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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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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한정 작가에게서 온 엽서+1957년의 엽서

  • 저 : 김연수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20년 07월 01일
  • 쪽수 : 24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54672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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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시인 박준, 소설가 최은영 추천


    개인이 밟아나간 작품 활동의 궤적을 곧 한국소설의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내며 한국문학의 판도를 뒤바꾼 작가 김연수의 신작 장편소설. 삼십 년 가까이 작가생활을 하는 동안 김연수는 에너지와 불안으로 가득한 청춘의 눈빛을 가장 가까이에서 기록하는 한편으로 사랑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그만의 지적인 사랑학 개론을 펼쳐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사실로는 가닿을 수 없는 빈틈에서 개인의 진실을 발견해내는 작업을 해오기도 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이번 장편소설은 청춘, 사랑, 역사, 개인이라는 그간의 김연수 소설의 핵심 키워드를 모두 아우르는 작품으로,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변한 세상 앞에 선 시인 ‘기행’의 삶을 그려낸다. 1930~40년대에 시인으로 이름을 알리다가 전쟁 후 북에서 당의 이념에 맞는 시를 쓰라는 요구를 받으며 러시아문학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모습에서 기행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 ‘백석’을 모델로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행은 원하는 대로 시를 쓸 수 없는 상황, “희망과 꿈 없이 살아가는 법”(/ p.64)을 새롭게 배워야만 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시를 붙들려 하지만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시를 향한 마음이 아무리 간절하더라도, 개인을 내리누르는 현실의 무게가 압도적이라면 그 마음은 끝내 좌절되고야 마는 걸까. 속수무책의 현실 앞에서 작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저히 버려지지 않는 마음,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일곱 해의 마지막]은 이러한 물음을 안고 한 명의 시민이자 작가로서 어두운 한 시절을 통과해온 끝에 마침내 김연수가 내놓은 대답처럼 보인다.

    “기행을 매혹시킨 불행이란 흥성하고 눈부셨던 시절,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의 결과물이었다.
    다시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랑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불행해지는 것쯤이야 두렵지 않아서.”

    순하고 여린 것들로 북적대던 아름다운 시절이 끝나고 찾아온 적막
    그 세상에서 끝내 버릴 수 없던 어떤 마음과 그 마음이 남긴 몇 줄의 시


    1958년 여름, 번역실에 출근한 기행은 한 통의 편지봉투를 받게 된다. 누군가가 먼저 본 듯 뜯겨 있는 그 봉투 안에는 다른 내용 없이 러시아어로 쓰인 시 두 편만이 담겨 있다. 시를 보낸 사람은 러시아 시인 ‘벨라’. 작년 여름 그녀가 조선작가동맹의 초청을 받아 북한에 방문했을 때 기행은 그녀의 시를 번역한 인연으로 통역을 맡았었다. 그리고 그녀가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 기행은 그녀에게 자신이 쓴 시들이 적힌 노트 한 권을 건넸었다. 지금은 아무도 기행을 시인으로 알고 있지 않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만 하더라도 기행은 시집 [사슴]으로 이름을 알린 시인이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세상이 바뀌어버렸고, 북한 문단은 기행에게 당의 이념을 인민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문학만을 쓰기를 강요했다. 당이 요구하는 시를 쓰지 않으면 평양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기행은 어떤 시도 써 내지 않는다. 당이 요구하는 시란 기행이 “평생 혼자서 사랑하고 몰두했던”(/ p.190)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벨라에게 노트를 건네며 “폐허에 굴러다니는 벽돌 조각들처럼 단어들은 점점 부서지고”(/ p.162) 있다고 고백하는 기행에게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 안에서 조선어 단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그 죽음에 대해 당신도 책임감을 느껴야만 해요. 날마다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아침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에요. 매일매일 죽어가는 단어들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게 시인의 일이에요. 매일매일 세수를 하듯이, 꼬박꼬박.”(/ p.165)

    그런 만남이 있은 후 기행은 북한에서는 발표할 수 없는 시를 적어 러시아에 있는 벨라에게 보냈던 것인데, 그동안 어떤 회신도 없다가 일 년이 지나 답신이 온 것이었다. 봉투에 러시아 시 두 편만이 담긴 채로. 그 봉투를 먼저 뜯어본 건 누구였을까? 벨라라면 편지도 같이 보냈을 텐데 그건 누가 가져간 걸까? 벨라는 자신이 보낸 노트를 어떻게 했을까? 당의 문예 정책 아래에서 숨죽인 채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기행의 삶은 벨라에게서 온 그 회신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이루지 못한 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다시 쓰인다
    60년 전 그에게서 시작되어 마침내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 빛


    [일곱 해의 마지막]이 전쟁 이후의 행보가 불확실한 백석의 삶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이 기행이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전쟁 전이 아니라 그가 꿈꾸던 것들이 계속 좌절되던 그 공백의 시간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 공백의 시간 동안 “시인으로 기억되지도 못했고, 사랑하는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지도 못했으며, 시골 학교의 선생이 되지도 못”(/ p.83)한 그는 실패자와 다름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건 195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기행이라는 한 개인의 삶만 놓고 봤을 때에만 그러하다고, 김연수는 말하는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일들은 소설이 된다고 믿고 있었다. 소망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일들, 마지막 순간에 차마 선택하지 못한 일들, 밤이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일들은 모두 이야기가 되고 소설이 된다. (…)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그러니까,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한 것들, 간절히 원했으나 실현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시대와 개인이라는 조건을 뛰어넘어 “거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 지금이 아닌 먼 미래의 언젠가”(/ p.58)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이다. 그 삶의 공백을 새롭게 채워넣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그러므로 [일곱 해의 마지막]이 1950년대의 기행의 삶에서부터 시작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로 인해 소설 속 인물은 두 가지 방식으로 살게 된다. 한 번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끝내 이루지 못하는 방식으로, 다른 한 번은 자신이 원했던 바로 그 삶의 방식으로. 완결되었다고 여겨진 삶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음으로써 두 번의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김연수의 소설에 매혹되는 이유 중 하나임을 [일곱 해의 마지막]을 읽으며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추천사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그리워”할 수 있는 사람의 눈은 멀다. 이 먼눈이라면 통영의 봄길이든 눈 쌓인 혜산선의 철길이든 지척인 것이고 백 년쯤 전에 태어났다는 이나 이레쯤 전에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나 모두 반갑고 친하고 벅차고 가여운 것이다. 게다가 먼눈을 가진 이가 세상을 먼저 살다 간 다른 먼눈을 가진 이를 살피는 일이라니, 아무래도 이 책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 같다.
    - 박준 / 시인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나는 유폐된 시인의 무력감과 외로움을 봤다. 두번째로 읽었을 때 그가 맞서 싸울 수 없는 현실의 강고함을 봤다. 세번째로 읽었을 때야 나는 시인의 눈에 비친 작은 세계를 봤다. 어쩌면 너무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 더 소중한 작은 세계를. 시인이 살았던 세상처럼 내가 살아가는 세상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 슬픔을 모르는 인간, 고독할 겨를이 없는 인간’을 바라는 것 같다. 슬픔조차도 비생산적인 감정으로 배척되는 세상에서 어디에도 쓸모없는 이름을 기억하고 부르는 일, 그렇게 계속 글을 써나가는 일은 어리석고 그 어리석음의 크기만큼 아름답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알겠다. 내가 왜 매번 김연수의 소설에서 주춤대고 길을 잃어버렸는지를. 큰 물살을 따라서만 흘러가지 않고 지류에 머물며 작은 것들의 이름을 불러주던 작가의 목소리를 어째서 계속해서 듣고 싶었는지를. 그의 소설은 여전히 내게 다정하고 외롭고 깊은 목소리다.
    - 최은영 / 소설가

    본문중에서

    인생을 거꾸로 산다면 어떻게 될까? 결말을 안 뒤에 다시 대조국전쟁을 거쳐 십대 시절로 돌아간다면? 장차 시인이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네크라소프의 시를 읽는다면? 얘는 전쟁에 가서 돌아오지 못할 거야, 라고 생각하며 급우와 대화를 나눈다면? 그렇다면 원래보다 더 슬플지는 모르겠으나 그 순간에 더욱 집중하긴 할 것이다. 미래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과거는 잘 알고 있으니, 오로지 현재에만, 지금 이 순간에만.
    (/ p.26쪽)

    기행을 매혹시킨 불행이란 흥성하고 눈부셨던 시절, 그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의 결과물이었다. 다시 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사랑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불행해지는 것쯤이야 두렵지 않아서.
    (/ p.32쪽)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있는 것, 어떤 시를 쓰지 않을 수 있는 것, 무엇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능력은 무엇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었다.
    (/ p.85쪽)

    “그런 게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 짓는 죄와 벌이지. 최선을 선택했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 고통받은 뒤에야 그게 최악의 선택임을 알게 되는 것. 죄가 벌을 부르는 게 아니라 벌이 죄를 만든다는 것.”
    (/ pp.88~89쪽)

    그늘은, 빛이 있어 그늘이었다. 지금 그늘 속에 있다는 건, 어딘가에 빛이 있다는 뜻이었다. 다만 그에게 그 빛이 아직 도달하지 않았을 뿐.
    (/ pp.112~113쪽)

    전쟁이 끝나자 지옥보다 더 나쁜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지옥 이후에도 계속되는 삶이었다. 그런 삶에도 탈출구가 있는 것일까?
    (/ p.117쪽)

    “우리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나요?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평화를, 상처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회복을 노래할 수 있나요? 전 죽음에, 전쟁에, 상처에 책임감을 느껴요. 당신 안에서 조선어 단어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그 죽음에 대해 당신도 책임감을 느껴야만 해요. 날마다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아침저녁으로 죽음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러지 않으면 제대로 사는 게 아니에요. 매일매일 죽어가는 단어들을 생각해야만 해요. 그게 시인의 일이에요. 매일매일 세수를 하듯이, 꼬박꼬박.”
    (/ pp.164~165쪽)

    누가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행은 자음과 모음으로 이뤄진 언어의 세계를 떠날 수 없었다. 평생 혼자서 사랑하고 몰두했던 자신만의 그 세계를.
    (/ pp.189~190쪽)

    그때 그는 눈이 푹푹 나리는 밤 안에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안에 있었다. 그 밤과 마음이 지금 그와 함께 있었다.
    (/ pp.196~197쪽)

    “그래도 꿈이 있어 우리의 혹독한 인생은 간신히 버틸 만하지. 이따금 자작나무 사이를 거닐며 내 소박한 꿈들을 생각해. 입김을 불면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작고 가볍고 하얀 꿈들이지.”
    (/ p.223쪽)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ㅤㄲㅜㄷ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단편소설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200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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