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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부는 바람을 맞으면서 횡단한 라틴아메리카!

진보적 정치학자 손호철의 라틴 아메리카 횡단기.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열정으로 꿈틀대는 라틴아메리카를 체험한 저자의 라틴아메리카 횡단기로, 신자유주의의 유토피아로 우리를 보여준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남미와 중미의 여덟 나라를 방문하면서 발견한 '좌파 정부라는 유령'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정복한지 509년이 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쿠바부터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멕시코, 콰테말라까지 과거의 영광이 사라진 라틴아메리카를 횡단한 저자의 기록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와 사회는 물론, 아름다운 환경을 다룬다. 사진 100여 컷을 컬러로 담아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저자가 바라본 라틴아메리카는 비극으로 물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못난 패배자의 성장통이 아니었다. 새로운 변화를 갈망하는 열정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잉카문명과 마야문명이라는 화려한 고대 문명과 피로 이룬 혁명 시대를 뒤로 하고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라틴 아메리카를 소개하고, 그곳에서 한국의 미래를 발견하고 있다.

?손호철의 라틴아메리카 횡단기
어느 진보적 정치학자가 바라본 신자유주의의 비루한 유토피아

Mr. Danger! 얼간이! 술고래! 악마! 시체나 다름없는 정치인!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이렇게 불렀다. 그의 이 통쾌한 불호령에 전 세계는 시선을 집중했다. 지금 라틴아메리카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뜨겁게 퍼져가는 신자유주의의 불꽃에 냉수를 끼얹고 있다.

509년―아메리카를 찾아서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 ‘509년’이 되는 2001년, 정치학자 손호철은 지루한 비행과 고산병에 시달리면서도 끊임없이 혁명의 땅을 밟았다. 이제는 라틴아메리카의 아이콘이 된 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부터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멕시코, 과테말라까지 그가 다녀간 곳은 더이상 과거의 영광이 빛나는 땅이 아니었다. 점점 잘살게 되는 80과 점점 못살게 되는 20의 사회, 진보의 탈을 쓴 부패정부의 횡포가 만연하는 사회……. 라틴아메리카의 얼굴은 슬픔과 비극으로 물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라틴아메리카의 고통은 이제 못난 패배자의 성장통이 아니다. 극심한 사회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와 변화를 갈망하는 열정은 더욱 강렬하다.

왼쪽으로 부는 바람을 맞으며
이 책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열정으로 꿈틀대는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몸소 체험한 정치학자 손호철 교수의 라틴아메리카 횡단기다.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건너갔다가 가까운 곳에 있을 때 남미여행이나 해보자며 의기투합해 길을 나섰지만 그와 라틴아메리카의 인연은 이후 5년간 이어졌다. 한국복지국가연구회 회원들과 각국의 복지문제를 비교 연구하기 위해 또 한 차례 남미를 방문했고,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인류를 지키기 위한 세계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만남’이라는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일회성 여행으로 방문한 것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여러 번 여행하면서 21세기를 맞은 남미의 사회 변화 과정을 직접 관찰한 것이다.

안데스 좌파벨트의 미래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남·중미 8개국을 방문한 손호철은 그곳에서 ‘좌파정부라는 유령’을 보았다고 말한다. 지리적으로 가장 멀리 있는 땅이지만 독재와 혁명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마음은 가장 가깝게 닿아 있는 땅. 그는 이 뜨겁고 아름다운 나라에서 세계를 물들이는 신자유주의 물결의 폐해와 대안을 고스란히 체험했다. 반미, 반신자유주의의 기수 차베스 대통령을 직접 만나 그가 지휘하는 볼리비아혁명을 체험했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상대가 등장하면서 라틴아메리카는 미국의 영향에서 급격하게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승리하기 위해 파우스트처럼 월스트리트에 영혼을 팔아야 했고, 그 덕으로 승리했을 땐 이미 이빨이 모두 빠진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브라질의 룰라 정부는 NATONo Action, Talk Only 정권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과 같은 맥락에서 좌파정권의 집권이 곧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던 것이다. 또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 역시 미국과 신자유주의에 대한 독설을 거침없이 내뱉으며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지난 2006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대통령 임기제한 규정을 철폐하겠다고 나서자 “권력이양을 통한 혁명의 제도화가 아니라 장기집권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신이 선물한 축복의 땅
라틴아메리카 대륙은 정치·사회 면에서 불안한 점이 많지만 환경이 갖고 있는 잠재력만큼은 단연 세계 최고라 할 만 하다. 건조한 사막지대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들이 모여 있다는 호수지대, 대륙 최남단의 빙하지대까지 고루 갖춘 데다 거대한 아마존 정글, 고대 잉카문명과 마야문명의 흔적을 볼 수 있는 페루와 멕시코 등 대륙 자체가 완벽한 관광지다. 손호철 교수는 남미의 정치, 사회, 문화 체험과 동시에 풍부한 유적과 자연에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은 이국땅을 밟은 여행자의 시선 또한 잃지 않는다. 그가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이스터 섬에 대한 낭만과 아마존 정글에서의 악어사냥, 아름다운 티티카카 호수에서 고산병 증세로 잠 못 이루다 졸지에 장님이 된 사연들까지 순간순간 웃음이 터져나오는 에피소드도 가득하다.

다시, 마추픽추 정상에서
“이제 나는 마추픽추 정상에서 아메리카 전체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개념으로 만들어진 나의 시의 제목이다”라는 파블로 네루다의 말을 변주한 이 책의 제목은 스페인 정복 이전의 고대 라틴아메리카에 깃든 진정한 영혼을 되새기고자하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다.
그가 100여 컷의 사진으로 생생하게 담아낸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은 때론 격렬하고, 때론 서글프고, 때론 순수하다. 아름다운 풍경과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지만 착취와 정복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아픈 과거가 그곳을 단순한 여행지로만 생각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화려했던 고대문명과 피로 물든 혁명의 시대를 뒤로 하고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오늘의 남미. 이 책을 통해 그곳에서 한국의 미래를 발견한 손호철의 통찰과 사유의 풍경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쿠바 아메리카를 찾아서 l 영어 문법 제국주의 l 헤밍웨이와 호세 마르티 l 죽어서도 쿠바 살리는 게바라 l 북한과 쿠바, 같지만 다른 l 돌아온 애완동물?개방의 빛과 그림자

베네수엘라 21세기 돈키호테? 차베스와 볼리바르혁명 l 사라진 콜럼버스 동상 l 대안 매체를 향해

브라질 리우와 삼바의 슬픔 l 카르도소와 김대중 l 브라질의 한인들, 그리고 라틴적 삶 l 마지막 원시림 ‘아마존’, 너마저…… l 우파 정권보다 더 우파 같은 룰라 l 브라질에 부는 중국 바람 l 검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5월 어머니회와 5·18 l 아르헨티나병 l 백구촌에는 백구가 없다 l 낮잠 자는 관광 자원 l 페론주의? 신자유주의? l 피케테로와 5월 어머니회 l 에비타와 탱고, 그리고 모레노

칠레 인간 백정의 말로 l 고도 중의 고도, 이스터 섬 l 대륙의 끝, 파타고니아 l 마른 키다리가 좋은 이유 l 네루다를 기리며

페루 ‘남미의 박정희’ 후지모리의 몰락, 그 이후 l 친동양인 분위기의 반전 l 잉카의 후예 l 마추픽추 정상에 서서 l 불완전한 스파이 l 남미판 박정희 신드롬 l 하늘 밑의 호수, 티티카카

멕시코 71년 만의 정권교체 l 인디오와 사파티스타 l 혁명의 도시 멕시코시티 l 유카탄과 마야 문명 l 정복을 넘어 공존의 시대로

과테말라 다시 중미로 l 과테말라의 비극 l 안띠구아와 빠까야 l 아띠뜨란과 티칼 l 세계화와 고독의 슬픔

에필로그

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착취당하는 것도 비극이지만 더 비극적인 것은 실직과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조차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과테말라시티를 떠나는 비행기에서 슬픈 마야의 땅을 내려다보며, 착취당하고 싶어도 착취당하지 못하는 독백의 고통, 이런 고통이 무서워 더 낮은 임금으로 많이 착취해 달라고 서로 경쟁해야 하는 세계화의 비극을 곰곰이 되씹어 보았다.
?과테말라, 267쪽

소련 동구 몰락 이후 현재 세계는 신자유주의로 물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좌파정권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결국 신자유주의의 폐해는 라틴아메리카의 민중들이 좌파정부에 표를 던지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물론 룰라 정부의 실험이 보여주듯이 이런 지지에 힘입어 정권을 잡은 좌파정부들이 민중들의 염원을 얼마나 실현해줄 수 있느냐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요. 그렇더라도 아직 라틴아메리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스승’입니다.
?에필로그, 2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