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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그리고 투르계녜프의 문학에 대한 세계의 반향이 아무리 크고 높다 할지라도, 러시아인과 러시아 작가들의 사랑과 숭배에 있어 그들은 결코 푸슈킨을 능가하지 못한다. 세계 문학의 거봉에 자리하고 있는 이들 위대한 작가들을 가리켜 '나의 도스토예스키' '나의 톨스토이' '나의 투르계녜프'라고 부른 작가가 일찍이 있었던가? 이와 달리 푸슈킨은 모두가 인정하는 러시아의 민족 시인, 민족 작가일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푸슈킨'을 넘어서서 '나의 푸슈킨'으로, 일 대 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사랑받는다. 푸슈킨을 바라보며 푸슈킨과 함께 간다는 것은 러시아 작가들에게 결코 현재의 위급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과거에서 피신처를 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당대의 예술과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정의하는 하나의 특별한 방식이며 러시아 문학의 매우 특이하고 유일무이한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투르계녜프, 불가코프, 틔냐노프, 플라토노프, 죠시첸코, 츠볘타예바, 아흐마토바, 블로크, 나보코프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에게 푸슈킨은 지나간 위대한 전통이 아니라, 자신의 동시대인이자 영원한 동반자였다. 푸슈킨의 도움으로 그들은 자신의 길을 보다 분명하게 보아왔으며, '푸슈킨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는 작가와 비평가들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시금석 역할을 해왔다.


    알렉산드르 셰르계예비치 푸슈킨은 1799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1837년 페테르부르크에서 결투로 죽었다. 아버지 쪽은 러시아 역사 책에 자주 등장하는 유서 깊은 가문이었고, 어머니는 표트르 대제가 총애했던 이디오피아 태생의 장군 아브라함 한니발의 손녀였다. 푸슈킨은 일찌감치 부친의 서재에서 재치있고 매력적인 프랑스 문학 작품을 접했으며, 이는 어린 푸슈킨에게 자신도 그 같은 작품을 써보겠다는 모방적 창작욕을 불러일으켰다.


    푸슈킨은 매우 낭만적인 시인의 삶을 살았고, 때문에 그를 에워싼 수많은 사건과 일화들이 그를 더욱 생생한 인물로 만들었다. 황제의 억압 정치에 저항하던 비밀 결사의 투쟁에 열광했고, 정치적인 시와 풍자적 경구를 지었고, 때문에 남부 러시아로 좌천되기도 했다. 귀족 사회에서 그는 주저없이 온갖 쾌락과 유희를 즐겼으며, 노름과 술, 아름다운 여인들을 사랑했다. 그에게 최고의 의무이자 격률은 '명예'였고, 종교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볼테르의 후예로서 지적으로는 종교를 거부했으나, 러시아 민족의 단순하고 시적인 신앙에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고 그것을 사랑했다.


    푸슈킨은 한편으로는 귀족 사회의 우아한 국외자 역할에 기꺼워하는 듯도 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귀족 사회의 행동 규범에 저항하여 비판자가 되었으며 가난한 러시아 민중의 문제에 눈과 마음을 열었다. 그는 바이런적인 어지러운 열광에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낭만적인 작품 구성에 리얼리즘적 요소를 많이 받아들였다. 문학사는 그를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를 가능하게 한 초기 리얼리스트로 평가한다.


    그러나 푸슈킨이 러시아 문학의 '황금 분할'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러시아 문학을 리얼리즘으로 이끌었다는 공적 때문만은 아니다. 소재와 주제, 시대와 인간, 언어와 장르를 선택하고 다루는 데 있어 그는 해체와 혁신이라는 '정신적 해방의 보편 법칙'을 거리낌없이 실현해보임으로써 시와 삶의 근본적 문제를 가장 분명하게 구체적으로 가시화시켰다. 삶의 환영을 좇는 격렬함과 재빠름을 질서와 평온, 균형에 대한 감각과 사랑으로 완화시키며, 맹렬한 속도로 러시아 문학을 미래로 몰아가다가도 어느 순간, 더욱 젊어지기 위해서, 영원히 꽃피는 러시아 문학의 과거를 그린다. 문학에서나 실제 삶에서나 가장 현대적인 최신의 의상을 마치 구식 옷본에 따라 재단된 옷인 양 입는 그는 차분함을 아름다움의 필수 조건으로 여기고, 분별 없는 가벼움과 놀라운 통찰력을 한데 묶을 줄 아는 위대한 고전주의 작가의 의연함과 침착함을 증명해보인다. 러시아 작가들이 푸슈킨에게서 그토록 매혹을 느끼고 그토록 소중한 조언을 구하는 것은 그가 그들 모두보다 더 젊고 동시에 더 나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사고, 모든 언어와 금방 친숙해지고, 모든 장르를 넘나들고 어떤 주제에도 접근할 수 있었던 푸슈킨은 러시아 문학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든 곳곳에서 그와 부딪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 역사와 문학과 삶이 걸어가는 모든 길 위에서 러시아 작가들은 푸슈킨을 만나게 되며, 동시에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푸슈킨은 비교적 늦게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 산문으로 '내려서려고' 결심했을 때 그는 이미 러시아의 가장 유명한 시인이었다. 때문에 소년 시절, 기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던 것과는 달리, 그는 훨씬 의식적으로 산문에 접근했다(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는 점차 부상하고 있는 제3계급 속에 교육받은 폭넓은 독자층이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궁중 귀족들과는 다른 장르와 다른 주제를 기대하고 있다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푸슈킨의 남달리 예민한 직감도 크게 작용했다). 러시아 문학에서 1820년대는 전승된 모든 서정적 장르와 형식이 여태껏 알지 못했던 완성에 도달했던 서정시의 황금 시대였다. 이와 달리 1830년대는 산문으로의 이행기로, 푸슈킨은 누구보다도 먼저,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높은 시의 나라로부터 겸손하고 단순한 산문으로 내려갈 길을 모색하고 찾아낸 작가였다. 그의 운문소설 「예브계니 오녜긴」은 일어서는 산문에 맞서 시가 지켜내려고 애썼던 마지막 보루였다 할 것이다.


    산문을 시작하며 푸슈킨은 당시에 씌어지고 있던 산문의 불완전함에 대해 너무도 잘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카람진(1766∼1826)이 러시아어를 교회 슬라브어의 무거운 짐으로부터 해방시키고 감상주의자들에게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진 소설을 발표하긴 했지만 주제와 언어 구성에 있어 미래 지향적인 기법을 제시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겸손함과 간결함, 정확성과 절약성-산문의 가장 중요한 이 자질들은 단순히 '형식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여러 겹의 구속을 받는 시어보다도, 엄격하고 복잡한 시어 체계보다도 더 복잡한 자유와 단순함을 의미하는 까닭에 푸슈킨은 산문에 가장 필요한 것은 내적인 응집소, 즉 '사상, 그리고 또 사상'이라고 보았다. 물론 푸슈킨에게서 이것이 뜻하는 바는 독창적으로 생각해낸 주제이기보다는 사건의 신빙성 있는 논리적 연결과 설득력 있는 동기 부여였다. 단순성, 규범에의 비종속성, 논리적 장치들은 어휘 선택과 문장 구조뿐 아니라 보다 큰 부분들의 구성과 플롯 연결에서도 실현되었고, 이를 통해 푸슈킨의 산문은 비할 바 없이 완벽한 예술적 통일성을 이루어내면서 러시아 산문의 시작이자 완성을 의미하게 되었다.

    저자소개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Aleksandr Pushki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799.06.06~1837.02.10
    출생지 러시아 모스크바
    출간도서 25종
    판매수 3,019권

    러시아 근대문학을 정초한 거장, 가장 위대한 러시아 시인이자 대중으로부터 늘 사랑받은 국민 시인. 시, 산문, 소설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러시아 문학의 전기를 이루었으며 이후의 찬란한 성과들을 예고했다고 평가받는다. 1799년 모스끄바의 유서 깊은 귀족 가문에서 출생했다. 상류층 기숙학교인 리쩨이 재학 중에 잡지에 시를 게재하여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1820년 서사시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첫 출간하며 러시아 전역에 이름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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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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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뒤 박사과정에서 공부했다. 20대에는 러시아문학을 공부했고, 30대에는 정당개혁운동에 열중했으며, 40대에는 출판기획과 번역일을 하다가 현재 IT회사 마늘랩(maneullab.com) 전략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로봇R.U.R],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온전한 나로 살지 않은 상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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