 났다. 나는 팔자에도 없이 그들에게 시간을 할애하게 되었다. 지렁이가 길을 건너가도록, 거미가 집을 다 짓도록, 자벌레가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도록... 그렇게 알게 모르게 나는 변화되었다.
내가 변화하는 사이, 아이도 변화되었다. 관찰만 즐겼을 뿐 직접 만지기는 꺼려하던 아이가 콘크리트 길 위의 지렁이를 덥석 손가락으로 집어 들어 화단 속으로 내려놓아주거나, 어렵사리 찾아낸 청개구리를 소중하게 손으로 보듬어 애정을 표현한 뒤 풀숲에 놓아주고 안전하게 사라질 때까지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럴 때 아이의 얼굴은 의기양양하고 사랑이 넘친다. 아이는 벌레를 통해 자신보다 작고 힘없는 존재들의 치열한 신비를 배운다. 작고 약한 것에게 자신의 힘을 나누어 줄 때의 즐거움도 함께 배운다. (Microcosmos) - 161p

너는 태어나 처음으로 날개돋이를 바라보고 있지. 엄마는 몇 번 그것을 본 적이 있단다. 네 꼭 쥔 주먹이 처음 펴질 때, 네 힘없던 다리가 처음으로 직립을 견딜 때, 그침 없던 옹알이가 최초로 음절을 만들어낼 때, 엄마는 그것을 보았단다. 지금의 너처럼 전율하고 한숨 쉬고 전율하고 한숨 쉬면서.
실은, 네 날개돋이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 네 숟가락에 놓이는 김치의 크기가 점점 커져가고, 네가 읽는 동화책의 글자 수가 점점 많아지고, 네가 뛰어내리는 계단도 점점 높아만 지지.
매미의 날개돋이가 매양 제자리인 듯 보이지만, 엄마가 눈치 채지 못하는 또 한 겹의 주름이 지금 이 순간 펴지고 또 펴지고 또 펴지고 있듯, 매양 같은 밥그릇을 닦아서 제자리에 올려놓는 행위가 엄마를 지치게 해도, 아직도 젖어 있는 네 조그만 날개들은 달빛과 바람과 남아있는 태양의 온기에 기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력을 다해 펼쳐지고 있지··· (날개돋이를 지켜보다) - 218p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1~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4종
판매수 16,755권

하던 여행도 멈추는 것이 마땅히 여겨지는 ‘엄마’가 되었을 때, 아장아장 걷는 세 돌 지난 아이의 손을 잡고 지구 곳곳의 제3세계를 여행했다. 아이의 천천한 보폭을 따르는 여정은 느릴 수밖에 없었지만 작고 연약한 것들에 자연스레 눈길을 머무르게 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들을 향한 시선은 그 어떤 평범한 인연과도 깊고 따뜻하게 마음을 나누는 ‘사람 여행’으로 이어졌다.
나이, 성별, 국적을 떠나 ‘내 눈앞의 그 사람’ 이야기에 온전히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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