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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라진 뒤에 : 조수경 장편소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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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왜 어떤 아이들은 그 짧은 생 동안
고통만 알다 가야 했을까요.”
*
집을 나온 다섯 아이와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전하는
아프지만 값진, 간절하고도 용기 있는 목소리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에서 안락사가 합법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 안락한 삶'은 무엇인가, 라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던 조수경의 두 번째 장편소설.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터지지만, 법이 바뀌는 속도는 느리고 적절한 방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통렬히 꼬집는다. 1부는 사각지대에 놓인 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이야기, 2부는 학대당하는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의 이야기다.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을 계기로 쓰인 이 소설은, 아이들이 학대당하다 목숨을 잃고 사라진 뒤에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무엇일지 묻는다. 소설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아이를 위해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온전한 이름을 얻는데, 이는 우리 모두 아이들의 죽음 앞에 떳떳할 수 없으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일깨운다. 우리가 소설 속 ‘김 모 씨’나 ‘최 모 씨’가 아닌 ‘신수연’과 ‘오영준’이기를 바란다.

출판사 서평

“어떤 아이들에게 집은 무덤이었다.”
가장 안전하고 아늑해야 할 공간에서
사랑이 아닌 체념을 배우는 아이들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이후 2021년 2월 ‘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아졌으나,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에서 아이에게 폭력을 가하는 어른과 이를 방관하는 어른은 여전히 존재한다. 보건복지부의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는 대략 2018년 2만 5천 건, 2019년 3만 건, 2020년 3만 100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서학대와 신체학대 그리고 방임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동시에 벌어진 경우가 가장 많았다. 신고 접수된 사례만 분석한 자료이므로 아동학대 실태는 더욱 심각하리라 예상된다. 이를 반영하듯 《그들이 사라진 뒤에》는 같은 동네에서 부모에게 학대당하는 유나, 요미, 지유의 사례를 들여다본다. 유나는 부모의 폭력으로 언니 한나를 잃고 학교에도 가지 못한 채 다용도실에 갇혀 수돗물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요미는 유아일 때 유튜버인 아빠에게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당하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철저히 방치되고, 16개월 아기인 지유는 엄마의 방임으로 점점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 않게 된다. 아동보호 체계가 발 빠르게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 그들은 영유아 불법 입양 및 장기 매매 현장에서 탈출한 다른 아이의 도움으로 서로를 돌보는 사이가 된다.

“문은 잠겨 있었다. 동시에 문은 열려 있었다.”
어른들의 사소한 무관심이 빚어낸 참극

《그들이 사라진 뒤에》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대부분 이름이 없다. 그들은 아동 살해 사건이 벌어진 집 옆집에 살지만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이상한 낌새를 모른 척한 이웃(김 모 씨),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에 노출된 아이를 3개월간 만나고도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한 어린이집 선생님(정 선생), 집을 나와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발견했는데 무심코 지나쳐버린 목격자(최 모 씨)이며, 아동학대 문제를 알게 모르게 외면해온 우리의 모습을 빼닮았다. 아이의 비참한 죽음은 쉽게 공분을 불러일으키지만 그만큼 빨리 잊히고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진다. 이 작품은 아이를 돕지 못했다는 뒤늦은 죄책감과 찝찝함만으론 학대와 죽음을 멈출 수 없음을 말해준다.
《그들이 사라진 뒤에》는 또한 치밀한 자료 조사에 힘입은 작품으로, 열악한 근무 환경 탓에 아이들의 생사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유 팀장)의 무기력한 고백을 들려준다. 이를 통해 인력 부족으로 상담원 한 사람당 80건에 달하는 사례를 담당해야 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상담원들이 “모든 아이를 같은 비중으로 챙기기란 사실 불가능”하며 “덜 위험에 처한 아이는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마는 것이다. 유 팀장의 후배였던 상담원 J는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아졌다면 그건 “어른이 아닌 죽은 아이들” 덕분이라고 통탄한다. 아이들의 죽음을 돌이킬 순 없으니,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각자의 영역에서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이를 학대하는 집의 현관문은 언제나 잠겨 있지만, 동시에 아주 조금 열려 있기도 하다.

“오늘도 나는 기다리고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아이들의 기다림이 길지 않길 바라며

편의점에서 일하며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영준은, 편의점에 찾아오는 아이들을 알뜰히 챙기는 인물이다. 그는 유나, 요미, 지유를 비롯한 거리의 아이들을 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데, 그가 특별히 선량하거나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어떤 이유로든 잊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아동학대 피해자인 언니에 대한 기억을 되찾은 수연은, 언니의 시신을 찾아보기로 다짐하면서 그 전에 지금 살아 있는 아이를 먼저 찾아 나선다. 혼자서는 두렵기도 하고 무작정 아이의 행방을 쫓는 일에 확신을 느끼기도 어렵지만, 사라진 아이에게 마음을 쓰는 영준과 힘을 합쳐 아이들의 거처를 알아내고자 한다. 이는 사소한 무관심이 비극을 야기하는 반면, 사소한 관심이 모인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사라진 뒤에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그들이 사라진 뒤에》는 바로 학대가 끝나길 기다리는 아이의 편에 서는 것, 함께할 사람을 찾는 것, 늦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지금도 외치고 있다. 나, 여기 있다고.

가장 여린 생명들이 보호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끊이지 않는 아픈 뉴스들에 가슴이 자주 무너져 내리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마음을 보태는 이들이 있어 다시 단단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주변을 둘러본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여전히 구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기다림이 길지 않기를 바랍니다. _작가의 말에서

목차

사건

1부
소녀
아기
아이
유나

2부
301호 김 모 씨
어린이집 정 선생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유 팀장
유튜버 K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오 군
목격자 최 모 씨
미혼모 강 모 씨
임신부 신 모 씨

3부

그리고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왜 어떤 일은 되고, 어떤 일은 안 되는가. 언제나 칼자루를 쥔 쪽이 해도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기준을 정했고, 인간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존재였다. _62쪽

이상한 기분이었다. 바로 옆인데, 여자의 집과 똑같은 구조로 생긴 집인데, 그 집에서 일어난 일을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게. 그저 벽 하나에 가려졌을 뿐인데, 그 끔찍한 일이 벌어지도록 아무것도 몰랐다는 게. 정말 몰랐을까.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오른 물음에 여자는 흠칫 몸을 떨었다. 나는, 정말, 몰랐던가. _121쪽

이런 게 TV에서 본 아동학대 뭐 그런 건가.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지만 남의 집 일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았다. 옆집과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불편할 일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애써 별일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_122쪽

여자는 아이의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신고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이렇게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보려 해도 죄책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_122쪽

한나는 유별나다 싶을 만큼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는 아이였다. 정 선생은 아이가 했던 무서운 말보다 작은 입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종알거리던 ‘사랑해’라는 말을 믿고 싶었다. 아이가 집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고. 그래서 들은 만큼 그 말을 많이 하는 거라고. 모든 일이 터지고 난 지금에야 정 선생은 생각했다. 어쩌면 한나는 자기가 들은 말이 아닌,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한 게 아니었을까, 하고. _129쪽

유 팀장은 학대 현장에서 자주 가난을 목격했다. 경제적인 부담은 양육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그것이 다시 폭력으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물론 가난한 이들만이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동보호 관련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이 타인의 눈에 잘 띄는 것뿐 오히려 학대를 감추기는 고소득층이 유리했다. _131~132쪽

많은 아이가 집에서 죽는다. 그것도 친부모의 손에 죽는다. 계부나 계모가 저지른 사건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지만, 실제로는 가장 안전하고 아늑해야 할 공간에서 자기를 낳아준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훨씬 더 많았다. 어떤 아이들에게 집은 무덤이었다. _132쪽

사실 이쪽 일이 그랬다. 늘 증거가 부족했다. 학대는 집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져 목격자가 없었고, 범행에 쓰인 도구는 주로 부모의 손과 발이었으며, 피해 아동은 자신이 당한 일을 있는 그대로 진술할 능력이 부족했다. _136쪽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담원 한 사람이 담당하는 사례가 100건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동료 중 상당수가 자신이 관리하던 아이의 죽음을 경험했다. 그런 일을 겪고 나면 대다수가 일터를 떠나갔다. 예산과 인력이 조금씩 늘어 지금은 1인당 80건이 조금 안 되게 맡고 있지만, 1인당 12건을 담당하는 미국의 사회복지사가 들으면 아마 이렇게 물어볼 것이다.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이냐고. _137쪽

아이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유 팀장도 벽돌 하나쯤 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신이 벽돌 하나 들어 올릴 힘조차 없는 무력한 존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도망가고 싶은 날들이 더 많았다. _138쪽

“선배들이 가끔 그러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세상 많이 좋아진 거라고. 그런데 그게요, 어른들이 한 일이 아니에요. 죽은 아이들이 한 일이야. 아이 하나가 죽어야 그나마, 아주 조금씩 세상이 변해가는 거예요.” _139~140쪽

아이들에게는 배를 채울 음식도 필요했지만, 자기를 바라봐주는 사람도 필요했다. 누군가 자기를 돌봐준다는 느낌이 필요했다. _160쪽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고 있었다. 작은 존재가 더 작은 존재를 지키고 있었다. 아이들은 겁에 질린 동시에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어른들을 쏘아봤다. _240쪽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오늘도 나는 기다리고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_247쪽

저자소개

조수경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80

조수경은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아이들과 동물들을 사랑하면서 살다 가고 싶은 소설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201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젤리피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모두가 부서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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