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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판시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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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성복
  • 출판사 : 열림원
  • 발행 : 2003년 10월 27일
  • 쪽수 : 135
  • ISBN : 8970634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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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거듭되는 생의 운명과 화해하고자 하는 열망

이성복 시인이 첫 시집에서부터 줄곧 보여준 삶과 화해하고자 하는 열망, 이 세계 속에서의 인간의 운명과 화해하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은 이번 시집에도 이어진다.

시인에게 온갖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생의 풍경은 처연하면서도 속되다. 생을 거듭 살아도 생명 가진 것들의 운명은 변함이 없으며, 초월이나 결정적인 구원의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 위안과 구원의 표상이었던 어머니조차 “내 종아리에 달라붙어 피를 달라” 하는 “검은” 어머니로 형상화된다. 즉, 우리가 생에 던져지는 순간 ‘이별’하게 되는 어머니, 그래서 생사를 관통하는 시간의 배후에 항상 음화로 존재하는,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인 것이다.

이 세상과의 화해를 갈망하는 시인의 사유방식은 선(禪) 수행의 화두 잡기와 유사하다. 그것은 선수행의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는 철저한 부정의 정신이다. 시인은 ‘나’의 모든 선입견과 집착을 내려놓고 처음인 듯 삶의 풍경 하나하나를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대립적인 것들은 서로를 부정하면서 되비추고 되비추면서 부정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분별’과 ‘분별하지 않음’ 사이를 가로지를 수밖에 없는 삶의 양상은 끝없이 허기를 부르고, 허기는 또다시 열망을 낳는다. 이 시집은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허기들에 대해 말하고 있는 셈이다. 내려놓아도 이내 마음속에 되살아나는 열망, 그것은 덧없는 환(幻)이겠지만, 그 환의 힘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목차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 풀잎은 약간 시든 채로 풀잎이었다 / 누이여, 그날 우리가 탄 배는 / 기다림이 오래 깊어 / 뭐 그런 소릴 할 수도 / 내 몸에 떠오르지 않을 물빛 / 한번 온 적도 없었다는 듯이 / 짝짓는 일의 고담함이여 / 눈 짓이 없었다 / 어쩌면 거기 있기나 한 듯이 /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 잔치 국수 하나 해주세요 / 내게는 오직 한 분 / 배고픔이란 게 있다 /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 그 순간은 참 길었다 / 내막이야 잘 모르겠지만 / 그렇게 소중했던가 / 왠지 좀 부끄러울 뿐 /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 이 새낀 때릴 데가 없네 / 내 왼손 가운데 손가락 반지 / 귀는 위험할 수밖에 / 다리야, 넌 참 좋겠다 / 이럴 땐 마냥 속아주기보다 / 지금은 생이 나를 피해 가는 시절 / 누군가 짜장면 면발을 틀니로 끊으며 / 내 영혼 흠잡을 데 없네 / 나는 저 아이들이 좋다 / 소녀들 철없다 / 언니라는 말의 배꼽 / '싫어여' , 그건 상주 말이다 / 우리 애기 옷 하나 해주지 / 짓던 옷 마저 못 짓고 / 아, 그걸 점심 값이라고 / 골목 안 낙원 밥집 딸내미 / 갑자기 베란다 뒤쪽에서 / 굵은 소금 등에 처바르고 / 그저 삥 둘러싸기만 해도 / 천사들의 판례집 / 봉분을 만들지 마라 / 어리석음은 박멸할 수 없는 것 / 말 한 마디가 척추를 곧추세운다 / 삶과 죽음이 불편한 자여 / 보채지 좀 마라 / 이 들녘에서 누가 우는가 / 완전 방수의 고무장갑과 달리 / 밤은 불꽃놀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 밤이 나에게 빌려준 힘으로 / 당신은 어느 문으로 나오겠는가 / 검다는 것은 갈 데가 없다는 것이다 / 난 어둠을 믿을 수 없네 / 영혼의 과일엔 꼭지가 없고 / 끝내 얼굴에 떠오르는 것 / 고통의 경계를 표시하려는 것처럼 / 어떻든 견디기 힘드는 것 / 사랑은 사랑만을 사랑할 뿐 / 우리가 안다 해도 조금 아는 것뿐 / 물은 뭐든 낳고 싶어하는데 / K와 프리이디와 첫 번째 성 / K와 프리이다의 두 번째 성 / 고압의 주문이 걸려 있어서 / 그것도 부대는 부대다 / 홍옥의 침묵도, 홍옥의 통곡도 / 리비도가 배꼽으로 가면 / 죽음이 권하는 술에는 / 다만 추억의 할례를 근심할 때 / 상처받은 새들은 내가 키우겠다 / 내 귀가 귓밥 몰아내는 소리 / 내가 마지막 손님은 아니었다 / 처음 내 눈이 어머니 눈을 / 칠십년대 유행가 식으로 / 무슨 天刑인가 / 애인아, 우리 화해하자 / 왜 우리가 그를 알아야 하나 / 꽃피지 말라 하면 / 어떤 은혜를 말하는가 / 잊지 못하는 자여, 이제는 잊어라 / 이래저래 삼십 방 / 공연히 없는 자두나무 흔들어 / 잘게 갈라 성냥개비를 만든다는 / 그는 참 이상한 꿈을 가졌다 / 떠나려 하면 못 떠난다 / 쏙아지가 못됐어야 한다 / 일단 나와 봐야 안다 / 모든 것은 압력의 차이 / 무라, 무라 / 불에는 불 사다리 / 다단계 사다리 발판 위에서 / 어디 한번 생각해보자 / 기도는 협박, 사랑은 봉변 / 나는 너의 이름을 끊는다 / 우선, 철저히 부러뜨릴 것 / 적에게는 눈이 없다 / 세상에 갈보집은 없다 / 되도록 안 보는 게 낫다 / 모든 건 자세의 문제이다 / 이런 땡초! / 放下하라 / 별 모양의 열대 과일

본문중에서

전에 고등학교 때 한참 정치에 꿈이 부풀어 있을 때, 국회의원 딸에게 편지를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대학 갓 들어가 예술이니 사상이니 미쳐 있을 때, 유명화가의 전시회에서 심오한 질문을 해댔다. 화가는 한참 쳐다보더니 쌩까버렸다. 다시는 글 안 쓴다고 군대에 가서는, 한참 뜨고 있던 여류시인에게 오밤중에 전화를 했다. 그녀가 정중히 전화를 끊었을 때, 그때도 참 부끄러웠다. 그러나 두고두고 창피한 것은 회사 들어가 처음 만난 여자 앞에서 노동자들이 불쌍하다고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p.3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2.05.04~
출생지 경북 상주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10,955권

1952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77년 [문학과지성]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남해금산] [그 여름의 끝][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아, 입이 없는 것들]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래여애반다라] [어둠 속의 시], 산문집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고백의 형식들] [오름 오르다] [타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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