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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의 문장들 : 삶의 마지막 공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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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이경
  • 출판사 : 서해문집
  • 발행 : 2020년 10월 30일
  • 쪽수 : 314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90893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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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육신의 숨이 끊어짐으로써, 또 한 번은 생전에 인연을 맺은 이들의 기억에서 소멸함으로써. 육신이 시드는 과정은 누구나 대동소이하지만, 기억으로서의 한 인간이 사라지는 양식은 저마다 다르다. 두 죽음 사이에서, 산 자들은 애도나 추모를 표함으로써 고인을 기린다. 애도와 추모는 다르다. 추모가 흔히 고인의 공적 행적을 비추는 데 견줘, 애도의 밑바닥에는 삿된 애틋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를 향한 그리움, 안쓰러운 이에 대한 안쓰러움. 이 보편적이되 특별한 심상을 우리는 ‘애도’라고 부른다.

여기,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문장들이 있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죽음을 사유해온 철학자들이 남긴 단장들, 문인들의 시와 소설, 영화, 에세이와 신문기사에서 길어낸 글귀들이다. 각 챕터의 서두를 장식하는 이 문장들을 죽음에 관한 통찰로, 애도의 온도를 높이는 아포리즘의 실로 묶어내는 것은 저자의 ‘애도 일기’와 ‘마지막 공부’의 여정이다.
1부 <울다―애도일기>는 아버지이자 평생의 스승이었던 이를 향한 제망부가(祭亡父歌)’다. 동시에 지금도 애도의 시간을 견디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위로다. 2부 <배우다-마지막에 관하여>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시작한 배움과 궁리의 소산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에서 시작한 질문은 과학과 철학, 인간이라는 종(種)과 문화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죽음이 내뿜는 두려움의 근원을 파고들며 ‘죽음과의 화해’를 도모한다. 이 책은 병리학과 해부학 저편의 죽음을, 심리학과 사회학 너머의 애도를 이야기한다. 그럼으로써 언젠가 나에게도 우연히 다가올 이 필연에, 무기력한 순응이 아닌 자유의지로 감응하는 법을 넌지시 일깨운다.

출판사 서평

애도의 온도를 높이는 문장들

사람은 두 번 죽는다. 한 번은 육신의 숨이 끊어짐으로써, 또 한 번은 생전에 인연을 맺은 이들의 기억에서 사라짐으로써. 육신이 시드는 과정은 누구나 대동소이하지만, 기억으로서의 한 인간이 소멸하는 양식은 저마다 다르다. 두 죽음 사이에서, 산 자들은 애도나 추모를 표함으로써 고인을 기린다. 애도와 추모는 다르다. 추모가 흔히 고인의 공적 행적을 비추는 데 견줘, 애도의 밑바닥에는 삿된 애틋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운 이를 향한 그리움, 안쓰러운 이에 대한 안쓰러움. 이 보편적이되 특별한 심상을 우리는 ‘애도’라고 부른다.

아버지를 잃다,
죽음을 쓰다


여기,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문장들이 있다.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죽음을 사유해온 철학자들이 남긴 단장들, 문인들의 시와 소설, 영화, 에세이와 신문기사에서 길어낸 글귀들이다. 각 챕터의 서두를 장식하는 이 문장들을 죽음에 관한 통찰로, 애도의 온도를 높이는 아포리즘의 실로 묶어내는 것은 저자의 ‘애도 일기’와 ‘마지막 공부’의 여정이다. 다섯 해 전, 저자는 아버지의 죽음과 마주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 마흔 전에 지팡이를 짚어야 했던 시원찮은 몸으로, 갈수록 팍팍해질 세상에 너희를 낳아놔서 미안하다 하셨던 지독한 비관을 품고도, 단 한 번도 죽고 싶다는 투정 한마디 없이, 아흔한 해를 살았던” 아버지는 저자가 평생 사숙해온 스승이기도 했다.

1부 <울다―애도 일기>는 그런 “당신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오래 싸워온” 저자의 ‘제망부가(祭亡父歌)’다. 동시에 지금도 애도의 시간을 견디고 있을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위로다. 애도하는 사람은 아프다. 아픔이 흉은 아니다. 그러나 아픔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파괴할 지경에 이를 때, 그 아픔은 흉이 된다. 삶이 죽음과 이어져 있듯, 아픔은 치유와 자리바꿈을 전제하는 정서다. 우리는 이 특별한 아픔을 특별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잘 다스려진 애도는, 바꿔 말해 잘 조율된 아픔은, 산 자와 고인이 마지막으로 주고받는 ‘마음의 온기’가 된다. <울다―애도일기>에서 딸은, 집요하게 엄습하는 슬픔에 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우애로 맞선다. 지독한 무기력과 상실감을 생에 대한 꿋꿋한 낙관으로 지워나간다. 긴 애도의 시간이 마침내 “웃으며 안녕!”으로 마무리될 때, 두 부녀는 애틋하고 따뜻하다.

마지막을 배우다,
죽음과 화해하다


책깨나 읽은, 이른바 ‘배운 청년’이 곧잘 그러하듯 “죽음을 알고” 심지어 “초월했다”고 자부하던 저자는 가족과 지인들의 생사기로를 목도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나아감과 멈춤을 반복하던 죽음 공부는 아버지의 타계를 맞아 일생의 소명이 되었다. 2부 <배우다-마지막에 관하여>는 그러한 배움과 궁리의 소산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추상에서 시작한 질문은 과학과 철학, 인간이라는 종(種)과 문화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죽음이 내뿜는 두려움의 근원을 파고든다. 괴테와 수전 손택 같은 당대의 지성들이 죽음 앞에서 보인 악착이나 나약이 보여주듯, “죽음에 대한 지식은 죽음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경구가 일깨우듯, 죽음의 공포는 결국 ‘알 수 없음’에서 비롯한다. 저자의 공부 또한 마땅한 해답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젊은 시절과 달리 저자는 죽음을 알지도, 초월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겠다. 도무지 알 길 없는 ‘죽음 이해’에 매달리는 대신 죽음을 공동체적 차원에서 바라보며 기어코 ‘죽음과의 화해’라는 우회로를 발견해내기 때문이다. 예컨대 후반부에 전개되는 ‘좋은 죽음’과 ‘좋은 애도’에 대한 헤아림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가해를 받아들이며 도모한 화해의 결실이다.

이렇듯 이 책 《애도의 문장들》은 병리학과 해부학 저편의 죽음을, 심리학과 사회학 너머의 애도를 이야기한다. 그럼으로써 언젠가 나에게도 우연히 다가올 이 필연에, 무기력한 순응이 아닌 자유의지로 감응하는 법을 넌지시 일깨운다. “삶은, 설령 무의미하다 해도 더없이 소중하다”는 평범한 결론이 비범한 울림을 얻는 까닭이다.

목차

머리말

1부 울다 — 애도 일기

2부 배우다 — 마지막에 관하여
·마지막을 공부하는 까닭
·이 두려움을 어찌할까?
·마지막은 어떻게 오는가?
·무엇이 좋은 죽음인가?
·그날 이후

3부 읽다 — 생애 마지막 공부를 위하여

미주
참고도서

본문중에서

사람은 태어났기 때문에, 다 살았기 때문에, 늙었기 때문에 죽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무엇인가’에 의해서 죽는다. -시몬 드 보부아르, 《아주 편안한 죽음》

죽음에 대해서 죽은 사람은 말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은 설명할 수 없다. 무엇보다 산 자들은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겪는 사람 모두에게 얼마나 부당하고 참을 수 없는 것인지 알려 하지 않는다. 우리, 산 자들은 모른다.
아버지가 편안히 내쉰 마지막 숨조차도 나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어 괴롭다. 남 보기에 좋은 죽음은 있으나 내 아버지에게 좋은 죽음이었는지,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랴. 내 슬픔은 그 알 수 없음에서 비롯한다.
- ( /pp.26-27)

귀는… 마지막까지 감각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뒤에도 ‘혼의 귀’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들어주실 거예요.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마지막 순간 당신께, 당신이 아버지이기 전에 얼마나 좋은 스승이었는지, 그런 당신을 내가 얼마나 존경했는지 말했어야 했다. 당신을 차가운 병원차에 실어 홀로 보내는 대신, 당신 곁에서 혼의 귀가 듣도록 말했어야 했다. 죽자마자 차디찬 냉동실로 보내지는 오늘의 시스템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대신, 당신이 평생 그랬듯 그것이 최선인지 물었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 ( /p.34)

처음에는 바위만큼 무거웠다가 점점 작아져서 돌이 되고, 결국은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조약돌처럼 작아지지. 때로는 잊어버리기도 해. 하지만 문득 생각 나 손을 넣어보면 만져지는 거야. 그래, 절대 사라지지 않아. -영화 〈래빗홀〉

별리의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사람의 가슴 속에서 구르고 구르며 그저 숨 쉴 구멍을 내고 길들여질 뿐. 그리하여 모든 사람은 죽어 자신의 사리를 남긴다. 깊은 슬픔의 사리. 작고 해진 돌멩이. 단단한 슬픔의 뼈를.
- ( /p.52)

모든 것은 학습을 요한다. 독서부터 죽음까지. -귀스타브 플로베르

죽음과 신경증은 상관이 없다고 믿었던 프로이트와 달리, 얄롬은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슬픔의 상당 부분은 죽음, 정확히 말하면 죽음에 대한 불안에서 기인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죽음이 자신의 문제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들에게 말만 한 게 아니라, 그 스스로가 “모든 사람과 똑같이 나는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고백하며 두려움을 넘어설 방법을 찾았다.
- ( /pp.78-79)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육체가 푸른 잔디와 구름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결국 물과 먼지에 불과하니까. -야누시 코르차크, 《게토 일기》

생의 무정함에서 생의 긍정을 보았던 시인에게 배운다.
마지막이 닥쳤을 때 부디 내가 이런 마음이면 좋겠다. 인위
- ( /p.人爲)의 평생을 살았으되 마지막에는 자연에 순명할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다시 스스로에게 이른다.
너는 죽는다. 죽고 싶지 않아도 죽을 것이니 미리 죽지 마라. 오직 그때,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게 네 죽음을 받아들여라.
- ( /p.141)

병원 침상에서 사람들이 죽어간다. 마치 공장 같다. 이런 대량생산에서는 개개의 죽음이 훌륭하게 처리될 수가 없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

우리는 익명의 평준화된 대중으로 살다가 어느 순간 병원에서 환자가 되어 죽어간다. 그 사정은 너나없이 비슷해서, 나의 고유성 — 나만의 사정, 개성, 취향, 소망 등 — 은 사라지고 환자라는 보편성만 남는다. 의료진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시스템이 작동하고 매뉴얼에 따른 행동 규칙이 요구되는 순간, 의사나 간호사의 개인적인 고민과 판단은 힘을 잃는다. 환자도 의료진도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움직이고, 삶과 죽음은 개성을 잃고 획일화된다. 그 결과 가는 이도 남는 이도 괴로움을 겪는다.
- ( /p.183)

적절한 시기에 죽음을 택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적 권리다. -세네카

히포크라테스 학파는 “환자를 돕되 해를 끼치지 말라”는 목표 아래 의술을 펼쳤다고 한다. 의학이 질병을 다 치료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고통 완화에 방점을 두었던 것인데, 그 바탕엔 육체적 고통이든 정신적 이유든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죽음을 택할 수 있다는 시대정신이 있었다.
하지만 기독교가 지배하는 중세에 들어서면서 인식의 대전환이 일어난다. 기독교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부정했고, 고통은 죄의 대가이니 감수해야 한다고 보았다. 기독교만이 아니라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등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다. 종교에선 신앙을 위해 순교하거나 죽음을 불사한 수행은 높이 평가하지만 자살이나 안락사는 부정하며, 고통은 신앙의 시험대와도 같아서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었다.
- ( /pp.190-191)

이젠 떠날 때가 되었군요. 나는 죽기 위해서,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그러나 우리 중 누가 더 좋은 일을 만나게 될지는 신밖에 아무도 모릅니다. -소크라테스, 《변론》

많은 죽음을 경험하고 연구한 국내외 의료인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죽음을 공부하고 대화하는 것이 좋은 마지막을 위한 최선의 길이란 거다. 얼마나 다행인가. 공부와 대화는 값비싼 의료장비처럼 큰돈이 들거나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게 아니니 말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거리낌 없이 마지막을 직시하고 이야기하자.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공연한 불안이나 걱정을 덜고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살 수 있을 테니까.
- ( /p.224)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야. 슬퍼하고 있잖아. 그거 아주 힘든 일이야. -수 클리볼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애도와 위로는 힘들고, 잘하기는 더욱 힘든 일이다. 릴케는 “우리가 뭔가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했지만, 나같이 용렬한 사람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하지만 상실과 죽음을 피할 수 없듯이, 헤어지고 슬퍼하고 슬퍼하는 사람을 지켜보고 슬픔을 나누는 일도 피할 수 없다. 당장은 도망친다 해도 결국은 겪을 일. 어느 날 갑자기 뒤통수를 맞기 전에 미리 준비하면 충격은 줄고 결과는 더 나으리라.
- ( /pp.26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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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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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대학 강사를 잠시 하다 학계를 떠난 뒤엔 도서관에서 혼자 ‘죽음, 시간, 여성’ 등을 주제로 공부했다. 영시를 읽고 싶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문과에 편입해 공부했고, 우연히 인연이 닿은 글두레 독서회에서 26년째 강사를 하고 있다. 뒤늦게 출판사에 취직해 인문서부터 아동물까지 다양한 책을 만들었으며, 책을 주제로 한 소설집 《살아 있는 도서관》을 내면서 작가로 전향했다. 쓴 책으로는 《마녀의 독서처방》 《마녀의 연쇄 독서》 《책 먹는 법》 《시의 문장들》 《시 읽는 법》을 비롯해 어린이 그림책 《인사동 가는 길》 《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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