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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사에서 나타나는 통치의 기술을 엮은 책. 권력행사의 유형과그 법칙, 권력행사의 유형 및 가치평 가에 대해 먼저 기술하고 황제편, 재상편, 관리편으로나누어 각각의 신분과 권력, 올바른 처세의 방법을 기술했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 만능'이라는 환상은 적어도 권력행사에 관한 한 대통령을 봉건시대의 왕과 동일시하고 있는 우리의 전근대적 의식 수준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또 전근대의 권력론과 권력행사를 제대로 탐구하지 않은 결과다. 오늘날에도 대통령은 봉건시대의 왕과 마찬가지로 최고 권력행사의 주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절대권력의 행사를 뒷받침할 만한 조직과 체제, 그리고 복종 체제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 마음은 무한한 절대권력인데 몸은 그것을 따르지 못하는 모순 사이에서 허덕인다. 그러다 보니 무한한 권력과 유한한 호소력이 갖는 영향력의 차이와 모순을 제대로 감지할 수 있는 지혜가 나올 리 만무하다. 언론을 통한 대국민 호소는 권력행사가 수구세력의 악의적이고 조직적인 반발에 부딪치자 나온 고육지책이자 돌파구이지만, 정치력의 한계를 자인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문제점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군주가 신하를 자신의 손발처럼 여기면 신하는 군주를 자신의 심장처럼 여긴다. 군주가 신하를 개나 돼지처럼 취급하면 신하는 군주를 한갖 나라 사람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군주가 신하를 쓰레기 취급하면 신하는 군주를 원수 보듯 한다.' 어찌 군주와 신하 관계에만 적용되는 말이겠는가?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보편적 논리다. 권력과 권력행사의 관계도 궁극적으로는 인간관계다. 동양의 정치 지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8년간 10억의 뇌물을 챙기겠다는 말단 공무원 부인의 뇌물 설계도까지 나올 정도로 지금 우리 사회는 썩을 대로 썩었다. 말단 공무원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반개혁 성향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보다도 '관존리비(官尊吏卑)'의 낡은 관념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학연, 지연으로 대표되는 구조적 차별관념까지 큰 몫을 하고 이다. 장관과 관리의 관계 및 그들의 권력행사 스타일과 업무 처리 방식들을 역사적으로 추적해보면, 오늘날 이들에 의해 빚어지는 각종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그 경향은 여전하다. 모든 일을 내가 몸소, 나아가서는 혼자 하겠다고 나서면 부하들은 게을러지고 눈치만 보게 된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그래서 역대 철학자들과 정치가들은 너나할 것 없이 '위임'을 주장했다. 권력행사를 둘러싼 역사는 결국은 '위임'과 '친정'의 대립과 순환이었는데, '위임'의 우수성이 역사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위임은 권력을 나누고 권력을 덜어내는 것을 본질로 삼는다. 이것이 동양의 정치 지혜이다.

권력의 정면만을 보지 말고 그 이면도 볼 줄 알아야 한다. 권력은 나누고 덜어낼 수 있을 때 등을 보이는 법이다. 또 권력행사는 권한이라는 균형감각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곧 권력행사자의 자질을 뜻하는 것이다. 이 책은 권력에 관한 책인 동시에 통치 기술에 관한 책이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깨달음에 흥분할 것이며, 서툴고 능력 없는 지도자라면 식은땀을 흘릴 것이다.

001. 역자 서문 - 난세를 읽기 위하여
002. 머리말 - 역사와 권력행사 유형론
003. 논의를 이끌며
004. 친정형과 위임형
005. 조종 임명형과 위임형2
006. 재상의 지위·직분·권력
007. 재상의 길
008. 재상과 재상의 관계
009. 친정형과 위임보좌형
010. 온화감화형과 엄중질책형
011. 법치만능형과 호방유생형
012.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