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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 리펜슈탈 - 금지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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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서정의 적으로부터 나온 서정

「올림피아」의 단 한 장면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수전 손택의 날카로운 경고를 단번에 알아차릴 것이다. “이상을 추구하는 니체적인 고통, 승리의 쾌감, 죽음 앞에 선다 하더라도 꺾이지 않는 강력한 지도자(혹은 신념)에의 복종. ··· 파시스트 예술은 복종을 찬미하고, 무정신의 상태를 찬양하고 죽음을 미화한다(571~572쪽).”
젊은 페리클레스의 성화 채화 장면과 (게르만적인) 신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대 유적지에서 춤추는 벌거벗은 여신들, 성화를 봉송하는 3,000명의 주자들…. 도저히 당시의 카메라 기술로 촬영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생동감 넘치는 육체의 움직임, 내면의 고통을 “신념에의 복종”으로 극복하는 선수들의 극적인 심리가 장엄하게 펼쳐진다. 낭만적인 동시에 서사적이며 신비로우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이 영화에 대해 어느 평론가는 “서정의 적으로부터 나온 서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몹시 고민했다(501쪽)”고 밝힌 바 있다.

최초로 수면 위에 떠오르다

이 책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레니 리펜슈탈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책이다. 그녀의 문제작 「올림피아」와 뉘른베르크 전당대회 기록영화 「의지의 승리」가 정식으로 발매되지도 않았지만, 공유사이트를 통해 쉽게 다운받을 수 있을 만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녀이지만 말이다. 손택은 레니의 삶을 ‘우울한 열정’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그녀가 겪은 삶은 오히려 ‘금지된 열정’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발할을 좇는 여전사 발키리

십대부터 레니 리펜슈탈은 늘 동화 속에 빠져 살며 무대에 서기를 꿈꾸었다. 아버지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감행한 무용가로서의 꿈을 실현하는 20대 초반 무렵부터 그녀에게 ‘몸’은 신비와 아름다움, 극복해야 할 어떤 대상의 합일 그 자체였다. 따라서 평생 “일관되게 강인한 육체에 집중”한 그녀의 예술은 “타고난 파시즘의 징후”(크라카우어와 손택)이자 동시에 아름다운 “육체를 종합적인 표현 수단(574쪽)”으로 여기는 서양 예술의 근원적 충동이다.
라이프치히, 프랑크푸르트, 취리히, 프라하 등에서 순회공연을 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던 레니는 프라하 공연 도중 무릎에 치명적 부상을 당한다. 전 유럽의 의사들로부터 “회복 불능”이라는 판정을 받고 좌절한 채 베를린으로 돌아온 그녀는 우연히 산악 영화의 포스터에 매료되어 무작정 수술을 감행하고, 감독 아르놀트 팡크와 함께 영화를 시작한다. 무용가였던 레니는 일련의 산악영화의 헤로인을 거쳐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비난 가운데 하나는 “화려한 외모로 거장들을 손아귀에 넣었다”는 비아냥이다. “그녀의 작업에서는 수상한 냄새가 난다. 나는 심장까지 차갑게 굳었다. 그녀는 울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23쪽)”라고 묘사한 나치의 선전부 장관 괴벨스의 일기나 슈페어의 자서전, 그 밖의 기사들은 그녀가 실제로 적이 ‘여성성’을 드러내었음을 증언한다. 혹자들은 그녀가 “세간의 훌륭한 촬영기사들을 홀리는 기술을 지녔을 뿐 감독으로서 뛰어났던 것은 아니다”라고 냉혹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그녀는 촬영장 곳곳에서 염문을 뿌렸고, 히틀러와 친했으며, 괴벨스와는 동료 이상의 관계였다. 자금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여성적 매력을 동원해 촬영팀을 꾸렸을 거라는 추측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드러내고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래 제각기 뛰어난 기술을 지닌 개인들을 조화롭게 이끌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영화감독의 능력이다. 그녀의 촬영 스태프들은 “레니가 모든 카메라의 위치와 장면을 진두지휘했다.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일했고 복잡한 노트에 모든 아이디어를 기록했다”고 증언한다(346~349쪽).

그녀의 눈부신 외모와 히틀러의 입김 때문에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들이 있다. 그녀는 무용가로, 배우로, 영화감독으로, 사진작가로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키는 모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무용가가 되기 위해 십수 년 동안 아버지와 싸웠고 배우가 되기 위해 생전 처음 보는 감독을 찾아가 배우를 시켜달라며 애걸했다. 스스로 각본을 만들어 영화사를 설립하고 데모 촬영을 통해 지원을 얻어냈으며, 전후 영화계로 복귀하기 위해 쉼 없이,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기어이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이끌어냈다.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울고 떼쓰고 악다구니처럼 쫓아다닌 덕에 레니는 히틀러의 제3제국에서 남자들과 일하는 유일한 여성이 되었다. 그녀를 제외하고는 히틀러와 가까웠던 모든 여자들이 미망인이거나 여배우였던 것을 상기하면 레니의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이례적이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전후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를 반대하는 시위와 그녀를 향한 법정고발은 끊이지 않았지만, 발할로 전쟁영웅들을 인도하는 여전사 발키리처럼 그녀의 도전 또한 계속되었다. 그녀의 열정은 도무지 그칠 줄을 몰랐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그녀가 진짜 파시스트였는지 아닌지 그것을 증명하는 일이, 수없이 새롭게 창조되는 그녀의 작품들 앞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위대하거나 끔찍하거나

파시즘의 시대를 관통해온 모든 예술가들을 평가할 때면 언제나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마련이다. 한갓 프로파간다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예술적 가치를 논하는 일은 무의미하다는 주장과, 정치적으로 이용되었을 뿐이기 때문에 예술적 가치는 이와 무관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들이 날카롭게 충돌한다. 정치적 입장과 예술적 가치라는 양 극단 사이에서 위치를 설정하는 일은 언제나 위험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레니에 관해서만은 언제나 거의 모든 상황에서 전자가 우세했다. 작품 자체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녀의 존재 자체가 너무나 현란해서 언론은 레니의 등장을 마치 파시스트의 악령이 되살아나온 것처럼 묘사하기 일쑤였다. 물론 이러한 비판에는 그녀의 책임도 있었다. 자신을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일부 나치광신도들이 나치의 철십자 문양을 길거리에서 휘날리고 있는 와중에 열린 재판장에, 여전히 우아한 몸매를 자랑하며 몸에 착 달라붙는 관능적인 승마복에 굽이 15센티미터가 넘는 샌들을 신고 요염하게 걸어 들어오는 여자가 바로 레니였기 때문이다. 그녀에 관해서는 애초부터 ‘온건한 견해’ 따위는 없었다. 위대하거나 끔찍하거나. 천재이거나 악마이거나. 위선자이거나 박애주의자.

양극의 평가를 수직으로 오가는 사다리

산악 전문 작가인 오드리 설킬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이끌던-전후 파시즘의 징후였다는 비판과 함께 거의 완전히 사라지는-독일의 산악 영화에 매료되어 레니 리펜슈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작가는 알프스, 그린란드 등지를 누비며 맨몸으로 절벽을 타고 맨발로 봉우리를 기어오르는 한 여인을 발견하고, 히틀러의 호의를 반기는 정치적으로 무지한 한 예술가를 발견한다. 또한 몇 년 동안 무아지경에 빠져 영화를 만들고,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는 사고를 당하면서도 끝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진작가를 만난다.
히틀러의 전후를 이미 다 알고 있는 우리들이 이 역사적 사실을 완전히 배제한 채 레니 리펜슈탈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름답지만 히틀러의 영향 아래 가능했던 재능일 뿐”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녀가 펼쳐 보인 예술은 너무나 정교하고 강렬하다. 동시에 파시즘 시대에 정치적 무지야말로 가장 큰 범죄 중 하나라는 알베르트 슈페어(나치의 군수품 장관으로 전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핵심전범)의 말처럼 레니의 정치적 백치는 쉽게 용인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책은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쪽의 무게가 더 나가는지 저울질하지 않는다. 이 둘은 어쩌면 뗄 수 없는 것이고 모두 레니 리펜슈탈의 인생이었을지 모른다.
작가는 서문에서 자신의 글에 대한 동기를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레니의 운명이 어디까지가 여자이기 때문이고, 또 어디까지가 그녀의 개인적인 됨됨이 때문인지 알고 싶었다.” 레니의 경우엔 파시스트냐 아니냐의 문제에 ‘젠더’라는 이슈 한 가지가 더 추가되는 것이다. 18장에 이르는 저자의 차분한 글을 따라 읽은 독자라면 본의든 아니든 탁월한 예술적 성취로 전체주의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한 한 예술가의 삶에, 극단의 20세기 100년을 오롯이 살아온 한 여자의 삶이 자연스럽게 포개질 것이다. 그 처연한 삶이….
그녀의 전기 영화를 만들어 에미상을 수상했던 감독 라이 뮐러와의 마지막 대담은 영광의 50년과 치욕의 50년을 살아온 그녀의 삶을 함축적으로 그려 보여준다.

“세상은 아직도 당신이 미안하다고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무너뜨리거나 파괴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 고통은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겁니다. 이것은 너무나 큰 짐이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말하는 적은 적절하지 않아요. 그건 너무나 부족한 표현입니다.”

저자소개

오드리설킬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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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콜로디척(Brian Kolodiejchuk)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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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위니펙에서 태어났다. 브라이언 신부는 1977년에 마더 데레사를 만나 1997년에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알고 지냈다. 1984년 사랑의 선교 사제회가 처음 생겼을 때 사제회에 들어갔다. 콜카타의 마더 데레사 시성 및 시복 청원자이며 마더 데레사 센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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