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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의 이혼

원제 : THE GREAT DIVO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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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빛나는 상상력이 빚어낸,C,S루이스의 "신학적 판타지"



윌리엄 블레이크는 <천국과 지옥의 결혼 The Marriage of Heaven and Hell> 을 썼다. 내가 천국과 지옥의 '이혼' 에 대해 쓴
것은 스스로 그런 천재의 적수가 될 만하다고 자부한 탓도 아니고, 그 작품의 의미를 확실히 파악 했다고 확신한 탓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의미에서 천국과 지옥의 결혼을 성사시키려 해왔다. 이런 시도는 현실에서 반드시'흑 아니면
백'이 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숙련된 기술과 참을성과 충분한 시간(뭐니뭐니 해도)만 있다면 양자를
다 포용할 수 있는 길을 언제든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 갖고 싶은 것을 철저하고 단호하게 거부할 필요 없이 그저 악을 약간만
발전 시키고 조정하고 다듬기만 하면 선으로 바꿀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파국으로 치닫는 실수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떤 여행이든 여행을 떠날때 짐을 다 싸들고가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짐만 놓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오른 눈과 오른손
까지 놓고 가야 하는 여행이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원의 반지름처럼 중심을 향해 가는 길은 하나도 없으며, 따라서 아무리
오래 걸어도 길이 서로 가까워져 중심에서 만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어떤 길이든 몇 마일만 지나면 두 갈래로 갈라
지고, 그 두 갈래 길은 또 각기 두 갈래로 갈라지기 때문에 매번 선택의 기로에서야 한다. 생물학적인 차원에서 볼 때도 삶은 강
보다 나무에 가깝다. 삶은 통합을 향해 흘러가는 대신 서로 갈라져 뻗어나가며, 피조물들은 원숙해질수록 서로 달라진다. 선善은
농익을수록 악과 구별될 뿐 아니라 다른 선과도 구별된다.
나는 잘못된 길을 택했다고 해서 무조건 다 멸망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단지 잘못된 길을 택했을 때에는 올바른 길로 돌아와야만
구원받을수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산수문제를 잘못 풀었을 때에도 답을 바로잡을수는 있는법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계산한
과정을 되짚어서 실수한 지점을 찾아낸 다음 새로이 계산을 시작해야지, 무조건 계산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악을 무위로 돌릴
수는 있어도, '발전시켜' 선으로 만들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난다고해서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는 없다. 저주는 '저주를 푸는 힘을
가진 역주문'으로 조금씩 풀어 나갈 수밖에 없다. 역시 '흑 아니면 백'의 문제인 것이다. 지옥을 붙들고 있는 한(지상 earth을
붙들고 있어도 만찬가지다)천국은 볼수 없다. 천국을 받아들이려면 지옥이 남긴 아주 작고 소중한 기념품까지 미련없이 내버려야
한다. 물론 나는 천국에 간 사람이 자기가 포기한 것들을(오른 눈까지 뽑아 버렸다 해도) 아주 잃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되리라고
굳게 믿는다. 그뿐 아니라 가장 저급한 소원의 형태로 추구했던 것의 진짜 알맹이가 뜻밖에도 '저 높은 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의미에서, 여행을 끝마친 이들은(오직 그들만이) "선이 모든 것이며 천국은 어디에나 있다"고 진심으로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길의 이쪽 긑에 서 있는 우리가 종착지에 도착한 사람만이 뒤를 돌아보며 할수있는 생각을 미리 하려
드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길의 이쪽 끝에 서 있는 우리가 종착지에 도착한 사람만이 뒤를 돌아보며 할 수 있는 생각을 미리
하려 드는것은 잘못이다. 그러다 보면 자칫 "모든 것이 선하며 어디나 천국이다"라는 잘못된 명제, 파국을 부르는 역명제를 용인
하게 되기 쉬운 탓이다.
그렇다면 지상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지상은 결국 별개의 장소가 아님을 깨닫게 되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천국
대신 지상을 선택한 사람은 지상이 처음부터 지옥의 한 구역이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또 지상을 천국 다음 자리에 놓은 사람은
지상이 애초부터 천국의 일부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이 작은 책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말은 두 가지밖에 없다. 첫째로, 이름은 잊었지만 몇 년 전 <과학소설>이라는 총천연색
미국 잡지에서 읽었던 어떤 글의 작가에게 큰 영향을 받았음을 밝혀두고 있다. 천국의 물질은 휘어지지도, 부서지지도 않는다는
착상은 그에게서 얻은 것이다. 비록 그 작가는 이 착상을 나와는 아주 다른, 대단히 기발한 목적에 사용 했지만 말이다. 그의
주인공은 '과거'로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정말 그럴싸하게도 거기에서 총알처럼 몸을 관통할수 있는 빗방울과 아무리 힘을 주어
씹어도 씹히지 않는 샌드위치-물론 과거사는 결코 변경될 수 없는 것이므로-를 만나게 된다. 나는 독창성은 그에 미치지 못해도
타당성은 그에 봇지 않다고 바꾸었다. 혹시라도 그 작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두 번째로 하고싶은 말은
이것이다. 즉 이 글이 판타지라는 사실을 명심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에는 교훈이 있고, 그것이 애초의 의도였다고도
할수있다. 그러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황들은 전부 상상을 동원해서 가정해 놓은것들이다. 심지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인지 추측하거나 어림 짐작해 본 결과라고도 할 수 없는, 순전한 상상의 산물이다. 사후세계의 구체적인 세부 사항들이
과연 사실일까 아닐까 궁금해하도록 독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것은 전혀 내 의도가 아니다.

-1945년 4월 C.S.Lewis-

본문중에서


내가 강이 또 있느냐고 물어본 데는 이유가 있었다. 회랑처럼 길게 뻗은 숲길 끄트머리에 우거져있는 나뭇가지들 아래쪽에, 빛이
춤추는 듯 어른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상에서는 흐르는 물에 빛이 반사되어 위쪽으로 비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와
비슷한 현상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근처에 강이 있나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나는 실수를 깨달았다. 행렬 비슷한 것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 행렬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몸에서 빛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영이 아닌 빛나는 영들이 맨 앞에 오면서 춤을 추며 꽃잎을 뿌렸다. 꽃잎들은 소리 없이 떨어지며 가볍게 공기 중을 떠
다녔지만, 유령 세계였다면 한장 한장이 너무 육중한 나머지 돌처럼 바닥에 추락해 버렷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 숲길 양쪽, 좌우
에서 젊은 형상들이 나타났는데, 한쪽에서는 소년들이 나타났고 다른 쪽에서는 소녀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부른 노래를 기억해서악보로 옮겨 적을 수만 있다면, 아무리 들어도 질리거나 유행에 뒤지지 않는 곡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들 사이로 약사들이 걸어나왔다. 그 뒤에 부인이 한 사람 있었는데, 그가 바로 이 영예의 주인공이었다.


(/ p.142~143)


저자소개

C. 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98.11.29~1963.11.22
출생지 아일랜드 벨파스트
출간도서 131종
판매수 106,402권

1898년 아일랜드 벨파스트 출생. 1925년부터 1954년까지 옥스퍼드의 모들린 칼리지에서 강의하다가, 1954년 케임브리지의 모들린 칼리지 교수로 부임하여 중세 및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쳤다.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신앙을 버리고 완고한 무신론자가 되었던 루이스는 1929년 회심한 후, 치밀하고도 논리적인 변증과 명료하고 문학적인 문체로 뛰어난 저작들을 남겼다. 1963년 작고.
홍성사가 역간한 루이스의 저작으로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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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학교 초빙 교수를 지냈으며, 2010년 유영학술재단에서 수여하는 유영번역상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 《천국과 지옥의 이혼》, 위대한 2인자 시리즈 《아론》, 《실라》, 《아모스》(이상 홍성사),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프랑켄슈타인》, 《수전 손택의 말》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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