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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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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멀고 먼 성서의 이야기를 가장 실감나는 현실의 이야기로 번안한 것은 바로 화가들이다. 우리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으나 사실 그것을 실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렘브란트의 「십자가 세우기」나 만테냐의 「피에타」를 보고 나면 그가 얼마나 참혹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는지 뼈아프게 느끼게 된다. 서양 미술사 어디를 펼쳐봐도 십중팔구는 성화이다. 서양 미술의 원류는 그리스도교 미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화가들이 성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으며 때로는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언뜻 그게 그거 같아 보이기 쉬운 성화(聖畵)의 진수를,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와 구체적인 예들을 통해 간결한 언어로써 펼쳐 보인다. 그리스도교 미술이 피어난 고대 로마시대 지하묘지의 프레스코화에서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다루고 있는 그림들은 아주 다양해서 이 책을 끝까지 읽는다면 서양 미술사의 흐름 또한 놓치지 않고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신의 역사에서 인간의 역사로~!
1428년 27세라는 젊은 나이로 요절한 마사초는 낙원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를 우리 눈앞에 되살려놓는다. 그 비밀은 심리묘사와 정교한 명암법에 있다. 아담과 하와는 죄를 짓고 난 후의 후회와 절망감으로 울부짖고 있으며, 땅바닥에는 이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이들이 내딛는 발걸음에서는 육체의 중량감마저 느껴진다. 이런 찬사가 오늘날의 관객에게는 호들갑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같은 교회 안에 마솔리노가 그린 또 다른 아담과 하와를 보면 마사초가 얼마나 영감이 넘치는 화가였는지 알 수 있다. 마솔리노의 아담과 이브 사이에는 어떠한 심리적 갈등이나 긴장감도 보이지 않는다. 뱀의 유혹은 인간의 운명을 단숨에 바꾸어놓은 사건인데도 말이다. 그림의 제목은 「유혹에 빠진 아담과 하와」이지만, 거기에는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포즈를 취한 한 쌍의 젊은 남녀가 있을 뿐이다. 성서의 이야기를 가장 극적인 현실로 바꾸어놓은 화가는 다름 아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이다. 그의 「최후의 만찬」에는 드라마가 있고 흥분이 있다. 예수는 지금 막 "너희 가운데 나를 팔아넘길 사람이 하나 있다"라고 선언한 참이다. 레오나르도는 이 청천벽력과도 같은 스승의 말에 열두 제자 각각의 기질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표현하고 있다. 의심 많은 토마는 "그게 누굴까?" 반문하듯 손가락을 위로 가리키고 있고, 성격이 급하고 참을성이 없는 베드로는 스승의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요한의 귀에다 대고 뭐라고 속삭인다. 마치 "배신자가 누군지 선생에게 한 번 물어봐"라고 묻는 듯이. 오늘날 신문이나 잡지에서 정치인이나 유명인사의 모습을 과장 또는 왜곡하여 표현하는 캐리커처가 바로 「최후의 만찬」을 그리기 위한 레오나르도의 인물 연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저자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노라면 우리의 눈길은 예수의 머리 뒤쪽 밝은 창이나 만찬 음식이 놓여진 식탁보에까지 미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 밝은 창이 후광을 대신하고 있다는 점과 식탁보에는 접혀진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음을 눈치채는 순간, 우리는 이 위대한 천재의 상상력과 통찰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되는 것이다.

* 경건과 불경 사이에서 벌이는 아슬아슬한 곡예~!
이렇듯 화가들이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길어올린 성서의 깊은 의미는 시공을 초월해서 우리에게 무한한 감동을 준다. 하지만 ||^시인이나 미치광이가 누리는 권한||^을 함께 누리는 화가들이 거기에 만족할 리 없으니, 때로는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나 정숙한 수산나가 풍만한 육체의 에로틱한 여인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티치아노의 막달라 마리아는 터질 듯한 가슴을 드러내놓은 젊은 여인의 모습이고, 틴토레토의 수산나는 한술 더 떠서 자신을 겁탈하려는 늙은이의 손길을 은근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세속문화가 절정에 달해 있던 르네상스 시대의 베네치아에서는 성화에서조차 에로티시즘을 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여인은 결코 천박해 보이지 않으며, 그 세속성을 탓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답다. 이들 베네치아 화파의 거장들은 자칫 외설로 전락하기 쉬운 에로티시즘마저 예술로 승화시켜놓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베로네세는 ||^최후의 만찬||^을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로 그려놓았다. 거기에 난쟁이와 개와 흑인노예까지 그려넣었으니 서슬 퍼런 종교재판소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노발대발한 심문관은 그림을 수정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이 그림을 사이에 두고 심문관과 화가 사이에 벌어진 실랑이는 화가의 한판승으로 끝났다. 베로네세는 그림 제목을 「레위 집에서의 만찬」으로 바꿨을 뿐 붓끝 하나 다시 대지 않았으니 말이다. 저자는 베로네세의 그림만이 아니라 1560년대와 1570년대 사이의 베네치아에서는 잔치를 주제로 한 그림이 유난히 많이 그려졌음을 지적하면서 그 사회적 맥락을 짚어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당시 베네치아는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자치권을 유지하고 있었고, 1571년에는 레판토 해전에서 터키군을 격파하고 대승을 거두었다. 의기양양해진 베네치아는 자국의 변함없는 번영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정부 주최로 대형만찬을 열곤 했는데, 베네치아인들은 이 만찬이 그리스도가 실제로 출현한 성찬인 것처럼 생각하기를 좋아했고, 아울러 이를 기념하는 그림을 남김으로써 조국을 지켜준 그리스도에게 감사를 표했던 것이다.

*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니~!
저자는 또한 성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도상들의 의미와 그 기원을 밝힘으로써 성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준다. 가령 막달라 마리아 옆에는 항상 향유가 든 병이 그려지며, 그것이 한때 방탕한 생활을 하던 그녀가 참회한 후 예수의 머리 위에 값비싼 향유를 아낌없이 부어주고 자신의 긴 머리칼로 향유가 흘러내린 예수의 발을 닦아주었다는 일화에서 유래되었음을 알고 나면, 티치아노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가 더 이상 그저 그렇고 그런 그림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예수도 웃었을까? 콩쿠르 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작가 디디에 드코앵은 예수가 웃지 않았을 리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복음서들을 이 잡듯 뒤져 그 행간에서 친구 사귀기를 좋아하고 갈릴리 호수에 배를 띄워놓고 물고기를 잡아 구워 먹기를 즐겼던 ||^유쾌한 예수||^를 찾아냈던 것이다. 예수가 웃었는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이 책의 저자를 따라서 저 고대 로마시대의 카타콤베(지하묘지)로 내려가 보면, 예수가 처음부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근엄한 모습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맨 처음 그리스도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야 했던 화가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예수를 어떤 형상으로 그린단 말인가? 고민에 빠진 초기 미술가들을 구한 것은 그리스의 신 아폴론이었다. 전지전능한 태양의 신이자 아름다운 외모로 표현되던 아폴론이 ||^진정한 태양||^인 예수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 예수의 모습은 수염이 없는 아름다운 아폴론의 모습으로 그려졌고, 이러한 예수는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 전반에서 나타난다. 그러니까 수염이 달린 엄숙한 예수는 6세기 이후에나 등장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외에도 그리스·로마 사람들이 별장의 벽을 장식할 때 즐겨 사용하는 모티프였던 포도덩굴이 어떻게 해서 그리스도교 미술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착한 목자||^의 도상이 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인 오르페우스에게서 유래하게 되었는지, 알고 보면 재미있는 도상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지은이 고종희는 이탈리아 국립 피사 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공부했고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성전에서 피어난 예술』이 있으며, 월간 『레지오 마리애』에 2년 6개월간 ||^성미술 해설||^을 연재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16세기 번안판화의 실태와 문제점」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반종교개혁」 「카타콤베와 초기 그리스도교 미술의 특징」 등이 있다.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일러스트레이션학과 부교수이다.

목차

1. 네 영혼이 불안에 떨고 있구나
- 마사초의 ||^낙원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하와||^
2. 그대 위해 기원하노니
- 기베르티의 ||^이삭의 희생||^
3. 잔혹한 살해 현장에 들이비치는 계시의 빛
- 카라바조의 ||^적장의 목을 베는 유딧||^
4. 활짝 열린 쾌락의 문
- 틴토레토의 ||^수산나와 늙은이들||^
5. 황금빛 날개를 타고온 은밀한 기적
- 베아토 안젤리코의 ||^성모영보||^
6. 그림 속에 숨겨진 권력자의 의도
- 베노초 고촐리의 ||^여행 떠나는 동방의 왕들||^
7. 그 고통 너무 깊어 혀는 헛돌고
- 귀도 레니의 ||^영아살해||^
8. 세속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천상의 여인
- 라파엘로의 ||^성모자상||^
9. 종교적 엄숙성을 넘어선 여체의 아름다움
- 티치아노의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
10. 위대한 천재의 이마에 쏟아지는 신의 은총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11. 탁월한 이야기꾼의 성서 이야기
- 베로네세의 ||^레위 집에서의 만찬||^
12. 빛과 그림자가 불러일으키는 파토스
- 렘브란트의 ||^예수 십자가에 못박히심||^
13. 매너리즘을 뛰어넘은 매너리스트
- 폰토르모의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림||^
14. 지상에서 가장 깊은 슬픔
- 만테냐와 벨리니의 ||^피에타||^
15. 천둥 소리보다 더 요란한 뿔나팔 소리 울려 퍼지나니
- 엘 그레코의 ||^부활하는 예수||^
16. 지옥의 하늘을 뒤덮은 상상의 날개
- 보스의 ||^쾌락의 정원||^
17. 성전을 가득 채운 나체의 바다
-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18.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니
- 지하묘지에서 피어난 그리스도교 미술
19. 오르페우스와 예수가 닮은 까닭은
- 알고 보면 재미있는 도상 이야기
20. 죽은 자를 위한 작은 천국
- 중세 미술의 꽃, 라벤나의 모자이크
21. 벼락치듯 넘은 혁신의 문지방
- 르네상스 미술을 여는 스크로베니 소성당의 벽화
22. 성령의 역사에서 인간의 역사로
- 현대 미술이 새로 쓰는 성서 1
23. 고문 백과
- 현대 미술이 새로 쓰는 성서 2

본문중에서

고대부터 19세기까지 서양미술사 어디를 펼쳐보아도 십중팔구는 성화(聖畵)이다. 과거 서양 사회에 그리스도교가 미친 영향은 오늘날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리스도교는 특정 종교라기보다는 유럽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문명의 바다였으며, 미술가들은 바다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크고 작은 배의 항해사와 같았다. 어떤 이는 순탄하게 항해를 마쳤지만, 어떤 이는 모진 풍랑을 만나 침몰하였고, 또 어떤 이는 용케도 풍랑을 이겨냈다. 이 책은 성서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긴 미술가들과 후원자, 그리고 그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술가들은 성화를 통해 원근법을 실험하거나 자연을 관찰했으며, 그들의 고뇌와 열정, 그리고 자유를 표현하였다. 종교화 본래의 목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던 엄격한 화가가 있었는가 하면, 종교의 이름을 빌려 세속적이고 심지어는 에로틱하기까지 한 장면을 그려낸 화가도 있었다. 어떤 미술가는 혁신을 추구했지만, 어떤 미술가는 전통을 고수했다. 미켈란젤로는 타고난 천재성으로 혁신의 장을 열었지만, 기베르티는 동료 선구자들이 열어놓은 새로운 세계에 뒤늦게 합류하며 그 성과를 나눠가졌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예술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미켈란젤로의 천재성 앞에서는 경의를 표하게 되고, 기베르티의 성실함 앞에서는 숙연해진다. 성화를 제작한 화가나 주문자 그리고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공통된 감정은 구원에 대한 갈망이었으리라. 성화의 목적은 시대와 장소, 또 주문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순히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천상(天上)의 구원에 대한 갈망의 표현이자 지상(地上)의 행복에 대한 염원이었다. 이 책의 내용 전개는 성서의 흐름을 따랐다. 성화에 관한 한 단연 르네상스 시대의 자료가 많을 뿐더러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도 많았기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작가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내심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끝까지 읽는다면 그리스도교 미술이 탄생한 고대로부터 20세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흐름을 대략이나마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탈리아를 조상 덕에 잘사는 나라라고 한다. 하지만 조상의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활용하는 현대의 이탈리아 사람들도 조상에 못지않다. 최근 세계에서 교회를 가장 많이 짓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우리 나라에서도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이 종교 미술에서 탄생할 때가 이제 되지 않았나 기대하면서 이 책을 썼다. 늘 밤이 늦어서야 귀가하는 아내와 엄마를 탓하지 않고 기다려준 남편과 막내아들, 그리고 고3 엄마의 짐을 덜어준 큰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감수해주신 정웅모 신부님과 황인찬 신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00년 11월 지은이 고종희)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9종
판매수 1,542권

이탈리아 국립피사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으며, 동 대학에서 르네상스미술 전공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명화로 읽는 성인전] [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 [르네상스의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 [명화로 읽는 성서] [고종희의 일러스트레이션 미술탐사] [미켈란젤로를 찾아 떠나는 여행]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서양미술사전](공저) 등이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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