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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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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스테인드 글라스를 투사해 들어오는 빛의 프리즘을 통해 되찾고 싶은 생의 한 순간 혹은 그것의 희미하고 찬란한 무늬를 그려내고 있는 98년도 현대문학상 수상작가 윤대녕의 신작소설이다.

목차

작가의 말

장미 창

작품 해설

본문중에서

이틀 후 나는 로마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베네치아에서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그냥 그대로가 어쩌면 예정된 행로였을 것이다. 어떤 풍경도 사람도 그때 내게는 실체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생의 한가운데를 비틀비틀 지나며 우연히 어둑한 사원에 발을 들여 놓았던 것이고 마침 밖에서 햇빛이 각도를 틀면서 지나가는 것을 거대한 장미꽃 속에서 숨어 잠시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불행히도 다른 이의 실체가 존재할 자리가 없었다. 실은 우리 삶의 자리가 고작 그러하듯이.

( /p.5~6)



'오, 검은 망토의 흰 가면들을 쓰고 배회하는 너의 빈집들....'

어쩌면 생의 또 사무친 한순간이 그 때 눈앞에서 미처 손쓸 수 없이 지나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그토록 숱한 암시의 뒤척임 속에서, 불확실한 증거의 안타까움 속에서 그리하여 나는 축축한 새벽에 이국의 한 아파트 문간에서 그녀와 서로 눈빛을 피한채 헤어졌다.

( /p.77)




산마르코 광장으로 가는 길은 어둡고 침침했다. 리알토 다리를 건너 광장으로 가는 골목으로 접어들자 마침내 마음엔 차디찬 안개가 스미고 상점의 쇼윈도 안에 걸려 있는 가면들의 무표정한 형상만 자꾸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밤의 미로를 고개 숙인 채 걸으며 나는 다시금 여로의 지친 꿈에 사로잡혀 있었다.



검은 망토에 흰 가면을 쓴 너희 빈집들이 여기 이 안개 낀 골목길을 두벅두벅 걸어다니고 있군. 때로 스치듯 만나 골목의 축축한 벽에 기대어 서로 속삭이고 있군 그래. 그런데, 무슨 암시라도 되는 양 어떻게든 거머쥐고 싶어지는 생의 한순간이 불현듯 찾아오기라도 하면 나는 얼굴도 모르는 네게 뭐라고 하지? 해골처럼 검게 뚫려 있는 네 두 눈을 보며. 그저 네 빈집에 들어갔다가 잠깐 장미 창을 보고 나왔다고 하나? 하지만 그건 너무 늦은 뒤잖아.

( /p.83 ~ p.84)




브뤼셀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왜 그렇지 않은가. 사람이란 한번 엇갈리게 되면 좀처럼 다시 만나지기가 어렵지 않은가. 또 어쩌다 만나게 되더라도 아주 뒤늦게서야 서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으로 우연히 부딪히게 되지 않는가. 다음날 다시 기차에 올라타 오후 4시 45분에 브뤼셀 역에 내려 왕립미술관에 찾아갔으나 그 때는 그야말로 모든 게 권태와 추상뿐이었다. 도시계획이 잘못된 탓으로 브뤼셀이 지금은 재건축만을 기다리는 폐허로 변해 가고 있다고 그녀가 심드렁하게 말해 주었다.

( /p.74)




고단한 꿈의 여로에 나는 멀리 베네치아에 와 있었다. 가면을 쓴 사람들 틈에 섞여 나는 산 마르코 광장에 이르는 축축한 골목길을 밤새 식은땀을 흘리며 헤매다니고 있었다. 오, 검은 망토에 흰 가면들을 쓰고 배회하는 너희 빈집들.

( /p.43)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2.05.01~
출생지 충남 예산
출간도서 44종
판매수 10,649권

196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단국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은어낚시통신] [남쪽 계단을 보라] [많은 별들이 한곳으로 흘러갔다] [누가 걸어간다] [제비를 기르다] [대설주의보] [도자기 박물관], 장편소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추억의 아주 먼 곳] [달의 지평선] [미란] [눈의 여행자]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피에로들의 집], 산문집 [그녀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것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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