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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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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밤이여 나뉘어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정미경이 새 소설집을 펴냈다. 이미 2002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는 서사 구조의 고전적 안정성, 미묘한 정서를 전하는 섬세한 문체, 존재와 삶을 응시하는 강렬한 시선으로 우리 문단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배수아보다는 고전적이며, 전경린보다 차분하고, 공지영보다 다양하면서, 신경숙보다 세련된, 그리고 은희경보다는 절실한 어떤 세계가 그에게 있다. 거기에 무슨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그 ‘어떤’을 다 모은 세계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가지만은 명백해 보인다. 적어도 세계 혹은 일상의 양면성에 대한 인식의 냉철함, ‘생의 이면’을 보는 그의 집요한 시선이 분명한 출발이 될 것이라는 사실 말이다.
-해설 「무서운 일상, 허위와 진실 사이」에서

2006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올해의 작가 정미경의 새 소설집

장기 밀매로 신장을 얻어 목숨을 건진 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로 자신을 내던지는 ‘분쟁지역전문’ 다큐멘터리 PD(「무화과나무 아래」). 방탕한 어머니 때문에 힘겨운 삶을 살면서 한 남자와 일탈적인 섹스를 나누는 텔레마케터와 그녀의 거짓말에 성적 흥분을 느끼는 남자(「무언가」). 친구의 자살을 목도하고 그때부터 방 안에 틀어박혀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 소년(「소년은 울지 않는다」). 거짓말쟁이에 바람둥이인 애인의 기만적 삶을 지켜보면서도 끝내 어쩌지 못하는 젊은 백화점 여직원(「모래폭풍」). 가족을 미국에 보내놓고 외로운 나날 속에서 한 여자를 만나지만, 결국 그녀와 진심을 나누지 못하고 쓸쓸한 죽음을 맞는 한 기러기 아빠(「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정미경의 소설은 뜨겁다. 작품 속에 인용된 이성복의 시 ‘당신은 짐승, 별’처럼 서로에게 존재로, 온통 뜨거운 온전한 존재로 남으려는 정직한 자의식을 지닌 인물들은 진심을 다해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로 달려가거나(「무화과나무 아래」), 배반과 상실 속에서도 ‘모래폭풍과 더러운 피와…… 벚꽃 이파리가 뒤섞인 어지러운 꿈’(「모래폭풍」)을 꾸거나, 그냥 장미가 아니라 고통과 열정이 가득 담긴 ‘발칸의 장미’를 선호한다.

또한 정미경의 소설은 차갑다. 세상은 온통 “일회성의 생에 대한 지독한 탐욕”으로 넘쳐나고, 예민하며 상처를 피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한 소설 속 주인공들은 지리멸렬한 일상이 열정보다, 사랑보다, 때로는 죽음보다 더 질기고 강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정서적 불감증에 걸리거나 사회부적응자로 전락할 위기에서 가까스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거짓 이야기를 들려주는, “하룻밤의 생존을 허락받은 세헤라자데”가 된다. 일상에 드리운 ‘죽음과 삶’의 그림자를 늘 남보다 한 발 앞서 감지하는 인물들을 통해 정미경은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면서 일상을 버텨가는 현대인의 고독하고 슬픈 초상을 제시한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 그럼 널 사랑할 테니

존재와 본질, 몸과 영혼의 이 일치할 수 없음에 대한 성찰이야말로 삶의 고통을 낳는 진원지이긴 하지만, 그 고통은 역으로 진리와 허위의 간극이 진정으로 해소된 행복을 꿈꾸도록 만드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정미경의 작품 세계는 고통스런 현실과 행복한 꿈이라는 두 가지 요소의 대위법적 구조를 갖고 있다.
-해설 「무서운 일상, 허위와 진실 사이」에서

정미경의 세계는 존재와 일상의 이러한 이중성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걸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다른 한편으로는 존재가 일상 안에서 꾸려나가는 삶의 진실과 허위라는 문제를 담고 있는 그의 소설세계는 그 이중성 때문에 혼란스럽고 또한 고통스럽다. 혼란은 스스로도 자신을 잘 알 수 없다는 데서 오고, 고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 속에서 요구받는 그 어떤 역할을 존재가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데서 자라난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진실과 허위의 위험한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정미경은 균형 잡힌 언어의 조형을 통해 이러한 ‘고통’을 축조하고, 일상과 인간에 덧칠해진 금칠을 벗겨냄으로써 형이하학적 진실을 독하게 까발린다. 그러나 존재 자체의 비루함에 대한 이런 강조 속에서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투지와 긍정이 어렵사리 피어난다. 이것이 바로 단편소설의 모범적 사례를 보여주는 정미경 소설의 연금술적 윤리감각이다. 그의 소설들을 통해 아프면서도 시원하고, 발랄하면서도 무거운 독서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우리 문학의 새롭고 분명한 출발이 될, 요즘 한국 소설에서 찾기 힘든 미덕이다.

추천사
이 작가의 글솜씨는 노련하다 못해 눈부시다. 그래서 때로는 이 화려함의 광도를 다소 낮추었으면 싶을 정도다. 서로 소통하지 못한 채 존재의 표면에서 부유하면서 보이지 않는 실체를 고독하게 찾고 있는 사람들의 비극은 그 건조함 때문에 새롭고도 감동적이다.
-김화영(문학평론가, 고려대 교수)

일상이 열정보다 더 질기고 강하다는 것을 정미경의 인물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은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하면서 그런 일상을 버티는 것이다. 진실의 유예, 즉 삶의 유효기간의 ‘연기延期’가 되는 것이다. 가면을 벗는 순간, 연기를 그치는 순간, 진실의 문을 여는 순간 우리의 삶은 죽음처럼 가라앉는다.
-박철화(문학평론가, 중앙대 교수)

생의 이면이나 밑그림을 파헤쳐 그늘 속의 빛보다는 빛 속의 그늘을, 기쁨에서조차 우러나오는 삶의 슬픔을 감식해 낼 수 있는 혜안이 이 작가에게는 있다. 견디기 힘든 것은 세상의 불완전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에 대한 혐오나 배척임을 아는 이 작가의 소설은, 그래서 의외로 차가우면서도 따뜻하다. 눈물처럼.

-김미현 (문학평론가, 이화여대 교수)

목차

무화과나무 아래
무언가無言歌
달걀 삼키는 남자
모래폭풍
소년은 울지 않는다
검은 숲에서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해설- 무서운 일상, 허위와 진실 사이/ 박철화
작가의 말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0.02.04~2017.01.18
출생지 경남 마산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9,220권

1960년생.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폭설], 2001년 [세계의 문학] 소설 부문에 [비소 여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오늘의작가상, 2006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내 아들의 연인] [프랑스식 세탁소], 장편소설 [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아프리카의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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