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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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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곽재식
  • 출판사 : 온우주
  • 발행 : 2013년 05월 29일
  • 쪽수 : 39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987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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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흐르는 핏줄기 헛되이도 뿌려졌구나
나라에서 사람은 죽여도 그 이름은 못 죽이니
내 노래 내 곡조는 옛 천년이 서럽구나

고대 문헌으로부터 건져 올린 다채로운 우리네 군상과 욕망
역사와 환상이 교차하는 이야기꾼 곽재식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난다


온우주 출판사에서 독창적인 상상력과 뛰어난 흡입력을 지닌 이야기만 엄선해서 묶은 온우주 단편선의 두 번째 작품으로 곽재식의 [모살기]가 출간되었다. 곽재식 작품집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와 [모살기]가 동반 출간되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온우주 단편선은 앞으로 국내 작가들의 단편만을 모은 작품집을 매달 한 권 이상 낼 예정이다. 출간 예정인 작가로는 정도경, 이서영, 김현중, 전혜진, 박애진이 있으며, 2013년 한 해 동안 총 7명의 작가가 쓴 작품집 10권을 펴낼 예정이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곽재식은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집 두 권을 한꺼번에 선보인다. 그중 [모살기]는 고대 역사문헌에서 자료를 모아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작품을 모은 작품집이다.
이 작품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옛 이야기체 특유의 맛을 살리면서도 간결하게 사건을 그려내어 곽재식 특유의 흡입력과 속도감은 살린 새로운 종류의 역사물이라 할 수 있다. 삼국시대가 배경이므로 낯선 풍습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이지만, 각종 문헌을 자료삼아 작가가 재창조해낸 사람의 욕망과 다양한 삶의 모습은 생생하다. 앞뒤의 이야기가 들어맞는 장르적 쾌감, 사회를 은유하고 풍자하는 해학도 놓치지 않는다. [모살기]는 이야기의 장르와 구성, 인물창조 면에서 곽재식의 작가적 역량을 맛볼 수 있으며, 연애담만이 아닌 작가로서 또 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작품집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소재로 한 이야기는 대체로 대단한 위인이나 영웅, "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보여준다는 계몽적이라면 계몽적인 목표에 치우쳐져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만들 때의 초점은 굳이 "민족의 웅혼한 기상을 보여준다"라는 데 집착하지 말고, 그런 "영웅 보여주기"보다는 역사 속에 있는 소재를 그저 최대한 한국인의 이야기답게 이야기로 꾸미면 훨씬 쉽게 재미난 내용을 꾸밀 수 있을 거라는 데 있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문헌이나 설화는 일종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다. 이 재료를 가지고 좋은 요리사는 재료를 손질하고 재배열하면서 보이지 않는 질서를 부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은 이야기를 갈구하는 허기를 잠재우며, 맛과 풍미로 감동을 전한다. 이야기가 서사가 되는 순간은 바로 이때다. 지금까지 맛본 적 없는 새로운 맛을 볼
때. (중략) 소설의 마법은 새로운 인물과 세계를 독자에게 경험케 하는 것이다. 여기에 실린 네 편의 소설은 용과 봉처럼 다른 세계 속 인물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느새 우리는 현실을 잊고 곽재식의 마력에 사로잡혀 귀 기울이게 된다. 천두 번째 밤의 이야기를.
(박든든나름/ 권말해설 중에서)

목차

일라日羅
김가기金可記
지진기地震記
모살기謀殺記

해설 한국의 천일야화를 듣다!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일라
신라 어부들이 태풍을 만났다. 그런데 태풍이 걷히고 나자 파도 사이에서 어떤 아름다운 여자가 널빤지를 잡고 떠다니고 있었다. 어부들은 그 미인을 건져 올리고 어떤 사연으로 그렇게 물에 빠졌는지를 묻는다. 미인은 자신이 백제 달솔 벼슬을 살던 일라라는 사람과 같이 살았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참으로 공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대단한 분이십니다. 도둑이 도둑질을 하기 전에 쫓아낼 수 있고, 역적이 역적질을 하기 전에 죽여 없앨 수 있다면, 두려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와 같이 대단한 공께 백제에서는 겨우 달솔 벼슬밖에 주지 않고, 그러면서도 이와 같이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놀게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억울한 처사입니다.”
그 말을 듣고 일라는 말없이 술을 한 잔 더 마셨다. 잠시 말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일라가 다시 답했다.
“그것 또한 조정과 우리 성상께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역적질을 한 사람은 죽이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역적질을 하지 않은 사람을, 제가 반드시 역적질을 할 사람이라고 지목했다고 하여 어찌 죽이기까지야 하겠습니까. 아직까지 아무죄도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비록 도둑이 될 것이 뻔해 보인다고 하여, 어찌 가만히 있는데 감옥에 가둘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성상께서는 저를 귀하게 여기시고, 다른 나라에 가서 재주를 쓰는 것은 막으려 하시지만, 백제 조정에서 스스로 제 말대로 나쁜 자들을 미리 잡아 없애고, 좋은 자들에게 미리 상을 내리는 일은 하실 수가 없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저 이름뿐인 벼슬을 얻어 별 하는 일 없이, 이와 같이 술이나 마시고 가야금 뜯는 소리나 들으며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노니는 것으로 세월을 보내며 지내게 된 것입니다.” -
(/ pp.20~21)

김가기

김가기는 신라 사람으로서 당나라에서도 과거를 보아 진사가 되었다. 신라와 당을 오가며 신기한 것을 많이 갖고 오가며 어떤 일이든 해결해준다는 등 신비한 소문이 많이 떠도는 사람이었다. 당나라 임금 이침이 궐에 들어오라 청하니 김가기는 하늘나라 임금이 불러서 올라가야 하므로 올 수 없다고 한다. 이침의 명을 수행하는 신하 중사는 김가기가 허풍을 친다고 생각하고 그 정체를 밝히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러한 김가기로부터 어느 날 당나라 임금 이침李?의 신하인 중사中使에게 한 통의 편지가 왔다. 중사는 항상 힘써 일하며, 잠시도 맡은 바에 소홀히 하지 않는 성품을 지닌 사람이었다. 중사가 편지를 보니, 편지는 임금인 이침에게 보내는 것이었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저, 김가기는 하늘을 다스리는 임금께서 내리신 명령서를 받았습니다. 이 명령서에서, 2월 25일까지 하늘을 다스리는 임금의 궁전에 있는 영문대英文臺라는 곳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2월 25일까지는 이 나라를 떠나서 하늘로 가야 합니다.”
중사는 그 내용을 보고, 글씨가 아름답고 문장을 꾸민 방법은 정밀하나 내용은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중사가 이침에게 편지를 보여주었더니, 이침은 크게 놀라면서 말없이 먼 곳을 보고 있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한참 만에 이침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은 필시 신라 사람들이 말하는 현묘지도玄妙之道를 터득한 자가 아니겠는가? 득도得道한 자가 아니라면 어찌 하늘을 다스리는 임금과 말을 주고받고, 시간을 정해서 하늘로 올라간다 하겠는가? 이런 사람은 내가 반드시 가까이 두고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싶다. 그러니 많은 재물을 주고서라도, 반드시 대궐 안으로 불러들여보도록 하라.”
(/ pp.56~57)

지진기
고구려 달탄 지방에 지진이 일어났다. 별을 보는 기관 중 좌영성실에서는 이 지진을 맞히지 못한 죄를 받게 될 것과 앞으로 일어날 지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때문에 분주하다. 그러나 별을 보는 관리인 일자가 된 지 오래되었으나 아직 직급이 낮은 소대일자는 해결에 아무런 열의를 보이지 않아 일자대형에게 야단을 맞고 심부름하는 옥저 아이와 함께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일을 맡게 된다. 소대일자는 시간을 때우려고 호선무를 보고 나서 무희에게 빠져 일도 가정도 소홀히 하기 시작한다. 조정에서는 사자와 차주부를 보내어 지진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듣겠다고 하고, 좌영성실은 점점 바빠진다.

모두가 모여 앉자마자, 가장 먼저 나이가 어려 보이는 한 일자가 말하였다. 고개를 숙이고 말하는데, 그 목소리에 슬프면서도 굳게 다짐한 듯한 맹세가 서려 있었다.
“이번의 지진에서 별을 본 사람은 저입니다. 달탄 땅에 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미리 알지 못하였으니, 이는 저의 큰 잘못입니다.
요즈음 국상 창조리는 ‘공구수성’이라 하여 세상의 일마다 잘못된 것과 틀린 것이 있으면 모두 빈틈없이 급히 고쳐야 한다 합니다. 그런데 저의 잘못 때문에 지진이 일어나 사람이 죽는데도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으니, 분명 국상의 무리가 이를 책잡아 우리를 모조리 내쫓아버릴 것입니다. 그리하면, 하루아침에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며, 또 우리 처자식은 무엇으로 먹여 살리겠습니까?
저는 좌영성실의 큰 원수입니다. 제가 이번에 별을 잘못 본 죄를 빌고자, 저와 제 처자식들을 모두 노비로 팔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팔아 만든 재물을 나눠 드리려고 합니다. 하오니, 여러 공들께서는 국상의 무리들에게 내쫓기거든 그 재물로 논밭을 마련하시어, 서툰 쟁기질과 호미질로나마 농사라도 지어 생계를 이으십시오.”
(/ p.97)

춤을 마친 무희들은 저마다 작은 솥을 꺼내 들었다. 무희 앞의 사람들은 춤을 춘 값으로 저마다 재물을 솥 안에 던져 넣어주었다. 소대일자가 보니, 아이들이나 남루한 옷차림을 한 사람들은 저마다 적당한 값을 쳐 주는 듯 보였다. 그러나 소대일자 좌우에 앉아 있던 두 사나이는 꽤나 많은 재물을 솥 안에 던져 넣는 것이었다. 소대일자는 좌우를 두리번거리고 눈치를 보면서,
“비록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뜨거워지도록 아름다운 춤이었기는 하나, 어찌 한 번 보고 사라지는 춤에 이토록 많은 값을 치르는가.”
하면서 망설였다. 소대일자는 그러다가 제 앞에서 솥을 들고 있던 무희의 얼굴을 보고 민망하여 더욱 얼굴을 붉혔다. 마침내, 소대일자는 황급히, 좌우에 있는 사나이들이 준 재물의 3분의 2 정도를 헤아려 솥에 춤을 본 값을 넣어주었다.
(/ pp.121~122)

다른 사자가 소대일자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백성의 마음이 괴로운 곳에 하늘이 지진과 같은 변고를 내린다는 것인가?”
소대일자가 덜컥 겁을 먹어 말을 못하고 멈추었다. 그러나, 소대일자는 기왕에 말을 꺼낸 것, 어떻게든 말을 끝내야만 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도리어 힘을 내기 위하여 큰 소리로 외쳤다.
“진정코, 저의 생각이 바로 그러합니다.
만약 백성들이 마음이 기쁘고 즐겁고 웃음이 그치지 않으면 지진 또한 멈추어 도망가는 것이고, 백성들이 슬프고 괴롭고 눈물을 흘리면 점차 그 기운에 지진과 같은 악한 것이 고여서 하늘이 땅을 떨게 하고 산을 뒤엎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p.142)

모살기
우랑은 수도 도성의 성문을 맡은 조의이나, 모든 것을 법대로만 처리하다가 높은 사람들 눈 밖에 나 먼 단로성으로 쫓겨나다시피 옮겨가게 된다. 그곳에서 도둑질을 한다고 누명을 쓴 숙신족 여자를 구해주려다가 본의 아니게 길을 막게 되고, 소태후의 행차를 방해한 죄로 끌려가 깊은 혈옥에 갇힌다. 단로성을 지배하는 안국군은 숙신족을 정벌하기 위하여 우랑에게 숙신족과 내통한 첩자라는 누명을 씌우려 한다.

그러자 궤짝을 든 사나이가 안색을 바꾸었다. 굽실거리던 것이 이제 꼿꼿이 서서 말소리를 높였다. 사나이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그대는 내가 소태후를 위하여 성문 안에 들어가려 하는 것을 알고 있소. 그런데, 어찌 감히 막아서고 멈추게 하시오? 설마 그대는 소태후께서 노하시는 것을 보려는 것이오? 다 안다고 하면서 이것이 무슨 짓이오?”
하였다.
그러자, 우랑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그 사나이를 돌려보냈다.
“오직 성문이 닫히기 전에 명을 받아 미리 아뢴 자만이 성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 졸본에 도읍을 정한 때부터 줄곧 내려오는 법이다. 내가 그 말고 또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
(/ p.216)

“다시 묻겠다. 너는 나에게 네가 스스로 숙신족과 내통했다고 말하겠느냐?”
우랑은 잠시 침을 삼키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도성에서 벼슬을 받은 조정의 관리이므로, 도성에서 죄를 이야기하기를 바란다. 더군다나 묻고자 하는 죄가 역적모의나 적과 내통했다 하는 것이면, 처벌이 죽이는 것이지 않은가? 조정의 관리에게 죄를 주어 죽일 때에는, 반드시 성상께서 처결해주신 다음에야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너도 알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곳이 아니라 도성으로 옮겨 가서 죄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또, 나의 일은 저 숙신족 여자의 일과 같은 것이므로, 저 숙신족 여자도 같이 도성으로 가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것은 국초에 극 씨, 중실 씨, 소실 씨가 함께 만든 법에 분명히 나와 있는 것이다. 또한 이것을 어기면, 어긴 자를 조정에서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니, 나를 여기서 꺼내어 도성으로 보내다오.”
그 말을 듣자, 갑사는 잠시 어리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더니 하늘을 보고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p.258)

이윽고, 한참 만에 안국군이 혼잣말로 말하였다.
“물에는 하백河伯이 있어 그 딸들이 몰래 헤엄쳐서 다니며 세상의 임금과 장군들을 홀린다고 하더니, 바로 저것이 하백의 딸이 춤을 추며 웃는 모습인가. 내가 내일 죽는 병자에게 의원을 못 가게 할지언정 이 연못에 다른 누가 들어오게 하겠는가? 내가 백 채의 집을 허물어 없애더라도 어찌 저 등불을 치우게 하겠는가?”
마침내 안국군은 발걸음을 돌려 그대로 염지 연못에서 떠나가 돌아갔다.
그런데 그때, 돌아가는 안국군의 뒤통수에 마치 귀신이 속삭이는 것처럼, 갑자기 무서운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 p.317)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4종
판매수 1,004권

2005년 환상문학웹진 거울 24호에 [달과 육백만 달러]를 게재한 이후 필진에 합류하여 활동 중이다. 이후 다양하고 색다른 소재를 중심으로 다루면서도 인간미를 잃지 않는 연애 이야기와 옛 문헌을 바탕으로 옛날이야기의 맛과 현대적 플롯을 조화시킨 역사물 양쪽을 오가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어떤 소재의 작품을 쓰더라도 날카로운 풍자와 위트를 잃지 않으며, 이야기 본연의 재미를 가장 잘 아는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전폭적인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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